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윤이재 지음 / 다다서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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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을 돌보는 사람이 주로 효녀나 효부 소리를 듣듯 그들은 며느리나 딸처럼 주로 여자들이다. 쉽지 않은 돌봄노동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착하다는 말로 퉁치며 헐값을 매겨왔다. 할머니를 돌보게 된 손녀는 그 현실을 직접 마주한다.
그리고 돌봄노동에 깃든 차별에 눈감지 않으며 가족애를 넘어 모든 시간을 살아온 여자들에 대한 이해로 확장시킨다. 할머니이자 시어머니, 엄마이자 며느리, 고모이자 딸. 각자 고통받은 여성들의 삶을 다독이면서도 차별적인 구조의 부당함을 날카롭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 점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그리하여 책의 마지막, 작가는 작은 저항을 한다. 비록 계란으로 바위치기지만, 그 시도는 어쩐지 눈물이 나면서도 후련했다. 작가의 어떤 감정들은 46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동안 내가 느꼈던 것과 닮아 신기하기도 했다.
사람은 모두 아이로 태어나 아이로 돌아가며 스러져간다. 그 시작과 끝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야말로 사람을 진정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꾸밈없이 담백하여 술술 읽히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책이다. 한평생 열심히 살아내신 할머니께서 부디 편안하시길. 쉽지 않은 길을 함께 걸었던 작가님이 부디 평화롭고 또 건강하길 뒤늦게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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