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상경기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동욱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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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사람, 슬픈 사람, 분한 사람, 그 모든걸 꾹 참고 있는 사람. 그런 분들께서 한번 이 만화를 보고 웃어 주신다면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저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쁠겁니다.

이 다음에 또 뭘 그리면 삶에 지친 사람들이 활짝 웃어줄까요. 아무쪼록 그 책을 읽어주시고 웃어주신다면 저는 정말 행복할 겁니다.

아주 작은 자그마한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도쿄로 상경해서 어엿한 만화가 가 되기까지의 쉽지않은 여정. 신파적으로 빠질 수 있는 이야기가 덤덤하게 전달될 때의 잔잔한 파문이 좋다. 책을 보며 떠오른 누군가에게 선물할지도...

누구에게라도, (혹은 만화가 지망생이라면 더) 작가의 바람이 충분히 전달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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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뼈 - 상상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권혁주.꼬마비.윤필 지음 / 애니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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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뼈의 스케일로 말하자면, 공룡이어야 했다. 더듬어가려면 공룡정도는 되야하지 않았나?' 뭔가 할말이 많았는데 정리는 안되서 책의 프롤로그와 '의도!' 에 대해 다시금 짚어보니 이런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맘모스 정도는.. 매머드 정도는... 그래, 그렇다. 그것이 창작이라면 적어도 그정도는 되야겠지. 하지만 이것은 '재창작' 이다. 창작과 재창작을 구분하는 것은 모호하지만, <코끼리뼈>는 애초에 재창작이다. 이미 기존에 우리가 이미 만났던(혹은 이제 만나게 될!), 덕내나는 이야기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다. 


 공룡뼈 였다면, 모두가 실제로 보지못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 해야 되겠지. 그럼 상상력도 더 그로테스크해 질테고? 뭐 그것도 그것대로 좋지만, 우린 이미 늘 공룡을 꿈꾸는 이야기들을 만나고 있으니깐, 가끔은 이렇게 '알던 이야기'에 빠져보는게 더 재밌지 않을까. 그리고 따져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감초같은 이야기들은 다 '존재하는' 사람, 사건, 이야기. '외계인 이야기' 가 아무리 솔깃해도, 결국 사람을 모으는 것은 '아는 사람 이야기' 이 듯. 



어떻게 시작했을까?


영화들이 시리즈를 거듭하다가 위기를 맞닥뜨리면 결국 프리퀄이나 리부트로 향하듯, 우리는 어느정도 경과를 지켜본 후엔 그 시작에 관심을 갖는다. <진격의 거인>을 재밌게 볼 수록, '뭐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라고 궁금해 하듯 말이다. 이 <코끼리뼈>의 시작은, <날아라 호빵맨> 이다. 전 화를 다 보진않았지만, 노래까지 기억하는 나 또한, 그때에 머리를 떼어서 누군가에게 나눠주는... 슬래셔 무비를 방불케하는 설정을 (아 애니메이션의 위대함..)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다가 어느샌가 나이를 먹고 알게되는 것이다. '어 저거 좀 설정이...' 그렇다면 이제 호빵맨을 재미있게 얘기할 준비가 된 것이다. 보통은 여기까지 아닐까? 하지만 <코끼리뼈>에서는 작가의 동기에 초점을 맞췄다. 태평양 전쟁에 참전했던 작가가, 극심한 배고픔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빵을 나눠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날아라 호빵맨>. 물론 나도 책을 보며 처음 알았다. 어쨌든, 모든 작품들이 저마다의 동기를 갖고 시작하겠지만, 그것이 <날아라 호빵맨>처럼 상상하기 힘든 작품일수록, 그 동기의 의미는 더 빛을 발한다. 그리고 이 지루한 글보다 훨씬 재밌게 '수다 화' 된 <날아라 호빵맨>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나름의 프롤로그로 재탄생 한다.

돌이켜보니, 이 <코끼리뼈>의 시작은 매우 '동기' 적절했다. 



다양한 이야기, 다양한 수다, 다양한 작가


하지만, 시작이야 그렇다 치고 <우주소년 아톰>이나 <드래곤볼> 같은 작품들은 고개를 끄덕일텐데, 어딘지 생소하거나, 의아한 작품들도 있다. (이거 나만 그런가!?..) 코끼리에게는 상아만 있는 것이 아니듯, 여기에는 다양한 작품들이 화두에 오른다. 진정한 덕후라면, 남의 덕질을 받아들여 더 큰 덕력을 쌓아야 하는 법. 아는 작품은 아는 작품이니 당연하고, 모르는 작품이라도 여기 세 작가들이 메인 플롯에만 치중한다거나, 결말에만 함몰되지 않기때문에 충분히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만화뿐만이 아니라, TV프로그램, 영화, 소설, 음악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제한하지 않는 다는 점도 처음엔 경계가 되지만, 나중엔 이야기의 윤활유가 된다. 한 작품에 너무 깊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아쉬운점도 이쯤되면 장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나는, <코끼리뼈>를 통해 <거북이 춤추다>를 읽고 마음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이야기는 아는 이야기와 모르는 이야기가 적절히 섞어야 재밌다. 맞장구도 어느샌가 매너리즘에 빠지니깐.


의외였던점이 또 있는데, 그것은 권혁주, 꼬마비, 윤필 세 작가의 덕 토크는, 작품만 공통적일 뿐이지, 자신이 상상하는 인물, 이야기, 핵심주제 등이 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물론 애정도 와는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처음에는 <드래곤볼>에 관한 만화가 없는 것을 보고 페이지를 앞뒤로 몇번을 찾아봤다. 글을 다시 찬찬히 살펴보고 나서야 알게되었다. 아 이거, '세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평행하며 뻗어나갔구나.' 처음엔 그래도 약간 좀 아쉬웠다. (물론 지금도 약간...) 하지만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읽어나갈 수록, 이정도가 더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협점이 없는 지점의 상상을 애써 양보하지 않는 것. 그러니 이렇게 다양한 상상이 나오고, 다양한 시선이 나왔을 것이라 짐작한다. 지나고나니, 그런것들이 다양한 토크를 가능케하고, 다른 재미를 주었다.



나는 지금 어느 코끼리뼈를 들고있나


<코끼리뼈>에 언급된 여러 작품들을, 세 작가들이 각자 바라보는 시선과 시점이 각기 다르듯 내가 이 <코끼리뼈>를 바라보는 것 또한 그럴 것이다. 내가 이 <코끼리뼈>를 처음 만졌을 때는, 반가운 작품들에 관한 기대에 부풀어 흥미롭게 시작했고, 그들이 주인공과 메인스토리를 비껴나가 조연이나 서브플롯 등에 관심을 기울였을때 또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 하게 되었다. 내가 전혀 만져본 적 없는 부위의 뼈를 만졌을 때, 가능한 스스로 찾아보았고, 낯섬은 곧 덕심으로 탈바꿈했다. 그렇게 더듬어가던 <코끼리뼈>는 익숙했던 작품들을 새롭게 끼워맞추고, 그동안 보이지 않던 형태와, 미쳐 보지못했던 새로운 코끼리까지 덤으로 알게되었다. 그리고 또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은, 먼저 저 앞에서 코끼리뼈를 더듬어가던 작가들에 대해 또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작가님들에게 차마 '뼈' 나 '더듬어가는' 이라는 표현을 쓸수가 없네요;) 서로 일치하는 애정, 다른 관점 다른 시선에서 보여지는, 결국은 보여질 수 밖에 없는 작가들에 대해 (물론 이상한 의미가 아닌...) 작가들의 상상력에 대해 상상하는 것도 이 <코끼리뼈>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겉으로는 기존의 걸작과 괴작을 앞세우지만 말이다.


 (알고보니 얄팍한) 덕심을 믿고, 꼬마비 작가의 작품을 좀 좋아해서 시작한 것이 기존의 걸작들을 다른 시섬에서 바라봄을 넘어서, 숨은 걸작들을 발견하고 나아가 권혁주 작가의, 윤필 작가의, 꼬마비 작가의 작품들을 다시금 상상하게 했다.


 자신이 어떤 코끼리뼈의, 어느 부위를 갖고 시작하던간에 우리는 결국, 자신만의 코끼리를 상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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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그녀는 : 바닷마을 다이어리 6 바닷마을 다이어리 6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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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만화책을 구입했다. 4권까지 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최신작인 6권 -4월이 오면 그녀는- 까지 모아두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잊고 있던 오랜 친구에게 연락을 전하고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마주앉아서 이야기 듣는 기분. 이야기 속 인물들 한명 한명의 안부를 나는 그렇게, 천천히 묻고 있었다.


다시 1권부터 펼쳐들었다. 이미 모두 알고있는 내용이지만, 차근차근 천천히 읽어 나갔다. 알고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들, 알고있다고 생각한 인물들이 어딘지 이전의 기억과는 다르게 전해졌다. 이미 쓰여진 이야기, 그려진 이야기들은 그대로 일텐데, 아마 내가 변했나보다. 보이지 않던게 보이고,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들도 다른 시선에서 읽혔다. 좋은 작품이란 아마 이런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처음에 볼 수 없던 부분들이 보이는 것. 그렇게 섬세하고 사려깊게 그려진 이야기.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런 생각들이 두드러진건 아마, 끊임없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힘들어하고, 또 위태롭지만 결국은 그렇게 한 뼘 성장하는 인물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스럽지만 (결국) 어린 중학생인 ‘스즈’ 가 이끌어나가는 이야기는, 때론 어린 아이의 시선에서, 때론 어른의 시선에서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며, 소리없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철든 (것 같은) 이도, 철들지 않은 (것 같은) 이도 결국 그렇게 고민하고, 슬퍼하고, 또 즐거워하며, 비슷한 질량의 성장통을 겪고, 또 겪어가며 성장한다는 따스한 시선이 여기에 있다. 나는 이 <바닷마을 다이어리> 가 그래서 좋다. 누구의 모습도 소홀하지 않는 다는 태도에 대해. 아마 그 넉넉한 태도는 이야기가 끝날 때 까지 소중히 이어가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니 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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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오면 그녀는 : 바닷마을 다이어리 6 바닷마을 다이어리 6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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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 치우치지도, 현실에 함몰되지도 않는, 어딘가 위태롭지만 한뼘한뼘 자라나며 서로를 지탱해주는 인물들의 모습이 여전히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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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에 4권까지 있던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한꺼번에 두권이 더해졌다. 마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듯, 1권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 꼼꼼하게 읽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또 새롭게, 스쳐읽었던 인물들과 감정의 이야기가 또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직 읽지 못한 6권과, 5권이 더욱 설렌다.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졌을지도 궁금하다. 다시 읽는 시간들이 여전히 감동을 간직하고 있어서, 새로 읽을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더 잔뜩 부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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