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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수치심의 주요 목적은 순응하기를 강제하는 것이다.
순응은 꽤 문제가 있는 단어라고 본다. 줏대 없는 태도, 고분고분한 행동, 집단을 위한 개인의 희생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순응하는 집단의 관습에 결함이 있거나 부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페이지 12
비만, 약물중독, 빈곤, 외모 이 네가지 단어만 들어도 수치심이 몰려오는 경험을 한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난 또한 여러가지 면에서 수치심을 겪은 적이 있는데, 항상 나는 수치심을 당한 피해자이지 가해자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다. 저자는 우리들이 겪는 아주 일상적인 네가지 주제를 통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우리들을 이용해 정부나 정치인 또는 기업들이 어떤식으로 수치심을 악용하고 사업적으로 이용해왔는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우리는 특히 비만인을 보면서 “ 쯧쯧 게을러서 ”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치부한다. 나또한 비만까지는 아니더라도 몸무게가 불어났을때 내 자신을 자책하면서 채직찔하고 남자 동료들이 우스게 소리로 비하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큰소리 치지 못하며 남몰래 수치심이 생기곤 했다.
그래서 어릴적 우스개 소리로 살을 빼려면 연애대상에게 충격적 수치심을 받으면 저절로 된다는 이야기를 사실로 받아들이곤 했다.
하지만 저자는 비만을 개인의 노력이 아닌 유전자, 타고 난 몸의 생태로 받아들여서 그것을 수치심으로 연결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자신의 건강이며 그것이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이 아닌데 늘 의사나 주변 지인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개인의 노력으로 판단하며 수치심으로 내몬다고 말한다.
그 수치심을 이용한 다이어터 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TV 다이어터 프로그램에서도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살을 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의 노력이 아닌 시간안에 여러사람이 돌아가면서 한사람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몇년 후의 그들이 전보다 더 심하게 요요현상으로 인생 최대의 몸무게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고 말한다.
차근 차근 계획하지 않은 수치심을 이용한 개인의 희생에 따른 기간이 끝나며 실생활로 돌아간 그들은 옆에 운동파트너 ,식단 관리사, 지켜보는 눈이 없는 이상 힘들어짐을 보여준다.
그런 상황을 가지고 그것이 한개인의 노력의 실패로 또다른 수치심을 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약물중독, 빈곤, 외모들에 가해지는 수치심의 논리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던 개인의 문제가 아닌 환경적 ,유전전 요인을 가지고 개인들에게 큰 짐을 지우고 그들에게 수치심을 주면서 나는 안그러니까 라는 동조적인 움직임을 주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마시멜로 실험에 대한 이야기에 관점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됨을 알수 있었다.
오랜 전 우리나라 예능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했던 마시멜로 참기 실험을 통해 참을성과 미래 판단하는 것은 처음 부터 아주 잘못된 실험을 임을 이책을 통해 알수 있다.
의심스러운 과학에 근거한 이 자족적인 분석은 현상 유지를 도와주고 빈곤층에게 수치심을 불어넣는다.
그렇지만 마시멜로 실험의 결론은 더 엄밀한 연구로 무너졌다. 2018년에 연구자들이 이 실험을 열 배 규모로 실시하면서, 부모의 소득과 교육수준을 통제했다.
실험 결과,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집어 먹게 한 그 어떤 요인보다도 부모의 부와 교육 수준이 아이의 장지적인 성공과 훨씬 더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빈곤 - 가난한 자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중에서 페이지 109
이처럼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논리들과 생각들 그리고 오래전 알던 잘못된 지식들이 이책을 읽는 동안 낱낱이 부서진다. 약물중독자를 대하는 논리들, 일하지 않는 가난한자들을 도와서는 안된다는 논리, 인종차별을 역이용해 역차별이라고 논리들 , 그동안 어쩌면 쉽게 동조하고 나는 거기에 안들어가니까 빠져나왔으니까 라는 해이한 마음으로 수치심을 주는 행동들을 방관해왔음을 느끼게 되었다.
잘나가는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이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의 잘못이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는 정의로움이 아닌 사실은 그들이 수치심의 늪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맘에 동조하는 것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는 수치심이 나쁜쪽으로 더 악용안되기 위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가장 저변에는 개인이 가지는 “존엄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쩌면 정상적이고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다 실수한 누군가를 같이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 안타까워하면서 그들을 존엄하게 대하는 마음이 우리가 좀더 나쁜 사회로 가지 않는 기본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수치심 체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사람들 스스로가 모두 실수하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우리 주볌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지고 속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잘못 때문에 영원히 수치심의 늪에 갇혀야 하는가에 대해선 재고할 필요가 있다. 페이지 299 .
이책은 정말 우리시대에 혐오와 수치라는 개념을 몰이해하는 세대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다.
읽으면서 내가 가했던 수치심과 받았던 수치심을 기억하면서 돌이켜보니 받았던대로 다시 돌려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을 함께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내용들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