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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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회복 가능한 것에 너무 괴로워하지 마."
나는 딸에게 말했다. 그건 내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내일쯤은 생과 사의 거대한 담론은 잊어버리고 또 사소한 것들로스스로를 들들 볶아대겠지만

던 시절과 강화반닫이는 같은 것을 가리킬까 고달픈 현실에서도 그것들을 기를 쓰고 지킨 걸 후회하지는 않을까. 아이들의학교가 보이는 마지막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데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할머니가 강화반닫이를 지킨 것이 아니라 강화반닫이가 할머니의 삶을 지켰을지도 모르겠다고. 어쩌면 이토록 지리멸렬한 생을 흘러가게 하는 것은 무용하고 불가해한 것들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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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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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이 그렇게 싫어 어릴적 부터 부산을 떠나는 것이 꿈이 되어버린 내 자신이 보여서였기 때문일까 !!

“나는 바다를 닳아서”라는 제목에 끌려 주문하게 된 책이다. 바다이야기가 많을 것같은 나의 기대와 달리 그녀는 글 속에 바다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읽을수록 바다냄새가 난다. 비릿한 그 냄새 , 고향을 떠나 도시의 삶을 살아갈수록 그 바다냄새를 더욱 그리워하게 되는 고향의 냄새. 즐거운 추억이 아닌 징글징글한 슬픈 추억이 더 많이 깃든 그곳의 냄새와 바다가 갈수록 자꾸 그리워지는 이유를 이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


27편에 담긴 산문은 그녀가 만들어낸 생의 옹이 들이 어떻게 단단하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그녀 “다정한 슬픔”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 큰 공감이 된다. 


통영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죽음이후 생계를 짊어져야 했던 어머니의 술집으로 인해 자신보다 더 가난했던 노점상 아이들보다 더 못한 취급을 당하고 성장하여 도시로 떠났던 이야기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추억하는 눅눅해진 붕어빵에 설탕을 뿌려주었던 달콤한 위로 의 기억들에서 나도 아버지에 대한 좋았던 기억들과 만나게 한다. 


식어 눅눅해진 붕어빵을 달콤하게 바꾼 아버지의 하얀 설탕이 사실은 내 평생 써도 써도 남을 유산이라고 된 듯한 많은 날에 달콤한 위로가 되었다는 것을 아버지는 알까 . 아버지의 붕어빵은 내 삶의 단계마다 또다른 은유와 상징으로 나와 함께 자랐다. 이제 나는 오래 떠올리던 아이의 마음 대신 아버지의 마음을 더 자주 상상하는 어른이 되었다. 페이지 82 


가난했던 어린시절 , 성인되어 가족과 떠난 캐나다 이민에서 좌절과 가난 그리고 고통의 이야기들 쓰여져 있다. 그녀가 힘든 인생의 모든 시절에 만났던 사람과 삶의 태도들이 오롯이 전해온다. 단순히 내 인생이 얼마나 힘들었는데 라는 넋두리가 아닌 깊은 공감을 갖게 만드는 이유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담백하고 사실적인 문장들때문이다. 아름다운 미사여구도 대단한 사건 사고를 부풀리는 소설가적인 기법도 없는 자신의 인생을 기록한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겨울날 캐나다 눈위에서 차를 어쩌지 못하고 있을때 나타난 남자의 선의에 이방인으로 갖는 두려움과 의심을 넘어서 그남자가 오히려 눈을 대비하라고 삽까지 던져 주고 갔을 때 느꼈던 그녀의 감정들과 고마움이 담담한 그녀의 글을 통해 더 깊은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표출된다. 

우리는 뜻하지 않은 누군가의 도움과 선의를 오롯이 받아들이시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그녀처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뒤에 무엇이 있지 않나 의심한다. 그녀처럼 전혀 모르는 사람의 선의에 마주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선의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도 한다. 그런 우리들에게 그녀는 가슴으로 맞서라는 멋진 말을 선사한다.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쩜 논리가 아니라 용기일지도 몰라. 선의는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니 가슴으로 느끼는 게 맞을지도 몰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페이지 31. 


이렇듯 작은 일상들에서 느끼고 깨닫고 성장하는 마음들의 이야기들이 그녀의 글들속에 가득하다.

책속에는 많은 그녀의 상처와 고난들이 담겨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슬프지 않고 웃게 만드는 요소가 글의 중심과 말미에 자리잡고 있다. 슬픔을 마주하고 기쁨을 즐기고 세상의 모습을 담고 추억을 기억하는 그녀의 글들속에서 나도 나의 추억과 마주하며 이겨내고 있는 내자신에 대한 뿌뜻함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다. 남의 이야기에 나를 발견하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다정한 슬픔”이 주는 문장들의 효과를 느끼게 된다. 나의 고향 바다는 멀리 있지만 그녀가 늘 간직하고 있는 바다의 향기와 풍경들처럼 나의 바다도 늘 내곁에서 같이 파도 치고 있음을 .. 그것이 고향과 추억이 주는 단단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살아내는 일은 아프고 세상은 야속하지만 그래도 살 만하다. 개가 사람을 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개를 무는 낯선 이야기를 쓰라는 말도 더러 들었다. 그래도 나는 개가 사람을 무는 이야기밖에 쓸 수 없었다. 유난히 정직해서가 아니라 모르는 이야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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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 이야기 - 빛의 개념부터 시간여행까지, 세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양자역학 안내서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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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발견하면, 그것을 완벽하게이해할 정도로 자신이 똑똑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하지만 그런 일로 괴로워하지 말자. 솔직히 말해서 여러분이양자역학을 이상하고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지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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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문철승 지음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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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이 슬픔을 안고


삶이 자란다
어디선가 부르는 슬픈 소리 있어
무심결에 듣게 되는데


슬픔의 한 자리에서 리가 되면
기쁨 흔들리고
인생구름 저 높이
하늘 본다

삶이 자라다 보니
기쁜 가지엔 열매 익어
햇살 더욱 비추고


기쁨의 나무 고개 숙이면
슬픔도 주로
따라 웃는다

인생의 먹구름 뚫고
햇살 쏟아질 때
기쁨이 슬픔을 안고

하늘의 멜로디와
같이 춤춘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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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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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비되지 않는 시간이란, 낭비되지 않는 시간이란 가능한가. 

허비되고 낭비되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언어가 시간이다. 


문장에 소리가 있으면 좋겠다.

소리를 닮은 문장이 아닌, 소리가 들리는 듯한 문장이 아닌,

실제로 소리가 깃든 문장이 있으면 좋겠다. 


전용준 - 소설을 위한 낙서 중에서 - 페이지 126 


작가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들을 에세이나 짧은 형식의 단편소설등으로 엮은 글이다. 

작가로써 글을 써야 하는 무게감, 작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 혹은 자신의 작품을 쓰게 된 이유 등등 이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들의 생각하는 소설, 글은 만만치 않다. 자신의 깊은 영혼을 깨뜨려 쓰여진 글임을 모든 작가들의 이야기속에 담겨 있어 , 독자로서 그동안 쉽게 글을 판단했던 마음이 미안해졌다.

또한 글을 쓰는 세월동안 그들이 진짜 소설가로 받아들여지는 긴 시간을 생각하면 어쩌면 소설가가 된다는 것은 운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때는 운명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 않으면 괴로웠다 - 전성태 작가의 글처럼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건너야 작가라는 타이틀이 생기는 극한 직업임을 느꼈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재능에 대한 부러움, 그리고 그것을 이기고 진득하니 버티는 힘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운명같은 그들의 능력에 대한 질투가 생기는 것 같다. 


아는 작가도 모르는 작가 그들 23인의 다양한 글쓰기 이야기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기쁨은 한때 연말에 내놓는 옴니버스 영화 “ 러브 액츄얼리” 같은 행복함을 선사한다. 

글쓰기의 기쁨, 괴로움 ,운명, 자책 등 소설에 대한 작가 그들의 깊은 속내를 읽을 수 있는 잔치같은 책이다. 


연말에 무언가에 자책하거나 힘들어하고 있다면 또는 2023년에 대한 무언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 이들의 절절한 문장 속에서 팁을 얻을 지도 모르겠다. 


매일의 반복, 꼬빡꼬박의 힘은 무시할 것이 아니었다 - 김이설 작가의 문장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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