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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6월
평점 :
뇌종양 4기 , 감기가 아니었다.
뇌종양 판정을 받은 그날 오히려 남자는
이럴 때 인간은 뜻밖일 정도로 침착한 존재다.
내가 그때 맨 먼저 떠올린 것은 집 근처 마사지 숍 적립카드에 도장을 하나만 더 찍으면 무료 서비스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과, 화장실 휴지와 세제를 잔뜩 산 지 얼마 안 됐다 같은 시시한 생각들이었다. p. 13
라는 생각을 하며 죽음을 실제처럼 여기지 않은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알로하 셔츠에 반바지, 머리에 선글라스를 올려쓴 남자가 있다.
나 악마예요 . 당신은 내일 죽어요 . 라고 말한다.
너무 놀란 나에게 악마는
"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를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
라며 거래를 제안한다.
남자는 "애당초 이 세상은 하찮은 것들과 잡동사니로 넘쳐 흐른다" 생각에 거래를 흔쾐히 수락한다. 목욕탕의 곰팡이 처럼 하잖은 것부터 시작하려는 남자에게 악마는 없애는 것은 자기가 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러가지 고민끝에 정한 사라지는 목록들
-전화, 영화, 시계 , 고양이 그리고 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
어머니의 죽음이후 아버지를 원망하며 사람들과의 소통도 없이 지내던 남자는 세상에 사라질 것을 선택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서 사라지는 것들에 담긴 사연들을 하나씩 기억한다.
슬픈이야기같지만 알로하 셔츠를 입은 악마부터 , 사라지는 것들을 선택하는 순간과 상황들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등장까지 오히려 명랑쾌활하다.
그래서 읽으면서 그의 선택에 같이 고민하면서 같이 슬퍼하기보다 웃음지게 된다.
전화가 사라지면 좀 불편하겠네, 영화가 사라지면 드라마나 책이 있으니까 , 고양이가 사라지면 그순간 주인공 처럼 무너진다. 악마는 악마다. 그동안 무생물인 물건에 끝날 줄 알았더니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정, 추억이라는 존재를 건드린다. 그러니까 악마랑 함부로 거래하는 것 아니다.
고양이라는 존재가 생명이라는 것을 지나서 나의 모든 추억과 애정 그리고 살아갈 이유인 존재인데.. 남자에게는
그 존재가 사라진다면 ,그래서 결국 죽음을 선택하는 남자 .
그런 남자에게 악마는 이런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남자가 오히려 남들보다 운이 좋다고 말한다.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한 일상이었더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었어요.
그것만으로도 내가 찾아온 의미는 있었을지 모르지 .
p. 220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많은 물건들 그리고 그것을 가지기 위해 아둥바둥하는 우리 , 나에게 삶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나를 나타내는 것들이 주위에 얼마나 있는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세상에 내가 사라진다면 이라는 죽음에 대한 슬픈 이야기를 이토록 유쾌하면서 깊게 풀어가면서 마지막에는 나를 ,주위를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만들게 하는 힘이 있다.
슬프지 않아서 좋다. 아니 마지막의 슬픔이 좋다. 삶은 그런것이니까 . 마지막을 알지만 마지막이 어떻게 끝날 줄 모르는 것을 알기때문에 , 아마 이런 이야기가 더욱 맘을 쓸쓸히 그리고 깊이 파고드는 것 같다.
나답게 살았어야 했을 인생을 살아가지 못한 인생 .
이제껏 한 번도 나 다움을 발견하지 못한 인생.
무수한 실패와 후회. 이루지 못한 꿈, 만나고 싶었던 사람.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가고 싶었던 장소.
나는 어쨌든 그런 것들을 수없이 끌어안고 죽어간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나는 지금의 나로 좋다고 느낀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아니라 여기에 있길 잘했다고 지금은 느낀다.
p.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