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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이 문장이 울림은 1권을 다 읽어갈때쯤 느껴진다. 맨처음 읽을 때는 역사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지 않나 라는 비뚤린 시선에서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독립군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라때문에 징용이나 정신대에 끌려간것도 아닌 그들, 삶의 또다른 선택을 위해 자신들이 떠난 일본에서 힘든 삶에 역사까지 끌여들여야 하나?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감정은 파친코를 읽기전의 배경지식에 나온 것이 다분하다.
하지만 , 선자의 부모님 훈이와 양진의 삶에서 부터 그리고 나라를 빼앗긴것에 아무런 조치도 안한 양반들과 지식인들과 달리 그날 그날의 삶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일제시대의 서민들의 이야기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적에게 약탈당하거나 큰 재해를 입은 나라에서 늘 그렇듯이 노인이나 과부, 고아 같은 약자는 식민지가 된 반도에서 더없이 절박한 형편이어었다. 한 명이라도 더 먹일 수 있다면, 보리밥 한 그릇에 하루 종일 일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 천지였다. 페이지 17 .
이런 시대에 부산이 아니었던 영도 섬에서 하숙를 치며 사는 장애인 훈이와 양진 의 딸로 태어난 선자는 남들과 달리 가난했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하지만 그 사랑도 훈이가 갑작스런 병으로 죽고 엄마와 선자만 남으면서 생계에 매달리는 어려운 시절을 겪는다. 그때 생선중개상이며 부자인 한수의 등장, 일본인 앞에서도 당당한 한수에게 자꾸 눈길이 가던 선자는 그와 사람들 모르게 연애를 하며 꿈꾼다.
하지만 어느날 임신한 것을 말하자 한수는 자신은 이미 결혼했으며 아이가 셋이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결혼은 못하지만 선자와 아이는 책임지겠다고 한다. 하지만 선자는 이를 거절하고 하숙집에 일본에 가기위해 머무르던 목사 이삭과 결혼하여 일본으로 떠난다.
이삭은 선자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것을 알고 선자를 위해 선택한 결혼이지만 자신과 장모 양진만의 비밀로 하고 주위사람에게 알리지 않는다.
그렇게 도착한 일본에서 선자와 이삭은 조선사람들의 비참한 삶을 알게 된다. 돈이 있어도 좋은 집을 얻을 수 없고 직업 또한 제대로 고를 수 없으며 창씨개명을 하지 않으면 학교 또한 다닐 수 없는 현실을 맞닥들이게 된다.
이삭을 일본으로 부른 형 요셉과 경희의 집에서 같이 살게 된 선자는 영도에서 삶보다는 다소 만족스러워한다.
일은 고되지만 이삭의 사람과 경희가 주는 다정함에 조금씩 위안을 삼는다.
그렇게 몇년이 흘러 일본 생활에 적응할때쯤 갑작스럽게 이삭이 감옥에 끌려가고 그동안 두아들 노아와 모자수를 위해 경희와 함께 생계를 위해 김치를 만들어 시장에 팔기로 하면서 진짜 일본에서 고생스러운 삶이 시작된다.
1부에서 1910년부터 1953년 까지 시대적 배경에 따라 선자의 삶과 비교해 일제시대 ,일본의 전쟁패망, 한국의광복, 그리고 한국전쟁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일본의 패망직전 일본에 남아있던 한국인들의 처절한 삶, 인간취급을 받지 못하고 가축들과 같이 살면서 노동력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나마 선자는 한수라는 울타리안에서도 그 지경이었는데 진짜 생으로 일본에 남아있던 조선사람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 생각하니 끔찍하면서 안타깝고 분하다.
무언가 대단한 신념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던 그시대의 사람들에게 나라가 없는 민족이나 마찬가지 였던 그들의 삶의 처절함을 우리가 아니 내가 어찌 판단할 수 있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작가가 왜 선자가 주인공이며 , 그 곁에 경희나 요셉의 삶에 더 집중했는지, 또한 변절자, 기회주의자 처럼 보이는 한수의 삶에 후손인 우리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질것인가에 물음같았다.
역사가 저버린 그들의 삶을 이렇게 이민진 작가를 통해 그리고 애플 TV를 전세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알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지.. , 태어나면서 나라라는 울타리안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리고 현재 나라를 잃어버린 난민들 ,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차별속에서 견디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아서.
그래서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곁에 울고 있는 또다른 선자가 있을 수도 있음을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데 이 소설은 소문 낼만 했다. 인물묘사, 캐릭터의 정확함 , 역사적 상황과 사실들이 절절하게 다가왔다. 신파가 아닌 선자의 그 메마르고 굵어진 손가락 마디에서 전해져오는 강인함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