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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ㅣ 암실문고
브라이언 무어 지음, 고유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4월
평점 :
누군가의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해가 아닌 포기 일때가 많다. 그들만의 사정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문학작품에서 만나는 독특한 그,그녀들을 통해서 일것이다.
그녀의 추함은 뒤늦게 꽃피울 운명이었으니까, 처음에는 청춘이라는 꼴 사나운 미숙함에 가려져 있던 그 추함은 한창 젊을 때 못남의 싹을 틔웠고, 이제 40대초반의 성숙함을 통해 서서히 꽃을 피우는 중이었으며, 그러면서 오직 쇠락만이 가져다줄 수 있는 그윽하고도 화려한 결실을 기다리고 있었다. 겨울놀이를 하려는 열성마저 모조리 앗아가버릴 그 마지막 순간을 . 페이지 2
주인공 주디스 헌의 못생김을 이렇게 까지 그릴 줄이야 …
직업은 피아노 교습, 주거지는 싼 하숙집이다 .
이모를 오랫동안 간병하다가 교육도, 직업도 놓쳐버렸다. 거기에 연애까지 …
이야기는 주디스가 옮긴 하숙집의 탐색으로 부터 시작한다.
유쾌하고 말솜씨 좋은 하숙집 부인 옆에 돼지처럼 뚱뚱한 아들이 약간 눈에 거슬렸지만 나름 위치도 그외 다른 하숙생들을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모든 하숙생들이 모인 식당에서 하숙집 부인의 오빠 매든을 본순간 남들과 다른 분위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매든은 뉴욕에서 호텔도어맨으로 오랜 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인해 아일랜드인 고향으로 돌아와서 동생 하숙집에 머무르고 있다.
매든은 항상 미국과 아일랜드를 비교하면서 뉴욕생활을 자랑하지만 하숙집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주디스에게 공감하고 관심을 기울인다.
주디스는 나름대로 매든이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이 좋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그와 연애를 꿈꾸면서 점점 더 그를 좋아하게 된다. 주디스와 매든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같이 미사를 가는 등 순조롭게 이어가는데, 그것을 본 하숙집 주인 여자가 맘에 들어하지 않으며 주디스에게 약간 감정상하는 말을 한다.
그로 인해 한동안 참아왔던 주디스의 약점, 알코올을 참지 못하고 하숙방에서 정도를 넘은 양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주사를 부린다. 그리고 그다음날 하숙집 부인외 많은 사람들에게 핀잔을 듣고 그날 이후로 매든이 점점 자신을 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매든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주디스는 그동안 자신의 외로운 열정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주위사람들에게 이상한 행동을 하고 술을 맘껏 먹으며 급기야 자신이 믿는 종교, 성당, 신부님에게 까지 이상한 행동과 말들을 하기 시작하는데 …
주디스의 이상하고 외로운 열정을 지켜 보면서 답답하다기 보다는 연민과 동정이 더생겼다.
오랫동안 이모의 간병 그리고 소심한 자신의 성격 그리고 못생긴 외모 , 제대로 받지 못한 교육등으로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그녀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나는 그녀를 이상한 취급하기보다 오히려 걱정하게 되었다. 갈수록 술로 이성을 잃어가는 그녀의 행보에 주위사람들의 반응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이 때론 얼마나 편협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 같다.
암실문고 -서로 다른 색깔의 어둠을 하나씩 담아 서가에 꽃아 두는 작업 이라는 부재처럼 주디스의 빨간 열정이 점점 파국으로 치달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보게 된다.
거기에 주디스 헌의 열정만큼 그 주위에 등장하는 하숙집부인, 매든, 하숙집 아들 뚱보 브래드의 열정을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또한 주디스에게 중요한 종교의 한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성당장면이나 그곳의 신부들의 미사나 개인적생각이나 행동들을 보면서 내가 생각하는 종교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들을 들게 만든다.
삶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것이 아님을 이제는 조금 알아가는 것 같은데도 주디스헌 처럼 외로운 열정만 가득 주는 그런 삶이라면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그녀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나 또한 그녀를 손가락질 하고 무시하는 대열에 동참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안에 담긴 이야기속에는 우리의 외로운 열정에 대한 위로와 참회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