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엄숙한 얼굴 소설, 잇다 2
지하련.임솔아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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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두번째 시리즈 지하련과 임솔아 작가이다.

근대 여성들의 뛰어난 작품을 충분히 회자되지 못한 것을 발굴해 내어 그작품을 사랑받는 현대작가들이 새롭게 바라본다는 취지에서 만든 시리즈이다.


지하련은 시인 임화작가의 조력자이자 아내로 유명하여 그녀의 작품이 충분히 규명되지 못해고 현재에도 알려지기 어려워던 것은 월북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와있다.

지하련 작가의 작품속 화자인 누이와 아내 들이 그림의 배경이 아닌 주체적인 자아로서 가부장제 속에서도 자신의 의사와 신념을 확실히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잘 그려지면서 또한 작품속에서 “하이칼라“에 대한 비판의식의 글을 볼 수 있다. 


특히 이책에 실린 “ 제향초” 에 나오는 삼희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다. 시집가 병이 들어 요양차 친정에 오지만 주위의 너무 관심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 산호리에 사는 오라버니의 집으로 간다.

어릴적 가장 따르기도 했지만 최근에 불행한 일로 세상과 연을 끊고 산밑에서 나무와 짐승들을 기르며 산다. 그곳에 간 삼희는 오라버니를 보면서 어릴적 같은 시간을 보냈던 그 시절과 많이 다른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자신에게 비관적이면서 또는 편협하고 때론 선량한 오라버니를 보면서 산호리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그곳에서 태일이라는 오라버니 친구가 나타나고 그사람으로 인해 여러가지 이야기와 함께 오라버니의 속내를 조금씩 느끼게 된다. 

부유하게 자라서 자신의 노동을 해본적 없는 오라버니는 산골생활을 하면서 노동의 가치와 하이칼라에 대한 생각을 태일군을 통해 조금씩 생각하게 되고 그것으로 인해 삼희에게 가끔 대화를 하다 역정을 내곤 한다.  아픈 동생과 오라버니 , 제삼자  제법 엄숙한 얼굴을 한 태일 군이 나누는 대화속에서 식민지 시대와 계급사회에서 벗어나면서 겪는 지식인들의 고뇌가 약간 엿보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라버니와 삼희의 티격태격 대화 형식이 옛스러운 문체속에 담백하면서 직선적인 말투가 좋았다. 


자기가 일에 열중한다는 것은, 남의 간섭이나 침범을 거절하는 것이고, 또 이것이 생활태도라면, 거기엔 반드시 어떤 긍지가 있을 것 같애서요. 

페이지 66


사람이 누구에게나 , 무엇에나, 가장 성실해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그건 가장 성실할 수 없는 것을 안 순간이 아닐까 페이지 88 



소설 “ 가을 ”은 사랑이야기인데,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데 읽으면서도 확 다가서거나 드러나는 사랑이 아닌 머뭇머뭇 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사랑임을 느끼는 한 남자의 이야기같았다.

아내의 친한친구 정예, 아내 ,석재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통해 사랑이 닿을 수 없는 거리와 관계가 존재하며 그것을 멈출줄 알았던 주인공들의 이야기 아련히 전해오는 작품이었다.


그외의 다른 두편도 근대작품이지만 현대의 우리가 읽었던 그감정과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오면서 , 직설적이거나 급박하지 않은 잔잔한 언어사이에 깊은 울림과 애절함이 느껴졌다. 


지하련 작가의 작품을 리라이팅 한 임슬아 작가 “ 제법 엄숙한 얼굴”은 지하련 작가의 작품의 향기와는 다른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오롯이 그려내면서 지하련작가의 스타일을 향기나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특히 임화작가의 그늘에 가려졌던 지하련 작가의 시간을 안타까워하면서 쓴 에세이 또한 좋았다.


한명의 작가가 그늘에 가려진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지 못하는 독자에게 그늘은 함께 드리워진다. 한 편의 소설이나 시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쳐 그 사람이 현재의 시간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를 결정할 수도 있다 .  에세이 262페이지 중에서 


이처럼 잊혀진 , 아니 몰랐던 작가를 그려내는 소설, 잇다 시리즈에서 만날수 있는 근대 여성 작가 , 현대작가의 만남, 글이라서 가능한 그래서 더욱더 다르면서 같은 이야기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여정인 것 같다. 이 시리즈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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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 찬란하고 어두웠던 물리학의 시대 1900~1945
토비아스 휘터 지음, 배명자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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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누가 뭐라 해도 어렵다. 왜 어렵냐고 물으면 안 된다. 그냥 어려운 거다. 특히 물리학은 정말 어렵다. F=ma까지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양자가 등장하는 순간 물리학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어진다. 나도 그랬다.
이론이 어려우면 역사를 보게 되는 법. 하지만 과학사 책을 읽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개별 발견이 토막토막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서 깨달았다. 어려운 걸 이해하려면 진짜 이야기가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20세기 전반기의 물리학사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로 풀어냈다.
저자는 과학자의 사생활을 들추면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과학을 떠나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재밌는 것을 모두 빼고보면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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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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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라.
 나무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나? 
소나무의 영혼은? 
흑연의 중얼거림은? 
페이지 13 


모든 사물의 소리를 듣게 된 소년이 있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화장장에서 들었던 아버지의 목소리로부터 주위의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식탁, 벽, 운동화, 그리고 베니의 이야기를 하는 책의 소리까지도 .. 

베니는 모든 사물들의 소리에서 고통을 당하지만 엄마에게는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엄마도 세상과의 단절한 채 미쳐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집에 점점 쌓이는 쓰레기, 살이 점점 쪄가는 엄마의 겉모습부터 아직도 베니를 아기 다루듯 하는 말투까지 


그러던 어느 날 수업 시간에 가위가 베니에게 어김없이 말을 건넨다. 가위는 폴리 선생님을 욕하면서 너에게 위선적이라는 둥, 그러니 가위를 들고 선생님을 찔러 버리라고 말한다.
베니는 참다못해 자신의 다리를 가위로 찔러버린다. 그 일로 인해 병원에 실려가고, 엄마와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신 소아 병동에 일주일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사물의 소리를 듣고, 선생님을 찌른 것이 새로 가게 된 고등학교에 알려져 퇴원 후 등교하면서 자연스럽게 전교의 왕따가 되어버린다.
베니는 엄마의 이메일을 위조하여 학교를 안 가고 도서관을 가게 된다. 도서관에서 매일 서가를 돌아다니며 책들을 둘러보고 읽고 하는 동안은 사물의 시끄러움이 덜해짐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정신병원에서 잠깐 동경했던 소녀, 알레프를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거리의 부랑자 B 맨을 만나게 된다. 알레프와 B 맨을 통해 도서관의 비밀 장소와 제본소에 얽힌 신비스러운 이야기를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베니는 자신이 사물의 소리로 인해 고통받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자 B맨은 걱정할 거 없다며, 자신도 소리를 듣는다고 하며 베니에게 모든 소리에 물어보라고 말한다. 

너는 진짜니 ?
라고 그러면 진짜 소리들과 가짜 소리를 구분할 힘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이메일 조작으로 학교를 한 달째 안 가던 베니는 가출사건과 제본소에 상처로 인해 엄마가 교장선생과 통화하면서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학교로 돌아간 이후 얼마 후 알레프와 B 맨 과도 연락이 되지 않고 정신과 치료와 엄마의 간섭으로 점점 힘들어 하게 되는데 … 

이 책은 갑작스러운 상실의 슬픔을 겪게 된 베니와 애너벨이 겪는 아픔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신파적 상황과 묘사가 아닌 독특한 방법으로 그들을 슬픔을 담담히 그려낸 작품이다. 
아들 베니에게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계기가 되어 모든 사물들의 소리가 들리는데, 주위에서는 소년을 정신병 취급하고 그 소년을 위로하고 이해하는 사람들도 정작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들인 부랑자와 가출 소녀이다. 또한 사물의 소리를 통해 판타지적이며 신비로운 이야기로 전환하고 때론 유령이라는 미스터리 한 부분까지 가미하면서 베니의 성장에 집중하게 된다. 

또한 엄마 애너벨의 상실 다루는 방식도 남편 상실 뒤에 경제적 고통과 함께 사랑의 상실에 허덕이는 여자의 삶을 로맨스, 미스터리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 묘사했다.


베니를 위해 살아야 하는 엄마 애너벨이지만 상실의 고통으로 넋을 잃고 산다. 베니의 우유를 사러 슈퍼마켓에 가서 중고매장에 들려 쓸데없는 찻주전자를 사던 그날, 그녀의 쇼핑카트에 (정리의 마법)이라는 책이 떨어지면서 그녀의 삶도 생각도 달라지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이 책의 재미는 베니와 책이 나누는 대화가 주는 문장의 깊이와 물음들에서 이야기를 멈추고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주는 그런 매력이 있다. 또한 베니와 애너 밸 이 만나는 책들을 중심으로 책 속의 책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이름을 딴 알레프, 발터 벤야민의 책을 인용한 문장을 이야기하는 알레프 등등, 그리고 도서관과 책 이야기들이 두 모자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700페이지 가깝지만 읽는 동안 끊이지 않는 숨은 이야기들에 감동하고 베니가 듣는 소리와 애너밸의 상심에서 나오는 소리에 점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 우리의 삶에 필요한 철학과 그리고 현시대의 환경과 사회문제까지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생동감 있는 이야기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올해 최고의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러므로 책이 건네는 베니와 애너벨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 


 남는 것은 이 이야기뿐이다. 


이야기는 당신네 사람들이 숨 쉬는 공기이고 당신들이 헤엄치는 바다이며, 

우리 책들은 해안가에서 당신들의 해류와 조류를 유도하고 억제하는 갯바위들이다. 
비록 아무도 읽어 줄 사람이 없다 해도,
책은 항상 마지막 말을 한다.  

페이지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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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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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말로 그게 다일까? 우리 책들은 아니라고, 그 이야기는그저 인간의 날것의 경험에서 버려진 부산물만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의 날것의 경험이다. 물고기는 그것이 물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물에서 헤엄친다. 새는 그것이 공기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공기 속에서 날아다닌다. 이야기는 당신네 사람들이숨 쉬는 공기이고 당신들이 헤엄치는 바다이며, 우리 책들은 해안가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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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불가능 사건집 샘 호손 박사의 불가능 사건집
에드워드 D. 호크 지음, 김예진 옮김 / GCBooks(GC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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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위 배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두 부부,
팔각형 밀실에서 갑자기 나타난 시체,
상처 없이 심장에서 탄환이 발견돼 죽은 남자,
아무도 없는 등대에서 칼에 찔린 채 떨어진 산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샘 호손 박사의 두 번째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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