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쇠가 싫은 이유는 제찌함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나는 구두쇠가 아니다. 그래봤자 돈이지 않은가. 하지만 인색한 사람을 만나면 내 안에 깊숙이 파묻혀 있던구두쇠 기질이 꿈틀꿈틀 똬리를 풀고 표면 위로 고개를쳐든다. 나는 스스로를 추하고 좀스러운 인간이라고 여긴다. 괴롭게도 이런 나조차 째째함의 전염은 피할 수없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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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 삶의 무기가 되는 책읽기의 쓸모
김애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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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삶에서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 것이 몇 개 있는데 그중 가장 확실한 게 바로 책이더라고요. 읽은 시간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받아요."
책을 읽는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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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작아져선나, 생각보다 가볍지 ? 한다그럼, 가볍지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그러니 가벼울 수밖에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 천양희, 오래된 농담] *

회화나무 그늘 몇 평 받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아내가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합환수 가지 끝을 보다.
신혼의 첫밤을 기억해낸
늙은 남편이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그늘보다 몇 평이나 뚱뚱해져선
나, 생각보다 무겁지? 한다.
그럼, 무겁지
머리는 돌이지 얼굴은 철판이지 간은 부었지
그러니 무거울 수밖에
굵은 주름이 나이테보다 깊어 보였다.


굴참나무 열매 몇 되 얻으려고
언덕길을 오르다 늙은 남편이
깊은 숨 몰아쉬며 업어달라 조른다.
열매 가득한 나무 끝을 보다
자식농사 풍성하던 그날을 기억해낸
늙은 아내가 마지못해 업는다
나무열매보다 몇 알이나 작아져선
나, 생각보다 가볍지 ? 한다
그럼, 가볍지
머리는 비었지 허파엔 바람 들어갔지 양심은 없지
그러니 가벼울 수밖에
두 눈이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처럼 더 흔들려 보였다.
농담이 나무그늘보다 더더 깊고 서늘했다.

- 천양희, 오래된 농담] *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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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동아일보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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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대학이 나한테 위임한 권위를 남용했을 뿐만 아니라, 고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음을 무조건 인정한다. 나는 양쪽 모두에게 충심으로 사과하고 어떤 벌이든지 달게 받겠다."
"어떤 벌이든지?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해하기론, 자네를 해고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아마 자네한테 휴직을 권고하게 될 거야. 결국 자네가 강의에 복귀하는 것은자네나 학장이나 학과장한테 달려 있겠지."
"그거야? 그럴 계획이란 말이지?"
"내가 이해하기론 그래. 만약 자네가 이 성명서에 동의를 하면, 그것으로 제재완화를 탄원하는 게 되고, 총장은 그런 뜻으로 그것을 받아들일 용의가 있어."
"무슨 뜻으로?"
"사과의 뜻."
마나스, 우리는 어제 참회에 대해서 얘기했어. 나는 내가 생각하는 바를 얘기했어.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나는 학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출두했어. 나는 세속적인 위원회 앞에서세속적인 유죄를 인정했어. 유죄 인정만으로 충분해야 해, 참회는 여기서도 아니고 저기서도 아니야. 참회는 다른 세계, 담론의 다른 세상에 속하는 거야." - P89

"그 광경에는 너무나 천박한 어떤 게 있었다. 나는 그것이 절망스러웠다. 개가 슬리퍼를 깨물면 벌을 줘도 좋아. 하지만 욕망은 다른얘기지. 어떤 동물도 본능을 따랐다는 것 때문에 벌받는 걸 이해하지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컷은 제지받지 않고 본능을 따라야 하나요? 그게 도덕인가요?"
"아니, 그것은 도덕이 아니지. 케닐워스에서 본 그 광경이 천박했던 것은 그 불쌍한 개가 자기 본질을 증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개는 더 이상 때릴 필요가 없었어. 스스로를 벌할 준비가 돼 있었던 거지. 총으로 쏴 죽이는 것이 더 나았을 거야."
"혹은 그것을 고쳐놓든가요."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개는 마음 속 깊이, 총에 맞아죽는 걸 선호했을지 모른다. 본능을 거부당하는 쪽과 거실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니다가 한숨을 쉬고 고양이 냄새나 맡으며 살이피둥피둥 쳐가는 쪽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개는총에 맞아죽는 걸 택했을 거라는 말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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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책임 - 한홍구 역사논설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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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은 사라졌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책 6부에서 비판한 내용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바라는 대중들은 그어느 때보다도 우리 주변에 널려 있지만, 대중들이 마음을 실을 곳이 없는 형편이다. 해방 후의 역사만 보더라도 세월호보다 더 끔찍하고 광범위한 참사를 당한 것이 여러 번이었다. 대통령이라는 자가 다리 끊고 도망가고 선장이라는 자가 혼자서속옷 바람으로 도망쳐도, 기관장, 항해사, 갑판장 등속이 다무책임하게 도망쳐도 대한민국호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시민 대중들이 간직한 숨은 복원력 때문이다. 믿을 것은 우리 자신밖에, 우리 자신들이 만들어온 역사밖에 없다. 호흡을 길게 가져야 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 아마 백 번도 훨씬넘게 강연을 다니면서 세월호 사건의 역사적 뿌리에 대해, 세월호 사건을 통해 본 한국 현대사에 대해 목이 터져라 외치고다녔던 말로 머리말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가 믿을 것은 우리자신에 내재한 이 복원력밖에 없다. 더 이상 대한민국호를 책임지지 않는 자들,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자들에게 맡겨둘 수 없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간직한 이들이움직여야 한다. 역사는 책임지는 사람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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