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의 폭발적인 원자력 시대 스릴러
제이다 유안 지음, 김민성 옮김, 크리스토퍼 놀란 서문 / 아르누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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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생각한 것들에 대해

상대방과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감독과,

이런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질문할 줄 알고 

책으로 남길 수 있는 저자가 있다는 사실이

책장을 넘기며 행복하게 만든다.


오펜하이머라는 영화 자체는,

내겐 테넷이란 영화로 망한거 같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흡사 재기해 돌아온 작품 같았다, 

물론 이번 작품 이전에도 몇 편의 영화는 있었지만.

이전의 몇몇 너무 난해하거나 실험적인 영화들이 아닌

어느 정도 보통의 관객들을 위한

상호 소통되는 수준의 느낌을 주는 영화라 반가웠고,

그러면서도 그만이 가진 특유의

세상보는 눈은 너무 관객에 맞추지 않고

잘 담겨있기에 좋을 수 밖에 없던 작품이 됐다.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러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한 점은,

단순히 이색적이기 보다 오히려

이질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조연진이 화려했던 이 영화.

그런 느낌들에 대해서도 이 책에선

감독의 시선으로 설명되어 있는데,

감독 스스로도 그런 점들을 짧게 언급하면서

유명 배우들의 조연출연 느낌 각각을 언급하기 보단

이 정도의 배우들이 조연으로 주연을 받치면서

자신을 덜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극흐름은 살려 보여줄 수 있는 

그런 완급력을 가진 자체가,

이들이 여기선 분명 조연이지만

주연으로써 활동하는 내공처럼 설명해 주었다.


아트북인 이 책은

영화의 한장면을 그대로 사진으로 담은 책이 아닌,

촬영 중 존재했던 세트들의 제작과정이나

관객이 필름으로만 봤던 앵글들의 

밖에서 보는 시점으로 그 장면들을 담아,

또다른 영화 한편의 탄생처럼 

오펜하이머의 장면들 속 촬영현장들을 담고 있다.


여기에, 주연배우 뿐만이 아닌 

중요 인물들을 맡은 배우들 각각의 프로필들과

왜 그들이 그 배역을 맡게 됐는지도 설명해 놓았다.

그러니, 그냥 사진 위주로 흝어보고 

사진첩처럼만 읽게 되는 책이 아닌,

글로 담긴 내용들의 풍부함에 

오히려 놀랄 수 있는 구성의 책일 수 있다.


또 이 바닥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이란 감독이 가진

공인된 파워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많았는데,

배우 캐스팅을 위해 

리딩 테스트라던지 오디션 등을 보는 과정은

오펜하이머의 배우들을 뽑을 때도 있었는데,

한번도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 왔다는 한 배우는

사비를 들여 테스트를 받으러 오고 

리딩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왔다는 얘기나,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감독이 같이하고 싶어한다는 그 말 한마디에

모두가 그냥 오케이 사인을 냈다는 에피소드를 들을 땐,

배우로써의 소신이었을지 모를 어떤 고집이나 일관성도

자기 일생에 다시 없을 작품에 

초이스 되고 싶은 경쟁라인 앞의 한 지원자로써

마치 사회 초년생처럼 적극적이게 될 수 있는 그 분위기는,

한국사회가 아닌 미국 영화계 안에서 

그런 걸 느껴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을 책 속에선 크리스라고 부르는데,

크리스가 배우를 선택하고 바라보는 시점은

영화 한편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가상세상 속 인물들을 단순 창조하는게 아니라

실제 연기할 사람들의 면면을

하나하나 퍼즐맞추기 식으로

배역 이외의 요소로 중요하게 간주하며,

역할 자체만 잘 해내면 되는 식이 아닌

그 사람 본연의 성격과 품성이

역할에 자연스럽게 배어나 올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있었다.

매우 깊게 관찰하고 

실제를 가상에 반영하려 한다는 걸 알게 되던 이야기들.

단순 영화를 만드는 감독같지 않았고,

회사를 경영하는 사장이나

군대를 지휘하는 통솔자 같기도 했다.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봐야 

같이 하는 작업에 시너지가 나온다는 마인드.

꼭 필요한 인재를 뽑을 줄 아는 

심미안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겐

연출만큼 중요한 요소란 것도 깨달았다.


영화를 DVD나 블루레이로 사는 사람들은

본편 자체도 보려 사지만,

감독과 배우의 코멘터리를 들으려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 책의 구성은 글로 담겨진 

한편의 코멘터리의 외형을 갖추기도 한 책이라,

그런 취향의 사람들에게도 

읽고 싶고 알고 싶을만한 

사진들과 내용들을 담았다 본다.


주인공이었던 길리언 머피...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으로 선택도니 이유와

그가 한 연기 부분에 관해서도,

매우 인상적인 크리스의 소견이 담겨있다.


당연히 모든게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해서 선택했지만

그만이 지닌 독특한 눈빛은

이 역할에 적격이라 초반부터 생각했다 하면서,

그를 단순히 주연이라 치켜 세워주는 말들이 아닌

주연보다 오히려 커리어 면에서 화려했던 조연들이

오펜하이머란 서사를 위해

자신의 도드라짐을 내려놓고

길리언 머피를 위해 밝혀주는 배경처럼 

스스로의 힘을 강약조절할 줄 아는

그런 모습을 감독으로써 안다는

그런 평가 또한 매우 신선했다.


단순히 사진만으로 읽는 책이 아닌

글로써도 진짜 읽을게 많은 책이니,

소장하기 아깝지 않을 가치는

분명히 지녔다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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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걱정이 너무 많아 - 삶의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좋은 심리 습관
이선경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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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노멀한 책제목이기도 해서,

내용 또한 심리학을 아는 이의 

에세이 정도일거란 착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상

매우 폭넓게 여러 이론들도 다루고 있고

지면의 한계상 아주 상세하진 않지만

이론들의 의도나 가치 등은

오히려 매우 쉽게 풀어놔

읽는 맛이 큰 책이라 평하고 싶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게 쓰여진 게

가장 큰 장점 같다고 느껴질 때도 많았다.


하지만, 전체내용을 다 읽고보니,

높은 수준의 이론을 다룬 책보다 

이 책이 가진 이런 흐름이 

훨씬 실천 가능한 방법들을 알려준 단 생각과

색다른 깨달음도 줄 수 있겠구나란 생각이

강하게 들어왔다.


책내용은 단순한 지식적 내용이 아닌

그걸 설명해가는 방법에 장점이 있는 책으로,

같은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기에

이 저자만의 내러티브로 설명해내는

여러 심리포인트들과

해당 상황들의 부드러운 매칭이 잘 된

좋은 책이라 보면 좋겠다.


걱정과 불안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는 것도

대중서적으로 확실히 좋은 구성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저자의 글솜씨가 좋다는 예를 

어떻게 들어보는게 좋을까?


저자도 불안이나 걱정을 덜기 위해

현출해내는 일기를 써본다던지

감사와 정리의 글을 써보는게 좋다는 조언들을 한다.

쉽게 일반 심리서적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내용들.

하지만 그런 명제가 확 와닿는

구체적인 예는 책들마다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도 등장하는 이런 명제들에 관해

실천요청을 받은 어떤 이의 반문 속엔,

자신은 고마워 할 일도 없고

딱히 감사인사를 받은 일도 없기에

그런 날의 반복인 자기는

쓸 감사일기란 없다고 되묻는다.


이런 반문엔 분명 일리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해보라는 식의 겉핥기 조언이 아닌

감사의 종류가 다양할 수 있다는 예들로써

당신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예시로 든 문장들을 보며

감사란게 어떤 식으로도 가능할지

각자의 상식을 조금은 넘을 필요가 있음을 배울 수 있겠다.


'더 잘하고 싶어하는 걱정의 단초가 된 그 마음을 

발견할 수 있었던 스스로에게 감사'

'걱정이 나를 성장시켜준 것도 있음에

걱정의 존재함을 느낄 수 있는 것에도 감사'

'활발하게 걱정하고 있는 나를 보니 

뇌가 건강은 한거 같기에 그것에 감사'


진짜 감사의 정점은 다음의 마무리 문장이였다.


'조금 억지스러운 감사를 하고 있다 느껴지지만,

그걸 느낄 수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해 낸 

자신의 명석한 두뇌와 지혜로운 관점에 감사!'


조금은 말장난 같다 여긴다면

책내용 전체를 읽고 이해해 보면 어떨까?

많은 부분에서 억지는 전혀 없으니.


끝으로, 또다른 책내용을 소개해 본다.

현실의 자신의 상황이 버거울 때

그것이 극복 불능이 아닌

현재의 무기력만 만드는 정도의 일이라면,

한번쯤 '1년 후 자신'이 지금의 나를 봐 보라는 조언.


이 조언도 어찌보면 쉽고

누구나 알만한 얘기 같겠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매우 뛰어난 발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든 걱정과 불안은

현재의 내가

과거를 보거나, 미래를 지념하거나

현재를 분석하며 발생하지 않은가?

그런데, A라는 나로부터 B를 향한 출발이 아닌

B라는 미지의 공간에서 현재 A라는 지점 속

나를 이해해 볼 수 있는 의식의 전환을 가능케 하니까.


쉽게 읽히게 많은 내용을 담았고

느껴볼 이슈들은 굉장히 많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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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 -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의 슬로우 에이징 프로젝트
안중호 외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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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나보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 노화의 기준은

기간이 아닌 시점에 있었다는 것부터 느끼게 됐기에.

노년이 되야 노화가 아닌

어찌보면 20살보다는 25살이 노화의 단계고

30살보다는 40살이 노화의 단계가 아닌, 

왕성한 세포분열 시기가 아니라면

모두가 노화의 단계에 있다고 보여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화만을 다룬다기 보다는

노화로 인한 각 신체부위의 문제점들과

보편적인 문제점들까지 함께 다루고 있기에,

전체적인 의학상식을 배워볼 수 있는 책이다.

거기에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들이

해당 과마다 진료하는 신체부위나 질환을 말하기에,

한명이 아닌 다양한 의사들의

저마다의 건강을 바라보는 기준을 느껴볼 수 있는 것도

매우 큰 장점이 될 책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내용으론,

아산 대학병원 내 중요 진료들 선생들이

각자 다루는 신체기관들이 주인공인 책이다.

사실, 각 기관들마다의 해당 의사들이 썼으니

관련 질환을 목차로 간주해도 좋겠으나,

목차자체는 다음과 같이 기관 위주로 추려져 있다.


뇌, 입안, 소화기관, 얼굴, 피부,

눈, 귀, 무릎, 전립선.


이와 별개로 이렇게 다루기 어려운 부분들은

좀더 서술적으로 느껴지는 목차들로 실렸다.


갱년기, 얼굴,

식단, 변비,

정신, 운동.


단 하나,

암만은 병명으로써

모든 내용 중 첫번째로 실려져 있다.


가족 중에 잠을 잘 못자는 걸

큰 스트레스로 여기는 분이 있다.

여러 내용이 있는 책이지만

불면을 지켜보는 제3자로써 

본인 스스로 그걸 바라보는 관점이나

다뤄가는 방식에서 문제점이라

할 만한 것을 느꼈었는데,

이 책 속 '수면'이란 큰 카테고리 안엔

수면제에 관한 부분이 따로 있기에 그걸 읽으며,

불면증을 수면제로 접근할 땐

잠이 안와 수면제를 먹는 단순한 구조가 아닌

매우 섬세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 알게됐고,

가능하다면 불면을 바라보는 본인의 자세는 

매우 담대하고 허술하다 느낄 정도로

무심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느껴졌다.


수면제는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입면, 즉 잠이 쉽게 들지 않는 경우와

도중 잠이 쉽게 깨는 케이스 둘로.

그 중 입면에 불편함이 있다면 

그건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을 쓰고,

잠 중간에 깨는 문제는

항히스타민 기전의 수면제로 다룬다.

이 중 항히스타민 계통은 이름상

간혹 감기약 처방시 졸릴 수 있는

그 약효과와도 비슷할 거 같았다.

감기약에선 이게 부작용으로 취급되지만 말이다.


이런 구분이 중요한 건,

다들 잠이 잘 안온다라는 증세를

단순하게 의사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사실 어떤 불편함이냐로 위처럼 세분해 봤을 때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제가 

반드시 구분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사실 가장 중요한 논점은

과연 수면제가 꼭 필요한가의 여부였다.

잠을 너무 자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 잠이 아닌 약효에 기댄 잠이라도

그 약이 부작용을 준다 하더라도

무조건 기대고 싶은 사람도 있을테고,

잠을 못자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그 불편함을 감수할 의지도 있으며

잠에 대한 관점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잠을 잘 자고 싶은 조바심을 내려놓고

불편함을 감수한 치료과정도

분명히 택해볼 수 있는 선택지라 설명한다.


죽어도 안오는 잠을 자고야 말겠다는 

강박식의 사고는 어쩌면 

수면사이클의 이상증세와는 별개로

조금 다르게 인지하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면서

반드시 불면과 함께 다뤄져야 할 

인지적인 부분이란 것도 느껴봤다.


운동부분은 와이드 스쿼트 위주의 설명과

관절염 초기 증세로 무릎을 잘 못펴는 증상의 

완화 방법들도 실려있고,

구강건강에 대해서는

잇몸이 소실됨으로써 피치 못하게

임플란트를 제거해야 될 수도 있음도 소개했다.


노화.

누구나 피할 순 없지만 모두들 인지하고 살까?

사람이 죽을 운명임을 매일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을거 같다.

그래도 노화는 관리에 대상이란 건

확실히 이 책을 통해 느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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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생의 마지막이라면 - 청년 아우렐리우스의 제안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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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책을 읽은 게

내 기억이 맞다면 이번으로 3권째다.

아쉽게, 가장 히트작인 '미움받을 용기'는 읽지 못했다.

히트작을 건너 뛴 채,

그의 이후 책들을 몇권 읽어 오면서

2권째 까지는 긴가민가 싶던 

이 저자만의 느낌이 이번 책을 통해 

조금 확실해 짐도 느껴봤다.


이번 책은 로마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일부내용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다.

명상록 전문은 아니기에 

해설이라고 하기엔 빠진 부분은 있어도,

저자 본인이 중요하다 싶고 추억이 있는 대목들을

발췌해 내용들을 본인의 철학으로 설명해 봄으로써

몇몇 강한 주제들로 공감대를 만들었다.


원전의 저자인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역사적 인물로써 배경은 들은바 있으나,

기시미 이치로 개인의 지나온 과거 기억들과

2000년 전 시대의 로마황제의 고뇌들이

오버랩 해서 풀이되니 독자입장에선

전해지는 느낌들은 매우 새로울 수 밖에 없고.


황제의 글이 원문이고

저자의 해석이 주석처럼 따라 붙는데,

시대를 달리한 2명의 생각은

독자에게 한 덩어리처럼 몰려온다.

묵직한 주제를 계속 던지지만

그 숙제가 버겁게는 전혀 안 느껴진다.

'나도 그러했으니

너도 그러하리라'는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하는 기분이었으니까.


책에서 보면

로마의 이 황제의 인품이나 사고방식은

흡사 한국의 세종대왕도 생각나게 한다.

하나 달랐다면,

아우렐리우스는 직접 전쟁에도 출전했던 왕이라는 점과

본래 왕족으로 태어나 물려받은 지위가 아니였다는 점 정도 같다.

그정도로 호전적이거나 정치적인 카리스마 보다는

타고난 지성의 힘으로 타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시대를 달리한 비슷한 성정의 2명의 왕이란 생각.


아우렐리우스는 38살에 왕에 올라

59세에 죽었으니 21년간 왕으로 살았다.

그동안 그가 겪은 사실 자체들이 아닌

그로 인한 사유들이 '명상록'이란 책으로 남았는데,

저자가 실은 이 책 원제에 대한 설명을 보면

그냥 제목 없는 개인 메모장에 가까웠던 기록이

워낙 오래 쓰고 모으다 보니 책이 되었고

1권이 아닌 10권을 넘어서는 양이 되서

오늘날에는 '명상록'이란 저작물처럼 됐지만,

소실되지 않은 것도 기적이고

이 책이 거의 현대에 와서야 대중적이 됐다고도 설명한다.

 

내용을 보면 숙연한 부분들이 무척 많다.

그 숙연한 부분들을 공감하고 이해하기 위해선

이 책을 통한 큰 지혜를 이해하는 태도가 아닌, 

이 책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들게 한다.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어서

많은 부분 공감가 감사할 수 있는 태도로.


책의 한 구절에서,


분노, 비난, 가르치려는 마음 등

정념에 대한 다스림이 가능해지기 위해선

탓도 하지 말고 본인 포함 누구나 

그 싫어하는 이유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건 '표상'으로써만 대하는 의지에서만 가능하다.

그리스어로 '선하게'란

단순 착하게란 뜻이 아닌

나를 잘 지키며 살라는 뜻이라 설명하며,

살다보면 누구나가 악할 수도 선할 수도 있음에

매번의 상황 모두를 분석하듯 살지 말라 조언한다.

하물며, 신을 논한 어떤 글의 인용에선

'신은 선하다, 그러나 전능하진 않다'란

그 말 한마디로 많은 걸 설명해 낸다.

불합리하다 여길 인간사 속 각종 시시비비들,

신도 다 바로잡을 수 없는 일들이라 하지 않는가?


기시미 이치로는 독자만이 아닌

자신을 위해 책으로써도 

자신의 책을 쓰고 남기고 싶어해 보인다.

이 책도, 이 이전의 책들에서도

독자로써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상당부분 자성(自省)의 도구들처럼 

그의 책들이 다가오기도 했다.


굉장히 잘 쓴 내용들이며,

대중적인 책으로만 보기엔 

내용이 상당히 깊다.

모든 문장들이 쉽게 읽혀지기에 

읽기 나가는 그 자체는 쉽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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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당신보다 더 잘 안다 - 숲속 현자의 내맡김 수업
마이클 A. 싱어 지음, 이균형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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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책을 읽고는 각자 스스로에게, 

무엇을 알게 되었고 

무엇은 자신에게 어떻게 해석됐는지

내면의 기록을 남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일단 허락하지 않는다.

텍스트를 읽고 바로 알았다고 할 

그런 내용들이 실려있지 않아서다.

시도해 봐야하고 시간이 필요하며

그 이후 결과를 알 수 있는 단계가 남았기 때문에. 

그냥 읽고 그치는 책이 아니라

알았다면 그 흐름대로 자신의 길을 

가보는 것까지가 이 책의 완성이다.

그게 성공하게 된다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삼스카라의 층들은

자신이 바꿔놓게 될 것이고.


그렇기에 난 이 책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 시도해보려 한다.

책이 알려준 편하고 바른 방법으로.

남은 실행은 내 몫이 됐고

지금은 이해한 느낌들을 다른 독자들을 위해

편안하게 이야기 해보려 한다.

 

책에서 마이클 싱어는 

자신만의 영성을 찾는 법을 알려주려 한다.

여기서의 영성은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다.

다만 그 맥락은 같이 할 수 있다.

이건 찾는다는 느낌의 접근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만들거나 새롭게 깨우치는게 아닌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나여서다.

누구나 자신 안엔 참자기가 있어 

모두가 각자의 영성을 지녔으나,

삶에서 자신만의 인식체계를 만들어 왔고

사람간의 부댓낌을 경험하며

잊지 못할 추억이나 상처들을 만들어 오면서

하나둘 자신만의 삼스카라가 채워진 

해당 층이 지어진 삶의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저자는 이렇게 만들어진 내면은 

일종의 '가상현실'로 비유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자신이 경험한 바를 해석하여

자신 안에 각인시켜 이룩한

하나의 견고한 세계여서다.

그럼 이 틀들은 부숴야 하나?


저자는 이를 또 그렇게는 표현하지 않고 있다.

바라보고 이해하다 사라지는 세상이라는 것.

별도의 공격적인 해체작업을 요하지 않는다.

때론, 가상으로라도 비뚤어진 세계관 대신

긍정적인 가상세계를 세우는 식은 장려됐지만,

결국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서서히 자신의 에너지 흐름을 막았던

그 고집의 세계 삼스카라는 부지불식간 

참자기로 인해 종식되리라 말해준다.


참나무가 등장하는 한 옛날 이야기도 등장한다.


매일 스승에게 찾아와 자신의 난제를 묻고 배우던 제자.

어느 날이었다. 그 제자의 낮빛이 몰라보게 좋아져있어

놀랍고 궁금해진 스승이 묻는다.

'참 좋아 보이는구나, 무슨 일이 있었던게냐?'

제자는 얼떨결에 사소한 일이 있었다고 아뢴다.

'네. 매일 스승님을 뵈러 오는 길에 

항시 마주했던 참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오늘은 그 나무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정확히는 매일 제가 보던 느낌이 아닌 

참나무 그 자체로만 다가온 날이었습니다.

이제껏 지나갈 때마다 전 생각했습니다.

저 나무는 얼마나 이곳에 있었을까,

여기 있으면서 어떤 풍파를 겪었을까 말이죠.

어떤 때는 어릴 적 나무에서 떨어진 생각도 나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그런 것들이 생각나지 않고

그냥 참나무 그 자체만 보였습니다.'

스승은 웃음 지었다.


이 얘기는 의미하는 바는 의외로 크다.

'삼스카라'라는 것은

자신이 만든 부정과 집착의 산물이다.

부정은 싫은 것을 반복해 거부하게 만들고

집착은 좋았던 것을 반복생산하려는 고집을 뜻한다.

책에선 방울뱀을 보았던 기억의 거부와

나비가 자신에게 날라와 앉았던 

기분좋던 기억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건 집착이라 말해주며,

만일 방울뱀과 관련된 삼스카라가 형성된 사람이라면

방울뱀처럼 생긴 밧줄을 보았을 때,

그건 그냥 밧줄이 아닌 '방울뱀처럼 생긴 밧줄'로 

자기 내면에 들어와 버린다.

예전엔 실제 위기감을 선사한 

그런 방울뱀은 존재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없다,

그냥 연상시킨 밧줄을 봤을 뿐.

방울뱀은 과거요 기억속의 대상일 뿐이고

밧줄은 그냥 밧줄이지 뱀이 아니다.

그런데 연상되게 만들어진 삼스카라는

거부하고 싶은 것들은 계속 거부하는 방식으로 판을 키우고

마냥 존재하고 싶은 대상들은 놓아보내지 않게 집착하게 한다.

자기가 구축한 가상현실 속 다짐들로써.


이렇게 참자아가 아닌 제3의 객체들인

외부세계, 가슴이 담은 생각, 감정들을 우린

현재의 자신을 장악하고 있는지 모른채

생각하며 살아가는 동안 느끼며 보는

모든게 나로써 다가오게 된다.

내가 보는 세상이 바로 나요,

반복되는 생각속 내 처지는 당장의 실제현실이며,

바라봐야 할 대상으로부터의 감정은 내 분신이 된다.


더불어, 짧게 차크라와 관련된 이론들도 실려있다.

가슴을 중심으로 사람의 에너지는 

위로 막힘없이 흘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삼스카라를 등의 

부정적 요소들은 자리잡을 수 없고 해소된다.

이런 내면의 에너지의 흐름이나

그 에너지가 원할하지 않은 상태를

T자형 관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원활했다면 자연스럽게 내부의 관을 타고 

위로 흘렀어야 될 에너지는

동맥경화처럼 막힌 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옆으로 꺾이거나 흐르지 못한다고 했다.


저자가 아닌 역자의 글 속에도 

들어둘 중요한 말이 있었다.

계속 등장하는 이 책 속 영성은 

결코 종교적인 의미의 영성이 아니며,

영성을 얻는 것에 성공한다는 의미가

마치 사후세계를 염두에 둔 행동이거나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예약하는 의미 따위는 

결코 아니라는 설명.

자신을 깨운다는게 영성이요

내면 안에 이미 존재하는 참자기를 

인지할 수 있는 작업일 뿐인게 영성찾기인 것.

그렇기에 영성을 인지해

잊혀졌던 참자기를 얻게되면

그간의 모든 오류는 바로 잡힐 뿐.


읽고 느낀 바는 있지만

당장 내가 이뤄낸 것은 없다.

옳은 견해들이며 내 안에서 찾는 과정이기에

이번을 계기로 나도 한번 

이 가이드대로 해나가보려 한다.

생소하지만 어려운 길이란 생각은 없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걸 느끼고 

아닌 걸 인지하는 과정이 될테니 말이다.

의미있는 시간이 기다릴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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