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 - 나를 잃지 않고 우울증을 앓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안내서
지민아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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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훨씬 좋은 내용의 책이었다.

제목만으로 책 내용을 짐작해 봤을 때 예상된

그에 합당한 내용들도 물론 있었지만

이 책이 좋게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우울증, 화병, 범불안증세 등을 언급하면서

관련된 당사자 뿐만이 아닌 주변인의 반응과 

환자 본인의 적절한 대응을 같이 실었고,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 부분들도 단순 나열식이 아닌 

그걸 본인이 왜 해야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느끼게 해주는 측면이 잘 언급됐기에

의사로서의 설득을 넘어선

환자와 그 보호자들의 변화를 독려할

깔끔한 정보공유의 측면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구체적으로 소개해 보고 싶은 부분은

여러 내용 중 3개 논점에 관해선데,


첫번째, 우울증을 겪는 부모의 자녀가 겪는 고통.

두번째, 상실과 애도감에 비유된 우울증의 자가인식.

세번째, 공감과 동감의 차이.


먼저, 자녀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을 정리한 파트는

5개의 카테고리로 자녀의 마음을 진단해 놓았다.


'슬픔, 분노, 죄책감, 절망과 무력감, 불안'


이 5개의 목차와 같은 분류는 

책을 읽은 후 기억해두기에 분명 필요할 요소들이지만

실제 그 안에 해설된 설명들을 보노라면,

일반가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상같은 부분이면서

감정기복으로 인한 분란으로 확장해 이해해봐도 

도움될 내용들이라 느껴지기에 좋았다. 

우울증 환자 못지않게 그 보호자를 자처하는 주변인들이라면 

반드시 자각해 봐야 할 마음의 변화라고도 느낀다.

여기서는 우울증 환자의 대상을 부모라 한정지었기에

모든 상대방을 부모라 놓고 들어보기로 한다.


1.슬픔

평소 알던 부모님과의 일상이 변하면

자녀 스스로의 역할에 혼란이 올거고

변한 부모의 모습에선 마음이 아플 것.

왜 하필 자신에게 벌어진건지 원망이 생길 수 있음.

(저자평: 소중했던 걸 잃은 건 매우 슬픈 일)


2.분노

자녀의 노력에 오히려 부모쪽에서

화를 내거나 생각만큼 따라오지 않는다면

그런 반응에 자녀입장에서 분노가 생길수도.

오히려 이때 자녀는,

자신의 고민이 이해받지 못했다고 여김과 동시에

노력마저 무시된 걸로 받아들여져 헛되다 여길 수 있음.

만일, 노력의 정도마저 무척 컸다면 더욱

몰라주는 태도에 야속함도 클 수 있다.

(저자평: 서러움과 분노의 해소가 상황 속에서 벅찰 수 있다)  


3.죄책감

가족의 우울증이 자신의 탓이란 생각에 사로집힐 가능성.

특히, 돕고 싶단 의지가 강할수록

반대로 강한 죄책감을 느깰 가능성 큼.

화를 내야하는 순간이 생긴다면

이 또한 아픈 환자에게 화내는게 맞나 고민을 만들고

화와 죄책감으로 괴롭게 될 수 있다.

또한, 아픈 부모나 가족에게 

그걸 받아주는 식으로 되지 않는단 느낌에,

지난 과거를 두고 죄책감을 자초하거나

때론 인간이기에 힘들어 무시나 방관으로 

회피하려는 류의 감정에 죄책감이 들수도 있음.

(저자평: 잠깐의 행복이나 즐거움도 일상의 죄책감으로 다가올 수 있음)


4.절망감과 무력감

끝이 안보이는 누군가의 우울증 지속에 끼인 감정.

노력에 반응없기에 절망감 커짐.

타인의 도움이 전혀 없다면 오롯이 가까운 이의 몫이 됨.

차도없는 것과 더불어 환자 본인의 거부감이 크다면 힘겨움.

(저자평: 끝모를 고통이라 느낀다면 보호자로써 매우 힘듬)


5.불안

부모의 차도를 낙관적으로 기대하다

어느 순간 그 합리화의 모순을 접한다면,

오히려 그간의 오판에 대해 의심이 들 수 있다.

지나친 실수라 생각하면서도 걱정은 안 없어지더라도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라 인식해 보기.

(저자평: 부모에 대한 걱정이 클수록, 그 불안감도 커질 수 있음)


여기까지 5개로 보호자의 심정을 정리해 봤는데

꽤나 포괄적으로 이해해 볼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특히, 죄책감이란 말이나 불안이란 말을

'자책'이란 말로 바꿔본다면 

이해 측면에서 훨씬 그 깊이를 넓힐 수 있을거 같고.

2번째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만든 애도의 5단계를

환자가 느끼는 우울증에 빗대어 표현한 부분이다.


'부인→분노→타협→우울→수용'


현실을 부인하다가,

왜 하필 나인가에 분노가 일며,

다른 선택을 했을 걸 상상해 보다가

더이상 바꿀게 없음에 좌절에 이른다.

그러다 결국 상실을 인정하면

그냥 살아가게 되는 단계에 접어들고.

이를 우울증을 빗대어

앓는 이 본인의 마음을 해당설명으로 응용했다.


다음은 공감과 동감의 차이.


공감(Empathy)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입장'에서 느끼고 이해.


동감(Sympathy)은,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에 대한

연민, 측은함, 걱정 등의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과거감정과 경험으로 미루어

상대감정을 느끼는 것.


저자의 핵심설명은,

내가 상대의 마음을 '모른다'는 생각에서 시작할 것과,

상대마음이 자신과 같을 것이고

자신처럼 생각할 것이란 

주관적인 전제를 꼭 버리라는 부분에 있었다.


상대의 잘못된 생각이 강화될 걸 우려해

공감해주길 꺼려했었다면 

공감이 아닌 외면할 상황을

열어놓았음도 주의하라 일러준다.

혹, 우울증 환자가 여러번 같은 말을 반복한다면

충분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지 못했기에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걸 권하며

그에 맞게 올바른 대응을 해볼 수 있기도 권해준다.


어려운 말들은 아니나,

대부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거나

아는 듯 오해하고 살았을 이야기들도 보인다.

특히, 공감과 동감은 꼭 구분해야 할 이유가 보이고.


책제목이 '엄마는 괜찮을 줄 알았어'라서

저자 본인가족의 우울증 투병기거나

에세이 느낌의 정신과 의사의 글로써 

우울증을 단순소재로 다룬 글이라 오해할 수 있는데,

오히려, 군더더기가 별로 없는 내용이라 놀라웠다.

정확하고 간결한 내용들이어서 더 좋았던 책.

우울증에 대한 책들을 많이 접해봤는데

가장 정확한 시야를 제공해주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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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마음 뒤로 숨다 - 나만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을 위한 심리 공감 비블리오테라피
임옥순 지음 / 행복플러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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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과 관계된 책이라 생각하고 읽는게 맞겠지만

읽으면서 내내 들던 생각은,

많은 심리상담 경험을 떠올리며

저자의 추억도 소환해 보며,

그때 그 상황에서 자신의 현실을 오버랩 해 봤던

부드러운 에세이를 읽고 있다는 느낌으로 더 다가왔다.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던 저자는

목회일과 두자녀의 엄마로써 이미 큰 일을 해냈다고 느낀다.

그녀는 그런 일상 속 부인과 어미니로써의 역량뿐만 아니라

본인의 심리상담가로써도 역량도 개발하여 상당한 성취를 이뤄냈다.

본인의 내면도 일깨우며 선택한 공부로써 타인도 돕는 성취.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그녀의 삶을 보는 관점이 아름다워 보인다.

현재의 안정감이 주는 시각의 부드러움은

과거 속 많은 부분 또한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환되고 

아픔 또한 현재의 성숙도에 맞게 

재정립 되거나 되어가고 있음도 느낀다.

라이너스의 담요로 심리요소를 설명하다

자신만의 푸른 앞치마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거나,

한국에서 친구가 보낸 곶감 상자를 보면서는

어린 시절 잊고 살았던 감나무를 떠올린다거나 식으로

일상과 심리기재의 설명을 융합해가며

자신을 소개하고 독자에겐 부드러운 지식을 전달한다.

때론 반대로, 상담현장에서 느낀 

내담자의 격한 감정에 이입되어

슬픔, 절망, 분노에 휩쓸렸기에,

회복되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내다가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오는데 

꽤 애를 먹었던 사연들도 기록으로써 보여준다.


에세의 형식으로 여러 심리기재를 녹여내다 보니

이 한권 안에는 주요한 심리기재들의 설명들이

현실상황과 편안하게 매칭되어 배치됐다.

단순 심리지식이 아닌 생활의 일부분처럼 

설명되고 느껴지게 하는 건 일종의 장점이라 보였다.


그 중 몇몇을 떠올려 보면,

본인이 겨울내내 빠져 살았다는 TED에서 방영된 한 강의,

그건 브레네 브라운의 강의로써 주제는 '수치심'이었는데,

저자는 수치심을 '취약성'의 큰 범주에 넣고

취약성을 인정하지 않고는

새로운 도전은 없다는 걸 돌아보게 되는 계기로 삼았다.

취약성은 역기능으로 수치심을 만드는 것이라고.

내담자의 사연에선 이렇게 작용한 수치심의 뿌리는 

스스로 인식하는 것과 회복하는데

힘든 인고의 세월이 필요함을 

상담가로써 관찰해야 하는 고통이 있음도 언급한다.


주제로써는 서로 다르지만

인정욕구와 사랑이란 부분에서나 애착에서도

묘하게 비슷한 설명이라 느껴지는게 있어 

기억을 더듬으며 각각의 주제를 다시 읽기도 했다.


한편, 상담가에게까지 인정받고 싶어하는 한 내담자가

스스로의 그런 심리를 느끼며 씁쓸해 했다던 사연을 소개하며

아픔과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안에 들어있는 단어들,

순간 툭 건내오는 불특정 소재나 회상 안에서는

상담가의 능력으로 해야 할 일은

경청을 통한 핵심이슈 찾기가 되어야 한다 말하는데,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아서,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아서,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아서,

억울하고 답답함에 마음이 꼬여버렸다고 추정될 수 있을만한

무언가를 무심코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꺼냈음을 캐치해야 된다는 것.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다양한 표현과 말들로 쏟아낼 때

상담가는 여러 감정을 내담자가 가지고 있음을 

그냥 느끼고 지나가는게 아닌

그 안에서 가장 본질적인 무언가를

캐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한단어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말을 하면서 자신의 안을 들여다 봐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그 사람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는 

최선의 축약된 단어를 찾아내는 작업을 해야하는 것.


칼 로저스가 말했다는 내부의 자기 이해에선

스스로의 감춰진 원래의 내부능력을 자원으로 본다 말해준다.

자기개념, 태도변화, 지향성을 가진 삶을 살기위한 

원래 지니고 있는 원동력으로써의 내부자원.

이 내부자원이 삶을 미래로 나아가게 만드는 추진력이라 보기에

이런 힘을 느낄때라야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으로써 스스로를 이끌어갈 

힘을 자각한다고 보는 것.

목회와 관련된 일을 하는 저자로써는

칼 로저스가 말한 거대한 자원은 

기독교적인 신이 허락한 

인간의 형상과 맞물려 추론하는 듯 했다.

미숙함, 허물과 상처, 상처가 빚은 죄 등 까지도

원래의 원형을 빛바래게 했을 테지만

그 안에는 온전한 본인들이 가려져 있다는.

그렇게 보기에 그 본성에 기인하여

본래의 자신을 찾고자 상담가를 찾고

여기저기 도움을 받고자 간청하는 것이라고 보게 된다고.


이책은 심리학적인 내용도 놓치지 않으려고 

매 사연과 매치해 실으려 한 점도 돋보이지만,

오히려, 심리학에 아무 관심 없더라도

그냥 편안한 에세이 한편을 읽는 마음으로 

접해봐도 좋을 내용이라 보이는 부분이 많은 책.

따라서, 굳이 심리학적 에세이라 이름붙이지 말고

보통의 에세이로 생각하고 읽어도 충분히 괜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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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5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정영훈 엮음, 정윤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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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적인 언어로 각색된 

세네카의 전집 중 일부다.

그의 에세이 12개 중 6개를 각색했기에

전문이 실려야 온전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겐

책의 완성도에 의문이 들기도 하겠지만,

다 읽고 책을 덮으니

오히려 이 에세이 6개의 정리만으로도

충분히 책한권은 완성은 됐거다 여겨진다.


책초반에 등장시킨 시간이란 주제를 다룬 부분에선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연들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내지 못했기에

드는 느낌이라 여기며 읽었던 부분이다.


대개 큰 주제로써 제목이 소개된 후

2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그 제목들이 마무리 되기에,

수많은 모든 내용들을 정리해 전달하는 건 무리다.

그저 가장 와닿고 통찰할 꺼리를 던졌던

순간순간을 기억할 뿐이라는게 맞는 표현일거다.


가장 먼저 마음에 담고 싶었던 내용은 

마르쿠스 키케로와 리비우스 드루수스의 이야기였다.


키케로는 세네카를 소개한 머리말에서

짧게 언급되며 소개됐던 인물이기도 한데,

세네카, 키케로, 아우릴리우스는

오늘날에도 그 시대를 대표했던 

현인이었다며 머리말에 소개되었다.

아우릴리우스는 기시미 이치로의 책에서

세네카가 소재로 쓰인 이 책 같은 구성으로

읽었던 인연이 있기에 짧은 이름의 언급이었지만

소회가 남다름이 있기도 했다.

여하튼, 어쩌면 머리말 속 키케로의 언급은 

세네카를 다룬 이 책 속에 담긴 

세네카 급 정도 되는 또한명의 위인 언급이었다

상상해 보면 좋을 짧은 소개였다.

하지만, 내가 읽고 느낀 바가 컸다고 소개한

책 속 키케로의 사연과 이야기는

그런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키케로.


그는 국가재건을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다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휩쓸려 사라졌다고 묘사된다.

그랬던 그지만 현직에 있는 동안 

부귀함과 명성을 누렸다.

하지만, 힘들게 된 시점 이후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인생은

한순간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 묘사한다.

오늘날 위대한 현인 중 한명으로 회자되나

그 당시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이겨내진 못한 인물로 그려지는 것이다.

결국, 온갖 역경 속에 

성격마저 변해갔음이 이어지는 사연들.

키케로가 아티쿠스에게 전했던 편지 속엔

그의 날카로웠던 심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물었나?

난 '반포로' 신세로 투스쿨룸에 있는

시골집에 기거하고 있다네...'

역자인지 세네카의 해석인지 모를 

키케로가 남긴 그 당시 심정은

지난 시절을 늘어놓으며 푸념하고 있는 것으로 정리됐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변함없을 거란

희망없는 신세를 토로하는 것이라 평하고 있는 것.


'반포로' 신세.


그 말이 참 의미심장 했는데,

책은 곧바로 그가 진정한 현인이었다면

스스로를 반포로 신세라 표현으로

스스로를 말하지 않았을거라며,

그 점을 주목하고 있었다.

즉, 현인이라면 자신의 삶에 주인으로 살아갈테지

결코 스스로 속박되고 온전치 못한 자유라

원망하며 살아가진 않았을 거란 점에.


뒤이어 등장한

리비우스 드루수스란 정치인의 사례에선,

수많은 지지를 얻고 새로운 법안을 발의해

스스로 그 결과까지 내보고자 개혁을 이끌어 봤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 자신이 만든 개혁이란 도구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 입장이 됐고

그것은 계속 그에게 불가능한 업무를 부과하게 된 것.

그후 그런 처지가 된 후

자신의 상황을 되집어 보며 인생을 회고한 그는,

자신은 태어난 순간부터 

한번도 평온한 적없는 인생이었다며

스스로를 저주했다고 전하고 있었다.


책에선 좀더 정리가 더 된 상태에서

나름의 결말에 이르르지만

그 부분들이 내용이 그리 중요하진 않기에 

책이 내놓은 결말로 바로 이야기를 마무리 해보자면,

더없이 행복한 모습이기도 위인급 인물이었지만

힘들어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평생을 

스스로 후회하듯 요약하는데 빠지는 건

그가 현인은 아니였음을 말하는 거라 전한다.


키케로나 드루수스까지, 

때늦은 푸념이란 결국 

그 자신도 다른 사람도 변화시키진 못할 처신이며,

그렇게 한순간의 푸념만 들어놓다 

다시 평소 생활로 돌아가다 생을 마쳤다고도 전하고 있다.


어느 정도의 결론은 내려졌지만

완전한 해석풍의 결론은 아니었다.

약간은 열린 결말 같았고

두사람의 공통점만이 연관되어 기억될 수 있었을 뿐.


이 부분을 읽었을 때,

반포로 신세라던가 평생 편한 적이 없었다는 

두사람 각자의 푸념섞인 말 속에는, 

분명 그 말을 하던 당시의 두사람은

매우 불행함을 느끼고 있었음은 전달되어져 왔다.

아마 현대를 살고 있다면 이 둘은 

급성 우울증이나 화병 정도의 진단은 

병원에서 받지 않았을까도 싶었고.


이 둘에겐 공통점으로 느껴지는 측은함도 있었는데

그건 이들은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엔

타인과 가까운 주변인들에게 마저 큰 나무와 같아서

누군가의 귀감만 되어야 했을 뿐

힘들어도 본인이 기댈 사람은 

세상에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던 사람이었다란 측은지심.

이 책에서 마저도 이들의 인간적인 푸념들은

허락되지 말아야 했던 불완전한 인간들의 것이었으니까.

현인이라 칭송받고 위대한 정치가라 칭송 받는거와는 별개로

그들의 실패와 좌절은 본인이 철저하게 짊어져야지

토로할 수 있거나 타인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었다는.


책의 중후반 쯤엔 세네카 본인의 변론이 등장한다.

이어지는 2편이 연결되는 부분인데 

그 부분과 앞서 등장했던 키케로와 드루수스의 이야기는 

비슷한데 다뤄지는 느낌에선

상충되고 모순적인 면이 다소 들어있다.


세네카가 말했던 많은 금과 옥조와 같은 말들,

스스로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말 속의 의지들,

하지만 그것들과는 별개로

자신 세네카란 사람 자체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속 모습을 그것과 연결시켜 보지 말 것을 

일종의 당부하는 글들이었다.

금으로 된 식기를 사용하고 부유하며 

보통 인간처럼 감정도 드러내며 사는데

자신의 철학과 자신의 삶이 서로

이율배반적이지 않느냐는 대중의 질문에 대해

세네카 본인이 이야기 한 부분이다.


나는 성인이 아니다,

고로 철학적으로 지향하는 바와

스스로 완벽하지 못하게 살아가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 스스로는 나를 현인으로 인지하며 살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살려고는 노력한다.

현실속 자신 세네카의 모습을 

발전시키려는 자신의 철학과

매칭시키지 말라 강변하는 그다.

그걸 지적하는 건 이른바 악의적이라는 평과 함께

자신은 그런 악의적인 지적에 더욱 분발할 것이며,

도달하고자 하는 철학과 정신세계의 완성엔

계속 심혈을 기울일 것이기에

충실히 자신의 삶을 살아 나가겠단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맺는다.


앞서 평가 되어졌던 키케로와 드루수스,

다음 등장하는 세네카 본인이 말하는 인생관.

이 둘은 나란 독자의 눈엔 비슷했지만

다른 예와 결말을 다룬 소재로 등장했다.


짧은 지면에서 굳이 정리를 해보자면

앞선 두사람도 세네카 본인이 스스로를 말한

그 선에서 정리되는 면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세네카가 자신은 현인이 아니라 단정지어 강변했지만

현인으로 추앙받는 현시대에서

위와 같은 속세적인 면을 인정받고 싶던 

세네카의 개인적이고 솔직한 모습은 대중들에겐 없기에.

키케로와 드루수스에게도 그의 인생관을 좀 대입시켜

대신 변호해 줘도 될 사연들 같기에.


역자는 세네카가 남긴 글들 중 일부를 엮은

아포리즘 즉 명언집 형태의 글이라 칭한다.

그러나, 각색된 원문과 해석은

명언 보다는 에세이로써의 읽는 재미를 주며

유한한 시간과 인생을 느껴보기엔 

사색적이며 회의적인 반성의 시간도 선사해 준다.

누구라도 한부분 쯤은 분명 

와닿는 게 있을 내용들이다.

그 안에선 순간적이나 용기를 얻어갈 수 있다면 

이또한 책이 주는 각성효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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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 사람을 쉽게 믿지 말라!
한가(家)롭게 지음 / 한가롭게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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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목이 끌렸다.

뭐, 여기서의 뒤통수란 배신이라던가 변절, 

혹은 사기의 뜻으로 쓰인 거였지만,

처음에는 짧은 제목이 왠지 

시집은 아닌가 생각들게 만들었다.

그리 느낀건 나뿐일까 조금은 

궁금해지는 지점이기도 하고.


이 책 제목인 뒤통수가 배신의 뜻인 걸 알고

나름 임팩트 있게 잘 지은 제목이라 생각하면서

하나 더 궁금해졌던 건,

이미 비슷한 소재의 책이 

같은 류의 이런 제목으로 나와있지 않은가였다.

하지만, 좀더 더 찾아봐도 그런 제목은 전무했다.

물론, 이종오가 쓴 '후흑학'이란 책이 

삶의 어두운 면을 다뤘고 

오래 전 쓰여져 더 알려진 바가 있다고 쳐도,

그 책과 이 책이 소재면에선

비슷한 면이 있을 뿐이지,

저자도 언급한 1위는 교통사고이고 

2위가 사기범죄라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뒤통수란 단어를 넣은 책이 

이리 적었다는 점도 놀랄 일 같았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인간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의지를 주로 담고 있다.

그러나, 불신을 좌우명처럼 살라는 말은 결국 아니다.

그렇기에, 저자의 조언은 믿지 말라에 있는게 아니라

잘못 믿어서 얻을 수 있는 불이익을

사전에 막자는 쪽에 강조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사람에 대한 불신도 상당히 들어는 있다.

그건 저자가 살아오면서 겪은 인간관계들도 한몫 했고.


의외로 뒤통수란 배신을 주로 논하면서도

정확하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는 좀더 지키고 

힐난은 가급적 줄이자는 쪽의 이야기도

많다는 특이점이 있다.


회사내 공통으로 입을 후드티 제작을

직원 한명에게 전적으로 맡겼는데,

완성품이 나와 입고 보니 

로고가 명치쯤에 달려 있어 웃고 넘어갔단다.

본인의 빠지는 머리카락, 

힘없이 늘어지는 머리카락을 연상하며

늘어지는 신체처짐과 발맞춰 

후드의 로고 위치도 아래쪽으로 배치시켜 줬다 여기며

웃고 넘기는 식으로 이해했다는 

에피소드처럼 마무리 된 이야기였지만,

이건 뒤통수와는 조금 결을 달리하는 이야기였기에.


믿음이 실망으로 돌아온 사건 말고도

여러 사건사고가 많았던 저자의 인생담 속에는,

꼭 뒤통수와 관련된 사건 뿐이 아니라,

믿고 같이했던 사람들의 홀대나 

자신의 발로 먼저 알아서 나와야 했던 분위기 등,

일상에서 받은 상처의 상당부분들은

뒤통수를 맞은 일로써만이 아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옅어져고

무뎌졌어야 견딜 수 있었던 환경이었음도 

느껴볼 수 있던 대목이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연은,

강연 의뢰가 들어왔을 때 거절하는 때가 있는데

그건 '주인의식'에 관한 의뢰가 들어올 때라는 부분이었다.

저자입장에서 그 이유는 간단했다.

주인의식, 충성심, 사랑은 강요 할수록 멀어지는 것이라는 것.

실린 많은 이야기들과 다소 글의 전개도 달랐고

짧지만 의미하는 바나 공감가는 바가 있었다.


여기서의 의뢰받은 주인의식은 애사심이었을거다. 

그러나, 저자가 충성심과 사랑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서 

교육으로 고취시킬 수 없는 분야라는 단정에 이해가 갔다.

강요라는 말보다는 설득이 더 맞는 표현이겠으나,

설득으로 협상은 어찌 되겠지만

설득으로 사랑하게 만들고, 

설득으로 인정받는 것은

어렵기 보단 불가능한 분야로 봤을거고

그렇기에 강의에 들인 노력만큼 

나올 수 있는 아웃풋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

굳이 돈을 받고 교육하는 사람의 입장임에도

고사했어야 할 이유는 있었을 거 같다.


딸과 매우 친한 저자인지,

그간은 이렇게 책으로써가 아닌 

책에 실릴만한 얘기들을 

부녀지간끼리 많이 나눠 왔는데,

딸 쪽에서 아버지 얘기를 책으로 선보여 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의에서 시작됐다는 이 책.


사람에 대한 단순 불신이 아닌

불특정 다수와 인연을 맺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속 인간관계 안에서 

각자가 어디쯤을 자기 보호나 자기 방어로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겠는가를 주제로

이 책을 읽어나갔던 거 같다.


긍정적이고 좋은 얘기는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갑의 문제뿐 아니라 을의 문제점도 생각은 해보며

이와 같은 쓴소리 쪽 얘기는

쉬이 들어보기 어려운 환경이라 본다.

모든 얘기들이 왠지 맥락상 비슷하게 이어지는 느낌도 있지만

어떤 부분은 내겐 인상적이었던 

교육으로 안되는 분야도 있다는 식의 사연처럼,

자신에게 더 와닿는 대목들은 

책을 통해 찾고 만나보길 바란다.

성공담쪽 보다는 제기와 시행착오쪽 얘기들에서 

삶의 진솔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더 맞을 구성이면서

내용이 아주 난해한 책도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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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부부 범죄
황세연 지음, 용석재 북디자이너 / 북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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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광고카피에 이끌려 

읽고 싶은 단편이 생겼던 소설집이다.

그 카피문구가 뭐냐면,


'평소에 잘해야 해, 그래야 눈치를 못 채지...'


여러 단편의 모음으로 구성된 이 책 안에서

위에 해당하는 소설의 제목은 '진정한 복수'고,

위 카피가 이야기 안에서 등장해야 했던 이유는,

죽이고 싶은 부인을 성공적으로 해치우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는 용의자가 될 자신으로써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사전준비에 필요한 마음가짐으로써

다짐에 둬야 할 스스로의 마음단속 쯤의 문장이었다.


어떤 단편을 먼저 읽던,

읽으면서 생각없이 해당 스토리만 

오롯이 따라갈 수 있는 저자의 이끔이 좋다.

어렵거나 심오했다면 책읽는 시작과 끝마치는 모두가 

어느 정도는 의무가 됐을텐데 

끝까지 재미를 주었기에 작가와 책에 감사했다.


여러 편이 있지만

단편들 중 2편만 골라 간단히 소개해 보겠다.


먼저, 위에 소개한 '진정한 복수'부터.


최순석은 부인과 진정한 끝은 사별이라 마음 먹는다.

사랑해서 결혼했으나 애초에 부정했던 여자, 

출신이 깨끗하지 못해 매번 만나게 되는

그녀의 친구들마저 순석에겐 꼴 사납다.

좋게 해결하려 한 대화는 항상 순석의 KO패.

자신도 그녀의 전남편처럼 그녀를 패버리고 싶은 걸 

겨우 억누르며 점차 진솔했던 사랑도 식어간다.

그런 미움의 누적은 그녀의 죽음을 원하게 되는데,

만일 자신 곁에서 부인이 죽게 된다면 

제1용의자가 될 게 뻔한 자신을 위해

본인의 결백함이 가능한 죽음의 덫을 구상해 나간다.

그러던 와중 생각난 한명의 인물, 친구 김낙인.

어디로 튈지 모를 분노 증후군 같은 기질이 있던 친구라,

그 친구를 자기 대신 부인을 죽여줄 적임자로 점 찍는다.

미리 돈을 빌려준게 있었던 걸 이용해 

친구를 금전적으로 압박해 댄다.

이는 돈을 받기 위한게 아닌 

친구의 못된 심보를 자극할 용도일 뿐.

근데 왠걸, 친구는 자신의 처지를 어필하며 

화냄이 아닌 선처를 구해온다.

그럼에도 순석은 계획을 진행시켜 나갔고

최종 나올 돈이 없을 그 친구에겐 

자신의 돈을 받아오란 심부름을 부인에게 대신 시킨다.

가서 돌아버린 김낙인의 손에 저세상으로 가시라고.

과연 이 소설의 결말은?


내가 끌렸던 문구가 들어있는 이 단편은

이 책의 다른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반전이 존재한다.

반전을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은 내용일 수 있지만

반전을 이끄는 김낙인의 역할과 대사가 

이 단편이 가진 핵심일거다.


다음은 '비리가 너무 많다'란 단편.


책의 시작은 뜸금없이 군대를 한번 더 가겠다는 

주인공과 병무청 간의 전화통화로 시작한다.

군생활을 잘했기에 다시 가겠다는 30대의 자신을 

왜 받아줄 수 없냐고 계속 따져 묻는데,

상담원이 처음엔 이런 경우가 없었다며 난처해 하다가

재입대를 마치 악성민원처럼 따져묻는 주인공에게

점차 화를 내며 막무가내인 그의 통화를 끊어버린다.

별거 아닌 해프닝 같기도 했지만

주인공 스스로가 설명하는 그 이유를 듣노라면

왠지 소설다운 공감도 가게 만들면서

웃긴 설득조의 변명이나 이유에

조금은 고개를 끄덕여주고 싶어진다.

그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해온 일이라곤 나무십자가에 매달리는

예수님의 양 손에 대못을 박아온 일이 다였던 그.

아무리 목각인형인 예수의 손바닥에 

업무상 못을 박아온 것 뿐이지만,

그 반복된 일이 왠지 부정했었나 반문해 보며

그로인해 하늘의 벌이라도 받은 걸지 모른다는 의도로

세상에 어필도 해보려니 아무도 그 처지에 공감하지 않는다.

이리저리해 능력없는 이가 실직의 기로에 서니

자신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나라에서 자신을 거두줬고 케어해 준 

군시절이 떠올라 그리워 진거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던가 갖은 이유로

군대를 안 가겠다는 사람 대신 

가고 싶다는 자신을 받아 줄 자리가 

왜 없느냐며 따지고 든 것.

군대를 가면 이 삶의 굴레에서 

생각없이 탈출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었다.

과거 그때 그 시절이 자신에겐

가장 홀가분했던 시기였다고 여겨졌으니 말이다.


역시나 그 모자랐던 발상의 계획은 흐지부지 끝났고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그만의 새직업을 창조해내게 된다.

그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협박성 E메일 보내기'.

그 시작은 그냥 간단한 제목을 가진 E메일이 다였다.

E메일 제목은 모두 '틀켰다! 튀어라'.

예상외로 실제 불특정 다수를 향한 협박은 통했고

그렇게 그에게 돈을 보낸 이들의 숫자나 금액을 통해

앞으로 자신이 이 일을 계속 했을 때

실제 보낸 총 메일수를 비례해 수입을 추산해보니,

약 40만통의 메일을 보내면 

얼추 자신이 계획했던 수준의 

큰 돈을 만질 수 있을거 같았으나,

더 줄이고 줄여 수고는 적게 하면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좁혔고,

거기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조금씩 업그레이드 해 발전시켜 나간다.

이 단편 안에서도,

불화가 있는 부인이 등장하는데

주인공이 점차 벌이가 나아지자

둘의 관계에선 역으로 부인이 적극적이고

남편인 주인공이 거리를 두는 관계가 되어가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사업이 아닌 가정사에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 책 속에 들어있는 모든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면서,

간단하게는 인과응보의 개념이란 공통점이 존재하고,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자승자박'의 구조가 들어있다. 


한편의 얘기로 쭉 끌고나가는게 아니라

여러 편의 단편 모두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가지기에

아주 복잡하진 않고 매번 끝나지만, 

오히려 그 짧은 길이에 담을 수 있는 걸

매 단편마다 최대한 담아냈음에,

독자의 호기심과 이야기의 반전을 잘 이끌며

짧은 호흡이지만 내실있게 각각의 이야기들을 

재밌게 감상할 수 있도록 배치해 놨다.


김영하의 유명세의 시작이었을 수 있는

소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가 연상되는 

비슷한 얼개가 느껴지는 소설 같으면서도

이 책만의 개성도 느껴져 매 단편 모두 재밌었다.

유머와 메세지가 잘 버무려진 소설이라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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