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지 않은 한마디
쓰카사 타쿠야 지음, 김슬기 옮김 / 시옷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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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이나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보통 말하는 스킬을 가르쳐주는 책들을 보면

저자의 말처럼 벽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까.

그 이유는, 상황은 매번 같을 수 없음에도

책은 일정한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거나

어느 정도 외우고 학습된 방식으로

대화의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잇단 스탠스를 보이기 때문.


실제 이런 방식의 말하기 학습이란

현실에서 크게 소용없다는 걸 

독자가 아닌 저자가 먼저 언급해 줌으로써

오히려 책에 왠지 기대를 더

걸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저자는 상대의 방해로 부터

바른 대화방향을 유지하기 위해

3가지 대응법을 이야기 한다.


1. 받아들이기, 되묻기, 받아들이고 되묻기

2. 포커 토크, 포커 보이스

3. 상처받지 않는 강인한 마음


1번째 법칙은, 

상대가 정직하지 않을 때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일단 상대의 거짓에 대응하고자 하다간 할 말을 잃게 되거나 

자신 스스로를 먼저 부정하게 만들수 있어

순간 대답이 꼬이는 걸 방지하기 위한 대응책이다.

여기서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짓에 대해 인정하라는 것이 아니고

실제 거짓을 진실로 받아치기 위한 

선제요건을 말한거라 할 수 있겠는데,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받아들이도록 

거짓이나 강요로 오히려 압박해 오거나

그러기에 전혀 기억할 수도 없고

약속할 수도 없던 일과 말을 되물어올 때,

상대방으로써는 아예 그 전체 거짓상황과 거짓기억은 없기에

거짓말 한 사람에게 재설명을 하도록 하고 

기억을 돕도록 만드는 요청을 거짓된 쪽에 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겠으나

거짓말에 거짓말을 계속 덧붙이는 대화상대에겐

온전한 대응으로써 이게 전부라면 

또다시 문제는 생기겠다 느낀다.

그렇기에 일단 책은 

되묻거나 다시 받아들이고 또 되묻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대응법도 소개된 것.


2번째 법칙은, 

포커페이스란 용어와 유사한 응용으로

감정에 휘둘려 대화를 하게 됨으로써 

스스로 이성을 잃지 말고,

마음은 이미 혼란스러워졌을 망정 

목소리만큼은 어느정도 이런 심적변화와 달리 

침착한 톤을 유지해 보라는 충고다.


여기서 침착하란 건 결코 냉정까지 바라는 건 아니다.

100점까지의 침착은 못 되더라도

80선 까지는 유지해 보라는 조언에 가깝다.

대화에서 완벽이란 사실 어렵다.

상대가 있는 행위에서

한쪽의 의견이 맞다한들

일방적으로 자신의 오류를 받아들이는 건 

정서적인 성숙과 자신을 성찰할 줄 아는 

통찰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3번째는 

강인하면서 상처받지 않는 마음이란 심리적 요소다.

이는 고집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겠다.


실제 3번째 노하우로 소개된 요구사항은

짧은 기간에 완성해내기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여러 대화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한 사람으로써 총체적으로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심적 상태일 수 있겠다는 점은 주목해 봐야한다.


여기에 저자가 하나 더 말해주는 건

공격과 압력이 수차례 반복 된다면

결코 평소의 정신만으론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부담없이 인지하라는 사실.


그렇지만 이상적으론

애초 무섭다고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강인한 마음 자체는 길러둬야 

불합리한 공격과 압박을 접했을 때

치명적인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


이 3번째 방식을 위한 저자의

추가적인 답은 의외로 두루뭉실하지 않은데,

가벼운 워밍업처럼 자신이 평상심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그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겁을 먹지 않기 위해선 

이미 경험했던 아니면 경험할 거 같은 

고통과 상처를 왜 그렇게 느끼는지,

가능하다면 스스로 미리 생각해 보고 

정리할 기회를 가져보는 것을 권하는 것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 강사이지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안에서 밖으로 표현되는게 대화이니

책의 상당부분은 단순한 언어적 스킬만이 아닌

대화시 부여받게 될 심리적 환경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단 식의 설명들이 유독 많다.


내용 중엔 구체적으로 메모리 핵(Hack)이란 표현도 나온다.


해커란 말에 쓰이는 그 어원처럼 

이도 그 범주에 속할텐데,

다른 사람의 기억을 왜곡할 수 있을

교묘한 말을 구사하는 사람으로 인해

순간 맞는 기억도 엉키거나 

할 말을 잃게 되는 상태와 상황을 말한다.

쉽게 표현하면 '기억의 해킹'이라 볼 수도 있고.


어찌 보면 앞서 말한 '거짓말'의 카테고리에 들어가겠으나,

왜곡과 기만을 기술처럼 사용하고

여기에 큰소리로 윽박까지 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평범한 사람의 경우 상대의 그 억지를 인정하게 되거나

진짜 그런가란 스스로의 기억왜곡이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이는 매우 비열한 방법이며,

상대의 마음의 자유를 빼앗는 거란 건

애초에 바른 생각을 엉끄러 뜨리는 

일종의 기만이라 표현했고,

명백한 폭력행위라는 표현까지 쓴 저자이기도 하다.


독자로써는 단순 마음의 자유를 빼는다는 책속 표현보다

스스로 믿지 못하거나 재차 확인하려 하는

순수한 마음마저 간파한 상대가 

선의를 이용당다고 표현해도 맞을 상황으로 이해됐다.


이를 위해선 앞서 말한 첫번째 대응법과

세번째 대응법이 합쳐진다면 좋으려나?


상대를 향해 확인을 요구하거나

중재나 확인이 가능한 제3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훌륭한 대응이라 책 덧붙여 소개한다.

 

좀 무겁게 서평이 써진 듯 하지만 

실제 책 내용 자체는 매우 소프트 하니 

필요하다면 부담없이 읽어도 될 것이다.

대화 전에 겁부터 집어먹지 않는 연습을 

미리 해본다 생각하며 가볍게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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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정영훈 엮음, 이나래 옮김 / 메이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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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오래전 신문기사들을 통해 이 책을 처음 접한 후

원전으로 읽어봐야지 했던게 너무 오래 지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중요한 내용들은 

여러 기사들이나 사람들을 통해 계속 언급돼

그런 부분들만 읽어 온 것으로도

이미 책내용이 어떨 것이며

어떤 방향성을 띨지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서야 읽고난 후 가장 처음 든 생각은

그렇게 짜집기 식으로 읽으며 쌓았던 지식들과

실제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란 책 전체가 주는 느낌은

의외로 매우 다르다는 것,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언론에선 어떤 주장을 하는 스피커들이

이 책을 정치철학이나 사회흐름을 설명하는데

본인 사상과 연결하며 말하기 위해 사용했는데,

사회심리를 연구한 저자이기에 당연 

그렇게도 응용될 내용의 책인 것도 맞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책은 '인간심리' 그 자체를 다루고 있었다.


심리...

보통 심리는 개인의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책 '군중심리'에서는 

이걸 하나의 심리가 아닌 여럿이 모였을 때

하나의 유기체처럼 그 공통이 지향하는 

흐름에 빠져버리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한 

설명하기 심든 걸 설명하기 위한

심리분석이라 부르는게 맞겠다.


사람의 마음으로 논하기엔 맞지 않은 존재이면서도

군중을 이루는 개개인의 마음을 

하나의 심리로 엮어야만 독자에게 설명가능 하기에 

결국은 개인의 심리문제라 보며 

군중심리를 이해하고 읽어야 할 부분이 많다.


쉽지만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개인의 도덕성이 아닌 군중의 도덕성을 다룬 부분.


쉽게 정의내릴 때의 도덕성이란 

어떤 규칙을 영구히 따르려고 하고

이기적인 충동을 끊임없이 컨트롤 하며

공공선을 따를 수 있는 자질이라 설명될 수 있는데,

군중심리로써는 이런 개인의 도덕성을 따르기엔

불가능한게 원래는 맞다고 책은 평가한다.

그냥 충동적도 아닌 너무나 충동적이 될 수 있고

변덕스럽기는 또 이루 말할 수 없을 가능성까지 띤 존재로써.


하지만, 

만일 도덕성을 이런 항상심이나 억제만이 다가 아닌

헌신, 무욕, 자기희생, 공정성, 이타성으로도 따져 본다면

때론 군중이란 공통이 따르는 심리적 일관성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오히려 어떤 경우엔, 군중심리 속 도덕성이

개인이었다면 착복하였을 탐욕의 범위조차

공공연히 누르고 공공의 이익을 쫓는다며

본능적 탐욕마저 누를 수 있는게 

때론 군중심리 때문일 수 있어서

이런 군중심리 속 도덕성은 

개인과 군중을 딱 나눠 평가할 수 없는

이중잣대 같은 기준일 수 있음도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공공선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지만 

정당성을 최면처럼 부여할 수 있음도

저자는 군중이 지닌 공동운명체란 느낌이

군중에게 강요되는 특이점이라 봤을지도.


그러나 이런 도덕성을 또다시

개인의 이성과 비교 생각해 봤을 땐

양립할 수 없는 벽같은 느낌도 느끼게 했다.


이성이란 합리성을 말한다.

논리적인 설득과 연동해 의미를 갖기도 하면서.


하지만, 군중을 크게 자극하는 것은 

이성이 아닌 감성이며 

이성은 오히려 역효과임을 고려해 보는 저자다.


이성적 추론의 영향을 받지 않고

단순한 연상작용으로 조잡하게 연결된 개념만을 

군중심리는 이해하고자 할 뿐이라고 정의하며,

이런 군중을 가장 잘 이끌고 자극하기 위해서는

이성이 아닌 감정의 자극만이 최고의 무기이자

이성에 호소하지 않고 감정을 부추기게

군중심리를 자극하는 최고 스킬이라 평한다.


책은 군중심리란 기제 자체를 

단순 옳고 그름으로 평하는 것이 아닌,

얼마나 불완전 할 수 있고 

왜곡된 다수가 기준이 될 수 있는지의 

그 가능성을 이해시킨다.

저자의 조국 프랑스의 역사 속

불운한 선택들을 되집어 보면서.


이미 100년이 넘은 책임에도 

실제 사람이 모여 만들어진 군중 뿐만 아닌

심리적 방향성만 지닌 여론이라 일컫는 

보이지 않는 군중심리까지도

통틀어 군중심리로 고려해 볼 수 있는

내용을 생각해 보는 책인게 놀라웠다.


읽기 전엔 시대에 뒤떨어 진 내용도 포함됐을 수 있겠고 

지나간 흐름 속 어찌됐건 책으로써의 생명력은 보전한 

하나의 고전일 수도 있겠다도 싶었지만,

통찰이란 건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배우게 해주는 내용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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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 엄마
김재성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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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어머니를 추모한다는 뜻을 가진 사모곡이란 말은

이를 한자풀이 해야하는 수고는 있겠지만

엄마를 잃은 심정을 표현하는 가장 압축적인 단어같다.

저자 김대성에게 이 책은 

무당엄마를 둔 아들로써의 의미보다는

결국 사모곡을 이해해야 하는 아들이자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의 심정을 담은 

개인적인 글로 보여지는 부분이 많았다.

형식은 소설이라고 밝혔지만

돌아가신 엄마와의 기억을 적은 에세이.


무엇이 실명이고 무엇이 아닌지 모르지만

자신의 엄마가 살아생전 본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달라는 유지 또한 남겼다 하니

이를 받들듯 책을 쓰고 싶었다던 아들의 회고도 담겼다.


결국 본인이 잃은 엄마에 대한 절절함과 막막함은

책의 주제가 되어 무당엄마의 삶을 공유하며

읽는 독자 각각에게 전달될 흐름이기도 하고.


왜 이리 안좋은 친척들과 주변인들은

오지랖 넓은 옳곧은 한명의 가족에게만 집중될까?

형제자매 또는 부모를 둘러쌓고

희노애락 중 희는 그 오지랖 넓은 

순수한 가족 구성원과 나누지 않은채

고민과 걱정만을 그에게 나누자며 살려 할까?


한 가정 속 고민만이 아닌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여 이뤄진 가족 속에서

인간이라면 겪어야 하는 삶의 일부로써도 다가서는 이야기들.


무당엄마라 부르는 저자의 친엄마는,

이 직업 전엔 재래시장에서 김을 구워파는 일을 해서

손맛과 장사수완으로 큰 돈을 벌기도 했지만

결국 이혼과 자신이 무당이 되지 않는다면

아들이 신을 받아야 된다는 말에 

그녀 스스로 무당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를 무당이 되게 도운 신엄마나

무당이란 직업과 얽혀있는 주위의 사람들,

돈때문에 고초를 겪어야 했던 당시 사정들을 고려하면

정말 운명적인 무업이었던가는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할 듯.

잘되던 점집이 어느 순간 안되는 가운데

신엄마란 사람의 시기서린 행동이 있었다는 일화나

제자라 가르치면 그녀의 재능만을 사사받고는

모두 떠나버린 일 등은

엄했던 무당엄마 본인의 성정 때문만이라기 보다는

신을 모시고 앞날을 예견할 수 있다는 이 직업군들 안에서도

사리사욕과 시기가 꽤나 작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신기라는 것도 어쩌면

스스로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하는 강한 바램과 

그로 인해 방출되는 과도한 정신에너지가 낳은

노파심과 걱정의 발휘는 아닐까도 싶고.


그녀 혼자 짊어지고 책임지려한 

살아생전 수많은 일들은 고됐지만

그런 노력이 누군가에겐 공수로

누군가에겐 묘책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번 돈들은 계속

자신과 주변사람들의 집안살림에 

크고 작은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며.

이런 의미에서 

저자가 주된 소재로 잡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무당엄마의 인생을 많이 괴롭히고

양 어깨에 무거웠던 건 돈문제가 아니었을까.


돈으로 인한 곤란은 소수만 겪는 일은 아니지만

여자로써 가장 고소득에 속하는 일이라 

저자 본인이 스스로 평한

무당으로써 엄마가 선택한 특별한 직업성과

빚으로 인해 겪은 일들은, 

한 여자가 자기 인생보다는 

무엇을 짊어지더라도 한 가정을 이끌어나기 위해

단순히 엄마가 아닌 가장으로써의 

선택한 무게가 분명 느껴졌다.


무당엄마가 처음 자신의 아버지와 

어떻게 인연이 되어 자기란 아들을 낳았고,

굿에 전혀 경험이 없던 엄마가 이를 배우기 위해

얼마나 독학으로 열심히 했는지,

하나뿐인 아들인 저자가 엄마의 그늘에서

금전적으로는 부담없는 얼마나 편하게 

대학시절을 보낼 수 있었는지 등은

여러모로 아들과 어머니 그 자체의 인연에서도

독자에게 여러가지를 떠올리게 해줄수 있겠다.


어머니가 수면제를 먹고 잠들다

구토로 넘어 온 약을 뱉어내지 못한 나머지

기도를 막아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최후는,

못내 어머니가 모시던 신에게조차

그 원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서사다.

자신을 모시는 57세밖에 안된 여자의 운명 하나

신이면서 제대로 보살펴 줄 순 없었느냐고 말이다.


무당이란 직업이 두드러질 책 같지만

아들로써 어머니와의 추억을 정리하면서

스스로 홀로됐음이 더 깊게 다가오는 

회고라고 책 전체가 보여진다.


독학으로 굿에 필요한 12개의 춤가락을 익혀야 했던

새내기 초짜 무당의 힘겨움은 

옆에서 지켜본 아들의 기억 속엔

열정과 능력으로 복원된다.


누구나 죽음으로 서로를 떠나가지만 

같이 있을 때 까지는 내일은 항상 있을거 같은게 

모든 가족들의 모습...

저자에게도 그랬던 엄마의 부재라

이제는 그 일상이 더욱 그리운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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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이란 무엇인가 2 - 교정학자가 묻고 사형수가 답하다 감옥이란 무엇인가 2
이백철 외 1인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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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교정시설, 즉 교도소 안의 삶을

그런 경험이 전무한 일반인들이 

바르게 이해하기란 불가능 하다.

이런 류의 책에 담긴

저자와 토크 상대방이 되어준 

한 사형수의 대담을 못 접해봤다면 더욱 더.

 

미리 밝힌 이런저런 집필의도와는 달리 

독자에게 와닿는 것이 의외로 많았는데,

보여주려 한다는 책초반 내용소개엔

가능한 오해나 억측은 피해달라는 첨언이 담겼고

이 조차도 오해를 살까 매우 조심하고 있는 것도 특이점.


어떤 진심이건 독자로써 일단 

책을 읽고 판단하기로 미뤄뒀는데,

읽는 내내 놀랐던 건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내 상식이란 범주 안에서 

많은 것들이 짐작으로 존재했을 텐데

내가 모르는 현실을 알게됐다는 것과

이 사형수가 보낸 시간이 묻어있고

그간 경험으로 되살아난

그의 지혜섞인 해석들이 참으로 놀라웠다.


교정시설 안의 삶에 큰 관심도 없었고

처우개선이나 진실한 교화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안 믿는다기 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믿는 편으로

책을 읽은 후에도 획기적인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케이스 바이 케이스' 속 어떤 케이스를 바라보는

고정관념만은 매우 크게 바뀐거 같다.


책을 펴낸 저자는 

교정시설을 드나들 수 있는 외부 전문가지만,

실제 책내용을 채우는 건 

그 안에서 30년째 수형 중인 사형수의 육성이다.


가볍게는 이 한사람의 인생과 

그가 저지렀던 중범죄가 어떤 것이었나를 볼 수 있지만,

그 안에서 겪어 온 몇십년간의

교도소 내 환경 변화나 음식, 인적구성요소, 자정능력 등

매우 세세한 것들까지 이해해 볼 수 있는 글들이었다.


가장 놀라운 건 

이 사형수의 식견이나 표현 능력.


적어도 60대 전후의 연령일거 같은 이 사람은

읽어온 수많은 책들을 바탕으로

사건사고나 변해 온 시대 풍조에 관해

교정전문가와 의견을 나누며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지식이 뒷받침 된 사견이라 

무게실린 말들에 경청하게 된다.


표현 중 특이한 게 있었다, "몸부림"이란 표현.


많은 범죄의 배경엔 

그들에게 부여된 삶에

자기 식대로 몸부림치며 살아온 측면이 있는데,

실은 스스로도 형언 못할 

삶이 부여한 족쇄가 있었던거 같다고 설명할 때

몸부림 같은 단어를 여러번 사용하고 있다.


스스로 해왔던 수많은 일탈들을 말하며 

그런 과거에 대해 고백하며 평하길,

이런 모든 선택 후엔 항상

최종적으로 행복이 아닌 공허거 남아

가장 힘들고 더 자신을 타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들이 아주 특별한 경험들이라서가 아니라,

외롭고 소외되고 무시받고 

인정받고 싶던 자신의 결핍을 

당시엔 설명할 수 없었다는 점 때문에

그의 삶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결국 마음놓게 된 시점은 

자신의 죄에서 벗어나려 

도망다니고 몸부림 쳤을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잡혔을 때란 점도.


그럼에도,

독자로써 판단할 때 

이런 모든 긍정적 변화의 구심점은,

고독한 수형생활이 줬을 성찰의 시간과

그 안에서 주어진 시간을 

독서와 지혜로 채울 수 있는 선택을 한

그의 어떤 갈구가 크게 다가왔다.


보통 이런 모습을 회개라고 한다.


하지만 책 안에서

누구도 이런 말을 구체적으로

자주 쓰려고 하진 않는다.


결코 자기 변명을 위해서나 

가해자가 오히려 피해자처럼 보이려는 듯

깨어난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럼에도 분명 피해자는 존재하는

원죄를 저지른 당사자임은 분명할진데 말이다...


적어도 이 사람에게서만은

변화된 무언가는 확실히 느껴지고

죄를 지으며 살 동안은 모호했고 부정적이던 

세상을 향한 시선 또한

철저히 고립된 공간 속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으로 발휘되도록

변화되어 온 측면이 있는 건

수감자임을 떠나 인정해주고 싶어진다.


1997년과 2000년을 기점으로 많은게 바뀌었다는 

교정시설 안의 삶들도 알 수 있었고,

그 안에서 겪은 그들만의 코로나 사태도 알 수 있었다.


어쨌건 저자나 이 사형수 모두

피해자들에게 가해자가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오해는

다른 식의 2차 가해가 될까봐 조심하는 부분이 보이는데,

죽음을 죽음으로 갚지 않았다는 점이

많은 사람에게 불합리한 것으로 보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가 그 안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모습이

그저 공짜로 주어진 의식주란 측면으로 

과분한 행복이라 분노하기에는 

기존 상식이 바뀌는 부분들도 많았다.


살아가는 공간으로 감옥을 이해해 본 

책이 준 특별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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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슨의 자기 확신에 관하여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솝희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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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속도가 나야하는 보통의 뚜께임에도 

한권을 다 끝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이미 읽었던 단행본 '자기신뢰'와 

같은 저자의 책인 이 책의 차이가 

과연 뭔지 의문을 갖고 이해하려 읽고보니 그랬다.


일단, 나와 같은 의문에서 

이 책을 출발할 사람들을 위해 선험자로써 

그 질문에 대한 팁을 주겠다.


유명한 책 '자기신뢰'는 이 책 중 

한 챕터만을 차지하는 부분으로써,

더 정확하게는 1841년 출간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에세이집 

'First Series' 중 일부가 '자기 신뢰'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을 읽고 싶던 건, 

단순 '자기신뢰' 때문이 아닌

'자기 확신'이란 제목을 가진 이 책이

자기신뢰 이미지와 비슷한 듯 

보완적 뉘앙스를 띄기에 읽고 싶었던건데,

아쉽게도 이런 제목은 원제 '1st 시리즈'와는 관계없이

독자의 선택과 이해를 위해 붙인 제목이라 이해된다.


하나더 이 책에는 랄프 왈도 에머슨에 관한 정보나

그가 쓴 저작들에 관한 정보를 따로 다루는 부분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전에 읽은 

단행본으로부터 다시 얻을수 있었는데,

그로인해 이번 원본과 이전 책을 비교하며

의미있는 독서를 해볼 수 있었고,

'자기신뢰'를 먼저 읽어 봤거나

나처럼 그의 책을 더 읽어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겐

'자기신뢰'가 담긴 원전 전체를 읽어 본다는

그런 의미는 줄 수 있는 구성이겠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란 이름은

수많은 책들에서 아무 관계없이 

어떤 한 챕터를 열기전 뜬금없이 마주칠 수 있는

명언과 그 말을 한 인물로 등장했던 걸 

기억력 좋은 사람이라면 떠올려 볼 수 있을 이름같다.


나에게는 그 정도 인연의 모르는 누군가였지만

반년 전쯤 읽었던 꽤 괜찮았던 자기계발서에서

그 저자가 매년 한해의 시작을 

에머슨의 '자기 신뢰'를 읽으며 시작한다는 말에

책 자체를 읽어보게 됐는데,

그때나 지금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그 '자기신뢰'란 책이 

이 에세이집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는 것은 몰랐었고.


유명한 이 '자기신뢰' 이외에도 

책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들은 명쾌하다.


저자 자체가 추구했고 담고자 했던게 '자기 신뢰'로 대표되는 

'아무리 신을 믿더라도 자신을 놓고 쫓아가듯 믿지 말고

자신에 관한 믿음을 지닌채 달려가라'는 주장을 담기에

문장마다 실린 거의 모든 뉘앙스들은 

읽는 독자들 본인들이 1인칭 시점에서 자신만의 판단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볼 힘을 유지할 것을 강조하기에 그러하다.


책 속 유명한 설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이 자체가 의미하는 바와 내가 이해하는 바가 

다소 차이나기에 정리겸 해본다.


'길거리에 술을 먹고 쓰러져 잠든 한 남자...

그를 업어와 씻기고 옷을 갈아 입힌 후

공작의 침대에 공작과 같은 매무새로 단장시켜 눕혀놓았다.

술에서 깨 일어난 후 그 남자는 말한다.

"이제서야 내 누군지 알겠다"라고...'


책 자체에서 전달하는 바는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제정신을 차린 인간에 대한 비유이기에.


하지만, 술취한 남자가 공작의 침소에서 깬 후

자신을 공작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마냥 정상적인 깨달음처럼 와닿지만은 않았는데,


원래 자신의 가치를 망각하고 살던 누군가가

우연히 고귀한 자리에 놓여지자 

자신이 원래 그리 고귀한 자임을 깨닫는 것인지,

아님, 술에 취해 인사불성으로 떠돌던 실제 공작 자체가

지인들의 수고로 자기 집으로 옮겨져 와서는

술이 깬 후 순수하게 읊은 말인진 알 수 없겠으나,

공작의 모습으로 그 침대에서 깨어난 걸 

깨달음이란 은유로 표현하고 싶어한

랄프 왈도 에머슨의 뜻이 얘기와 같이 이어지니

정확하게 의미하고자 하는 분명할 것이고.


하지만, 책은 

처음부터 술취한 자를 공작이라 칭하지 않았고

공작이던 아니던 공작처럼 깨어났을 때

공작같은 신분의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고결성만을 부각시켰다.


만일, 이 남자가 공작이 아닌 사람이란 전제를 완전 무시해야만 한다면

이 이야기가 주려는 교훈엔 억지도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었다.


'리플리 증후군'이나 '뮌하우젠 증후군' 등

현실의 나와 이상적인 나와의 간격이 모호한

해리된 판단능력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나,

술과 공작이란 대비가 깨달음으로 치환되기엔

술은 완벽한 타락이고 공작은 선이란 동의가 쉽지 않아서.


'자기신뢰'란 챕터와 그 전체를 담은 책이 가진 상징성을 넘어

자기 확신, 자기 신뢰, 회복탄력성 같은

비슷하지만 분명 묘하게 다른 

뉘앙스들의 참뜻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겐

한번쯤은 거쳐가면 좋을 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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