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빌려주는 수상한 전당포
고수유 지음 / 헤세의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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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소설의 소재를 

자체적으로 일종의 오컬트로 분류했다.

만일,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짧은 집필 동기가 

소개돼 있지 않았다면 난,

아마도 이 책의 오컬트라 칭한 부분들 중 극히 일부는 

우연같은 사실도 섞였다고 믿었을지 모른다.

너무 지어낸 얘기 같지만

그 외양을 가능하게 한 우연한 만남이

마치 사실일 수 있겠다란

오해할 수 있을 그 실낱같은 가능성 때문에.


책 말미 작가의 소회를 빼놓곤

모두 창작으로 이뤄진 조각들이다.

소재도,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당연하지 않은가?

시간을 빌려주는 할머니,

그 할머니와 인연이 되어 찾아오는 사람들,

평생 되돌리고 싶던 어느 한순간으로 

딱 되돌아가는 일종의 시간여행자가 된다는 게

어떻게 사실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책의 초반과 후반에

포레스트 검프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옆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던 장면처럼, 

전당포 할머니와의 짧은 만남과 기억을

소설의 앞뒤에 배치시켜 놓음으로서,

이야기들은 흡사 현실 속 작가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반영되지 않았나 싶은

순진한 믿음을 독자로써 발휘하게 만든다.


허름한 건물 안 전당포.

할머니는 시간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우연히 명함을 보고 찾아왔던 

바꾸고 싶은 사연을 지닌 많은 사람들...

그들은 과거 속 그 순간들을 위해

1일에서 3일 정도를 얻어 되돌아 간다.

그 댓가로 그들의 남은 수명은 단축된다.

1일이라면 19년, 

2일이면 40년,

3일이라면 생환 할 기회도 거의 없다.

게다가 돌아갔을 때 그들이 발목을 잡는 건 기실

그 당시의 위험했던 똑같을 순간의 

반복 그 자체의 염려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모든 과거 여행자들을 위험하게 하는 건

돌려받은 시간의 소중함 만큼에 비례할거라는 

각자의 간절함과 달리 흐르는,

돌려받은 시간 속 사건의 흐름들이

과거의 수정을 향해 원만하게 흐르지 않고,

관성처럼 원래 잘못됐던 선택 그대로

그 결과를 만들고 싶어하는 듯

불가사의하게 막는 듯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과거를 이미 알고 왔음에도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이끄는 강력한 힘이,

스스로의 욕망처럼 작용해

거의 전과 같은 운명에 휘둘리도록 만들려 한다.


책에 나온 인물들 모두 그런 상황에 휩싸이지만

위험을 극복해 낸 유독 기억에 남는 한명은,

빌라왕에게 자기집 마련의 꿈을 사기 당했던 여성이다.

그 계약을 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과거로 향했던 이 여자는,

다시 그 계약을 한 부동산 중개소에 앉아 버린다.

원래대로라면, 과거와 똑같이 될 행동들은

아니까 알아서 안하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책 속 모든 인물들은 하나같이 거의

과거 뼈저린 잘못을 했던 바로 그 근처에서 

똑같은 선택을 하도록 또다시 그 언저리까지 

무서우리만치 같은 조건으로 다시

자기 발로 데려다 놓는다.

계약서의 결과를 아는 이 여자는

그 결과를 만들 계약서를 다시 마주한 순간 직전으로

본인을 마주하게 하면서 스스로 그 경험을 

자초하기 직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렇게 돌리고 싶던 그 순간을 다시 마주한 이 여자는 

최종적으로 어떻게 했을까?


그녀는 119를 불렀다.

이는 거짓말이다.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없는 

불가항력 같이 내모는 도돌이표 힘의 상황에서,

자신을 빼내 가도록

자신을 빼내 주십사

119를 부른 것이다.

도착한 119대원들이나

계약을 하려던 중개사 모두,

그녀가 피하고 싶던

하지만 다시 현실이 된 이 과거가,

이해불가일 거고

해프닝일 거고

실제 사고인가 어리둥절 해야한다.


하지만, 이건 진짜 사고다.


왜냐면 바꿀 수 있는 현실이

다시 바꿀 수 없는 과거가

되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의 순간이기에.

자신의 남은 수명을 댓가로 지불하고 온 사연 속 주인공에겐 

어떤 병이나 상황보다도

긴급하고 위급한 상황인 거니까.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건 본인과

잘못된 순간이더라도 그 상태로

계속 똑같이 흐르려고 한다는 걸 아는

전당포 할머니,

그리고 독자 정도일 뿐.


할머니가 키우는 고양이는 크로노스로

앵무새는 카이로스라고 불리는데,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

카이로스는 '특별한 기회의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책은 은유처럼 보태 놓았다.

우주의 섭리는 다르마로,

개인이 지닌 역량은 카르마로 설명도 했고.

카르마가 업이 아닌 역량인지는

그냥 책의 설명으로 받아 들이겠다.


아마, 저자는

본인의 희망과 상상을

소설 스토리에 많이 녹여 놓은듯 하다.

갈 수 없는 지난 시간 속으로의 여행,

그게 가능한 세상과 해줄 수 있는 누군가,

만일 간다면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 준

상응할 댓가는 지불해야 한다는

희생되야 할 최대한의 지불용의도 설정해 놓았다.

그 기회를 얻는 자격 또한

할머니의 눈에 비친

각자의 오로라 색깔로 분별되는데,

불합격 기준은 빨강이고

가장 선한 결과를 도출할 가능성이 높은

자기성찰이 강한 오로라의 색깔은 보라색이다.

빨주노초파남보 순서인 이 색깔들은

뒤나미스(잠재성 or 카르마)라 일컬어져 있다.

할머니는 그들이 되돌려 받을 시간을 

잘 활용할 사람들인가를

색깔로 짐작하고 잠재성 평가기준으로 활용한다.

그 선택기준을 거쳐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누군가는 기회대상에서 배재.


책처럼 과거로의 회귀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 상상인가?

하지만, 책을 읽으며 틈틈히 생각해 볼 땐

어느 순간으로 돌아갈지도 

얼마만큼의 노력을 다시 해야할지도 미지수 같았다.

또한 다른 비슷한 소재의 영화나 책들에선

무언가 하나를 과거에서 바꾸니 

다른 무언가가 영향을 주며 어긋나,

계속 그 과거로 인해 변한 뭔가는

현재 속 문제로 대두 된다.

이 책에선 그와 달리 성공했다면

모두 원하는 바를 얻지만.


현재에 지쳐 당장 

태세전환의 기회라도 책에서 만큼은

상상이지만 누려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번 읽어봐도 될 소재의 소설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소설 수준을 높여 준 장치는 단연,

과거로 되돌아 가서도 

후회했던 그 모습처럼 행동하도록 

은연 중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는 

시간의 파라독스 즉,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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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먹지 않는 약
도리다마리 도루 지음, 이현욱 옮김, 장항석 감수 / 더난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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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읽고 싶은 주제가 담긴 일본 저자의 책이라

이 책을 선택하여 읽게 되었다.

코로나가 한참 창궐했을 때 나온 책인지

그때 사회를 달궜던 내용들에 대해서도

이 책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마스크를 벗고 생활 할 수 있는 시절은 

이제 없다고 했던게 새삼 기억났다.

거기에 각종 백신 부작용에 관해 

설왕설래 하던 그런 부분들까지 떠올리니,

책속 이런 주제로 깊게 논의된 내용들 또한

시대를 달리 했을 그 당시엔,

이 책의 모든 내용 중 가장 핫한 토픽이었을 거란 점도

책을 읽으며 남달리 회고됐던 한 부분이었다.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건

치매나 고령자 처방에 관한 부분과

정신과 약을 다룬 부분이었다.

현재 한국에선 대학병원 중 일부이긴 하지만

노년층의 복약지도를 상세하게 다루는

특정진료과가 운영중인 것으로 안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선행지표인 일본 상황을 

이렇게 지켜볼 수 있다는 건,

한국의 추세 또한 신빙성 있게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었다.


먼저, 당뇨병을 예로 들자면

혈당을 인위적으로 건드리는 약을 쓰다보면

좋지 못한 방향으로 혈당치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며,

모든 약엔 당연히 해당 약효가 존재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약이 가진 '해로움' 또한 있을 수 있기에

이를 깊게 연구하는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데,

이어지는 유방암의 치료 전력에서

예전 전체 절제술이 한창 시행될 때와 달리

이런 수술로 인한 치료법과 보존술의 효과 차이면에서

생존률로 비교했을 시 차이가 없었다며,

처치면에서 이런 중요한 사실조차

일본에 알려진 후 표준화 되기까지

15년이 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웠다.

예전, 전체 절제술을 받은 유방암 환자들만을 모아놓은 

한 대학병원 입원실에 들렸다가 

그 동일한 모습의 많은 환자모습에 놀란 기억이 있는데

당시 기분처럼 전달 받았던 절제술에 관한 

상당부분 부정적인 기억들의 맹점을 오늘에서야 되집어 봤다는 것,

그리고 과연 전체 절제술이 그 당시에도

정답이었을까란 의문이 들었기 때문 같다.

이후 이어진 노년층의 과도한 약 복용량은

질병 자체로 인한 순수한 투약량 증가라기 보다,

노쇠에 의한 부분을 원인으로 인식하며

약 투여량의 조절에 관해 생각해 보라는 내용이다.

이렇듯 다양한 주제들이지만 

책에선 생각보다 매 주제들 모두에 관해

일률적으로 긴 분량을 할애하고 있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학적 지식전달은

상당히 압축적으로 잘 되어있음도 특이점이라면 특이점.


다음은 정신과 진료에 대한 인터뷰.

다카키 슌스케라는 일본 정신과 의사와

한 기자의 대담형식으로 길게 엮었다.

다른 주제들에 비해 형식도 다르고

편한 분위기에 오간 대화를 전부 다룬 분량이라

상당히 내용도 길고 섬세했던 파트다.


인터뷰 상대였던 이 의사는

약으로 치료할 부분과 아닌 부분이 있다는 걸

환자 본인이 아닌 의사로써 다룬다.

보기 쉽지 않은 장면 같았다.

이런 시각을 여러 주제를 논할 때

재차 토론꺼리로 내놓는 건 또한 신선했다.

그래서 뉘앙스는 비슷하나 

조금씩 이 주제에 대해 

여러 다른 관점처럼 피력해 주었다고 봤는데,

그 중 좀더 사이코시스한 조현병에 관해 

논할 때 나온 부분이긴 하지만,

예전 의사들과 현재 의사들의 

추세적 차이로만 나누긴 애매했다.

하지만, 좀더 약에 의존하는 추세가

정신과 진료에 있음을 인정하는 동시에,

이 안에서 접근법이 달라질 수 있는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정신과 의사들마다의 다른 지향점에 의해

환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차이를 만들더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쉽지만 의학적 프로토콜이 아닌 개인차라는 뜻.


약으로써의 치료가 다가 아닌 

환자가 가진 환경을 바라볼 수 있는 의사는 극히 일부다.

그걸 만들어 내는 건 의사 각자의 의지이자 역량. 

약으로 고친다는 전제를 더 믿는 의사라면

환자가 받는 스트레스나 환경을 살피는 건 우선이 아니다.

이또한 인간적으로 냉정한 게 아닌 

의사로써의 판단과 성향일 수도 있는 인정할 문제.

다만, 환자 본인의 스트레스를 

치료를 위해 더 잘 이해하려는 노력이나,

병세 자체도 그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생존과정의 징후로 파악할 수 있냐는 점이

간과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전문가적인 아쉬움을 피력했다.

약보다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견해에 동감했다.

주목해야 바뀔 수 있다는 점 핵심적인 부분이

약보다 간과될 수 있다는 것으로써

독자에게 여러번 환기를 시킨다는 건 놀라웠다.

꼭 의학 분야가 아니어도 타인의 일에 

이정도 적극적인 의견을 가진다는 건,

타인의 삶에 관심과 정성을 보이지 않더라도 

당연시되는 요즘의 개인주의적 풍조를 돌이켜 볼 때

매우 인상적이고 훌륭해 보였다.


대부분의 정신과 의사들은 우선 병이니까 

약으로 고치자는 의학적 발상으로 접근한다.

사실은 약으로 고쳐지지 않지만

적어도 약기운으로 증상을 억제시켜

원래의 세계로 다시 데려오려는 노력의 시작으로.

하지만, 원래 그 사람의 세계에는

병을 유발시킨 가족관계나 그밖의 환경들이

당사자를 병이 나도록 몰아간

다양한 요인들로써 도처에 산재한다고 보기에,

결국 호전되어 약 중단 후

이런 환경탓으로 재발한다 하더라도,

그런 상황을 고려 못한

병의 단순재발로만 읽혀질 수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렇게 반복되면 다시 병이 내재적 요인으로 

진행된 것처럼 보인다면서

약의 투여량만 높아질 수도 있는 점도 우려했고.


개인적으로 많은 심리학 책들과 정신과 책들을 보면서

그 책들끼리 간극을 채우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그게 이런 부분이었고 

이런 부분을 다룬 책을 한번쯤은 접해보고 싶었다.

왜냐하면,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하는

저마다의 심리학적 논조를 너무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환경과 개인의 역량을 다루는 

심리학적 논리는 인문적으론 훌륭하나

모두를 통합하는 한수가 언제나 부족했다.


오히려 약의 오남용과 진단을 

각자가 처한 환경면에서 다뤄본 이 책과 같은 안목은

심리학 책에서 조차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에서의 위와 같은 대담은

넓은 범위의 정신질환 이야기 중 일부분이지만,

의사 슌스케가 바라보는 부분이 무엇이며

무엇에 전문가로써 맹점을 느꼈는지는

일반인으로써 충분히 공감해 볼 수 있었기에 좋았다.


한편, 좋아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오카다 다카시의 유명한 책들 중에

'인간 알레르기'를 다룬 부분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생각치 못한

의외의 정보를 얻기도 했다.

요즘 한 심리상담가의 추천까지 추가되어

이 저자의 인간 알레르기 이론을 다룬 책이 

다시 한번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

이 인간 알레르기란 용어가 사실

상당히 오래 전에 일본 내에 상륙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한 약제에 관한

마케팅적 요소였다는 것으로 보여져서다.


당시, 미국에선 이미 유명한 프로작이 

유독 일본에서는 실패했는데,

그 이유를 평가해보니

일본 내엔 우울증 환자가 적어서였다고 판단했단다.

그래서 바꾼 병명인 '사회공포증'으로

일본인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동시에,

이 바뀐 접근법과 '인간 알레르기'란 설명을

당시 동시에 회자시킨 것으로 소개했다.

소심하고 책임감 많아 보이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오히려 우울증이 적다는 것도 놀라웠고,

사회공포증이라고 불리워 지는 것엔

큰 공감대를 이뤘다는 점도 생각할 바를 던져주었다.

병으로 생각하는 집단적 분위기가 

이렇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으니까.


그냥 어떤 약을 먹고

어떤 약은 먹지 말라는 

단순 지식을 나열한 책이 결코 아니다.

의학적 상식에 대한 전반적인 깊이를 더해줄 수 있으며

양질의 내용들로 꽉 차 있는 책이다.

아마 기대한 것보다 훨씬 좋은 정보들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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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내고 늘 후회하고 있다면
매튜 맥케이 외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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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노를 바라보는

가자의 생각방식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서 읽어볼 수도 있겠다.

실제 분노게이지가 항상 높아

관리하기 힘든 사람들이라면,

그냥 책이 제시하고 있는 방법대로 해보면서

분노 자체를 관리하기 위한

스스로의 설득과 처세로써 

사전조치 형식으로 이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반대로

분노의 이유에 대해 궁금하다면,

책에 실린 분노마다의 

다양한 원인들을 바라보며,

왜 인간관계에서 사람들이 분노하게 되는지 

제3자의 시선으로 그 환경 자체를 

바라볼 수 있는 자료나 토대가 되 줄 수도 있겠다.


어찌보면 분노는 순수한 감정이다.

대개는 원인과 결과가 있는

방향성을 지닌 에너지의 발산이니까.

그럼에도 분노는 

의외의 감정과 만나 

안좋은 시너지를 키울 수도 있다.


불안.


책에선 만일 분노가 불안감과 섞인다면

머리로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는 

무너진 상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심기를 거슬리는 상황인데 

초조함까지 더해 진다면 

결국 분노 섞인 불안이 되고,

그렇게 폭발 직전까지 가버린 분노는

책의 표현대로라면 

'잭과 콩나무' 속 하늘을 뚫을 듯 자라는 

그런 형상의 나무처럼 돼 버린다.

이렇게 분노는 자라듯 솟아 올라 

개인을 지배하고

주변으로는 불길처럼 확장되어

화를 퍼붓는 일 자체에만 몰두할 뿐

이성적 판단은 불가능해 진다.

분노하게 만든 상황을 향해

분노를 끝까지 표현하는 것만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일보다도

중요한 일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점을

책은 우려해야 된다고 경고한다.


이렇게 형성된 분노성향이 습관이 된다면

그 분노는 사람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분노한 시간이 길어 질수록 

바람 빠지듯 수그러진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책은 오히려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처음엔 초조를 동반한 짜증 정도였다가

나중엔 달래주는 이 없는 

혼자만의 외로운 투쟁이 되어간다.

이같은 분노를 일종의 집착으로 책은 묘사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단편적으로 제시된 해결책은

5개 정도가 등장한다.


-심각하지만 죽을 정도의 일은 아니지 않냐는 발상

-그동안 있었던 좋았던 일의 회상

-분노에 좌지우지 되지 말자 다짐하기

-분노 발산하다 인생을 망치게는 하지 말기


그 중 그나마 가장 타당해 보이는 방법은

'그냥 내려놓고 신의 손에 맡기자' 정도였다.

분노한 상황이라면,

이 5가지 중 어떤 것이라도

실제 현장에선 발휘될 수 있으리란 생각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은 못하겠다.

다만, 신의 손에 맡겨보란 조언은

분노가 아니더라도 

기분조절을 하는데 있어서 의지가 적용 안 하기에

가능만 하다면 제일 냉정한 판단이라 느껴졌다.


이후, 다른 식의 분노에 관해 좀더 관심이 갔다.

앞서 말한 류의 분노라면

티인을 향한 분노라 겉으로 쉽게 드러난다는 

장점 아닌 장점이 있지만,

만일, 분노가 스스로에게로 향해 있다면 

그 감정이 분노란 사실을 알기 어렵고

따라서 파생되는 문제점들까지

분노로 인한 것임을 인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책은 꽤 상세히 설명했다.

스스로 용서조차 어렵다고 판단하는 

극한의 분노로는 이를 상하기 어려웠고

어느 정도의 자신을 향한 자책 정도라 느껴졌는데,

이런 안으로 향한 분노의 유형 분류가 

유용한 자료라 보여 정리해 본다.


1.자기방임

남을 챙기느라 자신을 안 챙기는 데엔,

자신은 보살 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


2.자진해서 망가지기

자신은 실패한 인생임을 스스로 증명하고자 한다.

코앞까지 다가 온 성공보다 실패를 선택함으로써. 


3.자책

전부 자기 탓이라는 식의 확신


4.자학 or 자해

자신을 나쁘게 말하기 or 신체적 자해


5.자기파괴

스스로를 없어져야 할 대상으로 분류


이와 같은 류의 자기를 향한 분노라면

그 원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꼭 분노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번쯤 생각해 볼 깊은 심리적 요인들이라 봤다.


책에선 이와 같은 해로운 심리상태들에 관해

생각보다 뾰족한 대책을 내놓친 않았다.

오히려 다른 챕터들보다 그 설명면에서 극히 단촐했다.


책에선 일단 위에 해당되는지를 생각해 볼 것을 권하면서

최근 이런 적이 있는지 되집어 보라는 정도의 조언만이 실렸다.


일반적인 심리학 책이 아닌

워크북 형식이라 봐야할 책이면서,

분노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분노했을 때 대처할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수해 주려 노력한 내용들 위주로 실렸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자기를 향한 분노에서처럼

특별한 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특별영역도 존재한다.


은유적이고 심층적인 원인을 알아가기 보다는

즉각적이고 표면적인 해결법과 접근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적합할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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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차 감정평가사가 알려주는 부동산 가격의 비밀 - 한 권으로 끝내는 감정평가의 모든 것
권자영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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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사란 직종을 처음 들은 어떤 사람은

여기서의 감정을 사람의 '감정'으로 

이해한 사람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부동산 '감정'평가와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이,

일종이 동음이의어로 둘의 다른 뜻을 

본인의 발상대로 순간 받아들인 것도 이해 되지만,

아이가 아닌 어른의 시각에서 본다면

다소 동심 어린 발상이란 생각도 가졌었다.


이 책은 현직 감평사가 쓴 책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직종이기도 하면서,

부동산 평가를 중심으로 다루는 와중에 적은 분량이지만

수험 부분에 있어 약간의 팁도 들어있는 책이라

여러모로 궁금한 내용들을 다뤄주기에 좋았다.


내용면에선 번외편에 가까운, 

저자 본인의 오래전 수험경험에 기초한

감정평가사 시험준비의 노하우를 

본격적인 내용 전에 먼저 정리해 보자면,

개략적인 1차와 2차 과목 소개와

시험난이도를 소개했고,

시험자체는 2차를 비중있게 다뤘다.

하지만, 수험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2005년 시험에서 합격해 현업 종사 중인

당시의 트랜드로 현 시험을 평가한 건

아닌가 싶을 느낌도 받을 수 있겠다.

왜냐면, 실무 이론 법규 이렇게 3과목의 2차 난이도 중

요즘은 보통 법규를 전략과목으로 삼고

실무와 이론을 가장 난코스로 받아들이는 편인데,

이 책에서는 가장 어려운 과목으로 법규를 봤고

가장 쉬운 과목을 실무로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법규가 행정법이 기초가 되어있지 않다면

암호같은 어려운 과목은 분명 맞지만, 

그간 변해 온 과목별 난이도나 

외울 게 많은 법규를 기초부터 잘 외워 둔 사람들이

2차 3과목 중 이 과목을 전략과목으로 의지하는

요즘의 트랜드와는 좀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 챕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이런 수험정보 그 자체보다는, 

시험을 합격하고 모든 보상을 받게 되는 그 순간을

가상으로 떠올릴 수 있게 책상 앞에 

그런 상황을 글로 써서 붙여놓으라는 조언이었다.

일종의 마인드 컨트롤과 관련된 조언이었지만

현업의 감평사가 같은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란 느낌을 받았다.


여하튼 가장 짧고 논외처럼 다뤄진 

감정평가사 시험에 대한 이 책의 요지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다.


감정평가사의 시각으로  

부동산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내용 중,

감정평가의 타이밍에 관해 요약해 본다.

타이밍이란, 

너무 늦어서도 너무 일러서도 안되는

그 순간의 포착을 말한다는 건 누구나 알테지만,

보통 장기보유하게 되는 부동산에서도

이런 자산의 성격에도 불구

감정평가에서는 복잡해진다고 말한다.

매도인은 최고점에서

매수인은 최저점에서 사고 싶어하니까.

하지만, 저자는 부동산의 가격형성요인이

복잡하고 변동이 심해 특정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음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타이밍에 평가하게 되더라도 

감평사는 가격조사가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예상치에 해당하는 감정결과를 낼 수도 있다고 했다.

이게 가능하게 해주는 건 

감평의 중요한 기준인 '기준시점'을

임의로 정하는게 가능하기 때문.

특히, 의뢰인과 협의가 됐다면 더욱 그러했다.

만일, 기준시점을 전후로 아무리 평가가 바뀐다 할지라도

해당 기준시점에만 감정평가가 내놓은 결과와 예측이 맞는다면

변화 앞뒤 상황은 논외로 한다고 전하고 있다.


역시, 현업 감평사의 책이라 그런지

감정평가사란 직업이 하는 업무도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접해볼 수 있었고,

감정평가서를 오래 써온 사람의 글인 탓일까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느낌도 있어서

이 책 또한 한장의 보고서처럼 깔끔한 느낌도 전해졌다.


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좋은 안목을 선사하겠지만

감정평가란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을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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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착각 - 뇌는 어떻게 인간의 정체성을 발명하는가
그레고리 번스 지음, 홍우진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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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말하는 저마다의 실제 자기란 결국 '서사'다.

내가 써내려간 나라는 뜻...


참고로, 

잠깐 스키마가 용어로써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언급되는 스키마는 

스키마만을 다룬 책을 볼 때 알게되는 스키마와

다른 면으로 살펴봐야 할게 있는데

이것부터 얘기해 본다.

그 둘 사이 가장 다른 점은

이 책의 스키마가 상징하는 바는 '불변'이란 점에서다.

인생 초반 스냅샷을 찍듯 뇌에 저장된 내용들이 

스키마라 정의되고 있는데,

스키마만을 다룬 책에서는 이해 위주기는 하지만 

불가능의 영역으로 대하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둘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거나 맞다고 해야 한다면,

활용 측면에서 입맛에 맞는 접근 보다는

연구의 영역에서 바라본 불가역적인 스키마 쪽 관점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될 것이라 생각됐다.


결국, 불리한 작용을 하는 스키마는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비가역적인 요소.

인위적인 변형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 책 속 스키마다.

만일 이 책만으로 스키마를 접근한다면

스키마 치료에 관한 믿음엔 수정이 필요할 거다.


조금 이야기가 샜다.

스키마가 아닌 나를 정의짓는 서사에 관한 책인데.


책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은 아니지만

서사로써 나를 받아들인다는 이론을 이해하는데,

2세 이전과 후의 기억에 관한 부분이

전체적인 내용면에서 중요한 포인트라 느껴졌다.


어느 책에서는,

누군가는 태어났을 때의 기억까지 있다거나

태아시절 뱃속에서의 기억마저

무의식적으로 작용한다는 말까지 하는 걸 봤는데,

이 책에서는 이런 설들에 관한 진위여부에 대해

매우 과학적인 판단 근거까지 제시해 준다고 보여진다.


결국 크게보면 발달심리학 측면에서의 접근인데,

에모리 대학교 심리학자 로빈 피버쉬가 행한 한 연구에서

유아기 시절 기억을 전혀 갖지 못한다는 

그동안의 설이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는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연구는, 

앞서 말한 유아기 때나 태아 시절의 기억마저

간직할 수 있다는 그런 주장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그런 단순 연구는 아니다.


오히려 이 부분에서 다루는 

기억에 관한 서술들을 연이어 읽노라면,

기억의 상당부분엔 맹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은 2살이 지나야 해마 시스템이 연결 되기에

높은 각성을 일으키는 일들은 어릴 때

뇌에 저장시키고 지속해가는게 불가능 하다.

4세 쯤 되어서야 

유년기에 일어나는 기억의 손실은 

비로서 줄어들 수 있는게 사람의 뇌.


그럼 이 다음부터의 연령에서는 

모든 기억이 온전하단 말인가?


아니다.


4살부터 10살까지 

기억을 위한 뇌의 시스템은 

더 갖춰지게 되는 것은 맞지만,

성인의 기억과 청소년기까지의 기억구조는 다르다.

성인이 되어 갈수록 

암호화 된듯한 견고한 저장장치 속 기억을 갖는데 반해

어릴 적 기억들은 결국 사멸해 가는 기억에 속하고

굳이 회상하려는 어릴 적 기억이 아니라면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어릴 적 기억들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 정확도 면에서도 신빙성 또한 많이 잃어간다.

그렇기에 , 로빈 피버쉬가 행한 연구는

어릴 때도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지

그 기억이 커서도 지속되는 계속될 기억이란 걸 

보증하는 걸 입증하려한 연구는 아닌 것이다.

많은 '아이'가 3세 이전을 기억할 수도 있고

이보다 더 어린 아이도 

기억이란 걸 할 수 있는 건 맞지만,

결국, 5.5세쯤 되면 

이때 초창기 시절의 기억 일부를 잃어버리기 시작해

결국 거의 기억할 수 없는게 인간이 뇌 구조라는 게

내겐 더 핵심처럼 다가왔다.


기억할 거는 계속 생겨나는 삶 속에서

아주 어릴 적 기억들은 점차 잊혀지는게 

본능적으로 당연하지 않을까.

고통이라 묻혀 졌다거나

각자의 기억력 차이가 아닌

그저 기억마저도 소멸되는 과정을 겪는다는 의미로써.


기억과 잊힘은 결국 한쌍이다.

이 한쌍을 능숙하게 받아들여 쓸 수 있게 만드는 건

본인의 삶을 서사적으로 프로그래밍 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렇기에 인간이 가진 기억은 망각과 한쌍인 거고

이 둘을 써가면서 만들어 간 각자의 서사가 

그 틀 속에서 만들어 간 내 모습을 

최종적으로 나로 기억한다는 내용이라 보였다.


지금 바로 이순간 나는 내가 아니다.

바로 밀려나서 과거로 갔고

그걸 인정하고 있는 이순간도 이젠 과거다.

그렇게 잊혀지고 연결되는 현재,

그리고 바로 현재가 된 미래가 모두 서사로써 

'나' 자신이 되어가는 구조를 설명한다.


어렵고 난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용 중에 이해 못 할 내용들은 없었다.

두리뭉실하게 철학으로만 설명하는 책들로

나를 이해해보기 보다는

이 책의 접근법으로 먼저 해 볼 것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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