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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들여다보는 마음수업 -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은 마음치유의 시작입니다
이선이 지음 / 보아스 / 2023년 6월
평점 :

글을 계속 읽어갈 때, 매번 바뀌는 사람마다의 상황들 속
흔들리지 않는 관찰자적 시선으로 들여다 보는 저자를 보면서,
어느 순간엔 그런 모습이 차갑거나 메마른 감정같을 때도 있었다.
이런 느낌을 가지는 나를 보며, 이해는 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보여주기식 공감을 더 편히 느끼는건가 싶기도 했다.
저자의 상담방식은 저자가 수련한 융 연구소의 방식일 것이고
그냥 독자로써 재단없이 순수하게 이해하고 좀더 읽어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짜 따스함이 이런게 아닐지 되집어 보게 됐다.
책의 한구절에선 저자의 상담시 태도도 말한게 있다.
누군가의 얘기를 들으며 3자로써 공감과 수용을 위해
가식적이지 않은 질문던짐과 궁금함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다들 아는 공감과 수용의 참모습이란 저자의 이 말처럼
그냥 들어주고 묻는 정도를 넘어서야 함을 느껴보는 순간이 됐다.
진짜 들어준다는 건,
말하는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해 생각해 보며 되묻고,
또다른 질문까지 해볼 수 있게 되는게
공감과 수용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변화의 바탕이 되어 주는 공감과 수용의 바람직한 모습을
저자의 짧은 다짐 안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사랑을 다룬 챕터에서는
자해하는 사람,
자살을 예고하는 사람,
자신은 불행하다며 우는 남자,
유책 배우자의 당당함에 오히려 상처받은 부인 등
사랑이란 키워드로 묶인 사연들을 보여주는데,
너무 다른 사연들 같지만
각자가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게 되어가고
주변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들로
타의반 자의반 변해간 모습들을 보여주며,
불가능 할거같은 저마다의 상황인식 변화를 만들어 간다.
자기비애에 젖어있었고 개선 불가능할 거 같은 인식 안에서
기적처럼 변화를 찾아 걸어가는 슬프고 뭉클했던 얘기들.
모두가 동정이 갈만한 사연들을 가졌지만
그걸 표현하는 각자의 표현법은,
저자와 같은 직종이 아니라면
거부감이 먼저 느껴지거나 길게 하길 꺼려할 상황 같기도 했다.
들어준다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다.
공감 중 같이 힘들어지는게 꺼려진다면 쉽게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고
남의 상황자체가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여지 않는다면
결코 서로에게 말상대가 되어 주지 못할 테니까.
이렇게 각자의 사연들은, 의사인 저자의 해석을 거쳐
누구나 경험했을 만한 사연들로 독자에게 읽어볼 만하게 변해갔다.
이들에게 이런 상담의 계기나 과정이 없었다면,
스스로의 힘만으론 변화의 계기는 못 마련했을지 모르겠다.
그랬다면 그들 각자의 인생은 또 어떤 모습으로 흘러 같을까.
살기 싫을 정도로 자신의 상황에 절망했던 남자가 등장한다.
부모를 원망했다. 유복한 듯 보여도 사실 자신은 불쌍했다며.
그러다, 그는 이디오피아 봉사활동을 다녀오게 되고
스스로 만들고 변해가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묘사됐다.
기분 전환정도가 될 수 있었던 봉사의 순간들이 그에겐
확실한 관점의 변화를 남겼고 그는 그걸 기회처럼 받아들였다.
자기보다 객관적으로 더 불행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
그러나 그 사람들 사이의 이타적인 상황들을 보며,
단순히 자기가 어필하고자 했던 개인사정들이
배부른 하소연 쯤이라 느끼게 됐다는 비교되는 사연은 아니었다.
백내장 걸린 엄마가 사시인 아이를 먼저 고쳐달라며
오히려 애원하는 모습은 모정을 생각해 보게 해줬고,
자신은 이런 엄마가 없는 불쌍한 사람이란 생각 대신
방식은 달라도 자신도 케어를 받았던 아들이었음도 떠올려 보면서
자신을 그저 불쌍하게 여기는 대신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게 됐다.
이 남자의 현명한 선택에 흐뭇해지지 않을 순 없었다.
또한, 넓은 의미의 사랑을 다뤘던 이 챕터 안에서 저자는
많은 심리학 책들이 심리문제 발생의 원인으로 주로 다루는
성장환경 속 부모나 엄마를 향한 문제제기에 대해,
탓을 찾는 문화형성에도 살짝 지적을 해본다.
좀더 깊어질 수 있는 타당한 문제 제기였지만
어느 정도 중립적 의견으로 끝난 듯 했다.
그래도, 문맥상 저자는 분명히 많은 원인이
부모로부터 주어지는 환경 탓일 순 있겠지만,
그 하나에만 다양한 원인을 배제하고 큰 탓을 지우는 건
과할 수 있는 말을 하는 듯 해 균형잡힌 견해라 좋았다.
차가운 듯 정리된 모든 문장이 사랑스러웠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