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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숨겨진 환자들 - 당신이 모르는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재구성
미켈 보르크-야콥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5월
평점 :
25년간의 추적 연구를 통해
프로이트를 거쳐간 대표적인 상담자들 중
구체적 기록이 남아있는 38명을 추려
상담 전후의 인생 모두를 가감없이 담아낸 책이다.
여기서 가감없다는 말은 매우 중요한데,
저자가 의도하는 이 책의 방향성 측면에서
저자의 의견제시는 극히 배제한,
독자 스스로 읽으며 판단해 볼 수 있도록
객관적 사료 중심으로 그 자료로만 제공할 뿐
프로이트에 관한 직접적인 해석은 없기 때문이다.
저가가 생각하는 프로이트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의미를 부여해 해석하거나 평하고 있는 부분들이
없다는 걸 중요하게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선입견 없이 38명 각자의 인생 기록과
프로이트와 그의 동료들을 거쳐간 그들의
전후사정만을 잘 이해하도록 도울 내용들일 뿐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사연들을 읽게 되면
그 무게추의 중심이 급격히 무너짐을 느낄 것이다.
프로이트 본인이 사례로써 그려낸 그들의 모습과
이 책의 저자가 마치 기자처럼 그들 각자의 모습을
세밀히 연구취재한 결과물은 매우 다를 것이란 느낌 때문에.
만일 프로이트 본인의 기록으로
이 38명을 마주해 보기 위해선 따로 찾아봐야 하겠지만,
조금씩 당시 프로이트의 코멘트들은 내용의 특성상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긴 하다.
저자가 완전히 배제된 서술적 내용이라 했지만
이런 부분들은 필요했을 인용이라 봐야하겠다.
대표적인 예로써,
빅토르 폰 디르스타이 남작이 있다.
본시 예술적인 기질이 있는 사람으로
자신을 제대로 취급해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경멸적 태도로 인해 병의 차도가 없었던 인물로 묘사된다.
좋아지고 나빠지는 반복되던 병적 싸이클로 인해
고단한 삶이였음이 인생 전반에 잘 들어나 있기도 하다.
프로이트로부터 무려 1400시간의 정신분석치료를 받았는 그.
1400시간.
쉬이 와닿지 않는 시간의 양이다.
게다가 정신분석의 창시자에게서 받았단 희소성과
시간대비 그가 얻은 건 무엇이었을까가
그의 사연을 읽다보면 만감이 교차되는 뭔가가 전달된다.
아마도, 병 자체에 차도가 별로 없거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됨을 느꼈을거 같은데,
마치 정신분석을 자신에게 남겨진 최후의 보루나
마지막 동아줄처럼 잡고 살았다는 느낌이
그의 족적을 담은 여러 부분에서 느껴지는듯 했다.
당시 유행처럼 정신분석을 받으려한 지식인 층이
이 남작 말고도 많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투자된 시간과
그 이후 삶까지 미뤄짐작할 수 있는 자료는
이 책만이 지닌 희소한 극강의 가치다.
52세로 비극적이게 삶을 마감한 그.
정신분석을 대하는 종교와 같은 매달림과
거기에 투자한 지출 등으로 인한
돈의 쪼들림으로 인해
더이상은 중독처럼 계속됐던 그러한 비용지불 또한
불가능 한 상태가 됐을 땐,
불현듯 찾아온 본인 행동에 대한 깨달음과
그간 행해온 자신의 비효율적인 선택을 알아차린 듯
격하지만 소심하게 심정을 토로한 기록들이
카를 크라우스란 인물 중심으로 나오기도 한다.
더 간단히 요약하자면,
내부적 결핍이 그를 정신분석에 기대게 했고
효과를 봤던 것처럼 기록됐을 수 있는 그의 실제인생은
불안과 자기소외를 해소하려 지출한 그의 결정들로 인해
말년으로 갈수록 더욱 헤어나올 수 없었을
후회의 구렁텅이 안으로 쓸려간 듯 보였다.
1800년 말부터 1900년 초기까지 살다간
과거 속 한 남자의 삶이,
작금의 현대인들이 가진 내적 결핍을 향한
각자의 심리학적 요구나 갈증과 비교되며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사례라고 생각돼고,
꼭 한번 이런 자료를 만나고 싶단 생각은 했는데
이렇게 실제 매칭되는 귀중한 자료를 읽어볼 수 있었음에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며 읽었던 책이었다.
매우 좋은 책이고, 여기에 담긴 저자 미켈 보르크 야콥센의
25년간의 노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