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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 그러나 신용은 은행이 평가하는 게 아니다
이건범 지음 / 피어나 / 2014년 12월
평점 :
파산을 읽기 전 나름 기대한 부분이 있었다.
한 사람의 불행이지만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파산에 이르는 상황을 겪은 본인의 재구성을 거치면서
과거를 현재시점에서 돌아보는 플롯일거라는 짐작도 있었기에
그런 생생함이 독자의 배움을 더 현실감있게 만들어 줄 거란
책의 소제에 관한 기대가 컸던거 같다.
경험을 기록하는 과정이 당연히 있을 책내용이었지만
읽기 전 기대와는 다른, 기록의 생생함 보다는
저자가 전달하고픈 메세지가 더 크게 담긴 책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거의 말미에서 본인이 말한 운에 대한 정리를 읽으면서는
아직 본인의 파산 과정을 명확히 복기하는덴
아쉽지만 도달하지 못한 건 아닐까란 아쉬움도 있었다.
책을 집필하면서 크게 잡은 구성의 틀이 있었으리라 생각하는데
독자로써 느끼는 틀은 조금 달랐다는 점도 집어볼 만 했다.
스스로 평하길 당시 부족한 사회경험 후 사업을 시작했다지만
자신만의 포부가 있었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꿈을 담은 사업.
지금 그때를 돌아보면 시대를 앞서 나갔던
경영철학과 방법이었다 자평하는 느낌이 큰 맥락으로 흐르고
후회는 가급적으로 아끼며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느낌이 많이 읽히면서,
거기에 하나더 복지라는 메세지까지 넣음으로써
희망의 발판에 대한 현 나이대에서 바라보는 관조의 시점도 느껴졌다.
아리수는 저자의 사업의 시작과 끝을 읽어나가면서
저자는 안되기 시작한 몇번의 고배마다 아쉬움들을 뒀겠지만
그 시대를 돌아보며 사업전반을 관찰자 시점에서 읽어 본 입장에선
지금도 그때의 사업을 무모함과 운이 좋았다고 보지 않는 점이 이상했다.
아이리버, 다이얼패드 등 한시대를 들뜨게 했던 사업들이었다.
물론 그때 누군가가 그 사업들의 짧은 라이프 주기를 읽었다면
그런 스포트 라이트를 받을 수 없었던 지금은 잊혀져버린 신성들이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벌어진 다음에 보니 평이 가능해져버린 면도 크다.
하지만, 이런 많이 알려졌다 사라진 기업의 예들에
그보다 미진했던 아리수란 업체의 청사진을 올려보면
책이 평하려 했던 부분들과는 다른 부분이 읽혀져야 옳다고 느껴진다.
아이리버를 예로 들면, 지금의 플래그 샵처럼
좋은 몫에 차별화 된 A/S센터를 두고 복합공간을 제공했었고
제직 중인 직원들에겐 내 기억에 스톡옵션을 주어
어느 기업보다도 선망의 직장으로 오르내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한 싸이월드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의한 퇴조처럼
그 기업도 스마트본 등이 MP3시장을 대체해서 비운의 운명이 되버린 것인가?
저자가 준 운이란 키워드가 이 부분에서 매우 적절한 도구라 생각하는데
그냥 그 시대 한동안 풍미했던 왠지모르는 붕떠있는 기술벤처에 대한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은연중 돕는 구실이 해버린 자의반 타의반의 미디어 도움이
다소 조심성과 비관론도 필요했을 당시의 현실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놓치도록 만든 부분이 크다고 느껴졌다.
책의 내용이 10년 정도의 다사다난했던 한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기에
책 내용과는 별개랄 수 있지만 나로썬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너무 많은 부분들이 있어 이런 정리를 시작으로 책의 느낌을 시작하게 됐다.
계몽사란 협력업체, 방문판매 계획, 파산절차에 들어가며 정한 정리의 우선순위등을 읽으며
이 책의 저자가 겪은 파산이 한 기업가로써 안타깝게 겪은 삐끗한 경험이라기 보단
영속하기 어려운 아이템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후속 아이템까지
큰 전환점이 되기 어려운 사업이었음에도 그정도 규모를 이룰 수 있었던건
정말 한여름밤의 꿈처럼 시대 분위기를 탄 붐같은
지금보다는 어리숙한 시대였기에 가능했었단 생각을 해본다.
본인의 시력까지 장애등급을 받을 정도로 망가지면서까지 노력했고
돌아보면 같이 동고동락했던 전우같은 직원들을 떠올려 볼 수 있지만
모든 것에 독자로써도 보이는 빈틈이 너무도 많았던거 같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그 빈틈의 정확한 복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건
이런 생각정리의 빈틈이 단순히 잘 몰라서인거 같지가 않다는 아쉬움까지 있다.
강한 신념이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보는걸 방해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의 읽을 가치를 평한다면 난 읽기를 추천한다.
책 내용을 그대로 읽고 느껴나가는 류의 책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저자의 생각과 독자 자신의 시각을 잘 균형맞춰 읽을 수 있다면
책은 독자에게 분명한 생각의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해 줄테니까.
어쩌면 어떤 부분들을 이렇게 보는구나라고 더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이런 소재에서
저자가 아닌 완전한 제3자의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관객같은 독자인지 모르느까.
90년대 중반과 2000년 중반까지의 기억들을 되집어보며
당시대를 타임머신처럼 다시 느껴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이 가진 매력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