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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치의 조건 - 미국 유일 4선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서 배우는
조시 맥짐시 지음, 정미나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정치성향을 지닌 책을 선택할 땐 지은이가 매우 중요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이 책의 지은이 조시 맥짐시의 다른 책들은
한국의 '민주 노동당'이나 넓게는 '민주당'계열의 사상과
유사점이 많이 보이는 저술들 일듯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TV나 신문에서 많이 봐 온
한국 정치얘기들과 비슷한 어투와 논조로 이 책 또한 돼 있을까?
결론부터 발하면 100% No는 아닌 '80% No!'.
즉, 독자의 정치성향과 상관없이 읽을 수 있을
미국정치사 한면을 깊이있게 다룬 작품으로써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책이라 읽혀졌다.
책의 주인공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는
재임 당시에 있었던 대공황이나 진주만 공습 등 때문이라도
이 당시나 루스벨트란 이름은 한국에 낮설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선 좀더 깊숙히 뛰어난 정치가로 다루면서
3선에 성공한 대통령으로써의 일과 정치역량을 얘기한다.
물론, 앞서 말했든 저자의 성향이 책과 상당부분 결합됐지만
그럼에도 부담없이 읽어들어 갈 수 있는 이유는,
저자의 그 감정과 시대를 읽어내는 독특한 사관이 주가 아닌
당시대의 역학관계와 내부갈등 그리고 그 해결점들이 지녔던
사실(fact)들에 기초한 정치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군데군데 저자의 감정은 조금 자주 비추어지긴 한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면에선 앞서 말한 것처럼
100점은 아니더라도 훌륭한 80점대 이상의 내용을 보여준다.
자신의 정치계획 실현을 위해 국회동의는 받기 어렵자
대법원 의결체제 변화를 이용한 돌파구를 찾으려 했던 노회함,
스스로 자충수를 둠으로써 아군인 민주계열의 분열이 초래되고
좀더 이 분열이 무르익기를 지켜보며 기다렸던 공화당 의원들,
전쟁은 싫지만 전시상황으로 발전될 가능성 있는 맞대면 시엔
선공을 날리는 것엔 찬성하는 아이러니한 국민의 평화의식,
잘하고 노력하는 대통령을 이해는 하지만 오랜 재선을 통해
국민의 미움 아닌 미움을 받는 인간심리가 섞인 국민의 존경심...
책 전체내용이 아닌 이 몇가지 얘기만 예를 들어봐도
마치 한국정치사 중 몇대의 대통령들 얘기가 떠올려질 만큼
복잡하고 얽히고 설힌 정치의 속성을 매우 그대로 보여준다.
미국의 60년전 정치이야기란 걸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시공간을 떠나 분간키 어려워진다.
시대를 초월하는 공통적이고 반복적인 정치내막을
책이 담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다만, 수학공식 같이 명쾌하지 않은 인간사 이야기는
그것이 성공이나 좌절이던 아님 역경과 환희던 간에
왠지 나에겐 간지러워도 잘 긁어지지 않는
손이 닿을락 말락 안닿는 내 몸 한구석을 느끼는 기분이 들었다.
워낙 일사천리로 전시상황실 분위기처럼 전개되기에
숨가쁘게 읽다가도 중간중간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번역자'의 꼼꼼함이 너무도 아쉬운 책이기에.
원서엔 없는 따옴표나 쉼표라 할 지라도,
내용을 전달하는데 오역이나 윤색의 역할을 안하고
도리어 방대한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분명 썼으면 좋았을 이런 기호들이 너무도 부족하다.
반대로, 어느 단락에선 정상적으로 사용된 쉼표들로 인해
도리어 내용이해가 안돼 몇번을 되돌아가 읽게 만든다.
출판 전 누군가가 읽었다면 분명 나같은 생각을 했을텐데
혹시 그 누군가는 읽고도 이런 생각이 안들었단 건가?
이는 이렇든 저렇든 독자를 위한 배려는 아니다.
별5개를 줄 만한 책이 내용이해의 불편함으로
별4개를 줄 수 밖에 없음에 나 스스로도 매우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