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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의 별 김진규
김보애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책을 어느 정도 읽어내려 갔을 때 즈음,
혹시 이 책이 김보애란 저자 본인이 쓴 작품이 아닌
전문 대필작가가 쓴 책은 아닐까 잠시 생각해보게 됐었다.
그만큼 잘 쓰여진 책이었으니까...
문맥이 아름답거나 굉장한 극적 반전까진 없었으나,
소설만큼이나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해 오밀조밀 잘 전달함에 있어
픽션의 구조처럼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로써 기승전결의 힘이 느껴졌다.
필시 대필은 아닐 것이다.
메이져 신문사의 논픽션 대상을 받음으로써
소재적 가치나 재미를 이미 인정받은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인생의 후반부에 서있는 한 여인이
굳이 지어내기까지 하면서 자신의 살아온 얘기를,
그것도 자신이 말하지않는 한 누구도 알기 어려운
많은 과거사들을 토해내 듯 창작해 낸다는 건
정력낭비인 아무런 이득이 없을 소모적 작업일테니까.
말을 꺼내놓고 보니 내 스스로 던져봤던 질문과 이런 답도
어딘지 모르게 책의 진가를 설명하는데 있어 조금은 어설퍼 보인다.
제일 중요한 사실은, 이 책속 인물이 누구인지 잘 모르더라도
그리고 그들의 삶에 관심이 있었던 없었던건 관계없이,
글의 진정성과 삶의 희노애락을 책 페이지와 함께
한장한장 따라가 본다면 분명 어떤 책보다도
훌륭하단 생각을 할 수 있을거란 점이다.
지금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된 이들의 오래전 그 화려했던 젊음...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인생과 사랑 그리고 애증관계에 있어
별반 차이가 없음이 새롭게 각인되고 또, 모질어 보인다.
시간이 가고 세월은 흘렀는데 자연만 변하고 주변환경만 변했을 뿐
사람들이 겪고사는 인생 속 모습들은 되풀이 되어 돌아가는 듯 싶고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란 주인공만 태어남과 죽음으로써
교체되어 갈 뿐 모든게 변함없는 듯 싶어진다.
내가 살아온 날들의 2배는 먼저 살아오신 이의 진솔한 얘기들에 감사한다.
단 한번 만나본 적도 없고 안면식도 없는 그녀의 얘기를
이렇게 쉽게 한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고
그럴 수 있도록 글로 옮겨 준 한 작가로써의 그 노고에
한명의 독자로써 감사하고 싶어질 뿐이다.
책 속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윤인자' 선생...
아제아제 바라아제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
아마도 이분이 그 영화속 그 노승이었는지 몰랐을 것이다.
책의 모든 부분이 잘 씌어졌다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론 마지막 마무리에 다시 등장하는
저자 김보애씨와 윤인자씨의 대화가 가슴에 남는다.
맥주 15병, 에쎄 2보루, 가야금, 컴퓨터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친구...
표지 속 배우 김진규가 이 책의 주인공이랄 수 있지만
모두가 주인공인 또다른 한편의 영화를 본거 같은 기분도 든다.
마지막으로 김보애시와 윤인자씨,
그리고 김진규씨와 김보애씨의 자녀들까지,
후일 모두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있음을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들어볼 수 있는 날이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