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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국선랑 을지소 1 - 하늘을 닮은 아이
정지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책을 가려 읽지 않는 터라 독서시에 항시 따르는 몇몇 문제들이 있다.
하나는, 정보를 위해 읽는 책은 대개가 재미가 없어 힘들다는 것,
다른 하나는, 재미 위주의 책은 다 읽을 즈음엔 그것으로 끝이란 괜한 허탈감이 있다는 것...
헌데, 오랜만에 재미로 택한 이 책에서 운좋게 재미 이상의 것을 건질 수 있었다.
2권의 책이건만 초반을 지나면 읽는 속도가 책의 빠른 스토리전개 만큼이나 부쩍 상승함을 느낀다.
속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2권 모두를 읽을 수 있을 만큼...

큰 줄거리는 고구려 연개소문이 실세로 등장 할 무렵을 배경으로
국선도 문하의 국선랑(신라의 화랑과 비슷한 뜻으로 작가가 만든 단어로 보임) 7인이
을지소(을지문덕의 손자)를 중심으로 당나라에 빼앗긴
고구려의 선골연법을 찾으러 나선 길에 겪는 시험과 그 여정이랄 수 있는데,
이런식으로 짧게 큰 스토리만을 설명해 버리면
책표지의 '고구려판 해리포터'란 광고문구처럼 이 책이 그 비슷한 아류일 것이란
잘못된 선입견을 줄 수 있을 듯 해 조심스럽다.
크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해리포터는 청소년이 주 대상층이였던 동화적 판자티였던 것에 반해
'을지소'란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읽고 많은 부분 공감했던 독자로선 저평가 되는데 일조할 듯한 해리포터와의 비교가 조심스럽기만 하다.

책의 문장들 하나하나가 무척이나 '간결'하고 '직선적'이다.
결말까지 두리뭉실하거나 신파적으로 흐르는 부분이 거의 없다.
정지아란 작가가 여성이기에 뭔가 여성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부드러움을 책에 넣었을 거란 선입견이 있었던지
곁가지가 없는 스토리에 조금 당황하면서 빠져 들었다.
예를 들면, 서돌궐 출신의 흑무와 흑선 남매의 운명을 냉정하리만치 차갑게 마무리 짓는 것이나,
기생수와 나부 부자의 긴 이별에 비해 짧은 회후를 다룬 장면,
짧지만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은 칠성우 하나하나를 큰 틀에서 마무리져 버리는 모습 등에서
대범하고 무덤덤한 듯한 글처리에 색다른 글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작가 스스로 2권이란 짧다면 짧은 분량 때문에
어쩔수 없는 간결하고 빠른 전개를 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난 작가의 계산이 들어 간 최선의 스토리 전개로 보고 싶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표방하기에 재미도 줘야 되는 소설이긴지만,
더 살이 붙었다면 다소 허무맹랑해 지는 걸 막을 수 없었거나
또는 독자의 상상력과 기대를 필요이상으로 충족시키려는 친절한 욕심에
글들 사이사이에 필요이상의 악수도 둘 수 있었을 거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줄을 긋고 싶을 만큼 유독 눈에 띄는 간단치 않은 많은 대사들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들을 되짚어 생각해 보면 거의가
누군가에게 물어도 쉽지 않을 양면성을 가진 질문들과 답들이였던것 같다...
내가 을지소라면...내가 나부의 아버지 기생수였다면...내가 흑무였더라면...
그 상황 그 질문에서 어땠을까 하는 등등의 것들 말이다.

점점 단순히 재미를 찾는 소설을 잡기가 쉽지 않다.
살아가는데 이유가 있는 것만 가치가 있는 건 아닐텐데 말이다.
책을 읽으며 출퇴근을 한다면 이 책이 분명 좋은 선택이 될 것이고,
한국형 판타지라 이미 본듯 해 이 책을 놓친다면 그건 너무 아쉬운 선택이 될 것 같다.
재미와 더불어 여러 화두까지 던지는 이 책이 많이 팔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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