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 Vegeta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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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거실...
한 여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넋나간 듯 서있다.
자다 깨 그 황당한 광경을 본 그녀의 남편은 뭐하는 짓이냐고 짜증을 내고
그녀는 아랑곳 않고 냉장고에 있는 모든 고기류는 버려야한다고 중얼댄다.
그리곤, 실제 못먹을 쓰레기마냥 비닐봉투에 쓸어 넣기 시작한다...

이 여자가 주인공 '영혜', 극중에선 여배우 채민서가 분한다.

어느날 갑자기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주인공 영혜는
난데없이 '채식주의'를 하겠다며 주변을 불편하게 만든다.
처음엔 남편, 다음엔 친정식구들...
점점 그 도가 지나쳐 감에 모두들 지쳐가고
단순히 식성의 변화쯤으로 생각했던 가족들도
그녀가 정상이 아님을 알아간다...

요즘 인터넷을 보다보면 '채민서 올누드'라는
자극적인 문구와 기사가 많이 눈에 띤다.
영화 '채식주의자'의 개봉을 앞두고 마케팅의 일종이리라...
관객으로써는 이를 보고 있자면
예전 김민선의 '미인도' 때의 홍보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단순히 이 영화를 말초적인 부분이 강할것이라 속단한다면
2시간에 가까운 그 긴 런닝타임을 견디기 어려울 듯 싶다.

몸을 움직일 때 갈비뼈와 척추뼈 마디마디가 보일 만큼 야윈
'채식주의자'를 연기하는 채민서의 몸은
'누드'라는 단어가 줄수 있는 육감적인 느낌과는 일단 거리가 있다.
게다가 왠지 주인공 개인의 고통보다
그녀의 병적인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의 모습과
전체적으로 너무도 우울하게 변해가는 느낌의 영화속 현실은,
분명 김민선이란 배우의 노출연기가 큰 흥행의 견인차 몫을 했던
미인도란 영화와는 거의 100%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다.
여배우의 노출연기는 그 자체가
영화가 주목받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이런 통념에 반에 이 영화에선
한 여배우의 노출연기 자체가 자극적으로 비춰지거나 부각되기 보단
극 자체에 그로테스크하게 녹아있어,
영화 자체에나 전라연기까지 감수한 여배우에게
이것이 확실한 득인지 실인진 분간키 어렵지만,
한 배우에게 포커스가 맞춰지기 보단
극의 내러티브가 전달하려는 뭔가에만 주로
관객이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단 것만으로론
일단 성공적인 연출 같았다.

하지만, 웃고 단순한 것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이들에겐,
꿈이 원인이라고 몇번 언급하는 대사가 있긴 했지만
결혼을 해 한 가정의 주부였던 영혜가
왜 갑자기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결국 나무가 되려고 했었는진
정확한 이해도 불가능해 보이고, 어두운 내용으로 점철된
긴 런닝타임이 못내 고문일 수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작가 '한강'의 동명원작 소설'채식주의자'가 바탕이 했기에
어쩌면 이 원작을 읽었던 사람이 아니고선
2시간의 영화만으론 100%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것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스물넷'으로
개인적으로 괜찮은 배우로 기억하고 있는 김현성이나,
이산에서 주인공 못지않은 카리스마 연기를 했던 왕비 '김여진'을
이 영화에서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또다른 볼거리였다.
김현성은 파마머리와 수염 때문일까
왜 자꾸 배우'조승우'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던지...

채민서의 파격노출이란 홍보문구에만 끌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100% 실망할 수 있을 영화,
영화 '내 안의 블루'와 비슷한 느낌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만족할 부분도 많을 영화...'채식주의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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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도럼 - Pandor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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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팬도럼을 광고를 많이 접하다보니
없던 기대마저 생길 지경이었다가,
어제 조촐하게 먼저 영화를 볼 기회를 잡고
좌석에 몸을 기댄 채 영화에 몰입했다.

먼저, 에어리언2나 레지던트 이블1 정도의 완성도라면 얼마나 좋을까
내심 욕심을 부려보며 상영관을 찾았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토리 자체는 비슷~!
but 느낌만은 '어슐러 K 르권'이 쓴 소설에 가까운 영화였다.

'3:10 투 유마'에서 나온 그 인상적이었던 악당을 기억하는지?...
젊고, 잔인하고, 짧은 챙의 중절모를 쓴 수염 덥수룩했던 그 배우!
그가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바우어 상병을 연기한다.
위의 서부극에서 매우 인상적인 악당연기를 펼쳤던
그리고 살짝 '오웬 웰슨'마저 닮은 이 배우는
에어리언2의 시고니 위버처럼 생존자들의 리더가 되어
수면캡슐에 잠들어 있었을 동안
끝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한채
알 수 없는 상태로 내동댕이 쳐진 채 살기위해 몸부림친다.

생존을 위해선 꼭 해내야 할 일은 '원자로의 재부팅'!
비행선 '엘리시움'의 동력원인 원자로를 살려내야만
그나마 살아서 미래를 맛볼 수 있는 처지다.

하지만, 이 비행선 안엔 외계인의 모습처럼 보이는
식인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고 그 수조차 엄청났다.

원자로를 향하다 만나게 되는
말이 안통하는 농부, 여성 과학자,
그리고 과거의 실마리를 들려주는 한 흑인까지,
그들은 좁은 우주선 속에서 마치 전장의 사선을 넘듯
전우로써 만나 함께 간신히 원자로에 접근하는데 성공하는데...

영화가 예상보다 상당히 복잡하다.
영화자체를 추리극으로 보면서 관람해 나가면
모든게 의심스럽고 모두가 비극을 만들어 내 범인처럼 보인다.

영화 속 제목 '팬도럼'이 암시하는 건 우주병으로 일종의 정신착란이다.
그렇다면, 영화속 페이튼 중위로 나온 데니스 퀘이드가 팬도럼 환자인가?
아니면, 바우어 상병이야말로 팬도럼에 걸린걸까?
이도 저도 아니라면 제3의 숨겨진 결말이??

본 사람으로써 말해주고 싶어 입이 들썩거리지만 이 정도로만...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설 때 쯤에서야
상당부분 퍼즐처럼 재조립이 되는 스토리를 가진 영화다.
소설처럼 정교한 스토리를 가졌지만
그 연결이 아주 매끄럽다곤 볼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결말부에서 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우진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 나서도 내가 본 영화의 기승전결을
이해가기 조차 어려울 수 있었을 뻔한 영화란 생각이 드는데
독일출신의 신예감독이 이 부분은 제대로 정리해 놓고 영화를 끝내준다.

제작자 중에 이벤트 호라이즌의 감독이 끼어는데
어딘지 모르게 이벤트 호라이즌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완전 다른 결론이다 할 수 있으니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아, 작은 Tip 1가지!
영화 결말부에 이르러 등장하는 바다를 기대하라...
'혹성탈출'에 등장하는 쓰러진 자유의 여신상을
그리고 '레드 플레닛'의 결말 모두 떠올리게 하는
상반된 2가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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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펭귄 - Fly, Pengui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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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그런다, 관람 후 영화의 완성도를 이야기 할 때
어떤 영화는 상상력이 너무 과장돼 거부감이 든다고도 하고
어떤 영화엔 TV드라마 1편을 큰 화면으로 보는 정도의 느낌뿐이었다며 투덜댄다.
두 의견 모두에 공감이 간다, 나도 그럴 때가 있으니...

그렇다면, 이 영화 '날아라 펭귄'은 어떠한가?
작은 범주에서 보자면 TV드라마와 비슷한 플롯이니
적지않게 올라버린 극장 관람비까지 지불해가며 보기엔
나름 아깝다며 지나치고 말 영화로 분류될까?
게다가, '국가인권위원회'제작이란 진지한 꼬리표까지 붙었으니
상업적인 흥행자체는 이미 물건너 간 작품으로 남겨지게 될까?

나 스스로 만든 이 여러 질문들에 대해 1차원적인 대답보다는
바램을 담은 답으로 대신하려 한다.
많이 찾고 많이 봤으면 좋겠고, 그래도 될만한 영화라고...

임순례 감독은 그 이름부터 내 기준에선 이미
종합예술인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써의 느낌이
절로 풍기는 그런 세련된 이미지는 아닌,
특히 여성의 이름으론 아니다.
이런 나의 고정관념부터 깨야 할라나?
여하튼, 한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이 여성감독이
흥행했던 전작 이후 자신의 이름만큼이나
소박하고 담백한 작품을 후속작으로 극장에 걸었다.

'날아라 펭귄'...

문소리, 최규환, 손병호, 박인환...
이 4명의 배우들이 각 에피소드 마다 주인공을 맡고 있다.
아이의 조기교육에 열을 올리는 30대 맞벌이 엄마로는 문소리가,
채식주의자에 술까지 안먹는 남자로 사회생활이 힘든 셀러리맨엔 최규환이,
조기유학 떠난 아이와 부인에게 돈만 대주는 아빠론 손병호,
손병호의 아버지이자 꿈에도 생각못한 황혼위기에 처하는 또다른 가장엔 박인환이...
이렇게 4명의 배우들은 서로 다른 상황들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각자의 영화속 에피소드와는 별개로
조금씩은 연관돼 맞물려있는 멀고도 가까운 사이들로 설정돼 있다.

이들 중, 채식주의자로 등장하는 최규환의 얘기정도만 빼 본다면
다른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우리가 이미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주변의 얘기들이랄 수 있는데,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영화로 만들고 들려 줄
타당한 이유와 재미가 과연 존재 할런지
그 자체가 이의제기될 수 있는 하나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얘기라도 이를 풀어내는 솜씨에 의해
그 결과물은 천차만별일 수 있단걸
이 영화와 감독 임순례는 보여줬다 하면 답이 될까...

날아라 펭귄이 보여주려는 극적요소란
현실과 너무나 밀접하기에,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지 않음에서 생기는 그 먹먹함이
되려 재미 아닌 재미化 되어 마음에 남는다.

문소리는 어린 자식이 힘들 줄 알면서 교육에 열을 올리는 매정한 엄마인가?
최규환은 사회생활에 부적합한 취향이지만 이기적이기에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가?
손병호는 자신의 행복은 주장할 줄도 모르는 인간이여서 그렇게 사는 것인가?
박인환은 부인의 희생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이기적이고 고리타분한 노인인가?

내 눈에 비친 4명 모두는 어느 한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
영화 속 인물이면서 동시에 지금 살아가는 모두의 모습 같았다.
고통주려 의도한게 아닌 누군가의 행동이 타인을 힘들게 할 수 있고,
열심히 살지만 의지만으론 수정될 수 없을 한계란 분명 존재하며,
타인의 삶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될 수 있는 얽혀있는 인생사...

선악 둘만으론 양분이 불가능하고 해피앤딩과 비극적 결말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들...

임순례 감독의 전작 중
'우생순'보단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더 좋아하는 난데,
앞으론 이 영화에 좀더 앞순위를 내줘야 할 듯 싶다.

내겐 재미도 있었고 메세지는 있으면서도 극단적이지 않았던 영화였는데
다른 사람들에겐 어떨지?...

마지막으로, 극 중 완고했던 박인환이
국을 먹으며 내뱉던 대사로 마무리 하며 씁쓸히 웃어보련다...

"이건 간이 맞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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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 - Gam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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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장면부터 관객을 몰입케 하려 했는지
거의 바로 전투씬이 시작된다.
게임속 캐릭터들은 가공이 아닌 실제란 설정...
그리고 실제 죽을 수 있는 그 살아있는 인간 캐릭터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만한 위치의 사람들로
사형을 앞둔 죄인들 위주로 짜여 있다.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는
3번만 더 생존한다면 사면받고 새삶을 살수 있는
'케이블'이란 전직 군인을 연기한다.

영화는 액션을 표방하는 듯 했지만
흐를수록 액션보다는 미래사회의 암울함을
더 담아보려는 듯 느껴졌다.
쇼파가 찌그러질 정도로 살 찐 한 남자가
가상세계 속 미녀로 캐릭터를 잡곤 질펀한 사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세상...

살아있는 게임속 인간 '케이블'을 조정하는 주인이
어린 고등학생으로 전세계 게임매니아들의 우상으로 나오는 설정 등에선
여름에 상영한 애니매이션 '썸머워즈'가
살짝 겹치기도 하는 이 영화...

가상현실을 실사화 했던 기존의 여러 영화들과는
기술적인면에선 분명 한층 진보한 테크닉을 보여 주지만
다른 한편으론 전달하려는 메세지가 너무 강한건 아닌가 싶다.

'론머맨'처럼 점점 변해가는 주인공의 얘기에 촛점이 맞춰져
일관되게 몰입할 수 있는 영화도 아니고,
'레지던트 이블'처럼 연작의 시리즈를 탄생시킬 만한
독창적이고 파워풀한 시퀀스를 보여주지 못한다.
한가지, 이 영화만의 독특한 발상은
머리에 심은 조정칩이 제거불가능한 몸의 일부로 되버린다는 설정과
이를 백신을 맞음으로써 교신기능만 끊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인데
이로인해, 내용은 좀더 정교해졌지만
역으로 액션영화 본질과는 더 멀어진 스토리로 흘러버릴 수 밖에 없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주목하고 싶은 1가지가 있었다.
그건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란 배우의 역량이다.
전작 '300'이나 '님스 아일랜드' 등을 거쳐 여기까지 왔는데
풍기는 이미지가 영화마다 매우 이채롭다.

'300'에선 선굵은 연기이긴 했으나
깊이보다는 평면적인 만화캐릭터를 잘 소화했었고,
님스 아일랜드에선 여유가 느껴지는 모험가 캐릭터로
해리슨 포드와 조지 클루니의 중간쯤의 느낌을 연기하는 배우로 보였다.

이 영화 '게이머'에선
흡사 브루스 윌리스의 다소 냉소적인 모습과
러셀 크로우의 무게감 있는 남성적 매력 모두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뭔가 아직은 제 기량 모두를 발산하지 못하는
확실한 자기 물은 못 만난 대어같단 느낌을 받았다.

우연치 않게 '게이머'에 대한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이 역활을 위해 제라드에게 좀더 영화속에 적합한
'300'때 와는 다른 전사의 몸을 만들도록 요구했었다고 한다.
우락부락하기만 한 몸이 아닌 단련된 전사의 포스를 위해...

관객인 내가 아무런 정보없이 봤을때도
감독이 주인공에게 주문했다던 그 강인한 무언가를
스크린 안에서 느낄수 있었다고 봐 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외적모습으로나 절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제라드 버틀러란 배우의 전체적인 잠재능력으로 느껴졌다.

많은 액션배우들이
늙어가고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어쩌면 이런 무게감을 가진 가능성있는 배우가 있다는 건
관객으로써 고마워해야 할만한 일로도 보여진다.

다만 한가지 우려되는건,
이 배우가 제대로 명성을 쌓아가기전에
그렇고 그런 영화들로 소진돼 버리진 않을까란 염려다.

처음 언급했던 브루스 윌리스처럼
첫 스타덤에 올려줬던 다이하드 시리즈,
조금 주춤했던 마지막 보이스카웃, 머큐리, 자칼 등등,
그리고 장르를 불문한 출연이었지만 대박이였던
식스센스, 아마겟돈, 12몽키즈, 컬러 오브 나이트 등으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색깔을 충분히 살려낸 필르모그래피처럼
제라드 버틀러도 꾸준히 명성을 쌓아갈 수 있는
운좋은 배우로 남아 주길 바라고 싶다.

영화는 액션영화로썬 다소 미흡하지만,
제라드 버틀러란 배우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봤기에
나름 만족스러웠던 영화가 바로 '게이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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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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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억'명이라는 인도 인구...
그 많은 사람수 만큼이나 다양한 삶들을
'28일 후'의 감독 데니보일이 이 영화로 조금 보여준 듯 하다,
특히나 세계가 감동할 만한 '인생역전'이란 주제로 그것도 상세히...

영화속 주인공 자말과 살림은 형제...
이 형제들의 삶엔 우연히 낀 한 여자아이 라띠까가 있다...
자말의 어릴적 초등학교 수업장면에서
뒤마의 소설 '삼총사'를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다 보고나니 혹시 이들 3명의 운명이
책속 그 삼총사를 모티브로 하진 않았나 싶기도 했다...

계급간의 폭동으로 엄마를 잃은 어린 자말과 살림 형제는
근근히 살아가다 라띠까를 만난다.
이들 3명은 이후 모두 한 앵벌이 집단에 들어가고,
그곳에서도 순수한 동생 자말과는 달리
거친 세파에 잘 적응한 형 살림은
앵벌이를 위해 장님으로 만들어질 뻔한 자말을 구하곤
자신에게 쌀쌀맞던 라띠까는 버려둔채 둘만 탈출한다.

영화는 계속 흘러 헤어진 이들 모두 성인이 되면서,
순애보적 러브라인도 만들어지고
나름의 갈등구조까지 겉들여져
줄거리는 뻔한 듯 색다르게
이들 슬럼가의 아이들의 인생에
'대역전'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급선회 해 나간다.

인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엄청난 상금이 걸린 한 퀴즈쇼에 출연하는 자말...
최종결선까지 오른 그를 보는 모두의 관심사는
그가 최종우승을 해 백만장자가 되느냐 아니냐지만
정작 본인 자말의 목적은 그들과 다르게 고정돼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난,
주인공의 애뜻한 사랑보다는
다른 성격의 형제 자말과 살림이 그려내는
각자의 인생들과 그 두 형제간의 우애에
더 빠져들어 영화를 본듯 싶다...
동생 자말이 행복할 수 있었던 매순간
훼방을 놓는 이는 다름아닌 형 살림이기도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들에서나 현명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순간들마다
기지를 발휘해내 인도하는 것도 살림이었다.

일확천금과 인생 대역전의 드라마를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도
감독 데니보일은 영리하게 무작정 그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라고 덥석 관객에게 안기진 않는듯 하다.

주인공의 인생이 공처럼 굴러가 어쨌든 결승선에 다다르지만
삐죽나온 바닥의 돌뿌리에 튕기기도 하고 이탈도 하는 느낌...
그래도, 그 인생이란 공은
멈추진 않고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구를수 있는
착한 공처럼 정해진 한 방향으로 통통통 잘도 굴러간다...

형 살림은 자말의 인생에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런지?...

영화를 보면서 예전 'Q&A'란 애매모호한 제목으로
먼저 출간됐을 때 봐 두었더라면
더 재밌게 봤을 영화가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스쳤다.
아쉽게 그러진 못했지만
대신, 오래전 '러브레터' 이후로
헐리웃 이외의 영화를 재밌게 본건
참으로 오랜만이였단 흐믓함이 가슴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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