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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때문에 읽고 있다
아리스토 파네스의 성에 대한 생각은 <아리스토 파네스 희극집>에도 나와 있다.
^^

그런데 이제 그들의 본성이 둘로 잘렸기 때문에 반쪽 각각은 자신의나머지 반쪽을 그리워하면서 줄곧 만나려 들었네. 서로 팔을 얼싸안고한데 뒤엉켜 한 몸으로 자라기를 욕망하다가 결국에는 상대방과 떨어진채로는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굶어서 혹은 다른 아무 일도 하지 않음으로 해서 죽어 갔네. 또 반쪽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죽고 나머지 하나가 남게 될 때면 그 남은 자는 다른 것을 찾아다니다.
가 그것과 한데 뒤엉키게 되었는데, 전체가 여인인 자의 반쪽(지금 우리가 여인이라 부르는 게 바로 그것이지)과 만날 때도 있었고 남자의 반쪽과 만날 때도 있었다네. 1 어쨌거나 그렇게 그들은 멸망해 가고 있었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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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 자폐는 어떻게 질병에서 축복이 되었나
존 돈반.캐런 저커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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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두께에 놀랐다. 서문과 1장에서 1935년 처음 보고된 자폐아 도널드의 이야기와 자폐연구의 초기의 이야기를 읽어 본 소감은 두께만큼 읽는데 오래걸리지 않을것 같다는 것. 문장이 쉽고 내용도 충실해서 이 두께가 부담스럽지 않다. 왜 이제야 번역이 되었을까 의문이 든다.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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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퀼로스의 극을 보던 청중들이 복수의 여신의 등장에 기절할 정도의 공포를 느꼈다는 것은유명하다. 시인 이비코스 죽음 후, 복수의 여신의 등장과 때마침 두루미의 출현은 청중이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고 살인자들은 그 공포에 못이겨 소리를 지름으로 발각된 기록도 신화와 함께 전해진다.
고대의 시가 가진 디오니소스적인 힘은 지워지고, 시는 얌전히 길들여졌다.






시가 불러일으키는 격렬한 정서적 반응을 아리스토텔레스는 ‘공포phobos와 연민‘이라 부른다. 원어에 따르면 ‘공포란 급작스런 놀라움, 즉 ‘경악‘에 가깝다고 한다. 연극을 보며 ‘경악‘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될지 모르겠다. 온갖 허구에 익숙한 우리야 공포영화를 봐도 눈 하나 깜짝 않지만, 그리스인들에게는 재현과 현실 사이의 존재론적 틈이 그리 넓지 않았다. 가령 눈앞으로 열차가 달려드는 영화를보고 경악하는 뤼미에르 형제의 관객들과 비슷했다고 할까.
‘연민‘ 역시 그저 불행을 당한 이웃을 향한 동정 이상의 것이었다.
우리는 남의 불행을 느낄 때조차도 감정이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들 사이에 아직 높은 벽이 없었던 그리스인들은남의 불행을 거의 직접적으로 느꼈던 모양이다. 말하자면 타인의 불행을 언제라도 내게 떨어질 수 있는 내 불행으로 느끼는 것. 그게 바로 ‘연민이었다. 따라서 이 역시 우리의 ‘동정‘과 달리 매우 강렬한 감정 상태였음에 틀림없다.
-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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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모리스 찿다가 도서관에서 데려온 책.
ㅠㅠ 읽을건 많은데 이런 책 걸리면 그냥 못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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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10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거
저 미니북 원서로 갖고 있는데
소장 가치 !1000배

scott 2021-06-10 23:54   좋아요 1 | URL
한국 번역본이 더 비싸네요
사악한 가격 책정!
구매욕을 화악 떨어뜨리다니 !

그레이스 2021-06-10 16: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지고 계신 것은 크리스토퍼 드 하멜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일것 같네요
저도 번역된거 탐을 냈으나 책값이 비싸서 입맛만 다시고 있습니다.
당장 필요한 책은 아니고,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라 언젠가는 사려고요.^^

그레이스 2021-06-10 16:12   좋아요 1 | URL
원서 제목이
meetings with remarkable manuscripts 네요

그레이스 2021-06-10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광주의 <아름다운 책 이야기>.
이 책도 좋긴 한데 , 그 책만은 못할듯요^^
 
행인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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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음에 있는 생각을 다 말하고 살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침묵과 묵인은 불안이 현실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 그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관념이 묵인의 이유가 되고 불안의 원인이 될 것이다. 침묵이 깨지고 숨겼던 욕망이 드러나는 순간 수치심이 불안의 자리를 차지한다. 어느 시대나 마음과 양심을 지배하는 관념이 있다. 이 관념은 불안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을 조종하여 욕망을 침묵하게 한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소설 속 지로는 그 시대 기준으로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 지식인이다. 사소한 행동과 표정, 억양 하나도 예민하게 알아챈다. 긴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그는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저 관조하는 쪽을 택한다. 다른 사람들의 요구에 응해주거나 피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대한다.

 

오사카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한 지로는 어머니의 먼 친척인 오카다의 집에 머물며 친구를 기다린다. 오카다는 지로의 부모님에게 신세를 진 사람들이다. 그의 집에 머무는 것이 불편하게 보이는 것은 부부 둘만 있는 풍경에 끼여 있는 자신의 존재 때문인 것인지, 부모님에게 신세를 지던 사람의 덕을 보는 것에 대한 체면 때문인지, 아님 오카다가 겉으로는 친절하게 대하지만 처세나 실익에 밝은 사람이어서인지 알 수는 없다. 아마도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수치심의 문화를 엿보는 것 같다.

 

친구 미사와와의 사이에서도 예민한 감정의 교류를 본다. 친구가 입원한 병원 다른 병실의 알지 못하는 여인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다. 그저 상대방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느끼기만 할 뿐이었는데도 둘 사이에는 묘한 경쟁기류가 형성된다.

 

[나는 걸으면서 내 비겁함을 부끄러워했다. 동시에 미사와의 비겁함을 미워했다. 하지만 비열한 인간인 이상 앞으로 몇 년을 교제한다고 해도 도저히 그 비겁함을 없앨 수는 없으리라는 자각이 있었다. 나는 그 때 굉장히 불안해졌다. 또 슬퍼졌다. ]

-76p

 

이 비겁함에 대한 부끄러움은 이 소설의 전반에 걸친 정서이고, 그의 태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감정이다. 그의 불안과 슬픔은 앞으로 올 상황들에 대한 전망이고 암시이다. 비겁하게 될 것이고 비겁할 수밖에 없는…….

 

집에서 어머니의 가사일 돕는 오사다의 결혼 상대를 만나기 위해 어머니와 형 내외가 오사카에 도착한다. 형 이치로는 아내와 동생의 관계를 의심한다. 그는 부인하는 지로에게 형수의 마음을 시험해 달라는 요구를 한다. 지로는 형의 요구를 어처구니가 없다고 거절하지만, 결국은 들어주게 된다. 이 집안에서 이치로의 위치와 이치로의 독선적인 성격을 가늠해보게 한다. 이런 요구를 하는 이치로에게서 부끄러움 보다는 분노나 괴로움을 더 보게 된다. 왜일까? 이기심 때문일까? 수치심을 숨기는 것일 수도 있고, 의심과 질투심이 수치심을 이길 정도로 강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의 괴로움은 의심 때문일까? 분노 때문일까? 질투 때문일까? 외로움 때문일까? 비겁함에 때문일까? 이것도 알 수가 없다.

 

형수의 마음이 진짜 지로를 향하는지, 아님 그저 형의 의심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형의 요구에 따라, 형수와 함께 간 여행에서 둘의 대화를 보면 형수의 말 속에서 묘한 기류를 감지하기도 한다. 거기에 지로가 흔들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조차 이 세 사람의 관계로 인해 불안해 하지만 이들 사이에 있는 긴장의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고,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다.

 

이런 긴장과 불안함, 외로움 때문에 결국 이치로는 신경증 증상을 보인다.

 

[형의 설명에 따르면 파울로는 프란체스카의 시동생으로 그 둘이 남편의 눈을 피해 서로 사랑한 결과 마침내 남편에게 들켜 죽임을 당한다는 슬픈 이야기인데 단테의 신곡에 쓰여 있다고 했다. 나는 그 슬픈 이야기에 대한 동정보다는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형의 심사에 대해 일종의 불쾌한 의심을 품었다.]

- 261p

 

형 이치로는 자신의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을 노골적으로 동생 지로에게 이야기 하고 태도를 요구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살았던 시대는 여전히 도덕과 관습이 지배하던 시대이다. 자유롭기를 원하나 관습과 도덕에 지배를 받아 살 수 밖에 없는 집안의 기대를 온몸으로 받던 장남이치로는 안개와 삼줄에 묶여있는 것처럼 느꼈을지 모르겠다. 형은 형수를 사랑하지 않았을까? 잘 모르겠다. 시작은 원하지 않는 결혼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언뜻언뜻 아내에 대한 기대 같은 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 다 관습과 도덕이라는 굴레에 갇혀 있다는 의식 때문에 서로의 감정을 의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의 아내 역시 희생자다.

 

남자는 싫어지기만 하면 도련님처럼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지만 여자는 그럴 수 없으니까요. 저 같은 사람은 마치 부모가 화분에 심어 놓은 나무 같아서 한번 심어지면 누가 와서 움직여주지 않는 한 도저히 움직일 수 없어요. 가만히 있을 뿐이지요. 선 채 말라 죽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어요.” 

- 299p

 

그런데 이 호소의 이면에서 지로는 헤아릴 수 없는 강함을 전기처럼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강함이 형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에 생각이 미쳐서 오싹했다고 한다.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이치로를 더 답답하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치로는 친구 H와 여행을 떠난다. H는 지로에게 편지를 보내고,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치로와 여행에 대해 쓴다. 편지를 통해 이치로가 아내를 구타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반항하지 않는 부인을 보며, 우월함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고 이야기하는 이치로의 고백은 비루하다. 자신의 비루함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이치로를 이해해야 할지 망설여진다. 나의 망설임의 이유는 그가 좋아했던 사람은 오사다였다는 사실을 묵묵히 암시하고는,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쿨쿨 잠을 자고 있는 이치로의 고독과 괴로움이 전달되기 때문인 것 같다.

 

여행 중 그 어떤 곳도 맘에 들었던 곳이 없는 이치로, 미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지적으로도 예민한 사람 이치로가 택한 삶의 방식 때문에 안타깝다. 말라르메는 의자 하나를 잃었지만 자신은 삶의 거의 전부를 잃었다고 말하는 이치로, “죽거나 미치거나, 아니면 종교에 입문하거나세 가지 길 밖에 없다던 그가 안타깝다.

 

타인의 괴로움의 깊이를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없다. 나는 여전히 이치로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쪽에 서있다. 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루해질 수 있는지를 헤아린 작가의 고독과 괴로움의 깊이를 가슴 아프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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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6-08 00: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가 ‘그후‘ 부터 시작해서 ‘문‘ 그리고 ‘행인‘의 작품 속에서 자기와 다른 인물, 자기와 비슷한 인물을 등장시켜서 다른 인물들이 소세키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공격하고 분석합니다.
‘행인‘에 등장하는 형이 실제 소세키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행인‘의 압권은 동생 지로가 형을 공격하고 분석하는 부분....

그레이스 2021-06-08 00:55   좋아요 5 | URL
그런것 같았어요
소세키의 삶이 너무 비극적이더군요
가족들로 인해...

새파랑 2021-06-08 0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말에 서점가서 이책 구경했는데 ㅎㅎ 리뷰 보니까 쓸쓸한 기운이 느껴지네요. ‘문‘과 ‘행인‘ 꼭 읽어야 겠어요^^

그레이스 2021-06-08 06:44   좋아요 5 | URL
행인, 춘분지나고까지, 마음 은 사람의 마음을 주제로 한 ego 3부작이라고 부르나봐요
읽어보려구요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21-06-08 01: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리뷰의 첫문장과 마지막 문단의 첫문장이 좋았어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도 때로는 자기 자신을 아는 것도 결국은 일부에 불과한 것 같은 때가 있어요.
그레이스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

그레이스 2021-06-08 06:38   좋아요 5 | URL
감사해요
따뜻한 서니데이님!
맞아요 자신도 다른 사람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죠.

바람돌이 2021-06-08 01: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비겁함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일것 같네요. 다시 알라딘에서 소세키 열풍이 부는건가요? 그레이스님의 리뷰로 이 책도 조용히 보관함으로 옮겨놓습니다. ^^

그레이스 2021-06-08 08:03   좋아요 5 | URL
저는 항상 늦죠^^
뒤쫒아가느라 바빠요;;;
놓지는 것도 많고...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온기라고나 할까요?^^

레삭매냐 2021-06-08 0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의 책들은 사두기만 하고
여전히 안 읽고 있네요 그것 참...

그레이스 2021-06-08 10:06   좋아요 3 | URL
그 심정은 저도 공감!
ㅋㅋ

모나리자 2021-06-08 10: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읽은지 오래된 작품이어서 가물가물합니다.ㅎ
형수가 도련님에게 말한 인용문장은 새록새록하네요.
언제 읽어도 좋고 그리운 소세키의 작품!!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1-06-08 11:55   좋아요 4 | URL
예 .
감사합니다.
소세키의 좋은 작품 소개해주세요.
모나리자님도 행복하세요~

mini74 2021-06-08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속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닮은 듯한데 또 나름 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고 *^^* 그레이스님 리뷰보니 너무 읽고 싶어요. 일단 쟁여 놓고 *^^*

그레이스 2021-06-08 13:54   좋아요 2 | URL
저도 소세키 다른 책 정해두고 있는데 먼저 읽어야 할 책들때문에 잠시 멈췄어요 ㅠ
천천히 읽어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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