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콘크리트 배를 만나다 - 센강 위 가난한 자들의 안식처 루이즈-카트린의 여정
미셸 캉탈-뒤파르 지음, 류재화 옮김 / 체크포인트 찰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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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손길을 만나고 체온이 닿아, 예술이 되고 시대의 사유가 된다. 구조물은 시선과 마주쳐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생기를 얻고, 글로 살아난다. 르 꼬르뷔지에만 알고 있다면 이 책을 지나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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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4-01-25 10: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 꼬르뷔지에도 모르면 지나쳐도 되나요...?

그레이스 2024-01-25 12:13   좋아요 1 | URL
ㅋㅋ
몰라도... 읽어도 되요
ㅎㅎ

페넬로페 2024-01-25 1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 꼬르뷔지에 부터 알아야 하나요...?

그레이스 2024-01-25 12:15   좋아요 2 | URL
건축가 르 꼬르뷔지에에 관한 책인줄 알았는데,,, 그것보다는 예술과 사회를 보는 시선과 관련있어서... 몰라도 되요

그레이스 2024-01-26 08:56   좋아요 1 | URL
간략하게하면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된 시작부터 콘크리트 건축의 역사라고 볼수 있겠네요
앞의 제 댓글이 넘 뜬구름처럼 읽혀서.. 어제 기분이 그랬나봐요^^

미미 2024-01-25 1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르 꼬르뷔지에 이름만 알아요ㅎㅎㅎ

페넬로페 2024-01-25 10:50   좋아요 3 | URL
역시 미미님, 대단해요~~

미미 2024-01-25 10:56   좋아요 3 | URL
>.<

그레이스 2024-01-25 12:40   좋아요 3 | URL
공동주택, 공공건축과 관련해서는 이 건축가 중요하죠^^
곰브리치 서양미술사에도 잠깐 언급되죠.
저는 대학때!

레삭매냐 2024-02-05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새 콘크리트 정글에 사는 걸
당연하게 받아 들이게 된 현생인류
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레이스 2024-02-05 15:00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네요
그래도 콘크리트 건물때문에 공동주택이 주거문제를 해결하게 되었다고 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 콘크리트 공간이 너무 비싸서 ... 자기 공간으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많죠.
콘크리트 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의 주인공은 부모로부터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한 상처를 안고 있다. 그녀가 의지한 것은 오히려 낯선 사람들의 친절이었다고 말한다. 클레어 키건의 두 작품 맡겨진 소녀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나는 한 사람이 받아야 할 사랑의 결핍을 채워주는 타인의 친절과 돌봄을 읽었다. 또한 그 사람이 타인에게 되돌려주는 사랑을 보았다. 아주 작고 사소할 지라도, 그 발걸음 혹은 달리기는 충만함으로 가득 차 있다.


 

맡겨진 소녀의 주인공 는 엄마의 출산 때문에 방학 동안 친척 집에 맡겨진다. 에드나 아주머니와 킨셀라 아저씨의 농장이다. “먹을 건 엄청나게 축낼 겁니다.(18p)”라고 말하고 서둘러 일어서는 아빠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과 아이들을 세심하게 양육할 여유 없음이 엿보인다. 어쩌면 가난 때문이 아니라 아빠는 그런 성품의 사람일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선택할 수 없고,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다 만족함을 주진 않는다. 아주머니와 아저씨 집에서 맛본 시원하고 깨끗한 우물물의 맛을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30p)”이라고 하는 아이의 마음은 양가적이다. 부모와 떨어진 슬픔, 무례한 아빠의 부재가 주는 안도감, 가난하고 형제가 많은 집에서는 받아보지 못한 세심한 돌봄이 가져다 준 편안함 등의 감정들이 전해온다. 아이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30p)”

 

를 목욕시키는 에드나 아주머니의 손길은 엄마의 것 같다. 그러나 거기엔 또 다른 것,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것(24p)”이 있다. 독자도 나중에야 알게 되는 슬픔이다. 아이는 냄새로 맛으로 촉감으로 알아챈다. 집에서의 삶과 아저씨 아주머니 집에서의 삶의 차이, 다른 사람들과 아저씨 아주머니의 차이를 몸으로 느낀다. 그러기에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많아(73p)”라고 하는 아저씨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지만 안다.

 

농장의 일상과 밤바다의 풍경과 뜻 모를 우편함까지의 달리기는 아름다운 한 컷 한 컷의 영상이 되어 흘러간다. 헤어질 시간이 되고 의 달리기는 말 없는 인사가 되어 이별의 아쉬움, 다정함에 대한 고마움, 그들의 슬픔을 온몸으로 끌어안는 몸짓이 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주인공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미혼모다. 어머니의 가족들은 그녀의 곤경을 외면했으나, 그녀가 가정부로 일하던 집의 주인 미시즈 윌슨은 두 모자를 돌봐 주었다. 펄롱은 아이린을 만나 결혼하고 가정의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가면서도 그의 마음속에는 항상 공허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딸들은 잘 자라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가족은 괜찮을 것인지 불안해한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전기가 끊긴 추운 집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빚 때문에 차를 파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혹독한 시기였다. “잠시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29p)” 하는 생각을 하지만 항상 쉼 없이 다음 단계로 해야 할 일로 넘어가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펄롱은 그가 일하는 석탄 창고에 갇혀 있던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되고, 그녀가 근처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미혼모이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된다. 시설 책임자인 수녀의 태도나 아일린의 충고에 비추어 이 지역에서 수녀회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권력에 맞서면 일자리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일랜드에는 수녀회 4개 단체가 운영하는 통칭 막달레나 세탁소10곳이 있었다. 1845년 이래 수녀회가 운영하던 그 세탁소는 매춘여성과 미혼모, 불륜 등 당시 성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이, 법원과 경찰, 사회복지사, 병원, 의회, 성직자, 더러는 가족에 의해 강제로 수용돼 세탁 노동으로 육신의 죄를 씻고 기도로 마음을 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설립 취지나 명분과 달리, 실상은 사뭇 달랐다. 학교 수업을 빼먹은 여학생도, 기차에 무임승차한 여성도, 성당 신부나 가장의 판단에 행실이 단정치 못한, 그래서 남자를 유혹해 타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 여성도 수용됐고, 심지어 강간 피해 여성도 대상이었다. 그들은 입소 직후 수녀회가 부여한 새 이름과 식별 번호로 불리며 감옥과 다름 없는 폐쇄된 공간에서, 머리를 깎고 수용복을 입고 침묵의 계율을 준수하며 대화도 삼가야 했다. 가족 방문도 수녀 입회하에 제한적으로만 허용됐고, 편지도 원칙적으로 금지였다. 그들은 아침 5시에 일어나 미사와 식사를 마친 뒤 주 6일 하루 10~12시간씩 세탁과 다림질, 세탁물 포장, 바느질, 자수 등의 강제노동에 임금 없이 동원됐다. 고객은 기업체와 종교시설, 정부부처와 군대, 병원, 학교, 교도소, 의회 등 다양했다. 만일 통제에 저항하거나 규율을 어기면 굶거나 독방에 감금당했고, 장시간 무릎 꿇기와 삭발 등 처벌 외에 언어폭력과 구타도 빈번했다. 그들은, 10대 소녀들도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드물게 벽을 넘거나 세탁물 수거차량에 숨어 탈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경찰에 의해 다시 끌려왔고, 가혹한 처벌을 받은 뒤 수녀회가 운영하는 다른 지역 세탁소로 옮겨졌다.”

(한국일보 철조망 너머, 막달레나 세탁소의 진실2022.10.17 24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101315310004852?did=NA)

 

펄롱은 심란하다. 다시 그 창고에 갇힌 세라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간다.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119p)”하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고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119p)” 하고 질문한다. 그가 세상에 맞서는 방식은 친절이다.

 

펄롱은 자신과 어머니를 구해줬던 미시즈 윌슨의 친절과 격려, 사랑을 기억한다. 이 아이를 데려감으로 치르게 될 대가와 고생을 헤아려 본다. 펄롱이 구하고 있는 이가 어머니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가 예상되는 일들에 대해 각오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영화 , 다니엘 블레이크는 영국 현대 사회의 복지 제도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가 장악하고 있는 시스템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자신의 인간다움과 자존심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목수 다니엘의 이야기는 감동적이고 가슴 아프다.

 

나는 다니엘의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연민과 친절함에 주목했다. 자신도 질병으로 인해 수당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음에도 두 아이의 엄마인 케이티의 곤경을 보고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는 그의 태도에 감동했다. 타인이 당하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나 자신이 갖고 있는 작은 것으로 돕는 데 있어 그에게는 어떤 장벽도 문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저함이 없고 자연스럽다. 사회복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사람들이 겪는 수많은 장벽들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국가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차가운 얼굴로 수치심만을 안기지만, 가난한 다니엘은 누구보다 부유하고 따뜻한 얼굴로 도움을 준다.


시장경제 논리가 우리의 삶에서 미덕을 몰아내고 있고, 돌봄, 친절, 용서와 같은 것조차 돈으로 지불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사랑, 배려, 희생과 같은 것에 더욱 감동한다. 이유는 그 희소성이 높아지는 때문이기도 하고, 그 미덕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에드나, 킨셀라, 미시즈 윌슨, 펄롱, 다니엘 블레이크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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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23 0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분량이 짧지만 거기에 많은 걸 넣었더라고요. 잃.시.찾과 대조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그레이스 2024-01-23 07:35   좋아요 2 | URL

짧지만 압축된 내용이 많았고, 메시지도 그렇죠?!
잃시찾^^
갑자기 언제 정리하나 하는 현실자각 중입니다

새파랑 2024-01-23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키건의 책이 핫하네요~!! 전 <맡겨진 소녀>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좀 다를까요?

밑에 영화 포스터를 보니 ‘막시무스‘님이 생각나네요~!!!

그레이스 2024-01-23 11:53   좋아요 1 | URL
^^
취향이 다 다르니까 뭐라 말씀드리기가 그렇긴한데,,, <맡겨진 소녀> 읽고 저는 눈물을 흘렸거든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생각하고 토론할 만한 논제들이 보였구요.

이 영화 강추입니다.
정말 좋았어요.
맞아요 막시무스님 프로필 사진이더라구요!^^

레삭매냐 2024-01-23 16: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니엘, 블레이크> 보고서
켄 로치가 켄 로치했구나 싶었습니다.

과연 따듯한 자본주의는 존재하지
않는 그런 시스템인지에 대해 묻게
되더군요.

그레이스 2024-01-23 16:57   좋아요 1 | URL
예~
따뜻한 자본주의는 시스템에 없지 않을까 싶네요. 개인의 의지나 양심, 공동체의 미덕에 맡겨져야 할듯요.
 
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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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없으면 소설도 없다.(212p)”

작가는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으로 흩어져 있는 삶의 파편들을 선택하거나 배제하고, 왜곡함으로 소설을 쓴다. 그러므로 독자는 그 파편들 속에 감추어 둔 작가의 내밀한 음성을 발견해야한다. 독서는 파편들을 퍼즐 맞추듯 맞춰 사실을 복원하는 것이 아니다. 독자가 읽어야 하는 것은 소설 속에서 형상화되고 발견해 낸 작가이지, 현실의 작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독자는 소설로부터 읽은 작가를 현실의 작가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흔히 범한다.

 

소설 중 화자 는 작가로서 출판사 편집자로부터, 한 작가의 문학과 삶을 집중 조명해서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는 작가탐구에 글을 써줄 것을 청탁받는다. 그에게 부여된 글쓰기 대상은 그 작가의 소설이 아니라 바로 그 작가라는 말은 쉬울 수도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인상을 남긴다. “그 작가의 삶의 과정그의 문학이 맺고 있는 인과성(14p)”을 전달하는 작업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몇 번의 인터뷰와 그의 자전적 소설에서 작가의 의식 안쪽에 단단하게 붙어 그의 삶과 문학을 지배해 온 질기고 억센 몇 개의 큰 흉터들을(19p)” 발견한다. 사실과 진실에 관해 침묵하는 박부길 앞에서 는 어쩔 수 없이 그 흉터들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자기 노출적인 소설 <내 속의 타인>에서 마주친 흉터들은 이후 작품들 안에서 질서 없이 몸을 섞고 있다. ‘는 그 흔적들을 찾으며, 어느새 박부길을 소설적으로 바라보고 있는(18p)” 자신을 깨닫게 된다.


가 작품들에서 찾은 파편들로 맞춰진 퍼즐, 그는 이렇게 불행하고 지독히도 외로운 존재가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비극적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모친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했던 신화 속 아버지는, 유년기의 그가 목격한 한 남자의 광기와 죽음, 그 남자를 향한 이유모를 끌림, 그의 죽음에 자신이 가담했다는 죄의식, 선산을 태우고 고향을 떠나면서 흉터가 된다. 모친의 사랑 역시 받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향한 사랑을 왜곡된 정서 죄의식과 회환으로만 표현하는 애처로운 어머니를 외면하는 그는 굶주리고 외로운 존재다. 그가 고향(현실)을 떠난다는 것은 곧 무극사(신화)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95p)”이지만 그 신화는 무극사에서 끝이 난다.

 

작가탐구를 준비하면서 박부길의 자전적 작품을 <지상의 양식>을 싣기로 한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고향을 떠난 그의 청소년기와 20대의 삶을 그리고 있다.

외로움 안에 갇혀 있었던 그는 같은 세계에 사는 동질의 원형질을 가진 단 한 사람의 동료를 만나는 것(141p)”이 간절했기에 현실로부터 도망치는 습관적인 독서 안에서 의도적인 오독을 한다. 골방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철저히 혼자인 존재가 하는 독서란 외부 세계와 개인의 내면 사이에 높은 벽을 세우고 하는 행위이기에 오독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오독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빈번함을 소름끼치게 깨달았다. 나의 상황, 기분 안에서 작품들을 읽고 해석했던 많은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는 나처럼 이 세상에 잘못 보내진 나의 형제, 나와 동일한 표적을 소유한 나의 동지, 나와 원형질이 같은 단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159p)” 그러므로 사랑 역시 그 대상을 자신과 같은 세계의 사람이라는 오해로 시작한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사랑의 불구성을 짐작할 수 있다.(288p)” 사랑을 받지 못했고 배우지도 못한 그의 사랑은 너무 아슬아슬하고 가학적이었다고, 전쟁처럼 하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의 사랑은 흉기가 되어 사람을 상하게(289p)” 했다.

 

그의 사랑도 신앙으로 대체되어 있는 갈망도 가짜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신과 인간의 문제를 깊이 천착한 다른 작가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회의와 갈등, 반항과 구원의 드라마로부터 너무 자유롭다.(262p)”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도 동료들과 공감대를 찾지 못한다. 그가 주장하는 학자적 태도는 불통의 이면을 갖고 있다. 그가 세상을 따돌리는 오만함은 사실 슬픔과 울분, 또는 슬픈 울분이고 그 뿌리는 좌절감(31p)”이다. 그는 세상과 불화하며 부유(浮遊)한다. 많아지는 생각은 결핍으로 향하고, 불화감은 증폭된다. 그 증폭된 불화감은 더 복잡은 생각의 밑천이 되는 악순환에 갇힌다.


이승우 작가는 이 액자소설을 통해 한 사람의 지독한 외로움을 통해 사랑, 신앙심이 진실이 아닌 거짓일 수 있는 인간상황에 대해 그려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면서 그것을 드러내거나 감추고 가장하면서 쓰는 작가의 작업과 그렇게 흩어져 있는 작가의 파편을 읽어내는 독자의 시선에 대해서 생각을 전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가지 주제를 전하기 위해, 이런 소재와 구성을 취한 작가의 글쓰기가 탁월하다.

 

작가는 물론 자신의 삶을 사실 그대로 베끼지는 않는다. 기억되거나 말해진 사실은 결국 발췌된 사실일 뿐이다. 선택과 배제를 통해 사실이 구성된다. 거기에 굴절과 왜곡이 끼어든다. 그것이 작품이다.(210p)”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이러한 글쓰기를 보여주는 백미라 할 수 있다. 어둠이 그와 충분히 친해졌을 때, 박부길은 충동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중학교 때 국어 선생으로부터 상상력의 위험을 경고 받은 바 있는 작문 <아버지>의 세련된 늘이기에 다름 아닌 이 작품을 씀으로써 그는 막혔던 글의 길을 비로소 뚫는다.(335p)” 그의 글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선생님들의 경고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그의 잠재된 죄의식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기도하듯 내면의 고백을 털어놓는다.

 

사람들은 왜 기도를 하는가. ‘그것은 자기 이야기를 마음 놓고 솔직하게 늘어놓기 위해서이다. 아무 불평도 하지 않고 한없는 끈기와 인내로 지극히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들을 들어 줄 상대를 찾아서 사람들은 기도처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지상의 양식>) (331p)“

 

그는 그 죄의식을 노출하여 공식화함으로써 아버지를 인정하고자 했다.(335p)” 어릴 적 뒤뜰에 살고 있던 광인 아버지를 감추려했던 어른들의 태도로부터 전이된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벗어나 아버지의 존재를 시인하고, 아버지로 하여금 그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새로운 신화를 쓰고자 했다는 말에서 뭔가 긍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그가 해낸 것은 아버지와의 값싼 화해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교묘한 것이다. 죄의식의 되돌림.(335p)”이라는 말에서 자전적 글쓰기가 가져다 줄 수밖에 없는 회환에 갇히는 작가의 고통을 보게 된다. 작가의 작업은 교묘하다. 드러냄은 전략적이다.

그는 감추기 위해서 드러낸다. (335p)”

작가들은 그렇게 신화를 쓴다. 그러기에 글쓰기가 자유롭게 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고통스럽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고, 그 도시가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의 감추어진 마음 혹은 무의식 혹은 영혼의 어두운 곳을 의미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다. 그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이면이고 그것을 보는 것은 지울 수 없는 고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승우 작가의 이 책 제목이 생각났다. 누구나 갖고 있을 생의 이면’, 그것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기억나게 하는 흉터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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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1-12 19: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삶을 사실 그대로 베끼지는 않지만 상당 부분 자신의 경험과 생각은 들어갈 것 같아요.
올려주신 기도에 대한 인용문~^
저는 신에게 제 얘기 늘어놓는 게 귀찮아서 ㅋㅋ
남을 위한 기도만 하는 듯요^^

그레이스 2024-01-12 21:56   좋아요 3 | URL
그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 기도 장면 너무 처절했어요.

혹시 ‘다 아시잖아요?‘
이런 말은 안하시나요?
^^

미미 2024-01-12 2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죄의식의 되돌림‘, ‘감추기 위해 드러낸다‘ 그런 고된 작업이기에 작가들의 평균 수명이 의외로 낮은가 봅니다.ㅎㅎㅎ
그래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절박함이 느껴져서 슬프기도 하고요. ‘흉터‘맞는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4-01-12 21:57   좋아요 2 | URL
예!
작가의 글쓰기의 고됨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서곡 2024-01-14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4-01-14 15:39   좋아요 1 | URL

서곡님두요
길 미끄러운데 조심하세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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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소리와 분노에서는 퀜틴이 죽기 전 자신의 그림자를 보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그가 보는 자신의 그림자는 일그러지며 그와 분리될 것만 같은 불안감을 전달한다. 그림자는 세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리고 그가 그림자를 바라보는 심리는 그가 사는 세계에 발 디딜 곳을 찾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불안과 갈등을 보여준다. ‘존재의 과거형보다 슬픈 말을 찾지 못한 그는 존재의 과거형이 된다.

 

소설 도시와 불확실한 벽에서, 현실 세계에서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벗어야 한다. 그곳의 사람들은 그림자가 없다. 그 그림자는 벗겨져 떼어진 채로 도시의 문밖 숲에서 살아가다 힘을 잃고 소멸된다. ‘그림자는 육체일까?, 포크너의 소설에서의 그림자처럼 현실세계에 존재함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야기의 진전과 함께 이 소설의 그림자는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현실세계의 17살 소년 16살 소녀를 만나고, 두 사람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 도시는 구축되어간다. 도시는 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숲에는 일각수가 살고, 도시로 통하는 유일한 문에는 문지기가 산다. 현실세계의 그녀는 외롭다. 소년 는 그녀의 삶에 대해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두 사람은 특별한 비밀세계를 만들어내고 함께 나눈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가 높은 벽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도시다. ‘는 이 현실세계에서 그 소녀를 상실한다.

 

40대가 된 는 그 소녀의 실체를 만나기 위해 도시의 문을 넘어 들어갔다. “그림자를 버리고, ‘꿈 읽는 이로서 눈에 상처를 내고, 두 번 다시 그 문을 넘지 않는다는 암묵의 계약을 맺고(68p).” 그림자를 벗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도시, 그것은 육체로는 들어갈 수 없는 영혼의 세계인 듯 보인다. ‘가 도시를 걷고 탐색하면서 그 도시는 하나의 세계, 형태를 띈 실체로 다가온다.

 

그 도시에 있는 16이란 황동 플레이트가 박혀있는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는다. 그곳에는 가 현실세계에서 만났던 그녀와 똑같이 생긴,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소녀가 일하고 있다. 현실세계의 그녀는, 마지막으로 보내온 편지에서, 자신은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살고 있는 실체가 벗어버린 그림자이고, 곧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럼 이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 소녀가 그녀의 실체일까? 도시의 문지기가 한 말에 비추면, 그림자는 육체이며 그 그림자를 벗어버린 존재, 도시에 살고 있는 존재는 영혼임을 짐작하게 된다.

 

의 그림자는 이 도시에 사는 존재가 그림자이고 바깥세상에 있는 것이 본체라고 말한다. 주인공이 읽어야 할 오래된 꿈은 도시 밖으로 쫓겨난 본체가 남겨 놓은 마음의 잔향이라고 한다. 미처 제거 하지 못한 슬픔, 망설임, 질투, 두려움, 고뇌, 절망, 의심, 미움, 곤혹, 오뇌, 회의, 자기연민…… 그리고 꿈, 사랑(178p)”등의 마음의 씨앗이라고 한다. 로이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 (The Giver)를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가 유지되게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이 오래된 꿈을 읽고 감당해야 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는 숲속 그림자 쉼터에서 죽어가는 자신의 그림자를 찾고, 그들을 막아서는 벽들을 통과해 도시를 빠져나가는 웅덩이 앞에 다다른다. 실체와 그림자,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것을 막는 살아 움직이는 벽은 무엇일까? 설령 하나를 통과하더라도 그 너머에 다른 벽이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의식과 마음, 영혼과 육체가 일치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삶에서 만나는 수많은 장애들이 아닐까? 살아있는 동안 그 둘은 함께 연관되어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것이 큰 간격을 두고 벌어질 때, 그 벌어진 곳에는 심연이 남는다. 두 세계 사이에 놓인 웅덩이처럼.

 

의 그림자는 웅덩이에 뛰어들어 현실세계로 간다. 그리고 중년의 는 현실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림자에 끌려온 것이라 짐작하는 는 스스로를 현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아간다. 직장을 그만두고 Z** 마을의 도서관 관장에 지원해서 간 이유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의 도서관에서 오래된 꿈을 읽던 기억 때문이다. 이 도서관의 반지하 공간에서 만난 사건들은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띄고 있다. 영혼과의 대화가 그렇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현실세계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두 세계다. 도시는 움직임이 없고 말수 적고, 간소하고 정밀하고, 그리고 완결된 장소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 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이 없이 머물러(53p)” 있는 곳이다. ‘의 현실세계는 많은 말들이 오가고, 너무도 많은 의미가 만들어져 흘러넘치는(52p)” 곳이다. 누군가는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에 어울리고, 다른 누군가는 현실세계에 더 잘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어느 세계가 벽으로 둘러싸인 곳일까? 독자로서 나는 ‘2에서 현실에서 사람들과 관계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는 의 삶에 편안함을 느낀다.

 

전임관장 고야스씨의 영혼이 성경을 빌어 말했듯, 인간이 덧없는 존재고 살면서 영위하는 나날이 지나가는 그림자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영혼과 몸이 분리된 듯 살아갈 수는 없다. 살아가는 동안,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하는 듯 보이는 육체와 영혼이 혹은 육체와 마음이 일치하는 순간을 맛볼 수 있다. 도시의 가 현실세계의 와 하나가 되듯. 고야스씨가 말한 것처럼 본체와 그림자는 원래 표리일체이고, 상황에 따라 역할을 맞바꾸기도 한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는 깊이 침잠해서 육체를 잊은 듯 영혼의 숨만 쉬는 시기가 있을 수도, 육체가 활발한 활동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다. 때로 그 영혼을 잊은 듯, 육체를 잊은 듯, 한 쪽에 치우쳐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치우쳐 있는 세계에서 역경을 뛰어넘기 위해 다른 영역의 일에 몰두하는 시기를 만나기도 한다. 어쨌든 두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는 모두 나 자신인 것이다.

 

공간의 왜곡과 축소, 시간의 역행, 그리고 토끼라는 상징적인 이미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리게 한다.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꿈의 세계는 재밌고 흥미진진한 곳만은 아니었다. 위험해보이고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게 되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소원하게 되는 그런 곳이었다. 마찬가지로 소녀를 만나기 위해 들어갔던 그 도시 역시 추위 때문에 일각수들이 죽어가고, 동물들이 먹을 수 없는 사과만 많이 열리는 곳, 유채기름으로 죽은 사체를 태우는 곳, 시계에 바늘이 필요 없는 단조로운 삶이 이어지는, 많은 말을 건넬 필요 없는 그런 곳이다. <노란 잠수함>의 이상향 페퍼랜드가 누구에게나 행복하고 편안한 곳이 아니듯, 꿈과 낙원은 각자의 마음에 있다.

 

그 도시로 갈 수 있는 문을 발견한 소년은 이 현실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는 육체의 일을 잊은 자다. 어쩌면 그런 존재도 필요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대신해 영혼의 영역에 머무는 존재를 의미한다.

 

소년이 그 도시에서 만난 는 누구일까? 그림자에 이끌려 나온 줄 알았던 의 실체가 여전히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현실세계의 에게 생긴 그림자는 무엇일까? 소설은 명쾌한 답을 주는 공식을 갖고 있지 않다. 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와 현실 세계, 본체와 분신, 실체와 그림자 등은 플라톤의 이데아, 이원론, 마음과 꿈, 평행 세계 등 무엇이 될 수도 있고, 또 무엇이라 규정하기엔 모호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 강줄기가 복잡한 미로가 되어 암흑의 땅속 깊은 곳을 흐르는 것(223p)”처럼 우리의 현실 또한 우리의 내부에서 몇 갈래 길로 나뉘어 나아간다. 현실과 선택지가 얽혀 우리가 인지하는 현실이 완성된다. 그러기에 인생의 깊숙한 강을 흐르는 불가지성을 해결할 수 없을지 모른다. 소설의 모호함도 그대로 둘 수밖에.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그 이면을 보려는 사람이 있고, “현실은 이것 하나뿐이고 다른 건 없다(223p)”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은 태반 눈을 감은 채로 인생을 보낸다. 그러나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오른쪽 얼굴(101p)”을 보는 사람은 있다. 노인이 그런 것은 보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하는 말로 비추어, 한 사람의 감춰진 이면의 세계는 드러난 왼쪽 얼굴처럼 그리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의미로 읽혔다.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 심연을 보고 읽으려는 자는 작가가 아닐까?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향한 문에 들어섰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과 의식 사이에 생긴 골을 짐작해본다. 실제 삶에서는 겪지 않을 감정을 향한 문이 열리고 그 문을 닫지 못해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는, 사형수를 연기했던 한 영화배우의 고백을 떠올린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시 벽으로 둘러싸인 그 도시의 문을 연다. 작가는 글쓰기를 위해, 독자는 읽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영혼과 마음에 감춰진 심연을 탐험하기 위해 뛰어든다. 끝없는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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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01-02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는 사람은 그림자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그림자도 사람한테는 중요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림자를 두고 가야 하는 세계... 몸은 두고 영혼만 가는 걸지...

책을 보다 보면 여기가 아닌 어딘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곳에서 자신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지도 모를... 좀 더 잘 살면 좋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그레이스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 잘 챙기시고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그레이스 2024-01-02 09:34   좋아요 1 | URL
빛을 향하면 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고,
빛을 등지고 있으면 내 그림자가 보이죠.
또 다른 상징으로서 그림자를 생각해봅니다.

희선님
2023년에는 제가 많이 소원했네요.
새해 건강하시고 좋은 시와 글들 기대합니다.

페넬로페 2024-01-02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완독하고 글 쓰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실패했어요 ㅠㅠ
뭔 말을 하려는지 이해는 되는데
그 맥락이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그레이스님!
1등 예약입니다
저에게 약간의 콩고물을~~ㅎㅎ

그레이스 2024-01-02 22:00   좋아요 1 | URL
저도 힘들게 썼습니다^^
아직도 이해 안되는 부분이...
포기할뻔 했는데... 감기때문에 스케쥴 취소하고 여유가 생긴바람에 겨우 썼습니다.

캐모마일 2024-01-02 2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낙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그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래서 옐로 서브마린 소년은 떨어져도 확신을 가지란 희망을 주었군요.

그레이스 2024-01-02 22:15   좋아요 1 | URL
저는 그렇게 읽었습니다^^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해서 다양한 적용이 나올듯요^^

레삭매냐 2024-01-11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춘수 샘 책 나올 때마다
팬이 아니라고 하면서고 꾸역꾸역
사서 읽곤 했는데... 이번엔 패스하
게 되었네요.

뭐랄까 사그러져 가는 옛 영광의
잔영이라고나 할까요.

그레이스 2024-01-11 10:00   좋아요 1 | URL
ㅎㅎ
춘수 샘!
저도 그렇긴 해요
 

탑승 수속하기 위해 줄 서 있다가 문득 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비행기 안에서 복기하고 정리할 계획으로 빼서 들고 있다가 잃어버렸다. 공항으로 가는 택시 안에 흘렸는지, 기사분이 네 개나 되는 수트케이스를 내리고 있는 게 미안해서 직접 내 짐을 내리는 오지랖 떨다가 흘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찌됐든 찾아는 봐야겠다 생각하고, 공항 안내 데스크를 찾아서, “뻬르디 미 리브로(Perdí mi libro)!”아이 로스트 마이 북(I lost my book)!”을 외쳤다. 예상대로 못 찾을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택시 승강장에서는 택시 회사에 연락해보란다. 이미 답을 알고 한 시도여서 미련없이 탑승수속 줄로 돌아왔다. 이번이 두 번째다. 몇 년 전, 비엔나에서 돌아오는 중 경유지 두바이 공항에서 읽던 책을 비행기에 놓고 내렸었다. 두바이 공항에 하나, 바르셀로나 공항에 하나, 나는 그렇게 책으로 흔적 남겼다.


바로 이 책이다, 이 책! 오기가 나서 경유지에서 알라딘 앱으로 다시 주문했다. ‘이전에 구매한 상품입니다라는 문구가 화면에 뜨기가 무섭게 구매하기 버튼을 눌렀다.

 

스페인을 지리와 역사와 예술로 안내하고 있어 가볍지도 장황하지도 너무 쉽지도 너무 어렵지도 않다. 사진도 충실해서 좋았다. 이 책은 레콩키스타(Reconquista 회복운동) 이후의 역사로 시작하고 있다. 콜롬버스를 후원했던 이사벨 여왕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는 콜롬버스가 항해를 마치고 이사벨을 알현했던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안의 왕의 광장 계단을 찾게 했다. 사진으로 봤던 것과 달리 계단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택시를 타고 몬주익을 향하던 중 바닷가에 서있던 콜롬버스 동상을 보며 그가 이끌고 온 노예들과 실망을 안겼던 상품들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 이제는 빛바랜 계단과 동상처럼 그의 업적도 재평가되고 있지 않은가 하는. 그리스인 화가 엘 그레코가 머물렀던 톨레도의 예술과 스페인 황금시대 두 궁정화가 벨라스케스와 고야의 삶과 작품, 그들을 후원하고 예술을 사랑했던 왕들과 귀족들, 시대 이야기는 마드리드 왕궁과 프라도 미술관을 감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왕의 광장 계단>

'바르셀로나는 곧 가우디'라 말할 정도로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이야기의 많은 지면이 가우디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다. 레이나 광장에 세워져 있는 가우디 초기 작품인 가로등과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맡기까지의 에피소드와 건축과정, 그의 후원자인 구엘과의 만남과 가우디 주택, 그의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가우디만을 다룬 책을 읽지 않아도 이 책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으로 충분하단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가기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고 사야할 책들과 검색해서 눈에 띄는 책들을 구입했다. 그 중 개괄하듯 가볍게 읽었던 책이 바로 스페인 예술로 걷다라는 책이다. 다른 책들이 각론이라면 이 책은 개론서라고 할까. 재미있고 더 알기 위해 다른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준 책이다. 사실 이 책 하나만 읽어도 여행을 위한 지식을 탑재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다.


스페인 예술로 걷다가 좋았지만 다 읽은 책을 또 사긴 그렇고 해서 고른 책이 미술과 건축으로 걷다 스페인인데, 정보나 지식에 있어 앞의 책보다 가볍다는 생각을 했다. 단 가이드를 위한 책이라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같은 내용을 또 읽고 있다는 생각에 중간에서 덮었다. 나의 읽은 순서 때문에 조금 손해를 본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봤지만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구입한 책이다. 그야말로 각론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프라도 미술관의 작품에 대한 해설과 그 작품의 배경,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프라도 미술관의 역사와 어떤 작품들은 프라도에 걸리기까지의 에피소드도 덧붙여져 있다. 이후에도 계속 참고할 만한 책이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오디오 가이드 없이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 프라도미술관덕분이다.

 

집에 이 책 안토니 가우디 있어서 들고 갔었다.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었다. 사진 자료 없이 글로만 되어 있어서 자주 자료를 검색해 봐야하지만 아트 인문학이나 다른 책들을 먼저 본 상황이어서 그럴 필요는 없었다. 그냥 작은 사이즈고 이동 중 읽을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읽기로 미뤄뒀었다. 조금 더 디테일한 설명들이 추가되어 있다.


이렇게 읽고 나니 이제는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와 아트 인문학 여행x스페인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지금 바르셀로나 고딕지구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을 읽고 있다. 14세기 스페인 농노의 비참한 삶과 항구 도시 바르셀로나 사람들의 삶의 부분까지 읽고 있다

책과 유튜브를 통해 고딕지구 지도를 숙지하고 야심차게 루트를 정해 레이나광장, 비스베 거리, 하우메 광장, 바르셀로나 성당, 피카소미술관, 카탈로니아 음악당을 거쳐 산타 마리아 델 마르성당까지 걸어가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발이 아파서 더 못 걷겠다는 동생의 하소연 때문에, 우리는 카탈로니아 음악당에서 멈추고 까페로 들어갔다. 그리고 카탈로니아 국립미술관 예약 시간에 쫓겨, 결국 이 성당을 못보고 고딕지구를 떠나 몬주익을 향해야만 했다.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을 배경으로 한 소설 바다의 성당에는 이 고딕지구의 지명들이 등장한다. 보께리아 시장, 하우메 광장, 보른 광장 등. 이 산타 마리아 델 마르 성당은 왕이나 귀족들이 지은 다른 성당들과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은 성당이라고 나와 있다. 소설의 내용 중 성당의 앱스(apse)카탈로니아 국립 미술관중세관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절판된 소설인데 다행히 갖고 있어서 대신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다음 여행 때도 책을 가지고 갈까? 가지고 갈 것이다. 그곳에 흔적을 남기고 돌아올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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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14 0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스페인 자유여행 때 찍은 카메라를 분실해서 허망해진 적이 있었어요. 아무튼 유럽 여행 땐 도난, 분실에 늘 주의해야 해요.ㅠㅠ 심지어 제 아내는 어깨에 걸쳤던 쇼올도 날려 먹엇어요. 비싼 옷이엇는데.ㅠㅠ

그레이스 2023-12-14 07:56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요 ㅠㅠ
카메라, 숄은 아깝네요.
저는 제 부주의라...;;
저를 탓해야죠 뭐!

거리의화가 2023-12-14 09: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행 때 책을 들고 가시는군요^^ 저는 오로지 가이드북만 챙기는 것 같습니다. 가져가도 거의 읽지를 못하더라구요!ㅎㅎ
그래도 책을 잃어버리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다시 살 수 있으니까. 돈이나 카드, 여권 등을 분실하면 진짜 힘들잖아요!
스페인은 저도 정말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가게 되면 아트인문학과 프라도미술관은 구입해서 읽어보고 가야겠습니다. 그레이스님 여행 정말 좋으셨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3-12-14 12:50   좋아요 1 | URL
그 두권은 강추합니다.
가이드북도 구입했는데 그건 예약, 예매 담당 제 동생이 여름에 읽었어요.

새파랑 2023-12-14 11: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그레이스님은 여행도 사전준비가 철저하시군요~!! 저는 인터넷 검색하고 그냥 가는데 ~!! 스페인 너무 부럽습니다~!!!

그레이스 2023-12-14 12:52   좋아요 2 | URL
바르셀로나 여행은 유튜버 ‘콤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교통카드 구매,사용법, 뷰가 좋은 루프탑 까페, 고딕지구 여행법, 날씨 등 요긴한 정보가 많았어요.

서곡 2023-12-25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그레이스님 오늘 성탄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레이스 2023-12-25 15:00   좋아요 1 | URL

서곡님도 메리크리스마스!
저는 감기때문에 정신 못차리고 있습니다.ㅠ

서곡 2023-12-25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시군요! 몸조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3-12-25 17: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5: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잃어버리면 기분이 영 그렇죠... 그 허전함이란 느껴 본 자만이 알죠. 우산 하나만 잃어도 그러한데 책이면 더 더하죠.
그래도 액땜한 셈 치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하죠.
늦었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기분 내시고 연말 잘 보내십시오...^^

그레이스 2023-12-26 15:39   좋아요 2 | URL
^^
감사합니다
마지막 한주 멋지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