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 없는 여자와 도시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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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주쳤다. 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서도 2년 동안 안부를 몰랐다는 당황스러움을 감추려 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톤이 높아진다. “어떻게 지냈어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그녀는 그냥 그렇죠.”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아파트 주차장에 조금 더 머물며 좀 더 자세한 안부를 물었다. 당시 힘들었던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된 듯하나, 누군가를 원망하던 마음이 냉랭하게 얼어붙어 있다. 이내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는 마지막 만남을 떠올리게 했다. 맞다. 그 기억 때문에 문득 생각이 나도, 먼저 연락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녀는 당시 자신의 문제를 말하면서 화를 내고 있었고, 그 분노가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님에도 나의 마음은 움츠러들고 뒷걸음질 쳤다. 콘크리트 벽처럼 냉랭해진 마음 앞에 절망감을 느끼면서, 조만간 만나 차라도 한 잔 하자며 헤어졌다. “심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불편한 건 절대 참아줄 수 없다는 이유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우연적 타자 취급을 받은 적도 역사상 없었다(25p)”는 작가의 말을 기억하면서.

 

사나운 애착에서 작가 비비언 고닉의 어머니는 타인의 문제에 개입하고 도움을 주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작가가 살던 브롱크스는 게토였다. 그들 스스로가 만든, 보이지 않는 높은 담장 안의 공동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이웃 부부의 성생활까지 알 정도로 울타리가 없는 삶을 살았다. 이웃의 가정사에조차 조정자로서 군림하는 어머니에게 작가는 경외심과 부끄러움, 분노 등이 뒤섞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작가에게서 타인들과 분리되지 않은 생활로 인한 애증과 환멸을 읽는다.

 

이제 그녀는 뉴욕 시내에서 살고 있다. 그곳에서 그녀는 낯선 이의 눈에 되비치는 자아를 찾아(13p)” 거리를 걷는다. 걷다가 브롱크스 시절의 사람들과 우연히 만난다. 그 만남은 그녀에게 과거의 기억들을 가져다준다. 자신의 존재를 관통하는 엄마의 애착은 여전히 그녀에게 어려운 주제다. 서로를 참을 수 없어 싸우고 생채기를 내며 엄마와 걸었던 길들을 홀로, 때로는 둘이서 걷는다. 친구와, 때로는 엄마와.

 

그녀는 기억 속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청해 듣는다. “엄마 그 얘기 좀 해봐.”하고. 노인들의 반복되는 이야기를 듣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글의 소재를 생각하며 듣고 있을 것이다. “가끔 이렇게 한발 떨어져서 보는 순간에 우리 인생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닐까?(사나운 애착93p)” 그렇게 자신을 바라보면, “영락없는 엄마의 딸이다. 사람들의 잘못을 똑 부러지게 지적해야 하고, 사랑의 성배를 찾았던, “엄마가 원판이면 그녀는 현상본(70p)”이었다.

 

어릴 적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스스로 제조해낸 울분을 붙들고 있었던 어리석음을 깨우친 순간, 그녀는 이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아는 게 없어.(122p)”라고 엄마의 말을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렇게 그녀는 길을 걸으며 기억하고, 엄마인 자신과 화해하고, 엄마와 화해하는 길을 걷고 있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미완의 과제임을 받아들이면서.

 

그녀가 갈수록 사회 변두리로 향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 응어리진 쓰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 도시를 가로지르는 산책(20p)”은 습관이 되고, 자신과 타인을 읽는 응시가 되고, 글이 되었다. 그녀는 매일 집을 나설 때마다 더 조용하고 깨끗하고 널찍한 동쪽을 걷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번잡스럽고 지저분하고 어수선한 서쪽에 와있는(120)” 자신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삶이라는 것에 주체가 있다는 느낌(120p)”이 든다. 군중의 물결 속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을 보며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 거리에는 폭언과 무례함, 폭력의 위험도 존재한다. 동네 약국 대기석은 낯선 남자를 큰소리로 웃게 하는 넉살 좋은 수다를 떠는 장소다. 한 겨울 꽁꽁 언 빙판 길은, 손을 내미는 작은 친절을 통해, “난감한 상황에선 누구나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그 광경을 보았다면 누구라도 손을 내밀 의무가 있다는 평범한 인식(41p)”을 상기시키는 곳이다. 그렇게 거리에서 삶의 통찰이 이루어진다. 산책에서 돌아온 그녀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들의 몸짓이 보이도록 생기를 불어 넣는다. 그들은 그녀의 동행, 근사한 동행이 된다. 그녀에겐 사랑과 우정으로 이어진 한 시절의 동행들, 친구와 애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는 사람들보다 함께 하느니 차라리 익명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밤을 선택한다. 홀로 외로움을 즐기며 글을 쓰는 편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녀에겐 그녀를 아주 잘 아는 친구 레너드 한 사람과의 통화면 족하다.

 

이제 더 이상 블롱크스와 같은 장소는 그녀의 도시에도 나의 도시에도 없다. 도시는 변했고 과거의 장소는 사라졌다. 그곳으로 이어진 다리는 현재의 산책길처럼 걸어서 건널 수 없다. 개인의 삶에 밀고 들어오는 타인의 침범은 우리를 화들짝 놀라게 한다. “외로움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 주지만 불가해하게도 우리는 그 외로움을 포기하길 망설인다.(105p)” 아마도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순간에 이르면 블롱크스와 같은 장소에 머물게 될지 모르겠다. 앨리스의 요양원처럼. 거기서 다른 종류의 외로움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암담하고 쓸쓸한 이야기인 듯하나, 많은 지인들이 앨리스를 찾아가서 말벗이 되어준 것을 그녀가 죽은 후에야 알게 된 것처럼, 생각보다 세상엔 사랑이 넘치고(89p)”, “다들 마음을 쓴다(90p)”.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바라보며 마음을 쓰는 것, 도시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이 일을 길 위에서 했다. 익명의 군중들과 동행하고 있는 그녀의 걷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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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3-18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아는 이 도시를 자주 산책해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말잘보내십시오 ~

그레이스 2023-03-18 09: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서곡님 잘 아시는 도시가 궁금하네요^^
주말 잘 보내세요~~

서곡 2023-03-18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도시도 기회 닿는 대로 그리고 기회를 만들어 가 봐야겠습니다 ㅎㅎ 네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3-18 1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역시 그레이스님!👍
다들 리뷰가 한 편의 에세이로 읽힙니다^^

그레이스 2023-03-18 23:11   좋아요 2 | URL
저도 이 리뷰 쓰고 다른 분들거 하나씩 읽고 있는데 다들 너무 잘 쓰셔서.. 전 명함도 못내밀겠어요ㅠ

책읽는나무 2023-03-18 17:11   좋아요 2 | URL
아니에요!
그레이스님의 글도 넘 좋습니다.
잘 쓰셨습니다^^
다들 잘 쓰시긴 했는데, 다들 막상막하라...누가 뽑힐지? 저도 기대가 큽니다.

제가 꼭 무슨 심사위원이 된 마냥~ 읽고 있네요?ㅋㅋㅋ
 


허먼의 온 가족은 전번제(全燔祭)의 제물로 멸족을 당했다.(사랑의 이야기16p)” 그가 누구인지 강렬하게 알려주는 문장이다. 모든 것을 태우는 전번제로 그가 당한 인류의 비극적 역사를 환유한다. 번제(burt offering), 제물(祭物)을 모두 태우는 것, '()'은 그들이 당한 비극의 참혹함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싱어의 소설 주인공 아론(쇼샤) 허먼(사랑의 이야기) 주위에는 항상 여인들이 존재한다. 적어도 3. 그 사이에서 주인공은 갈등하고 안주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대인의 관습에 의해 맺어진 여성, 욕망의 대상인 여성,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여성, 이념 때문에 그를 떠난 여성 등. 그녀들 사이에 있는 주인공의 갈등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면(꼭 페미니스트적 시각으로 볼 필요도 없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른 의미들로 볼 필요가 있다. 그녀들은 그와 신앙, 관습, 이념, 자본, 도의 등으로 묶여 있고, 그것들을 상징한다. 그가 떠나지 못하던 유럽 유대인 공동체, 그에게 구원이 되지 못하는 이념이나 자본, 저버리고 떠나면 배덕을 저지르는 게 되는 지켜야 할 도의, 육체의 욕망을 상징하고 있다. 무너져 가는 공동체, 고립, 전쟁, 수용소, 그리고 이주의 서사를 가진 주인공의 불안과 공포와 정체 상실을 읽는다.

 

쇼샤에서 당시 전쟁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유럽의 상황과 부패하고 고립되어가고 있는 폴란드의 유대인 공동체를 보여주고 있다. 아론은 항상 금지된 것을 배우고 지키며 살아야 했던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희곡 작가다. 이디시어로 작품을 쓰는 그는 신문에 글을 기고함으로 그의 공동체에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유대인 철학자 모리스 파이텔존의 위선적인 모습에서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유대인들조차 모순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눈치 채게 된다.

 

그에게 미국 배우 베티, 어릴 적 좋아했던 쇼샤가 등장한다. 결혼을 종교적 광신주의의 흔적”이라고 말하는 도라와 육체적 관계만을 맺고 있었다. 베티와 샘 드라이만의 호의에 의해 미국에서 올릴 희곡을 쓰지만, 그의 작품은 흥행과 자본이 목적인 제작사를 설득하지 못한다. 히틀러의 점령이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쇼샤와 결혼함으로 폴란드에 남는다. 쇼샤의 순수함을 사랑했다기 보다 그가 남아있어야 할 이유를 그녀에게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그가 미국으로 가지 않은 이유는 그곳에서 작가로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게 첫 번째 이유였을 것이다. 또한 당시 많은 유대인들처럼 그 전쟁의 성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1918년에 끝난 전쟁에서도 살아남았으니까. 자신의 뿌리를 떠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그 순수성을 지키려는 열렬함과 부패가 이율배반적으로 공존하는 민족, 그들을 고립시키는 전쟁의 공포에 휩싸인 유럽, 자신을 오라고 손짓하는 미국, 그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론은 약하고 여린 쇼샤와 결혼하는 것으로 공동체를 선택한다. 그는 과연 선택한 것일까? 당시 유럽의 많은 유대인들의 혼란과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었던 막막함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고 생각한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여전히 그 혼란과 막막함은 지속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사랑의 이야기의 주인공 허먼은 폴란드 농가의 헛간에 숨어서 살아남았다. 그를 목숨 걸고 숨겨준 야드비가는 그의 부모의 집에서 일하던 하녀였다. 전쟁이 끝나고 뉴욕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헌신적이다. 미국에 와서 알게 된 마샤와는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마샤와 그녀의 어머니 시프라 푸아 역시 유대인으로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러시아에서 죽었다고 생각한 그의 전처 타마라도 그를 찾아온다. 허먼 역시 이 세 여인들 사이에서 어떤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는 모두에게 배덕자이며 계명을 어긴 배교자다.

 

그가 하고 있는 일은 랍비에게서 돈을 받고 글을 대필하는 것이다. 그가 속한 유대인 사회는 유럽의 그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여전히 하시디즘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자본에 잠식당하고 은밀히 부정에 가담하고 이익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드비가, 마샤, 타마라 세 여인에 둘러싸인 허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 사이에서 질식해 가고 있는 그는 유대인 공동체에도 미국이라는 새로운 사회에도 속할 수 없는 길을 잃은 존재다. 살아있으나 살아 있는 게 아니다. 쇼샤의 아론이 쇼샤를 선택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붙들려고 했던 것과 달리 전쟁 후 사랑의 이야기의 허먼은 사라져버린다. 어느 다락방에서 여전히 자신을 찾고 있는 적에 대한 공포로 인해 악몽을 꾸고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소설에서 싱어는 유대인 사회의 전쟁 전과 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전후(戰後), 살아남은 자들의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 라는 질문에 아무 답도 얻을 수 없는 공허를 본다.

고통에 대한 답은 어디에도 없죠. 특히 고통을 당하는 자들에게는요.(쇼샤396p)

인생에는 무엇을 할 수 없는 때가 있다.


피에 젖은 땅을 읽고 있다.


<『쇼샤사랑의 이야기는 이전 출판된 오래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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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3-03 05: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싱어의 신작 <노예>는 안 읽으셨기 바랍니다. 저는 곧 개봉할 독후감에 작가 싱어한테 대고 푸짐하게 욕설을 퍼부어놨습니다.

그레이스 2023-03-03 08:21   좋아요 1 | URL
ㅎㅎ
집에 없어서 읽지 않았습니다. ^^
비판하는 리뷰 보면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골드문트님 리뷰는 골라서 읽지 않는데 도움이 되요^^
기다리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3-03 09: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문득 오래 전에 만난 아트 슈피겔만
의 <마우스> 생각이 나네요.

혹독한 수용소에서 살아 남았지만,
결국 더 살 수가 없어서 극단적 선
택을 했던.

<쇼샤>는 구판으로 구해 두었는데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

그레이스 2023-03-03 09:04   좋아요 2 | URL
저는 슈피겔만의 쥐 어디다 뒀는지 찾고 있는데,,, ㅎㅎ
쇼샤 새로 출간된 책 부분부분 비교해봤는데, 더 좋은 것 같아요.^^

서곡 2023-03-03 1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적 그리고 사랑 이야기를 영화로(만) 봤는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여성들의 연기가 대단했던 기억이...헤르만이 왜소하고 불쌍해보일 지경으로요 3월 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그레이스 2023-03-03 13:55   좋아요 1 | URL
아!
영화 봐야겠네요.
소설에서도 허먼(헤르만)이 불쌍해 보이긴 했어요.;;

페넬로페 2023-03-03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대인 공동체에 대한 내용이네요.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그들 내부의 이야기인 것 같네요^^

그레이스 2023-03-03 23:49   좋아요 1 | URL

정통주의자들과 공산주의자들, 자본과 영합한 자들 모두 혼란을 겪고 있던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전후에도 역시 비슷한 현상들을 보여주고 있죠.^^

페크pek0501 2023-03-10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에 젖은 땅을 읽고 있으시다니 제가 사 놓은 책, 바오 닌의 <전쟁의 슬픔>이 생각납니다. 아직 못 읽음.ㅋㅋ
왜 책은 그때그때 읽지 못하고 한참 후에나 읽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한꺼번에 많이 구매해서 그런가 봐요.
욕심을 줄여야 할 것 같아요.ㅋㅋ

그레이스 2023-03-10 14:3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피에 젖은 땅도 사놓은지 1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펼쳤습니다.
지금은 중단 사태 ㅠㅠ

페크pek0501 2023-03-10 14:51   좋아요 1 | URL
나 웃겨 죽는 줄 알았어요...ㅋㅋ 1년이 넘어 펼치셨다니...
아마 저도 1년이 넘어야 펼칠 모양입니다.ㅋㅋ

그레이스 2023-03-10 14:5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냥 일상입니다.^^

2023-03-19 0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3-19 0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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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철도가 건설되고 운하가 완공되는 등 세계열강은 경쟁적으로 길을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얻기 위한, 길이었는가는 제국주의 국가들 또는 침략자들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시사한다. 1869년에 미국의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되고, 같은 해 수에즈운하가 개통되고, 1870년에 인도내륙관통철도가 개통된 시기가 배경이다. <모닝 크로니클>지에는 세계일주 하는데 80일이면 된다는 기사가 실린다.

 

혁신클럽에서 포그는 80일간 세계일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논쟁하고, 2만 파운드가 걸린 내기를 한다. 포그와 그의 집사 파스파르투는 1872102일 수요일 오후 845분에 기차를 타고 런던을 출발한다. 브린디시를 경유하여 수에즈와 아라비아 해를 지나고 봄베이에 도착, 거기서 인도를 가로질러 이동한다. 캘커타에서 홍콩, 홍콩에서 상하이를 거쳐 요코하마,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여행을 한다.

 

필리어스 포그는 영국 신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조금 지나쳐 독특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는 런던의 신사라면 들어야 할 왕립연구원, 러셀협회, 학술협회 등 여러 단체 어느 곳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 오로지 혁신 클럽 회원이다. 수학적 정확성, 경제적인 걸음과 동작,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 사회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움 등으로 그를 특징 짓는다.

필리어스 포그는 11시 반에 새빌로의 집을 나와, 오른발을 왼발 앞으로 575번 내딛고 왼발을 오른발 앞으로 576번 내디뎌 혁신 클럽에 도착했다.(24p)”

 

반면, 필리어스 포그의 집사인 파리 출신의 파스파르투는 정반대의 인간형이다. 정직하고, 호감형이며, 정열적이고, 친절하고 다정하다. 체격은 크고 늠름하며 힘이 장사다. 포그가 아폴론이라면 젊은 파스파르투는 디오니소스다.

 

누가 주인공일까? 이 여행을 계획하고 착수한 사람은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지만 모험은 파스파르투의 몫이다. 그는 자신을 고용한 포그의 여행이 성공하도록 도우려고 최선을 다하고, 그의 인품에 감동하고 진정한 사랑을 보낸다. 그러느라 위험가운데 던져지기도 하고 걸식과 서커스를 하기도 한다. 독자는 포그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파스파르투의 마음은 매순간 읽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그들이 약속된 시간 안에 런던에 도착했다는 소식은 파스파르투가 들고 온다. 작가는 행동하는 파스파르투에게 무게를 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작가가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 그의 모험 소설에는 포그와 같은 인물이 등장한다고 한다. 작가가 당시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면, 영국 신사인 포그를 풍자적으로 읽게 된다. 프랑스인의 눈에 비친 신사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들이 지난 수에즈는 프랑스인 레셉스에 의해 건설된 운하다. 영국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수에즈가 완공되었다는 표현은 프랑스인 쥘 베른의 시선을 엿보게 한다. 인도에서는 서티라는 관습의 희생될 뻔 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고 그녀는 이 여행의 새 멤버가 된다. ‘서티는 지방 토후들이 죽었을 경우 아내들을 함께 화장하는 제도다. 홍콩의 마약 소굴 묘사는 아편전쟁이란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킨다. 홍콩과 함께 작가가 그리는 중국, 일본의 풍경은 오리엔탈리즘을 생각하게 한다.

 

미국의 대륙횡단열차는 1863년 센트럴 퍼시픽 회사와 유니온 퍼시픽 회사가 각각 서와 동에서 출발하여 경쟁적으로 시공한 철로 위를 달린다. 이 철도를 놓는 길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재정과 주변 땅을 받기로 약속되어 있어서, 두 회사는 경쟁적으로 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센트럴 퍼시픽 지역은 중국인들이 동원되었고, 유니온 퍼시픽은 인디언들의 지역을 지나게 되어 많은 희생이 있었다. 이 사업은 1869년 완공되었다. 이들 포그 일행이 열차여행을 하던 중 인디언의 공격을 받고, 다시 파스트루트는 인디언들의 포로가 되었다가 포그에 의해 구해진다.

 

이들의 여행 중 홍콩까지는 영국령이라는 표현에서 19세기말 영국의 제국주의 상황을 보게 된다. 포그 일행이 여행한 곳 대부분이 태양이 지지 않는 제국의 영토이거나 한때 식민지였던 곳이었다. 그들이 놓은 길은 식민 수탈과 착취, 자국의 번영을 위한 것이었다. 쥘 베른은 이 부분에 각성이 없었던 듯하다. 독자의 비판적 읽기가 필요한 부분이다.

 

어린 시절 읽었을 때는 그들을 은행 강도로 오해하고 쫓으며 발목을 잡는 형사 픽스 때문에 마음을 졸였었다. 결말의 반전 때문에 날짜변경선을 알게 되었고 절대 잊을 수 없도록 각인되었다. 역시 이번에 재독하면서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에즈를 두고 벌였던 영국과 프랑스와 오스만 투르크의 각축, 문화다원주의와 인권의 문제, 아메리카 원주민, 이민자들의 삶, 유럽의 시선으로 본 아시아의 모습 등을 생각해본다. 19세기 제국주의가 갖고 있는 20세기의 전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 욕망을 지나칠 수 없다.

 

여행은 아름답게 끝이 난다. 예상치 못한 장애들을 해결하느라 쓴 경비들 때문에 포그는 금전적인 이익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명예와 사랑을 얻었다. “사실 우리는 그보다 훨씬 하찮은 것을 위해서라도 세계 일주를 하지 않을까? (366p)”

 

나는 무엇을 위해 여행할까? 낯선 장소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지나온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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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2-08 0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쥘 베른 모험 소설을 쓰고 그게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군요 쥘 베른 소설 예전에 봤는데, 달하고 땅속을 가는 거 봤던가 다른 책에서 나온 해저 2만리도 생각나네요 그런 데도 다시 봐야 할 게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지금도 잘 모르고 지나갈 것 같지만, 예전엔 더 몰랐을 것 같기도 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3-02-08 07:04   좋아요 2 | URL
예!
다시 보이는게 많아요^^
해저 2만리도 봐야할 듯요
열림원에서 나온 쥘베른 모험소설 전집 살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서니데이 2023-02-08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김석희 번역이네요. 그러면 번역은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외서는 번역자도 중요한 것 같아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2-08 22:25   좋아요 2 | URL
예~
번역은 좋아요^^

서니데이 2023-02-11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많이 춥지 않고,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편안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오후 되세요.^^

그레이스 2023-02-11 20:10   좋아요 1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건강하고 좋은 주말 되세요

페크pek0501 2023-02-12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책을 읽으셨습니다. 유명한 책인데 못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3-02-12 18:59   좋아요 0 | URL
예~
저도 어렸을때 읽었지만 읽었다고 할 수 없었죠.
이런 책의 맹점인 것 같아요~^^

han22598 2023-02-14 0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흥미로운 책이네요.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3-02-14 05:15   좋아요 0 | URL
예~~
감사합니다 ~

레삭매냐 2023-02-15 14: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즐기던 시절, 왜
여행길에 나섰는지 궁금
하네요.

그레이스 2023-02-15 14:02   좋아요 1 | URL
19세기는 모험소설이 한참 인기 있던 때였다고 하네요^^
탐험이 트렌드였던 시대!

희선 2023-03-09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지금은 세계 일주 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가기 어려운 곳도 있어서 세계 한바퀴 돌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3-03-09 21:5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희선님~

서니데이 2023-03-13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3-14 10:0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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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상블라주(assemblage).


빌레글레는 거리의 찢어진 벽보를 모아 대형 캔버스에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당시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벽보를 수집한 거리 이름과 날짜, “성당 거리 99번지, 1974519(99,Rue du Temple, 19 mai 1974)”, “라파예트 거리/ 오트빌 거리 19884(Rue Lafayette/d’Hauteville avil 1988)”과 같은 제목이 붙여져 있다. 선동, 전쟁 규탄, 대통령 선거, 제품 광고, 영화 홍보 등의 내용을 담은 찢어진 조각들은 서로 겹쳐지고 흩어져 그 거리 그 시간을 설명하고 있다.

레오퀴르 거리-베르튀 거리, 198464(Rue Réaumur-Rue des Vertus, 4 juin 1984)

그라빌리에 거리 19731(Rue des Gravilliers, janvier 1973)


아니 에르노의 세월은 사진 한 컷 위에 찢어진 기억의 벽보들이 덧붙여진 아상블라주로 다가왔다.

 

흑백 사진 한 장, 골목에서 두 소녀가 둘 다 등 뒤에 팔을 숨기고 어깨를 맞대고 있다. 뒤로는 소관목과 높은 벽돌 벽, 위로는 커다란 흰 구름이 뜬 하늘이 보인다. 사진 뒷장에는 19557, 생 미셸 기숙사 정원에서 라고 적혀 있다.(63p)”

이렇게 사진을 그린 후, 그 사진의 주인공, 그녀의 눈에 비치던 세계를 그린다. 그녀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세계와 사유의 대상은 확장되어 간다.

 

실내에서 클로즈업으로 찍은 흑백 사진, 쿠션을 이용해 소파로 꾸민 침대 위에 젊은 여자와 아이가 투명한 커튼이 있는 창문 앞에 나란히 앉았다.(120p)” 

67년 로베르쉬가라고 적혀 있는 이 사진의 젊은 여인은 그녀. 67년과 68년을 지나면서, 그녀의 생각은 베트남이나 공공의 이슈보다는 자신에 대한 질문들, 존재와 소유, 실존에 대해 집중되었다. ‘68 5월 투쟁과 혼란과 격동의 시절에 그녀 주변의 작은 것들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녀는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대해 끝도 없이 물었고,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134p)” 그녀에게 1968년은 세상의 첫해였다


그녀는 부부와 가족 외의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모로 기억되는 모든 장면들로부터 벗어나 활동의 장으로서 미래를 받아들였다. 계속되는 질문들을 기록하고 글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리라 생각된다.

 

삼십 즈음의 그녀는 여전히 젊은 여성으로 폐경기 여성을 향한 거만함을 품고 있다. '샤를리 엡도'와 '리베라 시옹'을 읽음으로 자신이 68정신 안에 있음을 확인한다. 진보적인 매체를 읽고 보면서 공감하는 스스로에게 안도했던 나의 모습이 겹쳐졌다. 파리로 이사한 그녀가 노곤한 느낌을 받는 것은 과거가 없는 도시 때문인지, 진보한 자유주의 사회의 전망 때문인지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아마도 스스로에게 의문이 있어도 오랫동안 모른 채 한 것은 아닐까? 그 자본주의의 안락함 때문에. 베트남 전쟁이 끝났고 그녀는 희열과 피로를 느낀다.

 

좌파의 시대, 마흔의 80년대, TGV 안에서 『말과 사물 독서, 돌아온 우파,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주네의 사망, 체르노빌, 전쟁, 테러, 폭발……. 그리고 “68년은 낡았다, 86년이 더 낫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그 젊은이들을 원망하지 않았다. 68년에 그녀의 세대가 기성세대를 비판했듯이, 비판을 받는 세대가 되었다.

 

923월 세르지라고 적혀 있는 사진의 그녀는 오십대 여성의 충만함을 풍긴다.

 

그녀는 태어나서부터 2차 세계대전을 거쳐 지금까지 분리되고 조화가 깨진 그녀만의 수많은 장면들을 서사의 흐름, 자신의 삶의 이야기로 한데 모으고 싶어 한다. 개인의 것이지만 세대의 변화가 녹아 있는 삶. 그녀는 시작하는 순간, 늘 같은 문제에 부딪친다. 어떻게 역사적인 시간의 흐름과 사물들, 생각들, 관습들의 변화와 이 여자의 내면의 변화를 동시에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45년의 프레스코화와 역사 밖 자아의 탐구, 고독이란 시를 썼던 스무 살의 일시 정지된 순간들의 자아를 동시에 만나게 할 수 있을까, 등등. (224p)”

 

그 소망, 고민이 바로 이 세월이라는 작품에 구현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녀일치, 생각했던 자신의 책의 모습, 그녀가 책에 남기기를 원했던 느낌들. 그 감각이 살아날 때까지 사진의 그녀에게 가는 과정은 마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연상케 한다. 50대의 그녀는 방법을 모른다면 "마르셀 푸르스트의 차에 적신 마들렌처럼 우연히 가져다주는 어떤 신호를 기대하고 있다(224p)"고 한다.

 

글 속에서의 그녀는 거울 속, 사진 속의 끊임없는 타인에 해당될 것이다.……이 글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사람들우리가 있다.(301p)”

 

나는 아직 사진 속의 그녀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과거의 기억, 수모, 부끄러움, 치기, 오만 등의 부정적인 기억들과 만나는 것을 꺼린다. 나는 그녀를 타인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글을 쓴다면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선행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쓰다보면 타인인 그녀의 감각이 내게서 되살아나는 순간이 올 테고, 환희의 순간이 될지, 견딜 수 없이 아픈 순간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때 그녀는 내가 될 것이다. 만약에 나에 대한 글을 쓴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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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1-11 2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작업물입니다 잘 봤습니다 - 그녀는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쓰고, 일하고,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에 대해 끝도 없이 물었고, “모든 것을 시도해도 아무것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134p)” 밑줄 좌악 ~

그레이스 2023-01-11 23:12   좋아요 1 | URL
1968년, 그런 시작을 할 수 있던 시절과 그녀가 부럽더라구요. 물론 시행착오와 아픔이 있었고, 혼란이 있었지만요.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2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상블라주!
처음 들어 찾아봤어요^^
오호~
글을 읽고 다시 그림들을 보니 의미심장합니다.
격동기! 그들은 어떻게 살아냈을까요?

그레이스 2023-01-12 07:58   좋아요 2 | URL
아니 에로노는 그 격동기를 지나온 지식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행동하기에는 많은 의미로 옷을 입고 있었던 여성 지식인!
68을 계기로 변화를 맞이한듯요

청아 2023-01-12 0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작품들과 아니 에르노의 소설이 이렇게 이어지네요!!
에르노가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예술적 작업을 해오던 것으로도 느껴집니다.
역시 이 소설도 자전적인 요소들이 가득.^^

그레이스 2023-01-12 09:50   좋아요 2 | URL
예~
자서전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솔직함때문에 흥미롭게 봤어요.
자전적 글을 쓰는 작가로서의 고민도 엿보게 되구요.
프랑스의 현대사도 재밌구요.

레삭매냐 2023-01-12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상블라주,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제가 하면 스크랩일 텐데
왠지 작가들이 하면 작품
이 되는군요 ㅋㅋㅋ

그레이스 2023-01-12 10:23   좋아요 3 | URL
ㅎㅎ
저도 마찬가지!^
그래서 예술가겠죠.~♡

페크pek0501 2023-01-12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 읽을 게 너무 많아서 야단났네, 하고 있어요. 아니 에르노의 작품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숨기지 않고 다 밝혀 기록하는 작가의 그 용기는 배울 점이겠지요. 저에게 꼭 필요한 용기인 듯해요.^^

그레이스 2023-01-12 14:00   좋아요 1 | URL
페크님 열공중이시군요.
저는 쓰는것보다 읽기만 하고프네요, 게으른 시간들 추스르고 리뷰하려고 하는데 잘 안되용 ^^
저도 용기가 필요합니다.^^

서니데이 2023-01-12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의 사진은 흑백 사진이라서 아상블라주에 대한 사진을 봤어도 설명을 듣기 전에는 잘 몰랐을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좋은 하루 되세요.^^

그레이스 2023-01-12 15:5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이 소설에 대한 제 감상이 아상블라주가 연상된다는 뜻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독서괭 2023-01-12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런 작품을 아상블라주라고 하는군요! 미술에 문외한이라 처음 들어봤습니다. ‘그녀‘를 마주하기. 아니 에르노는 그걸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3-01-12 15:46   좋아요 1 | URL
꼴라주와는 다른 것이 완성품을 떼거나 찢어서 다시 붙이는 작업으로 보시면 되듯요.

희선 2023-01-14 0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가 쓴 글을 아상블라주처럼 느끼셨군요 아상블라주 잘 모르지만... 그레이스 님은 그걸 아셔서 책을 보고 그림하고 연결해서 보셨군요 멋지네요


희선

그레이스 2023-01-14 07:59   좋아요 1 | URL
^^
감사합니다 🍊
몇 페이지 넘어가니까 바로 빌레글레의 작업이 떠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파리를 중심으로 작업을 한 작가여서 그런듯요.
 
배반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2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가한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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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작품을 읽으면 타자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 자신이 타자였고 그 역시 다른 사람들을 타자화 시켰던 경험을 숨기지 않고 있다. 더불어 가장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에서는 이산의 아픔과 가족들에 대한 죄의식이 드러나 있다. 그의 죄의식은 잔지바르의 혼란한 시절 동안 겪었던 이슬람 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있다. 소설 사이사이 등장하는 탄자니아의 현대사를 통해 당시 그들의 고통을 가늠하게 된다.

 

영국에서 유학 중에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나고, 라시드는 망명자가 된다. 영국인 그레이스와 만나 함께 살다가 헤어지는 아픔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 보았던 형 아민의 사랑을 기억한다. 그들의 삶을 이끌어갔던 이슬람 관습 안에서 부적절하고 수치스러운 아민의 사랑은 곧 부모의 설득으로 끝이 났었다. 용케 단념하고 내색하지 않았던 아민의 마음이 사실은 많이 힘들었다는 사실을 라시드는 아민의 편지를 받고서야 헤아리게 된다. 아민은 편지를 통해, 자밀라의 외할머니 레하나와 영국인 피어스의 사랑, 피어스를 따라 뭄바사로 간 레하나의 불행한 삶에 관해 알게 된다. 잔지바르의 청소년 시절 라시드에게 그들은 그저 타자일 뿐이었다. 이제 라시드는 그들의 사랑에 대해 쓰면서 자신의 아픔을 전치하고 있다.

 

보시다시피 이 이야기에는 가 있지만 이것은 나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에 관한 이야기, 파리다와 아민과 우리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 자밀라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의 이야기 안에는 여러 개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것, 그 이야기들은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무질서한 흐름의 일부라는 것, 그리고 이야기가 어떻게 우리를 사로잡고 영원이 얽매는가에 관한 것이다.(173p)”

 

그의 글에서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되는 사실은 여성들의 지위다. 여성에 관한 단어 중 두드러지는 것은 수치. 부모님을 여읜 레하나와 같은 여성은 남동생의 보호아래 있어야하고, 과년한 상태로 결혼하지 못하면, 수치스러운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그 수치를 피하기 위해 나이가 차기 전 결혼을 해야 한다. 잔지바르 술탄국이던 시대로부터 시간이 흘러, 3대가 지난, 1950년대가 되어도 여성의 지위는 그리 나아지지 못했다. 부친이 교사인 파리다와 같은 경우,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자 애쓰지만 떨어진다. 그녀에게는 사범학교에 입학한 아민처럼 공부에 열중할 수 없는 여성으로서의 생활이 있다. 자밀라는 레하나와 유럽인의 부도덕한 관계에서 탄생한 혈통을 받은 여성이다. 그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다.

 

두 번째는 독립 후에도 여전히 식민지인의 자아상과 꿈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끝나는 시대와 시작하는 시대 사이에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받아왔던 학교 교육, 식민 교육의 영향일 것이다.

 

세 번째는 잔지바르, 탄자니아의 혼란스럽고 비극적인 현대사다. 영국이 잔지바르에서 떠나고, 1964년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난다. 오랜 세월 정착해서 살고 있던 많은 이슬람 인들이 추방되거나 압제를 피해 아라비아나 인도로 탈출한다. 잔지바르는 탕가니카와 연합해 탄자니아가 되었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탄압을 받는 이슬람 인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제 라디오가 망가져서 우리는 뉴스를 듣지 못한다. 급수장의 뭔가가 고장 나고 수돗물이 거의 하루 종일 나오지 않는다. 우리는 뭔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방법을 더 이상 알지 못한다. 심지어 비누 한 개나 면도날 한 팩조차도, 어쩌다 우리가 이런 상태에 다다를 때가지 내버려 두었을까?(358p)”

 

시인으로 성공한 누나 파리다가 보내온 형 아민의 일기에서 자신이 없는 동안 형과 가족들의 고통이 어떠했는지를 읽는다. 실명한 아민, 돌아가시기 전 어머니의 오랜 고통, ……, 영국에서 보낸 자신의 편지가 가족들에게 얼마나 무심하게 들렸을지, 그 두서없는 편지를 읽고도 형(아민)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실연한 그의 편지에 답장을 하는 형의 마음 속 깊은 곳에 눌러두었던 자밀라에 대한 슬픈 기억에 대해 알게 된다. 그는 가족들에게 죄의식을 느낀다.

 

영국에서 작가로 성공한 라시드는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피어스의 외손녀 바버라 터너와 만난다. 그들이 레하나와 피어스의 삶을 되짚어 가던 중, 피어스가 영국으로 돌아갈 때 레하나가 임신 중이었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짐작한다. 그가 훌쩍 떠나가고, 뒤에 남은 여성만 수치심을 떠안는, 그런 시대였다. 영국이 갑작스럽게 떠나버리고 혼란에 빠진 잔지바르와 같다.

 

형의 공책을 받아서 읽은 라시드는 가족들의 고통을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했었음을 알았다.(365p)” 그는 형이 자밀라를 잃었던 고통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가족들의 고통을 알지 못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형이 실명에 대해 말하기 시작한 이후 그는 형의 편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누나의 성공한 시집에 실려 있던 헌사 중 우리를 떠난 적 없는 라시드에게라는 말은 그를 당혹스럽게 한다. 자신의 마음은 많은 시간동안 가족들을 떠나 있었고, 부모가 기원하던 성공을 위해 몰두했고, 결과적으로 그는 소박한 무관심의 삶(322p)”에 도달했다. 어느새 사랑하는 사람이 진저리치는 혼자 떠드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고향에 돌아가서 자신의 무심함에 대한 용서를 빌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마음의 무게가 다가온다.

 

낙원에서의 환상적 분위기, 바닷가에서의 비판적 시선, 그 후의 삶에서의 상호텍스트성은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담담한 고백과 참회가 있다. 지나치게 담담하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것처럼 보여서, 그가 고백한 무정, 무심함이 괴롭게 다가온다. 한편,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자기고백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혈육에 대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모국어만의  정서가 있을테니.

 

인간은 낯선 땅 뿐 아니라 모국, 고향, 가족, 그리고 자신에게조차 영원한 타자일까? (함께 가기를 원하는 바버라에게 라시드가 한 말은 이런 질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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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1-02 1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르나는 구르나에요!
구르나는 낯선 곳에서 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물으니 굳이 의미를 두지 않는다! 라고 대답하더라구요? 많은 뜻이 숨어있 듯 했습니다.
그레이스님의 첫 책은 구르나로군요!^^

그레이스 2023-01-02 10:44   좋아요 2 | URL
어느 곳에서나 인간은 타자이니까요.
작가가 그런 말을 했군요.

읽기만 하고 쓰기 미루다가 2022년 안에 못 끝냈습니다.

아직도 몇권 더 남았는데, 막막합니다.
ㅋㅋ

레삭매냐 2023-01-02 15: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 자신에게도 타자라는
선언이 참 그렇네요.

스스로에 대한 객관화
의 불가능함 혹은 무심
함에 방점을 찍고 싶습
니다.

그레이스 2023-01-02 18:48   좋아요 3 | URL
예~
그가 무심함에 이르도록 한 시간들이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yamoo 2023-01-02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구르나를 쟁여놓고 있어요. 배반과 그후의 삶만 구해놓으면 되는군요!ㅎㅎ

그레이스 2023-01-02 18:49   좋아요 2 | URL
쟁여놓다 보면 읽게 되더라구요.
저도 쟁여놓고 읽는 스타일이예요
ㅋㅋ

persona 2023-01-02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낙원 앞부분 읽다가 말았는데 소년이 아버지의 빚 대신 상인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해서 상인 따라 떠난 이후 생활에서 좀 슬프고 힘들어서 읽기를 중단했었어요.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나요? 올해는 다시 낙원을 붙잡고 읽어봐야겠네요. ^^;;

그레이스 2023-01-02 23:21   좋아요 3 | URL

꿈, 이미지, 상징 들이 등장하면서 환상적 분위기를 만들어 내죠.
유수프의 여정이 슬프죠. 분노도 일으키구요.
페르소나님 응원합니다!

persona 2023-01-03 00:13   좋아요 2 | URL
아 말씀 듣고 보니 그렇네요. ㅎㅎ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희선 2023-01-03 0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소설에도 자기 이야기가 없지 않겠지만, 여기에서 ‘배반’ 한 건 작가 자신 같기도 하네요 자기 나라 말이 아닌 말로 글을 쓰면 하기 어려운 말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3-01-03 09:28   좋아요 3 | URL
모국어에 대한 이야기는 그냥 제 감상이었습니다.
희선님 감사해요~

mini74 2023-01-03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레이스님 구르나 정복하신건가요~ 저도 읽어야 하는데 쌓아만 놓고 있어요 ㅠㅠ

그레이스 2023-01-03 18:14   좋아요 2 | URL
^^
정복?!이라고 하기엔;;
구르나의 번역된 작품4개는 다 읽었습니다.
부상투혼 중이신 미니님 화이팅!

서니데이 2023-02-07 2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2-07 20: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3-02-07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그레이스님♡

그레이스 2023-02-07 22: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가필드 2023-02-07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당선작 추카드려요💐😄

그레이스 2023-02-07 22: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희선 2023-02-08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