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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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인수봉 암벽 위에 찍힌 점()들은 가까워지면서 사람의 형태로 바뀐다. 벽을 마주보고 있는 그들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듯이 보인다. 위치는 좀처럼 변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의 손과 발은 홀드를 찾기 까지 바위 여기저기를 더듬고 뻗고 당기고 나아가는 중이다. 암벽은 살아있는 듯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하고 물러나기도 한다. 반복되는 빌레이 준비”, “출발”, “빌레이 해제의 외침 사이에서 긴장된 선택과 동작을 하며, 자일로 서로의 몸을 확보하고 있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에게 생명을 맡긴 자일 파트너다.

 

랜드의 자일 파트너 캐벗, 두 사람은 미국의 캘리포니아 어느 암벽 위에서 우연히 만난다. 랜드와 캐벗은 한 팀으로 유럽의 산을 올랐었다. 2년 동안 알프스의 봉우리들을 함께 올랐던 사람들과 소식이 단절된 상태로 랜드는 떠돌아다니고 있다. 안주할 수 없었던 그는 그 만남을 계기로 캘리포니아를 떠나 샤모니를 향한다. 랜드는 그곳에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 마을을 벗어나 산기슭에 텐트를 치고 고독에 지치도록 혼자 지낸다. 그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다.

 

랜드는 다시 만난 캐벗과 프티 드뤼에 오르고, 캐벗은 머리에 부상을 입는다. 악천후를 만나고 번개가 치는 오버행 밑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다. 그는 캐벗과 함께 암벽을 타면 항상 자신은 암벽에서 떨어져 캐벗보다 더 위험을 감수하게 된다고 말한다. 등반에도 관계의 역학은 존재한다. 두 사람이 항상 균형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는 루트를 만드는 선등자가 되어야하고, 때로는 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살아 돌아온 그들은 유명인사가 되었으나 랜드는 사람들을 피한다. 두 사람의 등반과정을 실은 기사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인 그들은 잠시 헤어진다. 캐벗이 아이거 북벽 등반 파트너로 다른 사람을 구했다는 소식에 랜드는 배신감에 휩싸인다. 서로의 생명을 맡기는 자일 파트너 역시 인격, 기질, 삶의 방식에 의해 균열이 생길 수 있는 인간관계다. 이 때 자일은 서로를 침해하거나 위험에 빠뜨리는 구속이 된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자일 파트너란 등산에서 인연을 끊게 되는 마지막 사람(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131p)”이라고 했다. “뺨을 맞은 것(132p)”같은 랜드의 충격을 공감하게 하는 말이다.

 

그는 드뤼에서 조난당한 두 명의 이탈리아인들을 구하기 위해 영웅적인 구조 등반을 한다. 그가 구한 두 사람을 데려가려 하는 구조대에게 이들은 우리 겁니다(192p)”라고 말한다. 이것은 그에게 남아있던 욕망을 자신에게 들키는 순간이다. 그는 스스로가 역겹다고 고백한다. 다들 아이거를 오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은 이미 올랐기를 바라는 것(132p)”이라는 그의 말에서 업적주의와 명예욕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는 무엇 때문에 산을 오르려는 것일까? “그가 많은 대가를 치르고 얻으려고 한 것은 방해받지 않고 혼자 나아가는 것이었다.(121p)” 조명은 그의 가장 자유로운 행위를 구속할 것이다. 결국은 철저한 고독만이 그를 자유롭게 함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럽게 단독등반을 한다.

 

그랑드 조라스 워커에 단독으로 오르던 그가 포기하고 중도에서 하산할 때,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이 느낄 법한 체념이 가슴 속에 스며들었다.(231p)” 추락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된 캐벗을 찾아가, 총을 들이대며 일어나라고 위협하는 것은 서른한 살에 힘을 잃은 자신을 향한 절규다. 캐벗처럼 산을 오르지 못하는 때가 올까 두려웠던 것일까? 쿠르드 딤베르거가 나는 산을 떠나선 살 수 없다(쿠르드 딤베르거 산의 비밀17p)”라고 말했듯이 랜드 역시 산을 오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존재다. 그는 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합니다.(195p)”라고 말한다. 계속 살아갈 이유를 거기서 찾고 있는 것이다. 산을 포기하면서 등반가 랜드는 죽었다. 암벽을 오르며 피톤을 뽑아 자신이 올라간 흔적을 지우듯, 삶의 자취를 지우고 익명성 속으로 사라진다. 샤모니에서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처럼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122p)” 임금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견디는 일이다. 그가 개리 헤밍과 같은 선택을 했을지 알 수 없다.

  

랜드의 모델이 된 개리 헤밍(1933~1969)은 히피 알피니스트다. 1960년 알프스에서 그의 등반은 당대 최고의 것이었고, 프티 드뤼에서 조난자들을 구하기 위해 벌인 영웅적인 등반과 사투는 샤모니의 전설이 되었다. 불우한 가정환경의 상처로 인해 그는 정신착란과 우울증을 앓았고 사회 부적응자로 떠돌았다. 그는 부조리에 저항하는 정신만큼은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바위였고, 그에게도 로열 로빈스라는 자일 파트너가 있었다. 그는 대부분 단독등반으로 무명의 험봉을 올랐다. 미국으로 돌아가 막노동을 하고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지만, 거기서 길을 찾지 못하고, 자살로 36세에 삶을 마감한다.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다. 다만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이 두려울 뿐(심산 마운틴 오디세이203p)”이라고 했던 그는 산 위와 달리 산 아래에서는 길을 찾지 못했다.

 

랜드에게서 개리 헤밍 뿐 아니라 라인홀트 메스너헤르만 불의 영혼을 느낀다. 메스너는 낭가 파르바트를 단독으로 오르는 이유를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독행은 자유와 고독의 극치다. 이 둘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메스너는 고독이란 누구나가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것이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낭가 파르바트 단독등반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인홀트 메스너 검은 고독 흰 고독70p)”고 말했다. 고독을 이용하는 경지, 거기에 존재로서 진정한 자유함이 있다.

 

발가락과 손가락에 온 신경과 힘을 집중시키며 암벽에 매달린 그들에게서 시시포스의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잔뜩 긴장해 있는 육체”(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를 본다. 상승보다 하강은 더욱 위험하고, 산 아래서 잠깐의 휴식은 다시 오르기 위해 내쉬는 숨과 같다. “암벽등반은 신화로 통하는 입구다.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암벽등반에 끌린 사람들에게 등반은 인생이 된다.(제임스 설터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275p)”

 

누군가의 실존적 행위! 나에게 그것은 독서다. 책을 읽을 수 없는 몸의 상태가 두렵다. 산을 오를 수 없으면, 사막을 건너고, 글을 쓰는 라인홀트 메스너에게서 그 힌트를 얻어 본다. 열심히 읽다보면 지금은 보이지 않던 길이 그때는 열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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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3 22: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마지막 단락 명 단락!

밑 줄 쫘악!^^

글을 쓰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이 리뷰
메달 걸어 줬으면 ^^

그레이스 2022-09-23 23:00   좋아요 4 | URL
^^
감사합니다
이 책 덕분에 새로운 등반의 세계를 알았습니다. 등반가들은 어쩜 그렇게 글을 잘 쓰는지...!

mini74 2022-09-23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리뷰가 많길래 게리 헤밍 찾아보니 수염 덥수룩하니 완전 산사나이같더라고요. 그레이스님도 다른분들 리뷰도 그렇고 읽어보고 싶네요. *^^*

scott 2022-09-23 23:14   좋아요 4 | URL
미니님 말씀에 동감^^

그레이스 2022-09-23 23:21   좋아요 4 | URL
제가 읽은 알피니스트들은 대분분 수염이 덥수룩해요 ㅋ
1960년대 산기슭에서 살면서 히피처럼 살았던 등반가들이 많았대요.
다른 거는 허름한데 장비는 최고로 갖춘 분들.
요즘도 가끔 볼 수 있다고...!^^

새파랑 2022-09-24 0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으시기 위해 그동안 등산 책을 읽으신거 같아요 ^^
이 책 아직 리뷰대회 안끝냐거죠? 수상하실거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2-09-24 11:00   좋아요 4 | URL
랜드처럼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ㅋㅋㅋㅋ

그레이스 2022-09-24 11:11   좋아요 3 | URL
아!
새파랑님
이 리뷰 쓰면서 김동률 엄청 들었어요.
가사보다는 선율에 흐르는 정서때문에!
김동률 좋아하시는 거 생각나서...^^
지금은 리플레이 듣고 있습니다.
가을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4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은 책의 세계에서 라인홀트같은 사람입니다. 저도 수상하실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있는 책이라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그레이스 2022-09-24 11:02   좋아요 4 | URL
^^
원래 영화시나리오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런지 장면이 바뀌는것처럼 설명없이 장소와 시간이 바뀌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서니데이 2022-09-25 21: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주말 날씨가 좋아서인지, 토요일 뉴스에서 주말에 등산 가신 분들 화면에 나오기도 했었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남은 9월 좋은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9-25 22:08   좋아요 3 | URL
감사해요
서니데이님
9월 마지막 주간 잘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9-25 2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에는 그리고 그것을
받아 들이는 사람에게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
가는 되길 기원하며.

그레이스 2022-09-26 16:54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님들 모두 그러시길 기원합니다^^

희선 2022-09-28 0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냥 산에 오르는 것도 아니고 암벽을 오르는군요 그런 거 쉽지 않겠습니다 거기에 빠진 사람은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사람은 뭐든 빠져들 게 있어야 할지도... 그게 살아가게 하기도 하니... 하고 싶은 걸 못하면 괴롭겠지만, 다른 걸 찾는 사람도 있군요 그것도 대단한 듯합니다


희선

그레이스 2022-09-28 06:25   좋아요 3 | URL
빙벽일때가 많죠^^
죽기도하고 정신착란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거기서 경험하는 무엇인가가 그들을 계속 오르게 하죠

scott 2022-09-28 1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리뷰 당첨 축🎉

그레이스 2022-09-28 17:49   좋아요 2 | URL
부끄럽게...^^
감사해요.
글쓰기가 좋아지는게 이런 데 도전하는 제 목표인데, 그래도 3등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scott 2022-09-28 17:51   좋아요 2 | URL
내 맘 👆등 이쉼 🤗

그레이스 2022-09-28 17:51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 🍊 🍊 🍊
♡♡♡♡♡♡♡♡♡

mini74 2022-09-29 11:37   좋아요 2 | URL
저도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 *^^*

그레이스 2022-09-29 14:57   좋아요 2 | URL
미니님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yamoo 2022-10-01 1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코트님 말씀마따나 마지막 단락이 참 좋네요!
좋은 리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10-01 12:19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프레이야 2022-10-01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리뷰 엄지척!
랜드와 캐벗, 자일 파트너라는 말이 콕 들어옵니다. 책 데려갑니다 ~^^ 땡스투유

그레이스 2022-10-01 17:0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저도 자일파트너라는 말에 깊은 의미를 두었어요~♡

서니데이 2022-10-03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비가 와서 조금 아쉬웠던 개천절 휴일이예요.
편안한 휴일 보내고 계신가요.
10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그레이스 2022-10-03 21:53   좋아요 2 | URL
예~감사합니다 ~!

희선 2022-10-05 0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3등 하셨군요 축하합니다 이 책을 보시려고 다른 책도 보시다니 멋지네요 그렇게 하셔서 이런 글을 쓰셨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5 08:12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이책을 보고 궁금한게 많아져서 다른 책들을 봤죠^^
 
바닷가에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0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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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의 발을 씻어주던 에우리클레이아는 오딧세우스의 흉터를 알아본다. 이 인지는 서사에 새로운 활기와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다. 서동욱 교수는 타자철학서론에서, 변장한 오딧세우스를 대접한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와 부지중에 세 천사를 대접한 아브라함을 예로 들며 환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환대는 오랜 역사를 지닌, 타자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다.

 

동독으로 유학을 간 라티프 마흐무드가 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얇고 낡은 신발을 신고 있던 그는 발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린다. 그 발을 씻겨주고 좋은 신발을 내주면서, 오딧세우스의 흉터와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를 떠올리는 얀의 모친 엘레케의 환대와 지성은 인상적이다. 그러나 환대는 공동체 안에 들어온 타자를 대등한 관계로 사유하고 있지 못할 때가 많다. 엘레케는 라티프의 상처난 발에서 『오딧세이아』의 미메시스를 찾고 있다. 얀은 라티프와 함께 유럽여행을 하는 도중 망명을 한다. 그제서야 알게 된 라티프는 유럽을 떠돌다가 영국으로 망명한다. 얀의 행동은 라티프를 한 주체로서 보고 있지 않음을 알려준다. 라티프는 그들의 삶에 새로운 국면을 만드는 미메시스적 존재였을까?

 

출입문이자 국경인 공항은 한 국가의 울타리를 상징한다. 이 경계는 공동체의 영역을 확실히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것은 타자의 영역임을 드러낸다. 어느 공항에서든 입국심사는 이루어지고, 우리는 추방에 대한 불안을 안고 그 앞에 선다. 망명을 신청하고 있는 살레 오마르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서있다. 그 국가의 언어를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동류로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 의한 것이다. 객체이고 대상으로서 이민자를 대할 수밖에 없는 국가 공동체의 배타적 성격과 동일자적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공항 직원의 친절한 웃음 뒤에 차가운 합리성이 벽을 치고 있는 표리부동함을 알기에 죄수의 기분이 든다. “난민”, “망명이라는 단어만 반복하고 있는 노년의 이방인은 그들을 불편하게 하는 타자다. 동일자의 시선에서 그들은 공동체를 침범하는 낯선 타인이고 거절할 이유를 찾아야 할 대상이다. 살레 오마르는 말이 통하지 않는 자로서 받아들여진다. 그는 자신의 소유물 우드알카마리를 가볍게 절취(窃取)당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한다.

 

난민기구 법률고문 레이철의 방문계획과 전화해달라는 메시지가 적힌 카드를 읽으며 살레 오마르(샤아반)는 양가감정을 느낀다. 그녀의 엽서는 제스처에 지나지 않는 친절일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그는 위안을 받는다. 그럼에도 그녀의 방문이 그의 공간에 충만한 침묵을 산산조각내지 않기를 바란다. 환대는 그 대상을 자아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못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서로 친숙하고 애착이 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환대라면 특별히 철학적 성찰의 대상이 되어야 할 필요가 없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어쩌면 준비조차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문 앞에 와 있는 낯선 사람의 요청에 응해야 할 때 환대는 윤리적 정치적 철학의 의제로 떠오른다.”(이주여성인권포럼 우리 모두 조금 낯선 사람들81p)

 

살레 오마르 역시 레이철에게서 신발을 선물 받는다. 이 지점에서 신발은 이 소설에서 상징어가 된다. 문명을 의미하고 있지 않을까? 익숙한 문명에서 낯선 문명으로 이행할 때 그가 신은 신발이 그 기후에 맞지 않는 경우처럼, 이주민은 신체의 고통과 같은 아주 구체적인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단순한 고독이 아닌 몸으로 느끼는 고통을 동반한 고독이다. 타자는 신체를 갖고 있다는 잊기 쉬운 사실을 주지시킨다때로는 홀로 머무를 공간이 필요하고, 다르게 생긴 얼굴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몸을 지닌 존재다.

 

라티프도 살레 오마르도 모두 자신이 자아를 가진 존재임을 바틀비의 대사로 말한다. “그렇게 안 하는 편을 택하고 싶습니다라고. 또한 주체로서 망명지인 영국의 소도시 사람들의 삶을 관찰한다.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거나 산만해보이고,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소란에 맞서 분투하느라 분주한(14p)”그들의 삶을 포착한다.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노골적인 조롱과 혐오를 표시하는 사람들의 타자성을 생각한다.

 

그는 오십 년대 영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의를 바지에 집어넣은 전형적인 영국인, 해결할 수 없는 도덕적 갈등으로 괴로워하는, 근엄하고 아래턱이 축 처진, 그 영화 시대의 은행원이나 공무원처럼 보였고,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지나쳤으므로, 그는 불운한 영웅처럼 일부러 타가닥타가닥 소리를 내며 한가로이 걸어가고 있었다. 히이죽거리는 gwinnin 블랙어무어 놈. 하지만 조롱하려는 건 아닌데, 그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자멸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몰랐고, 그가 혐오감을 보이며 낸 쉿 소리는 딱딱한 학대로 위장했을 뿐, 실은 도와달라는 외침인지도 몰랐다.”(123p)

 

영국 한 소도시에서 만난 라티프와 살레 오마르는 과거 공통된 시간과 공간 속에 있었음에도 동일한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오해했거나 지워버린 기억 속에서 그들의 시간이 어긋났음을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더라도 타인을 나의 기억 속에서 인식하기 때문에 서로를 타자로 밀어낸다. 그들이 만난 사람들 역시 타자였다. 고향에서 이웃과 친척들은 전체주의 아래 동일성에 포획되거나 그렇지 못한 타자였다. 독일의 엘레케와 얀은 체코에서 이주한 이방인이었다. 공항 직원과 레이철 역시 유럽 공산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민 2세들이고, 살레 오마르가 잠시 머물렀던 숙소에서 그를 노골적으로 조롱했던 두 사람은 코소보 난민과 체코 집시 망명자다. 영국의 원주민 역시 누군가는 그들의 공동체 안에서 타자경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라티프 마흐무드와 살레 오마르 두 사람의 만남에 여러 사람의 서사를 담고 타자로 환원되고 있다.

 

무심을 따라 상인의 배가 드나들던 바닷가는 국경과 출입문이다. 경계인 바닷가에 머물던 이주민의 후손은 역사의 격랑에 의해 그 밖으로 내몰렸다. 그들은 망명지에서도 바닷가에서 거주한다. 새로운 공동체의 타자로서.

 

도래하는 타자, 타자와의 마주침은 침범의 위협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론 지나친 환대와 공동체의 문화를 강요함으로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들은 더 이상 계절풍을 타고 오지 않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복잡한 문제들을 동반한다. 그들을 마주침은 필연적 사건이다. 그러므로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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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09 0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 님 축하합니다 바닷가 좋을 것 같은데, 이건 바깥으로 밀려난 걸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군요


희선

그레이스 2022-10-09 08:4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강나루 2022-10-10 0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 축하새요^^

그레이스 2022-10-10 07: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

억울한홍합 2022-12-31 0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존경스럽습니다

그레이스 2022-12-31 07:29   좋아요 2 | URL
황송합니다.
감사하구요.

2rjfnr 2025-01-11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바닷가에서) 모셔두고 있을 뿐 아즉이네요. ~~
늦었지만 새해 좋은 일 가득하기를
바라고 화이팅입니다.♡♡

그레이스 2025-01-11 23:17   좋아요 0 | URL
^^
지난주에 다시 읽었어요.
새로운 문장들이 다가오네요.
2rjfnr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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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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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서 지식을 완전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말이다. 과학, 예술, 철학의 길이 궁극적으로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과학적 개념에 충실하면서,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허구를 썼다고 한다. 허구를 사실로 받아들일 위험성을 걱정할 정도로 플롯에 개연성이 있다. 천재적 몰두와 발견의 순간, 작가의 펜은 인간의 나약함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는 어려운 과학이론과 나의 천박한 지식의 간극을 역사와 보편성으로 메꾸면서 이끌어 갔다.

 

18세기 디스바흐에 의해서 우연히 만들어진 안료 프러시안 블루가 최초로 사용된 <그리스도의 매장>(피터르 파데베르프,1709)은 인류의 비극을 애도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1782년 셸레는 이 프러시안 블루에서 시안화물을 분리해내고, ‘프러시안산()’이라고 명명했다. 1907년 프리츠 하버는 화약과 폭약의 원재료인 질산염의 공급을 위해, ‘공기 중 질소 채취 연구를 한다. 그 연구는 비료 생산에 공헌을 했고, 그는 공기에서 빵을 이끌어낸 사람이 되었다. 1915년 역사상 처음으로 자행된 가스공격을 감독한 그는 시안화물을 이용한 살충 훈증제 치클론을 발견했다. 이 살충제는 나치가 자신의 친족을 비롯한 수많은 유대인을 살해하는 데 사용되었다. 아름다운 프러시안 블루는 아우슈비츠 가스실 벽에 참담한 푸른빛을 남겼다.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전쟁터의 참호에서 일반상대성 방정식에 대한 최초의 정확한 해를 구한 슈바르츠실트의 풀이법에는 일반상대성의 신빙성과 물리학의 토대를 위협하는 특이점이 존재했다. 그가 전쟁터의 침상에서 죽기 직전까지 빠져나오지 못한 이 심연은 후에 블랙홀의 존재로 밝혀진다. 수학의 심장부에 가까이 간 그로텐디크는 광기에 휩싸인다. 입자가 파동을 따라 서핑을 하듯 운동한다는 루이 드 브로이의 양자이론은 상상할수록 아름답다. 자신의 이론을 발표하다 정신을 잃는 그의 모습은 스탕달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 과학자의 광기는 스스로를 소진시키면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를 닮았다.

 

슈레딩거 방정식은 아원자 영역의 어둠을 흩어 신비의 세계를 드러내줄 프로메테우스의 불”(118p)처럼 보였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는 이 불을 거부하고 불확정성을 주장한다. 양자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기존 물리학의 토대를 흔드는, 이 이론을 보어는 새로운 물리학의 주춧돌”(217p)이라 여겼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는 격돌했다. 오랜 질의와 응답과 토론 끝에, 아인슈타인은 항복했고,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227p)라는 말을 던진다. 보어는 신에게 세상을 어떻게 다스리시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229p)라고 답변한다. 천재도 항상 창조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격물치지에서 더 나아가 왕양명은 치지재격물(致知在格物)이라고 했다. 지식을 넓히는 것은 사물을 바로 잡는 데 있다는 뜻이다. 사물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는 한계 밖의 것을 그대로 둠, 그대로 수용함이 아닐까 한다. 끌어들여와 현재의 지식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함으로 앎과 모름의 경계가 명확해 지고, 그 경계는 한 걸음 내디딜 시작점이 된다. 그렇게 지식은 넓혀져 갈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세계의 정원사라고 할 수 있겠다. 가지가 부러지도록 레몬이 달리는 죽음을 앞둔 풍요는 눈에 보이는 현상의 이면을 지시한다. 가지를 잘라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살지 알 방법이 없다. 이 정원에 존재하는 것들은 내가 보여주는 세상은 당신이 나를 적용하면서 생각하는 세상과 같지 않다"(200p)고 경고한다. 정원사는 그 정원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정원사가 할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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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8-19 20: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한자를 많이 아시는군요? ^^ 개연성 있는 허구라니 상당히 사실적인가 봅니다. 이 책도 요즘 인기가 많은거 같아요~!!

과학은 너무 어렵다는...😅

그레이스 2022-08-19 20:50   좋아요 3 | URL
한자 잘 몰라요
새파랑님~ 그저 책에서 본 짧은 지식일 뿐이예요.
이 책은 과학사를 소설로 엮은거라 사실 잘 몰라도 읽을 수 있어요.
쉽고 흥미진진해요.^^

희선 2022-08-20 0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류의 우연한 발견은 양면성을 띈다, 는 말 맞네요 그런 일 프러시안 블루뿐 아니라 많겠습니다 세계 전쟁을 해서 만든 약도 있잖아요 방사성물질도 생각나네요 안 좋은 것뿐 아니라 좋은 걸 처음부터 알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없겠지요 시간이 가야 아는군요 그래도 어떤 일이 어떤 일로 이어질지는 알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 그런 건 조심해야 합니다 과학자보다 과학을 쓰는 사람이 더...


희선

그레이스 2022-08-20 07:45   좋아요 2 | URL
예!
그렇죠?
누구에게 그 발견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mini74 2022-08-20 1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우슈비치의 푸른 빛이라니 ㅠㅠ과학의 양면성같은 건가요...요즘 이공계 아이들 과학과 윤리? 이런 류의 수업 들으며 토론도 하더라고요. 꼭 필요한 수업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20 12:43   좋아요 2 | URL
아 정말 필요한 수업인듯요
사유의 한계 안에 갇히는 게 무서운 일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요!

단발머리 2022-08-20 1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 리뷰 너무 좋네요. 저도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레이스님 리뷰 읽고 나니 쫘악 정리되는 것 같아요. 저는 새로운 지식을 처음 대하는 과학자, 수학자들의 분투가 잘 전해져서 좋았는데 그레이스님 글 읽으면서는 지식의 확장이라는 면이 딱 느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2:46   좋아요 3 | URL
아유.. 감사합니다.
저 아직 다른 분들 리뷰를 안보고 좋아요만 누르고 와서.. 이제 슬슬 읽어보려구요. 단발머리님과 다른 분들 리뷰 제목만 봐도 그 아우라에 기가 팍 죽던데...^^;;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08-20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쉽고 흥미진진하다는 그레이스님 댓글에 절망!!! 읽다가 무슨 말인지 어려워서 집어던진 사람 저라니까요. ㅠ.ㅠ

그레이스 2022-08-20 17:59   좋아요 2 | URL
^^;;
뭐라고 해야할지...
이거야말로 독서취향때문이 아닐런지요.;;

서니데이 2022-08-20 2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런데도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조금 있어서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가벼운 책만 읽다보면 생각할 내용이 많은 책은 읽는 시간이 조금 더 오래걸려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20 21:37   좋아요 3 | URL
읽는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수 있습니다. 모르는 이론에 너무 연연하지 않으면...^^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래요~~

공쟝쟝 2022-08-21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렇게 정갈하고 아름답게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걸(?) 이렇게 꿰시다니. 그레이스님, 서말인 구슬 잘 꿰시는 분.

그레이스 2022-08-21 18:21   좋아요 2 | URL
정갈, 아름다움은 저랑 조금 먼데,,, 이런 칭찬 감사합니다^^;;
 
이민자들
W. G. 제발트 지음, 이재영 옮김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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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감상을 바로 글로 정리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감동을 글로 풀어내지 못하는 능력의 한계일 것이다. 라캉이 기표가 기의에 닿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진다고 한 것처럼 그저 텍스트만 읽었을 뿐인 독서를 할 때도 있다. 의미를 찾는 과정이 독서를 끝낸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이 작품의 경우는 평행하는 여러 인물의 서사가 나에게서 생성되는 의미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한마디로 적용의 문제가 어려웠고, 여전히 생각 중이다.

 

작가는 직접 화자(話者)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화자를 등장시키기도 한다. 이들 모두는 영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이고, 일부는 유대인이다. “이민자들은 타국에서도 주로 고향사람들과 어울린다.”(84p) 그들에게서 고향에서의 삶과 이주의 역사를 듣는다.

 

헨리 쎌윈 박사를 만나러 가는 화자(話者)를 따라 걸어간다. 머릿속에서 스케치하며, 잔디밭을 지나고 개암나무가 늘어선 통로를 지난다.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지금은 돌보지 않아 낡은 테니스장, 마치 젊음의 흔적만 남아있는 한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몇 번의 만남 뒤에 그들은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한다. 유년시절과 헤어진 사람들, 이주와 이민자의 삶에 대해서. 나는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 자서전을 써내려가듯 말하는 그 분위기에서 깊은 비애감을 느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향수병이 점점 더 심해진다고”(29p) 하던 나이든 이방인은 자살한다. 그리고 오래전 스위스 산악에서 실종되어 그에게 큰 상실감을 안겨줬던 그의 친구는 칠십 이 년 만에 빙하에서 발굴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사자들은 이렇게 되돌아온다. 때로는 칠십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얼음에서 빠져 나와, 반들반들해진 한줌의 뼛조각과 징이 박힌 신발 한 켤레로 빙퇴석 끝에 누워 있는 것이다.”(34p)

 

파울 베라이터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소식을 들은 화자(話者)는 파울 베라이터가 자신의 스승이던 S도시에서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와의 첫 만남, 견학수업, 클라리넷을 연주하던 모습, 쾌활하고 즐거운 것 같았던 그가 오르간 연주를 듣고 흐느껴 울던 모습, 어떤 생각에 빠져들며 침울해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슬픔의 원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반()유대인이었고, 1/4만 아리안의 피가 흐르던 그가 징집에 응하고, 1939년과 1945년에 다시 독일로 돌아간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견딜 수 없는 일들을 목격했을 그, 비트겐슈타인, 벤야민, 츠바이크 등 자살한 작가들의 책을 읽고 기록하던 그, 알프스 아래 작은 마을에서 이민자로서 살다 끝을 낸 그에게서 처절한 고독을 본다.

 

화자(話者)의 여행은 그들의 흔적을 찾고 그 땅 어딘가에 뿌리가 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었을까? 고향을 떠나 스위스와 프랑스로 그리고 영국으로 이주하는 일가의 역사를 듣고, 정신병원에서 죽어간 아델바르트 할아버지의 비망록에 적혀 있는 아름다운 여행기를 따라 되짚어간다. 그 비망록에 적힌 마지막 종착지였던 예루살렘의 풍경은 폐허와 같았고 병든 사람들만이 눈에 띈다.

 

맨체스터의 공장지대 아뜰리에에서 작업하고 있는 화가 페르버의 말에 가슴이 서늘하다.

“19세기 내내 독일인들과 유대인들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도시가 바로 맨체스터였지. 그러니 나는 가출한다고 나섰다가 되려 집으로 돌아온 꼴이었네. 우리 시대 공업의 탄생지인 이 도시의 거무칙칙한 건물들 사이에서 사는 날이 길어질수록, 나는 나 역시 흔히 말하는 것처럼 굴뚝 아래에서 일하려고 이리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어(that I am here, as they used to say, to serve under the chimney).”(243p)

 

절멸 수용소의 굴뚝(chimney)을 바로 떠올렸다. 의도적으로 이중적 의미를 담기 위해 이 문장을 썼을까? 그리고 육필원고-그의 어머니가 1939년에서 1941년 사이에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적어놓은 것-를 건네준다. 그 기록은 한번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는, 고통스러운 독일 동화 같은, 가슴을 옥죄어오는 탁월한 글이다. 그녀의 어린 시절과 일상 풍경은 아름답기만 하다. 독일을 고향으로 생각하고 동화되어 살았었기에, 호른 연주자와의 사랑과 이별, 프리츠 페르버와의 결혼, 그와 함께 오른 산들, 슈테른바르트가의 집에서 시작한 신혼과 뮌헨 테레지엔비제 광장에 만들어진 스케이트장의 기억은 온 세상이 파란빛으로 가득했던”(279p) 아름다운 기억이다.

 

1991년 루이자 란츠베르크의 기록을 따라 독일로 간 화자는 유대인들의 허물어져가는 공동묘지에서 그 흔적을 찾는다. 남편 프리츠와 루이자는 194111월에 강제 수송된 뒤에 소식이 끊겼다고 적혀 있는 란츠베르크가 묘비를 발견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폐허가 되어가는 맨체스터에서 페르버의 마지막과 한때는 유명했던 호텔의 퇴락한 모습을 마주한다.

 

어딘가에 속하려했던 인간의 모습. 그러나 배척의 대상이었고, 탈주자이며, 이민자였던 그들은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주한 곳에서도 번영의 흔적만 남아있는 타자들의 도시에 머문다. 그래서 그들은 더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끝내버린다. 삶의 경계 밖으로 내몰렸던 역사, 여전히 뿌리내릴 곳이 없는 이민자들의 실존적 상황은 처절한 고독으로 다가온다. 우리 안의 누군가는 이런 실존적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끝없이 자신의 근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그의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끝간 데 없이 하늘로 치솟은 탑 위에서 까마득한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기분”(185p), 그것이 그들의 실존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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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땡 2022-09-14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책탑 멋져요 ㅎㅎ

그레이스 2022-09-15 07:4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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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
잭 런던 지음, 권택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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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강철군화』, 『밑바닥 사람들』과는 다른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보여주고 있는 시선과 글쓰기는 후기 사회주의적 작품의 탄생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65kg의 대형견 의 야성을 보며 얼마 전 길에서 초등생을 사냥하듯 했던 반려견 뉴스가 자꾸 떠올랐다. 이 소설의 감상 맥락을 그리로 잡아갈 수 없지만,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머리를 흔들어 지우고 다시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여과되고 남은 한 가지 질문은 과연 납치되어 알래스카로 팔려간 것과 이 문명사회에서 태어난 것 중 어떤 것이 사고일까?’였다.

 

“1897년 가을, 클론다이크 골드러시가 온 세상 사람들을 얼어붙은 북극으로 몰아가던 때”(12p) 알래스카의 금광을 향해 몰려드는 사람들을 위한 썰매견들이 부족한 상황, 미국 서부, 전역에서는 대형견들이 사라진다. 산타클라라의 저택 장원에서 장원의 지배자였던 은 납치되어 알래스카로 팔려간다. ‘의 여정이 시작되고 여러 이별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야생으로 향한다.

 

정원사의 조수에 의해 유인되어 상자 안에 갇혔다. 영문도 모른 채 기차에 태워지고 이틀 후 내린 항구에서 그를 맞이한 것은 몽둥이를 든 빨간 스웨터의 사내다. 상자에서 나온 은 무턱대고 두들겨 맞는다. 분노로 달려들고 저항하지만 심한 매질에 결국은 쓰러진다. 그들은 이런 방식으로 길들여서 개들을 판다. 인간에게는 길들여진 것으로 보이지만, ‘의 깊은 내면 어딘가에서는 야성이 깨어났다. 그리고 곤봉은 권력으로 각인되었다.

 

그 곤봉은 하나의 계시였다. 그것은 그가 원시법의 세계로 입문하는 첫걸음으로, 그는 이미 반쯤 그 길로 들어섰다. 삶의 실상에는 좀 더 광포한 면이 있다. 그래서 벅은 겁먹지 않고 그런 것에 직면하면서 그의 본성이 각성시킨 온갖 잠재된 재간을 동원해 맞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개들이 상자에 갇혀 혹은 밧줄에 끌려, 어떤 개들은 온순하게, 어떤 개들은 벅처럼 분노로 으르렁대며 모여들었다. 그는 하나둘씩 붉은 스웨터 입은 사내의 의식을 통과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잔인한 수행을 하나하나 지켜보는 벅의 뼛속 깊이 교훈이 스며들었다. 곤봉을 든 사내는 입법자였고 반드시 화해할 필요는 없지만 복종해야 할 주인이었다.”(20p)

 

은 알래스카에 도착해 캐나다 정부에 고용된 우편배달부들의 썰매를 끌게 된다. 이 썰매를 끄는 개들 속에 들어가면서 이 집단의 법칙을 통과해야 했다. 도착한 첫 날, 함께 배를 타고 온 개 컬리는 에스키모개에게 물어 뜯겨 죽임을 당한다. 이 개들은 썰매 줄에 묶여 달릴 때는 주인의 말에 복종하고 질서를 지키며 달리지만, 이 썰매 줄에서 풀려나면 야생 질서로 돌아간다. 철저한 서열과 영역을 지키려는 혈투가 일어난다. 사람들은 이 질서를 이용하여 썰매를 끌게 한다. 맨 앞을 달리는 우두머리 개와 그 뒤에 달리는 개들의 집단 내 서열이 서로를 교육하고 훈련하게 하는 방식이다. 머리도 좋고 힘이 있는 은 금방 적응하고 서열 1위인 스피츠를 위협하게 된다. 결국 토끼를 쫓다가 벅과 스피츠는 결전의 순간을 맞이하고, 스피츠는 죽임을 당한다. 이 싸움에서 의 야성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무리의 선두에서 달렸다. 그는 야생동물을 추적해 살아 있는 고기를 이빨로 물어뜯고 보란 듯이 주둥이를 따스한 핏물에 씻어 내고 싶었다.” (52p)

 

살아있는 먹이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벅에게 극치에 달하는 환희가 찾아왔다. 그는 시간의 자궁 속으로 되돌아가며 본성의 심오함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냈다.

그는 순수하게 솟구치는 삶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존재의 파도, 근육과 관절과 심줄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완벽한 기쁨에 압도당했다. 솟구치는 삶은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맹렬히 불타오르며 움직임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냈고 별 아래, 움직이지 않는 죽은 물질의 표면 위로 환호하면서 날았다.”(52p)

 

벅은 결국 스피츠의 자리를 차지하고 맨 앞에서 개들을 이끈다. 개들은 썰매에 묶여 달릴 때 기쁨을 느낀다. 야생의 집단으로 달리던 원시적인 기쁨을 이끌어내는 순간이다. 데이브는 죽음 직전까지도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한 발짝도 걸을 수 없는 상태에서도 끈에 묶이기를 원한다. 그것이 그의 존재 이유라는 듯이. 아마도 집단에서 제외됨은 죽음보다 더한 공포일 것이다.

 

기진한 상태로 다른 이들에게 팔려가고,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정도로 에너지가 소진된 상태로 다시 팔려간 이 개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골드러시에 합류한 무모한 주인들 때문에 강에 빠져 몰살당한다. 벅은 자신을 이 위기로부터 구해 준 손턴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다. 이해츠 족들에 의해 손턴이 죽임을 당한 후, 벅은 늑대들 무리들 속으로 들어간다. 오래 전부터 자신의 원시적 본능을 깨우던 소리의 주인들이었다. 늑대들과 무리 속에서 자유롭게 알래스카의 벌판을 달리는 벅에게서 이전의 모습은 사라졌다.

 

작가 잭 런던은 이 의 여정이 진행되면서, 벅의 본성인 야성이 진전되고, 그의 정체가 되는 순간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아마도 그 자신이 알래스카 골드러시에 합류했다가 목격했던 개들의 모습을 소재로 삼았던 것 같다. 함께 수록된 단편에서는 엄청난 추위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너무나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여름 독서로 추천!)


다 읽고 난 후, 나는 한 동안 “So what?”하고 마음속으로 물었다.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담은 그의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했다. 문명과 관습, 제도에 길들여진 삶과 원시적인 상태 중 어떤 것이 더 자신을 기쁘게 하고 자유롭게 할 것인가?로 마무리 하게 된다.

 

알래스카 벌판을 달리는 벅과 산타클라라의 장원에서 도도했던 벅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할 것 같은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대부분 아이들은 산타클라라라고 대답한다. 차라리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고 사는 쪽이 낫다고 한다. 그 중 한 아이는 알래스카 쪽이라고 대답한다. 다시 물었다. 늑대들과 합류하기 전에 잠시의 환희만 느끼다가 죽었다면 어느 편이 나았을까? 조금 더 생각이 길어진다.

 

산타클라라가 안전을 보장해 줄까? 엄마들이 희미한 웃음으로 대답한다삶은 변수의 연속이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보내진 것처럼. 인생의 예기치 않은 불행은 어쩌면 나를 발견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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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08-08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데서 잘 사는 개를 잡아다 팔기도 했군요 이런 모습 보니 아프리카에서 잡히고 노예가 된 사람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사람은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마음대로 잡고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군요 개한테 썰매를 끌게 하려면 사람과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억지로 잡아다 썰매를 끌게 하니 폭력을 쓴 걸지도 모르겠네요 벅이 자기 삶을 찾아 떠나서 다행이다 싶어요 누군가 사람하고 좋은 사이가 되고 머무는 것보다...


희선

그레이스 2022-08-08 06:45   좋아요 4 | URL
노예상과도 같죠
벅도 대부분 신뢰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는데, 그렇지 못할 때도 있었죠. 그럴때마다 위기가 찾아오구요

Jeremy 2022-08-08 05: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그는 순수하게 솟구치는 삶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존재의 파도,
근육과 관절과 심줄 하나하나가 움직일 때 느껴지는
완벽한 기쁨에 압도당했다.
솟구치는 삶은 죽음을 제외한 모든 것이었는데,
맹렬히 불타오르며 움직임 속에서만 자신을 드러냈고 별 아래,
움직이지 않는 죽은 물질의 표면 위로 환호하면서 날았다.”(52p)

>>>“He was mastered by the sheer surging of life,
the tidal wave of being, the perfect joy of each separate muscle, joint,
and sinew in that it was everything that was not death,
that it was aglow and rampant, expressing itself in movement,
flying exultantly under the stars.”
― Jack London, The Call of the Wild

여기에 더하여 제가 좋아하는 부분은
“There is an ecstasy that marks the summit of life,
and beyond which life cannot rise.
And such is the paradox of living,
this ecstasy comes when one is most alive,
and it comes as a complete forgetfulness that one is alive.
This ecstasy, this forgetfulness of living, comes to the artist,
caught up and out of himself in a sheet of flame;
it comes to the soldier, war-mad in a stricken field and refusing quarter;
and it came to Buck, leading the pack, sounding the old wolf-cry,
straining after the food that was alive
and that fled swiftly before him through the moonlight.”
― Jack London, The Call of the Wild

그레이스 2022-08-08 06:4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저도 원문이 궁금했거든요,
제가 인용한 바로 앞부분인 듯 합니다.^^
인용이 너무 길어서 앞부분은 잘랐거든요.
원문으로 보니, 인용해주신 마지막부분은 마치 영화같은데서 늑대인간이 자신의 정체를 감추지 못하고 그 울음을 우는 장면이 생각 납니다.

Jeremy 2022-08-08 07:47   좋아요 2 | URL
제가 어림잡기로는 대략 1920년 이전에 영어로 쓰인 책들은 거의
Public Domain 에서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레이스님처럼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책을 많이 읽고 가지고 계신 분은
그냥 https://www.gutenberg.org/ 에서 필요한 영어 전자책을 찾으셔서
쭉 비교하며 훑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냥 읽을 수 있는 책들을 굳이 원서로 살 필요는 없으니까요.

당연히 Jack London 의 책은 모두 다 Public Domain 에 있답니다.
혹시 Gutenberg.org 의 Format 이 마음에 안 드시면
제가 찾은 다른 Free eBook site 도 알려드릴께요.

Jack London 의 “The Call of the Wild” 와
“White Fang” 은 미국 중학교 정도에서 거의 교과과정처럼 읽기때문에
저도 이 두 책은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긴합니다.

˝The Call of the Wild˝
32,031 words (1 hour 57 minutes) with a reading ease of 77.47 (fairly easy)
#88 in the Modern Library’s 100 Best Novels set.
#35 in the Guardian’s Best 100 Novels in English (2015) set.


그레이스 2022-08-08 08:11   좋아요 2 | URL
우와
감사합니다.
구텐베르그는 했었는데 다른 것도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것 참고해서 찾아보겠습니다.

초란공 2022-08-08 08: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에서 잭 런던의 <야성의 절규>라는 책을 소개 했는데, 아마 그 책이 <야성의 부름>이 아닌가 싶어요. 개가 주인공인 적자생존의 세계를 그렸다고 했거든요.^^;; 레비는 어떤 상황에서 잭 런던의 소설을 떠올렸을까 궁금하긴 했습니다.~

그레이스 2022-08-08 08:31   좋아요 4 | URL
저는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가 궁금해집니다. ^^
찾아봐야겠습니다.

청아 2022-08-08 08: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점 경쟁에서 수많은 개들,말들의 이야기를 보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개들을 그렇게나 훔쳐다가 보내는 줄은 몰랐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늘 변수가 작용하겠지만 그래도 야생에서 본능대로 살아가는 것만큼 행복한게 있을까 싶네요. 그레이스님 덕분에 머릿속에 그려가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2022-08-08 09:09   좋아요 4 | URL
탐험이라는 명분하에 혹사당한 동물들에게는 오히려 그 잔인한 상황을 드러낼 수 없는 업적주의의 현실이 있었겠네요. 미미님 덕분에 시야가 더 넓어집니다.^^

독서괭 2022-08-08 11: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주인이 있는 개들을 잡아갔다니, 놀랍네요. 잡아먹으려고 잡아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이긴 합니다만;; 그레이스님이 던지신 질문들이 답하기 어렵네요. 인간과 개의 입장이 다를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알래스카에 사는 견종을 데리고 와서 도시에서 분양하고 키우고, 또 잡아다 다시 알래스카에 팔고 하는 우리 인간들이 미안하네요 ㅜㅜ
이 책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레이스님 덕에 줄거리 제대로 알고 갑니다. 잘 읽었어요^^

그레이스 2022-08-08 11:20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어려운 질문이예요.
한 아이가 알래스카의 벅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자신의 강아지를 야생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다고!

mini74 2022-08-08 17: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예전 알래스카에서 전염병?이 돈 아이들을 위해 백신을 구해온 썰매개들이 서커스단에 팔려 학대받다가 구출된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똘망이에게 미안해지네요. 그래서 개껌 하나 줬습니다 그레이스님 ㅠㅠ아이들에게 던지는 물음이 참 좋네요.

그레이스 2022-08-08 17:11   좋아요 3 | URL
그런 이야기 들어본것 같아요.
똘망이, 개껌 ...^^
미니님 댓글에는 유머가 항상 담겨있으세요.

감사합니다 ~

서니데이 2022-08-08 18: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가 가끔 알래스카 말라뮤트나 시베리안 허스키를 만날 때가 있어요.
우리나라처럼 여름이 더운 나라에서는 살기는 어렵겠다,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 개들은 추운 곳을 좋아하는데, 너무 더우니까요.
잘읽었습니다. 그레이스님, 더운 날씨 조심하시고, 좋은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8 19:48   좋아요 3 | URL
여기서 벅은 리트리버와 스피츠에게서 나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쨋든 대형견이 아파트 환경에 맞나 싶기는 해요.^^
비가 많이 오네요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새파랑 2022-08-08 22: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알레스카가 배경이라니 여름에 읽기 딱 제격인 책이네요. 이 책 표지 보고 안읽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본능에 충실하게 사는 삶이 좋기만 한건지는 생각해볼만한 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2-08-08 22:44   좋아요 3 | URL
같이 수록된 단편에서는 공중에 침을 뱉으면 쨍하고 얼어버릴정도로 추운기온을 표현하고 있어요

scott 2022-08-09 0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옹이 잭 런던을 아주 좋아 합니다.

제가 알래스카 출신 멍멍이를 키운 적이 있는데

한 여름에 얼음 덩어리 위에 앉아야
숨을 쉬었던 멍멍이 ^ㅅ^

그레이스 2022-08-09 07:53   좋아요 4 | URL
그렇군요^^
잭 런던 묘사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래스카견!
ㅠㅠ

Yeagene 2022-08-09 15: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에 실린 단편까지 재밌게 봤던 작품입니다ㅎㅎ 제가 16년째 말라뮤트들을 길러서인지,주인공 벅에 엄청 감정이입하며 읽었어요.ㅎㅎ우리 곰탱이가 납치되어 알라스카로 팔려간다면 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막 이러면서요 ㅎㅎㅎㅎ

그레이스 2022-08-09 14:42   좋아요 3 | URL
^^
함께 토론했던 초등6학년도 그렇게 말하면서 울컥했어요 ㅠ

서니데이 2022-08-09 21: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도 비가 많이 오고 있어요.
뉴스에서 계속 비소식만 나오고 있습니다.
비피해 없으시면 좋겠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08-09 21:40   좋아요 3 | URL
예~
서니데이님도 안전하시길...!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8-10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은 서울도 비가 그쳤다고 들었어요.
오늘은 비구름이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비가 잠시 쉬는 것 같은 하루였어요.
어제 밤에 비가 많이 내렸는데, 괜찮으신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0 19:26   좋아요 3 | URL
분리수거 나왔는데 조금씩 비가 내려요
밤사이 또 오려나봐요 ㅠ
해 나길래 빨래 했는데 ㅠ
서니데이님 밤사이 평안하시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8-10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잭 런던의 이러저러한 책들을
사모아 두긴 했는데 막상 닐근
책은 하나도 없네요 ㅠ

우리는 삶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요.

그레이스 2022-08-10 21:00   좋아요 1 | URL
그렇죠
가끔 불행하다고 느끼긴 하지만, 항상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공허할것 같아요^^
우연한 마주침과 사건들이 만들어낸 역동성은 없을거구요.

서니데이 2022-08-11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도 습도가 높은 날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1 21:51   좋아요 2 | URL
창문열고 있어도 시원하네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히 주무시길..!

서니데이 2022-08-12 23: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8월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벌써 다음주 월요일이 광복절입니다.
지난주의 폭염, 그리고 이번주의 비 때문에 더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아요.
즐거운 광복절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그레이스 2022-08-13 22:53   좋아요 2 | URL

입추가 지나니 밤에는 확실히 시원해진듯요
습도만 빼면...!
서니데이님도 평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