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의 진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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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0-20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시작도 안/못했어요,,그러니 게으른 자가 아니시라 아뢰오. 저는 사실 읽을 기약도 없는;;;

그레이스 2021-10-20 20:18   좋아요 1 | URL
^^
조금 속도가 붙나 싶었는데 저는 또 다른 책을 정리해야만 해요 ㅠ

페크pek0501 2021-10-22 13: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완독한 책이에요. 호흣...
읽어 뒀더니 편하네요. 안그러면 읽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들어갈 뻔했어요.

그레이스 2021-10-22 14:05   좋아요 1 | URL
저는 대학때! 읽었다고 할 수 없죠. 레포트 제출하느라 읽었고, 이 책은 남편 책이어서 깨끗해요.^^
 

속도가 나지 않는다.
감상하느라...!
여랑화는 마타리.



매일 밤낮없이 전 세계를 어지러이 엇갈리는 소세계가 널리 하늘끝까지 가고, 게다가 끝 간 데 없다고 생각될 때쯤, 명주실이 가느다란 것을 마다하지 않고 옮겨놓은 누에고치가 나란히 있는 것처럼 네명의 소우주는 무정한 기차 안에서 밤새 서로 등을 맞대고 모르는 체하는 얼굴을 하고 나란히 있었다. 별의 세계는 쓸려 사라지고 드넓은하늘의 가죽을 깨끗하게 벗겨낸 빛나는 태양이 숨기지 말라며 떠오르는 창문 속에 네 사람의 소우주는 짝을 지어 방금 서로 지나쳤다.  - P133

마쿠즈가하라(眞源)‘에 여랑화(女郎花)가 피었다. 억새풀밭을거침없이 빠져나가 한 많은 큰 키로 가을바람을 품위 있게 피해 지나는 허전함 속에서 가을은 비가 내려 겨울이 된다. 갈색으로, 검은색으로 움찔움찔 내리는 서리에 겨울은 한없이 계속되고, 의지할 데 없는약한 목숨을 아침저녁으로 잇는다. 겨울은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마다하지 않는다. 쓸쓸한 꽃은 추운 밤을 빠져나가, 붉은색과 초록색에 부족함을 모르는 봄의 천하에 섞여들었다. 땅에, 하늘에 봄바람이 스치는 모습은, 모든 것이 타오르며 풍부하게 물드는 것을, 은밀한 노란색을 한 그루 나무의 가느다란 끝에 이고 살아서는 안 될 것 같은 세상에서 떳떳하지 못하게 조심스러운 숨을 내쉬는 것 같다. - P154

긴고는 한 푼의 재산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집도 후지오에게주겠다고 한다. 의리의 옷을 벗고 편리의 알몸이 될 수 있다면, 갑자기 끓어오르는 온천에 얼씨구나 하고 뛰어들 마음도 든다. 그러나 세상의 이목에 입는 의상은 그렇게 간단히 벗겨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비가 내릴 것 같으니 우산을 주겠다고 내놓을 때 그 우산이 두 개라면그중 하나를 받는 걸 사양하지 않는 것이 세상이지만, 자신이 비에 젖을 걸 뻔히 알면서도 내주는 사람을 상관하지 않고 멋대로 손을 내미는 것은 남의 이목 때문에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서 수수께끼가 생긴다. 준다는 것은 진심으로 말하는 거짓말이고, 받지 않겠다는얼굴을 보이는 것도 이웃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긴고가 재산을 억지로 후지오에게 양보하는 것을, 마지못해 받는 얼굴로 문명의 체면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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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하이미의 극치.


"조용히 부는 바람 같은 사랑이나 눈물 같은 사랑, 탄식의 사랑이아닙니다. 폭풍우 같은 사랑, 달력에도 실려 있지 않은 엄청난 폭우같은 사랑,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인가요?"
"비수 같은 사랑이 자줏빛이 아니라 자줏빛 사랑이 비수 같은 사랑입니다."
"사랑을 자르면 자줏빛 피가 나온다는 뜻인가요?"
"사랑이 화를 내면 비수가 자줏빛으로 번뜩인다는 뜻입니다."
"셰익스피어가 그런 이야기를 썼나요?"
"셰익스피어가 쓴 것을 제가 평한 것입니다. 안토니우스가 로마에서 옥타비아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전령이 가져왔을 때 클레오파트라의…"
"질투심으로 자줏빛이 짙게 물들었겠네요?"
"자줏빛이 이집트의 햇빛을 받으면 비수가 차갑게 빛납니다."
- P39

꽃향기마저 묵직하게 지나가는 깊은 거리에서 서로를 부르는 남자와 여자의 모습이 죽음의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봄 그림자 위에 또렷하게 떠오른다. 우주는 두 사람의 우주다. 3천 개의 혈관을 끊임없이흐르는 젊은 피가 모이는 심장의 문은 사랑으로 열고 사랑으로 닫아움직이지 않는 남녀를 드넓은 하늘 속에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렇게 위태로운 찰나에 두 사람의 운명은 정해진다. 동쪽인가 서쪽인가, 털끝만치라도 몸을 움직이면 그것으로 끝이다. 부른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불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생사 이상의 난관을 사이에 두고 뭔가에 싸인 폭발물을 내던질지 아니면 폭발물이 내던져질지, 움직이지 않는 두 사람의 몸은 두 덩어리의 불꽃이다. - P45

옛 도읍 교토를 더욱더 적막하게 하는 보슬비가, 붉은 배를 보이며 하늘을 찌를 듯이 날아가는 제비의 등에 자극을 줄 정도로 세차졌을 때 교토 전체는 조용히 비에 젖어 동쪽에 있는 산들의 녹음 아래로스며들고, 소리는 유젠의 잇꽃을 적시며 유채꽃으로 흘러드는 물소리뿐이다.
....다만 옛날 그대로의 봄비가 내린다. 데라마치에서는 절에 내리고, 산조(三傑) 거리에서는 다리에 내리고, 기온에서는 벚꽃에 내리고, 긴가쿠지에서는 소나무에 내린다. 여관 이층에서는 고노와 무네치카에게 내린다. - P59

물밑의 수초는 어두운 곳을 떠다녀 하얀 돛단배가 지나는 강가에햇살이 비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오른쪽으로 흔들리는 왼쪽으로너울거리는 희롱하는 것은 물결이다. 다만 그때그때 거스르지 않기만하면 된다. 익숙해지면 물결도 신경 쓰이지 않는다. 물결은 어떤 걸까, 하고 생각할 여유도 없다. 왜 물결이 모질게 자신에게 부딪치는지는 물론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된다 한들 개선할 수도 없다. 그저 운명이 어두운 곳에 있으라고 할 뿐이다. 그래서 거기에 있다. 그저 운명이 아침저녁으로 움직이라고 할 뿐이다. 그래서 움직이고 있다. 오노는 물밑의 수초였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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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0-16 12: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암사에서 출간된 소세키의 작품이 14권이나 되네요.
이거 다 갖고만 있어도 완전히 뿌듯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1-10-16 14:26   좋아요 1 | URL
예 뿌듯해요^^
마저 읽어야지요!~^^~♡

서니데이 2021-10-16 1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몸은 좀 어떠세요.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10-16 17:45   좋아요 2 | URL
예 많이 괜찮아졌어요
서니데이님도 갑자기 추우날씨에 건강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나뭇잎처럼 2021-10-17 2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열네 권인가요? 집에 네 권밖에 없는데... 완전 소장각이죠. 천천히 읽고 또 읽는 맛. 책이 예뻐서 두고두고 아끼게 되는 맛.

그레이스 2021-10-17 20:48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봄은 시구(詩句)가 되기 쉬운 교토의 거리를 시치조(七條)에서 이치조(一條)까지 가로지른다. 부옇게 보이는 버드나무 사이로 따뜻한 물을 뿌리는 다카노가와(高野川) 강변의 하얀 천을 다 헤아리며 길게 북쪽으로 구부러지는 길을 8킬로미터 남짓 나아가자 산은 저절로 좌우에서 다가오고 꺾고 돌 때마다 발밑으로 흐르는 물소리도 이쪽저쪽에서 들려온다. 산으로 접어드니 봄이 깊어지는데, 산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아직 눈이 남아 있어 추울 거라고 생각하며 올려다보는 봉우리기슭을 뚫고 어두운 그늘로 이어지는 완만한 외줄기 오르막길 저쪽에서 오하라메(大原女)가 온다. 소가 온다. 교토의 봄은 끊이지 않는 소의 오줌 줄기처럼 길고 적막하다.
- P18

정적만이 남았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가운데 그 고요함에 내 한 목숨을 의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세상 어딘가로 통하는 내피는 고요하게 움직이는데도 소리 없이 해탈한 심경으로 몸을 토목으로 여기고, 하지만 어렴풋이 활기를 띤다. 살아 있다는 정도의 자각으로 살아서 받아야 할 애매한 번민을 버리는 것은, 산골짜기에서 피어오르는 구름을 벗어나 하늘이 아침저녁으로 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모든 집착을 초월한 활기다. 고금을 공허하게 하고 동서의 자리를 다한 세계의 바깥에 한쪽 발을 들여놓아야만…… 그렇지 않다면 화석이되고 싶다. 빨간색도 흡수하고 파란색도 흡수하고 노란색과 보라색까지 다 흡수하여 원래의 오색으로 되돌릴 줄 모르는 새까만 화석이 되고 싶다. 그렇지 않다면 죽어보고 싶다. 죽음은 만사의 끝이다. 또 만사의 시작이다. 시간을 쌓아 날을 이루는 것도, 날을 쌓아 달을 이루는 것도, 달을 쌓아 해를 이루는 것도, 결국 모든 것을 쌓아 무덤을 이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무덤 이쪽의 모든 다툼은 살 한 겹의 담을사이에 둔 업보로, 말라비틀어진 해골에 불필요한 인정이라는 기름을부어 쓸데없는 시체에게 밤새 춤을 추게 하는 골계다. 아득한 마음을가질 수 있는 자는 아득한 나라를 그리워하라.
- P27

음력 3월, 붉은색이 사방을 감싸고 있는 한낮인데도, 잠들어 있는천지에 봄에서 뽑아낸 진한 자줏빛 한 점을 선명하게 떨어뜨려놓은것 같은 여자다. 꿈의 세계를 꿈보다도 곱게 바라보게 하는 검은 머리를 흐트러지지 않게 접어놓은 살쩍 위에는, 야광패를 제비꽃 모양으로 아주 맑게 새겨 넣은 가느다란 간자시‘가 꽂혀 있다. 조용한 낮이먼 세상으로 마음을 빼앗으려는 것을 검은 눈동자가 휙 움직이면, 보는 사람은 앗 하고 정신을 차린다. 반 방울이 퍼지는 짧은 순간을 훔쳐 질풍의 위세를 보이는 것은 봄에 있으면서 봄을 제압하는 깊은 눈이다. 이 눈동자를 거슬러 올라가 마력의 경지에 이르면 도원(桃園)의백골이 되어 다시는 속세로 돌아올 수 없다. 보통 꿈이 아니다. 희미한 꿈속에서 찬연히 빛나는 요성(妖星) 하나가 죽을 때까지 자신을 보라며 자줏빛으로 눈썹 가까이 다가온다. 여자는 자줏빛 기모노를 입고 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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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4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교토의 美는 가을!

이 책 전체가 하이쿠 처럼 정교하게 짜여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레이스 2021-10-14 2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맞아요^^
완전히 빠져들어요
글로 화폭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서니데이 2021-10-14 22: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줏빛 색채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표지도 자주색이네요.
그레이스님,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14 22:43   좋아요 2 | URL
예~
서니데이님도 굿밤요

초딩 2021-10-15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토 교토 하도 말도 많이하고 텔비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 가보고 싶다했는데......
교토에서 왔습니다 라는 광고도 인상적이고요 ㅎㅎ
ㅜㅜ 이제 당분간 가기 힘들다 하니 더 가고 싶네요 ㅜㅜ

그레이스 2021-10-15 14:35   좋아요 0 | URL
^^
곧 이 상황이 좋아지길...
이 책 읽어보니 저도 가보고 싶네요
 

그 순간, 불현듯 그녀의 목소리가 듣기 좋다는 생각이 들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친숙하고 엄청난 강렬함이, 강력한 불굴의 힘이 용솟음쳤다. 눈에 힘을 주고 바다로 눈길을 돌렸다. 엄청난 잿빛 구름이 몰려드는 중에도 태양은 겨루기라도 하듯 구름 밑으로 노란 햇살을 비추어, 물결 일부가 열광적으로 명랑하게 반짝였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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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10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4일 드디어 신간, 오! 윌리엄 출간 되여 ^ㅅ^

그레이스 2021-10-11 11:5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

레삭매냐 2021-10-11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올리브 시리즈 두 권 다
읽었는데... 어째 후속편이
전편만 못하더라는 그런 느낌
이 들더군요.

그레이스 2021-10-11 11:36   좋아요 1 | URL
이 책 사놓고 읽다가 끝까지 못읽었어요
재밌었는데 다른 책에 쫓겨서 ^^
내일 독서 동아리에서 토론해야해서 논제 만들기 전에 바쁘게 읽고 있어요^^ 한달전에 정한 책인데 ㅋ
몇일 전에도 펼쳤다가 몇페이지 못읽고 덮었다가,,, 벼락치기 중이예요
이렇게해야 속도가 나는...^^

scott 2021-10-13 00:38   좋아요 2 | URL
매냐님 말씀에 동감 합니다
이번에 출간 되는
오! 윌리엄
작가 메일링 서비스로 30여페이지 읽고 나니
점점 기존 작품의 캐릭터들을 확장 시켜 놔서
시즌제 시트콤 , 홈드라마가 되어버렸어요.

그레이스 2021-10-13 08:42   좋아요 0 | URL
메일링으로 300페이지!
scott님 존경합니다.

서니데이 2021-10-11 2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오늘은 대체휴일이었는데, 휴일 잘 보내셨나요.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기온이 많이내려간 날이었어요.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12 06:31   좋아요 0 | URL
어제 동생, 엄마, 딸들하고 노느라 이 책 다 못읽었어요, 밤에는 왜 그렇게 졸렸을까요~^
😭
서니데이님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희선 2021-10-12 0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여기에서 많은 분들이 좋다고 하는 책이군요 그레이스 님 즐겁게 책 만나세요 지금쯤은 거의 다 보셨을지도...


희선

그레이스 2021-10-12 06:33   좋아요 1 | URL
즐겁게 만날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저의 미루는 습관때문에 벌 받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