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이고,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연시다. 올해는 코로나 거리두기로 평소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할 수는 없어 조금은 속상하지만,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우리만의 조촐한 파티를 계획중이다. 파티에 와인이 함께 한다면 제법 근사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차 얼마전 연말특가로 놀랄만한 가격의 저렴하면서도 맛도 좋은 와인이 시중에 풀린다는 광고를 보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와알못'(와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인지라 막상 와인을 구매하려니 무엇을 얼마에 주고 사야할지가 막막했었는데, 평소 자주 드나들던 독서카페에서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이라는 책이 소개되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으로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 <인문학으로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은 우연한 기회에 해외 여러 나라에서 살 기회를 갖게 된 작가 이수정씨가 서양음식의 기본인 와인, 치즈, 빵이라는 이 세가지 음식을 통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되었고, 이 세가지 음식이 이러한 인문학적 접근법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사실을 작가특유의 색깔과 이야기로 풀어놓은 책이다. 작가가 강조한 말처럼 이 책은 와인, 치즈, 빵에 대한 전문 서적이 아니라 이 세 가지 음식이 함께 할 때 인간관계가 더 풍요롭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다. 즉 와인, 치즈, 빵의 기본적인 특징과 이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물론 함께 먹으면 어울리는 음식도 같이 소개해주고 있다. 또한 이 세가지 음식과 얽힌 신화와 문학작품, 역사적 사건이나 사실. 그리고 관련 영화나 음악 등을 함께 소개하면서 그 음식에 대한 이해는 물론 그 나라의 언어, 문화, 역사는 물론 사람에 대한 이해까지도 함께 도와주고 있다.
이 책은 제목처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맛, 와인'에서는 와인의 신 디오니소스를 시작으로 구세계에 속하는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 와인과 신세계인 미국, 호주, 칠레의 와인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와인들을 소개하면서 그 와인과 관련된 역사나 문학작품들도 함께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다채로운 와인축제, 와인원산지 명칭보호정책에 따른 등급제도, 포도의 생산연도를 뜻하는 빈티지, 모임성격에 따른 초보자가 와인 고르는 방법 등 다양한 와인 상식도 소개하고 있다.
'두 번째 맛, 치즈'에서는 가공치즈를 뺀 자연적 발효로 숙성한 자연치즈만을 다루고 있다. 자연치즈 구분기준법에 따른 7가지 방법을 통해 만든 다양한 치즈를 소개하고 있다. 파마산 치즈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이름의 어원이 되었던 이탈리아 치즈의 왕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라비올리, 셰브르 산양 염소치즈, 고르곤졸라, 브리와 까망베르, 체더와 웨즐리데일과 우리 나라 임실치즈 등 그 외 다양한 치즈과 역사적 사건과 문학작품들 속 이야기와 함께 풀어가고 있으며, 치즈보관법이나 치즈와 어울리는 와인, 곰팡이 핀 치즈에 대한 대처법, 원산지 명칭보호정책 등과 같은 상식들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맛, 빵'에서는 빵의 역할, 빵의 역사, 빵과 얽힌 문학과 영화, 빵 때문에 삶이 바뀐 사람이야기도 함께 실려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통해 본 인간계급의 격차와 불평등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하는 검고 딱딱한 빵과 하얗고 부드러운 빵, 빵 하나로 19년을 살았던 레 미제라블, 성탄절의 맛있는 케이크, 영화 속 카들렌과 시나몬 롤 이야기와 빵에 대한 기본 상식들이 함께 실려있다.
또한 책 속에 QR코드를 찍으면 관련작품이나 사진으로 바로 연결을 할 수 있어서 책 속의 정보나 자료에 대한 궁금증을 보다 자세히 해결해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와인과 치즈는 비싸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유럽인들에게는 아주 친숙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내가 제대로 아는 것이 없기도 한 음식인 와인과 치즈, 빵이 사실은 만원대의 가격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들을 고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흡족했다. 따뜻하게 마시는 와인 '뱅쇼', 브르고뉴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와인 '로마네 콩티', 샴페인의 상파뉴, 11월 셋째 목요일에 출시되어 빨리 마셔야 한다는 마케팅으로 싸구려 이미지 와인의 이미지를 벗은 '보졸레 누보' , 화이트 와인의 왕 '샤르도네, 그리고 1-2만원 아래로도 그 종류가 다양하면서 가장 대중적이어서 와인에 대해 1도 모르는 나도 들어본 칠레의 '카베르네 소비뇽' 등 다양한 이름의 와인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마주왕'이 마주 앉아 즐기는 와인이라는 순수 우리말이었고, 쥐들이 고양이보다 더 치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재미있는 실험결과와 임실치즈에 얽힌 벨기에인 성직자 지정환님의 스토리도 기억에 오래 남았다. 냄새와 달리 피자를 싫어하는 아이들까지도 잘 먹는 고르곤졸라의 마력은 공감이 갔고 작가가 권한 까망베르와 오징어채에 맥주한잔도 꼭 시도해보리라 행복한 생각도 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브라 책을 읽자마자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대표하는 둥근 돔의 파네토네나 크리스마스 장작모양의 부쉬드 노엘 케이크, 그리고 무엇보다 케이크 속에 반지를 넣어둔 스페인의 주현절 기념케이크 이야기를 들으니 굉장히 로맨틱한 케이크는 아니더라도 레드와인 카베르네 소비뇽이랑 케이크를 온라인으로 주문을 했고, 이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느끼게 되어 너무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 책이다. 이 책 <인문학을 맛보다 와인 치즈 빵>을 통해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힘든 요즈음을 잊고 잠시라도 이 세가지 음식으로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내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