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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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나치 폭압정치와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만행에 대해 독일의 사과행위는 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도 계속이어지고 있다. 사실 유대인들의 입장에서 쓴 수많은 저서와 타큐멘터리 등은 접한 적이 있었지만 정작 독일 내에서의 전쟁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는 전해들은 바가 없었기에 이 책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이 책의 저자 잉게 숄은 히틀러 나치의 폭압정치에 대항한 대학생 저항단체인 '백장미'단의 리더 한스 숄의 누나이자, 쇼피 숄의 언니로 그들과 가족이라는 이유로 옥고를 치룬 경험을 겪었다고 한다, 독일 공영방송 ZDF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독일인에 뽑히기도 했으며, 소설가·교육자·문학운동가로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백장미'단에 대한 수많은 책을 썼으며, 베를린 영화제의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소피의 마지막 날들>의 원작이자, 그의 대표작 <백장미>의 국내 번역본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를 써 나치 히틀러의 잔악성을 알림과 동시에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한스 숄과 쇼피를 포함한 4남매의 평범했던 가정은 히틀러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하루 아침에 변화됨을 느낀다. '히틀러 유겐트'의 중대장 임무를 맡았던 한스는 어린 기수에게 행하는 상급지휘관의 날선 폭언에 대들다 해직이 되고 개인의 자유로운 견해와 신념을 외면하는 정부의 자유와 번영, 발전과 행복에 대한 발언이 모두 거짓임을 알게 된다. 결국 청소년의 자발적 결성모임인 '청소년회'에 가입하지만 독일전역에 체포령이 떨어지며 청년운동은 무너지게 되고. 얼마후 제2차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뮌헨 대학에서 의학공부를 하던 한스와 그의 친구들은 러시아 전장으로 위생병임무를 맡아 학도병으로 징집이 되기에 이른다. 전쟁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죽음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생각이 통하는 친구 알렉산더 슈모델, 크리스토프 프롭스트, 빌리 그라프와 함께 나치에 실상을 알리는 비폭력단체 '백장미'를 결성하고 동생 소피도 함께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비인간적인 전쟁의 죄악상을 비판하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하는 일을 하게 된다. 뮌헨에서 시작된 전단배포는 점차 베를린에 이어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이후 유럽으로 확산되기에 이르지만 결국에는 전단지배포 과정에서 학교내에서 체포를 당하며, 그와 그의 친구들은 동료들의 죄목까지 모두 뒤집어 쓸 결심을 하며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게 된다.

독일 내에서의 저항운동이 이토록 격력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히틀러의 잔혹성과 유대인들에 대한 과도한 학살에 대한 생각과 비판은 여러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 수차례 접해보긴 했지만, 독일 내에서의 상황과 국민들의 의식들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으로 상세히 알게되고 인지하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단순하고 당연하게 여겨왔던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있는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스와 소피, 그리고 그의 친구와 동료들은 위대한 목표를 추구하거나 특별한 이념을 위한 헌신을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시작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를 지켜나가기 위해 자신의 굳센의지를 표명했고, 이를 지켜나가기 위해 온 힘을 쏟아내다보니 결국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바쳐내는 상황을 몰고가게 되는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백장미'전단의 저항운동이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었고,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인생의 값진 진리를 깨우칠 수 있는 시간이 들었다. 그들의 희생에 고개가 절로 숙여지게 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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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사 - 볼가강에서 몽골까지
피터 B. 골든 지음, 이주엽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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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에 대한 강한 거부감과 이질감, 그리고 쇄국정치를 고수해왔던 우리의 과거는 불과 100년전 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은 전세계를 하나의 네트워크화하는 데 실크로드가 크나큰 이바지를 해왔다는 사실은 세계사를 배우면서 가장 기본적인 지식으로 인지하고 있다. 중국과 실크로드는 매칭이 자연스럽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었던 중앙아시아에 대한 역사기록이나 사실에 대한 내 지식이 전무하다는 사실을 이 책 <중앙아시아사>의 인터넷 소개글을 보고나서야 인식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중앙아시아사>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동해져 이 책을 만났다.

이 책 <중앙아시아사>는 중앙아시아사의 최고 권위자인 피터 B. 골든 박사가 썼고, <몽골제국의 후예들>의 저자 이주엽선생님이 직접 번역을 하신 책이다. 만주에서부터 볼가강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아우르는 중앙아시아는 수천년동안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가교역할로서 인적, 물적, 문화적 자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온 세계사의 중심축역할을 담당해왔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이들 중앙아시아 기본 통사를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사 지식의 완성이 될 수 있다고 보고, 그간의 수많은 중앙아시아사의 오류가 지적된 책들과는 대조적으로 중앙아시아 역사를 가장 포괄적으로 연구한 학자인 피터 골든 박사의 최근 출간된 <중앙아시아사>를 통해 중앙아시아통사를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며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 소개되고 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아시아의 지리, 민족, 언어를 기점으로 중앙아시아를 대표하는 유목민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다뤄지고 있다. 유목민족의 특성상 역사적 자료가 많지 않음은 어쩌면 당연한 사실일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할 수 있었고, 그럼에도 그들의 기원과 이동, 활약상과 흥망성쇠에 대해 상세한 역사적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돌궐제국과 그 전후시기의 중앙아시아사와 실크로드의 중심이었던 소그디아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의 도시국가들의 정치·사회·문화·종교 전반에 걸친 이야기와 함께 아랍인들의 정복에 따른 중앙아시아의 이슬람화와 유목민들의 이주에 따른 언어의 투르크화의 시작과정에서 부터 점차 중앙아시아에서의 이슬람화된 투르크계 국가들의 역사적 발전과정의 기여도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우리에게 유명한 몽골제국의 형성과 테무진 징기스칸의 전성기, 그리고 후기 칭기스칸의 후손 왕조들과 정복자 티무르제국의 정복활동과 문화적 번영을 이끌었던 당시 역사들에 대해 상세한 기록을 전해들을 수 있다. 이후 16세기 이후 우즈벡 칸국, 카자흐 칸국, 몽골, 준가르 제국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 역사와 러시아와 청제국, 구소련의 해체에 따른 중앙아시아의 독립국가들의 시점까지의 역사까지를 시대순에 따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수많은 세계사책을 접하고 읽어왔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중앙아시아에 대해 내 지식의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게 되었다. 칭기스칸의 나라 몽골과 중국사에 대한 편협된 지식, 그리고 비교적 현대적 이야기인 구 소련인 러시아 외에는 아랍권이나 이슬람 문화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너무도 없다는 사실과 함께 중앙아시아에 대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상세하게 알게 된 부분이 무엇보다 나의 구멍난 지식의 한쪽 퍼즐을 맞춰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순간적이나마 작은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근대 이전의 중국이나 인도, 유럽에 군사적·정치적·문화적·경제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쳤던 중앙아시아의 대표 유목제국인 흉노·돌궐·몽골 제국에 대해 중요하고도 자세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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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밀라 - 태초에 뱀파이어 소녀가 있었다
조셉 토마스 셰리든 르 파뉴 지음, 김소영 외 옮김 / 지식의편집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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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이야기는 언제들어도 매력적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인간과는 완전히 다른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으로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살아간다는 사실과 동시에 언제나 마성의 외모로 인간들의 시선과 마음을 온통 앗아가는 매력적인 인물들로 묘사되곤 한다. 이 책 <카르밀라>는 이토록 매력적인 1800년대의 최초의 뱀파이어 소녀의 이야기로, 140년이 지난 현재에도 뱀파이어는 여전히 우리들에게 친숙한 소재이긴 하지만, 최초의 뱀파이어는 어떻게 그려졌을지가 궁금해졌고, 그래서 이책을 만났다.

이 책 <카르밀라>의 작가 조셉 토마스 셰리든 르 파뉴는 아일랜드 고딕 소설의 거장으로, 초자연적 현상을 사실적인 당시 사회 상황에 잘 녹여낸 작품들로 유명하며, 특히 공포를 심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묘사하여 고딕 소설의 한 틀을 만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카르밀라>는 브램 스토커에 영향을 주어 <드라큘라>를 탄생시켰고 최초의 여성뱀파이어 소설로서 수많은 영화나 연극, 뮤지컬로도 재해석 되는 기초를 다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카르밀라>, <녹차>, <하보틀 판사> 이렇게 총3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들로 엮여 있지만, 3가지 이야기 모두 헤셀리우스라는 박사의 논문참고자료나 여행 중 알게된 지인의 편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유럽 전역을 떠도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헤셀리우스 박사는 르 파뉴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것이라는 사실을 옮긴이의 말에서 알게 되었다.

첫번째 챕터의 <카르밀라>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초의 여성 뱀파이어 카르밀라 소녀의 이야기다. 은퇴후 원시적이고 고립된 숲 속에 살게 된 로라네 가족에게 우연히 맡겨진 아이 카르밀라가 온 후 근처 마을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죽어나간다. 로라 역시도 카르밀라의 매력적인 애정표현에 나날이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이상징후들을 경험하게 되고 그녀는 다른 마을 사람들이 겪었던 것들처럼 점차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슈벨스베르크 의사를 통해 그녀의 상태를 인지하게 되고, 가족의 오랜 지인 스필스도르프 장군을 통해 카른슈타인 가문의 이야기를 듣게 되며 비밀이 하나씩 풀려간다.

두번째 챕터 <녹차>는 헤셀리우스 박사의 친구 반 루 교수의 '형이상학적 의학'에 관심이 있다는 신부님이 겪은 이교도 악령의 흉한 모습을 한 원숭이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악령의 공포와 두려움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 <하보틀 판사> 역시 죽음의 나라 사형집행인에 관한 이야기로 평소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판사 하보틀이 겪은 꿈 속 경험이 실재상황과 혼재되어 마치 자연적 영혼이 현실적 영혼에 잠식되어 점차 파멸되어 가게 되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읽는 내내 몰입도도 상당했고 재미도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현대적 뱀파이어와 유령이야기는 엉뚱하고 오히려 더 판타지적 요소가 더 강하게 느껴지는 반면 1880년대의 뱀파이어 이야기나 초현실적 형이상학적 존재들의 이야기들은 오히려 더 현실에도 존재할 듯한 오싹함과 공포를 더 자극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두려움과 공포감이 배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과 닮은 외모의 전혀 다른 존재의 심오하고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미와 흥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수 있는 책이라고 단언할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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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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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국내개봉과 함께 넷플릭스에서도 상영된 조지클루니 주연에 직접 감독까지 한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원작 장편소설, 릴리 브룩스톨턴의 <굿모닝 미드나이트>를 만났다. 코로나 시대를 대변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외롭고 고독한 인류의 삶을 독특한 소재와 아름답고 쓸쓸한 감정으로 표현한 디스토피아적 소설로, '시카고 리뷰 오브 북스', '셀프 어웨어니스'에서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 <굿모닝 미드나이트>는 인류가 가기에는 너무도 적막하고 혹독한 장소인 북극천문대와 목성우주선 에테르호에 고립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북극 바르보 천문대 연구원인 78살의 어거스틴은지구의 핵폭발로 인한 북극 철수명령을 거부하고, 홀로 북극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겠다는 고립된 삶을 선택하게 된다. 그 곳에서 만난 어디서 어떻게 온지도 모르는 8살 정도의 여자아이 아이리스와 함께 지내며 그동안 타인의 삶에 무관심했던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지금 아이리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마치 낯선 타인의 것처럼 느껴지는 감정들이 깊이 물결치고 있었다. 이름을 붙일 수도, 제대로 인지할 수도 없고,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싶지도 않는 감정들이었다.

(p.85)

어거스틴은 아이리스와 함께 북극의 새로운 정착지 기상천문대가 있는 하젠호수근처에서 정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풍부한 식량과 따뜻한 날씨 덕에 편안하고 안락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조만간 북극에 홀로 남겨질 아이리스를 위해 어거스틴은 무선송출기를 통해 외부와의 연락을 취하기에 이르른다. 그런 자신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어거스틴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십년을 끌고온 맹렬한 의지, 성취하고 이해하고 소유하려는 치열한 고군분투, 지식에 대한 가치없는 탐구는 그의 습관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 모든 것의 끝에는 그는 승리를 포기했고 야망을 넘어선 이유를 추구하고 있었다. 자신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기였다.

(p171)

결국 어거스틴은 자신의 감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다른 이와의 통신연결에 갈망하는 이유는 어거스틴 자신을 위한것이 아니었다. 더이상 자신의 행복이 중요하지 않았고 오직 아이리스만을 위한 결정임을 인지하게 된다.

한편 목성탐사선 에테르호의 사령관 하퍼를 포함한 주인공 설리와 대원들은 2년간의 탐사를 마치고 지구로 귀환하던 중에 핵폭탄의 핵폭발로 지구관제소와의 통신두절 사태를 겪게 된다. 망망한 우주 속에서 어느 것하나 의지할 곳 없는 대원들은 점점 불안감과 두려움에 극도로 우울하고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고 결국 대원 데비는 우주선 수리중 우주복 내 산소농도 급강하로 사망에 이르게 된다. 우주유영으로 데비를 직접 보내야 했던 통신담당자 설리 역시 망망한 우주에서의 현재의 비극을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함께인 동료들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통신연결을 시도하게 된다.

다시 관심을 지구로 돌릴 때였다. 설리가 떠나온 지구가 아니라, 설리가 돌아갈 지구로 말이다, 수개월간의 회상과 비탄, 남겨두고 온 사람들,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끌고 나가기는 너무 힘들었다. 뒤돌아본 시간은 충분했다.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도 괜찮은 시간이었다, 그렇다고 벌써 희망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희망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놓을 수는 있었다.

(p.286)

이 책은 사실 <1984>나 <동물농장>과 같은 기존의 디스토피아적 소설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우리 개개인의 고독과 외로움, 인간 내면에 내재된 불안과 두려움은 비슷한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는 반면에 인간성 상실이나 종교적이나 신화적인 색채의 결말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대한 온기와 열정이 가득 담겨진 책이라 읽고나서도 내내 가슴 한켠이 먹먹하게 느껴졌다. 더구나 마지막 결론의 아이리스의 존재에 대한 반전이 너무도 놀랍게 그려져 있어서 읽고나서도 가족들과 한참을 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는 재미와 흥미 둘다를 얻은 느낌이라 아직 보지못한 넷플릭스의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꼭 챙겨보리라 마음먹게 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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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인다 일본어 첫걸음 - 회화 & 문법, 저자 직강 영상강의 무료, MP3 듣기 무료, 2021 개정판 한눈에 보인다 첫걸음 시리즈
Mr. Sun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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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잠시 교양으로 일본어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잠시잠깐씩이었지만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불편함에 간단한 의사소통 표현이라도 익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어 휴대폰 앱을 깔아 몇번씩 시도를 하곤 했다. 하지만 언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꾸준함이 전제되지 않으니 매번 제자리 걸음수준이었다. 얼마전부터 좋아하는 가수의 일본공연 실황을 인터넷으로 보게 되었는데 유창하진 않지만 더듬거리며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말하는 그의 일본어 실력에 자극을 받아 다시금 학구열에 불을 지폈다. 내가 <한눈에 보인다 첫걸음 일본어>를 들인 이유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이 책 <한눈에 보인다 첫걸음 일본어>는 3년이라는 제작기간에 20인의 독자평가단이 공동 기획된 2021년 개정판으로, 회화와 문법을 24개의 기본 문형 테이블에 의거해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일본어 입문서이다. 기존에 앱에서 공부하듯 단어위주의 유아용 컨텐츠 느낌이 아니라 성인들에게 특화된 교재로 보인다.

만화로 배우는 일본어 문자의 역사이야기를 통해 일본어가 어떻게 생성되었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시대별로 설명해두어 그들의 문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50음도표를 우리가 이해하고 외우기 쉽도록 그림과 음가를 연결지어 기록한 것이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청음, 반탁음, 탁음, 요음, 촉음, 발음의 사용법도 상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우리말과 다르게 띄어쓰기가 없음을 알게 된 점도 인상적이게 기억에 남았다. 매 챕터가 끝이 날때마다 연습문제를 통해 앞서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데 그 때 사용된 단어와 어휘 역시도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단어들이라 유아용 게임 형식의 일본어 앱에 익숙했었던 내게는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비춰졌다.


또한 생활속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수와 단위들 그리고 일본어 필수문장 53개를 소개시켜주고 있어 미리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말들이라 가장 유용한 부분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조사, 인칭대명사를 시작으로, 명사, 형용사, 1, 2그룹의 동사의 기본문형과 응용문형, 수식표현, 가능표현, 접속조사와 기타 주요표현들까지 총 12개의 챕터들로 나뉘어 목표문법과 주요표현, 대화연습까지도 함께 제공되어 있어서 맞춤형 연습문제를 통해 자신이 배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나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유아때 습득하게 된 언어가 아닌 성인들이 배우기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학습으로서의 접근을 통해 언어를 이해하고 습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점이 개인적으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각 강의마다 발음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매 페이지마다 QR코드를 통해 원어민의 mp3음성파일로 본문의 내용을 제대로 듣고 발음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유튜브 '올드스테어즈'의 일본어강의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두가지를 병행하며 학습한다면 그 효과를 배가 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매번 도전과 다짐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 책 역시도 나에게 그러한 과제를 주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막연하고 암담하게 느껴졌던 일본어가 이 책을 통해 보다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학습 방향과 목표를 잡아주고 있는 듯해 개인적으로 꾸준하게 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 한권의 책이 발화점이 되어 내 일본어 실력이 조금은 더듬거려도 나아질 그 날을 생각하니 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私はきっと日本語をよく話せると思う。

나는 분명히 일본어를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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