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랜드
코리 닥터로우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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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한국 SF 출판계의 희망이자 등불이 된 아작의 시작을 알렸던 [리틀 브라더]의 후속작 [홈랜드]를 읽었다.

 

철석같이 SF로 믿었던 [리틀 브라더]는 사실 디스토피아물도, 하드 SF물도 아닌, 사회비판 블랙코미디(?)물에 가까웠지만, 뚜렷한 현실감과 아나키스트적 메시지, 서브컬처와 오타쿠 해커들의 활약상 등 장르와 정체성을 떠나 읽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컸는데, [홈랜드]는 아쉽게도 전작 [리틀 브라더]에서 보여준 것과 거의 동일한 이야기가 이미 경험했던 방식과 스타일로 재연되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여전한 말빨과 오락적 재미에도 불구하고, 이미 충분히 봤던 것들의 재탕이라 신선도가 떨어지며, 이야기가 어디로 튈지,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기 힘들었던 [리틀 브라더]에 비해 구성도 드라마틱하지 못해 전체적으로 동어반복이라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게다가 결말부의 엉성함, 떡밥 회수도 제대로 않고 서둘러 덮어버리는 황망한 결말은 실망을 넘어 화가 날 정도로, 코리 닥터로우의 작가적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아이러니한데, 상술한 단점들 중 상당은 [리틀 브라더]에서도 이미 내재해 있던 것들이다. 그 단점들이 빠른 템포, 국가적 규모의 스케일, 통쾌하고 진폭이 큰 드라마 등으로 포장되어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졌을 뿐. 그 포장을 벗기고 보니, [리틀 브라더]도 그렇게 대단한 작품은 아니었지 않나 재평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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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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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면에 작렬하는 추천사 퍼레이드

- “재미로 치자면 미국 소설 가운데 세 손가락에 들 작품

- “섹스에 관한 가장 쇼킹한 웃음을 주는 책

-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을 터트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유머 감각을 잃은 것이다

 

장난하시나싸늘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깊은 사유와 울림을 안겨주는 필립 로스는 어디 가고왠 유대인 찌질이 뵨태새끼의 지저분한 넑두리 따위를 읽고있는 건지

 

거장들도 등단 초기에는 간혹 평가가 분분한 문제작을 발표하곤 하던데필립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은 이언 뱅크스의 [말벌공장]같은 작품일까…? - 아니다… [말벌공장]은 재미라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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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승의 선지자
김보영 지음 / 아작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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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연적으로 전작인 [7인의 집행관]과 비교될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7인의 집행관] 7막의 세계관을 짜면서 파기했던 아이디어들 중 하나를 발전시켜 완성한 작품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그래선지 반복되는 선문답과 호접몽스러운 분위기, 무협지 스타일로 풀어낸 구원의 메시지 등 [7인의 집행관]의 자매편 비스므레하단 인상이다

 

논리적으로 섬세한 작품이다. 스케일은 더 커졌고, 너와 나,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 등 철학적 주제의 폭도 넓어진 반면에 이야기를 끌고가는 논리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섬세하다. [7인의 집행관]만큼 강렬한 이미지의 작품은 아니어서 많이 아쉽지만, [7인의 집행관]만큼 모호하지도 난해하지도 않고 논리적으로 수긍할만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작품이다

 

단편 [새벽기차]는 흥미로운 포스트 어포칼립스물인데, 지구 문명이 아닌, 지구 시간으로 30일에 한 번 자전하는 키반이라는 행성이 무대이다. 작품 자체로도 결말의 애매함을 빼면 아쉬울 게 없는 SF인데, [저 이승의 선지자]를 읽고난 후라 더 그런지, 너무 쉽(게 읽히)고 재미진 단편이다. 내가 김보영 작가에게 빠지게 된 계기는 단편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고 할까…? 비슷한 컨셉의 골때리는 장편을 두 편 봤더니, 이제는 김보영 작가의 단편집이 너무 기다려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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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을 보라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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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어느시대로 떠날 것인가…?

 

십자가 페티쉬 유대인이자 정신과의사 지망생이며, 최근 여자친구한테 차인 관종 칼 글로거는 타임머신을 타고 예수를 만나고자 그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1년 전 예수살렘으로 떠난다. 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예수는 그가 생각했던 구세주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선천적 바보였고예수의 신화가 허상임을 견딜 수 없었던 칼은 예수를 신화 속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로 만드는 일을 자신의 사명으로 받아들인다.


앞으로 닥칠 모든 고난과 번뇌를 예상하면서도, 자신의 사명을 실천해 나가는 칼 그로거의 결심과 극단적인 변화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완전한 동의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의 행위가 숭고하지 않다거나, 작품의 매력이 반감되는 건 아니다. 시간여행 SF에서 어느 정도의 모순과 역설은 피할 수 없고, 그러한 역설과 아이러니야 말로 작품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본 작이야 말로 이러한 시간여행 패러독스의 원형을 제시한 작품들 중 하나가 아닌가?

 

현대의 찌질이가 과거의 예언자로인간이 신념을 가지면 이렇게도 변할 수 있다는 것, 본인에게 [이 사람을 보라]는 종교보다 개인의 신념에 관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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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
제리 퍼넬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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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독서시간은 줄고 그마저도 처세/자기계발서에 치우친 와중에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에 푹 빠져 밤을 꼴딱 세운 작품이다. SF라면 환장하지만, 밀리터리 SF를 딱히 선호하진 않는다. (SF치고는 이쪽 동네가 좀 쌈마이스러워서…) 하지만 [용병]은 끝내주게 재밌는 소설이다. 책소개만 봐서는 [존 카터] 또는 [스타게이트] 풍의 황당무게 액션활극이 염려되나, 의외로 촘촘한 설정과 고증으로 리얼리티를 살리고, 개성있는 캐릭터와 스케일 큰 드라마를 스피디하게 풀어내며 (재미로 따졌을 때) 단연 최상급에 위치할 SF로 완성되었다. 고전적이고 살짝 펄프한 시간여행(?!) SF 느낌이 [타임패트롤] 시리즈하고도 비슷한데, 단연코 [용병]의 글빨이 월등하다. SF 특유의 지적이고 골때리는 느낌은 적지만 재미면에서 따로 평가할만한 작품으로, 누차 얘기하지만 이 책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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