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고양이 서꽁치 문지아이들 170
이경혜 지음, 이은경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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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의미>
책이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특히 좋았다. ‘그래서 꽁치는 탈출했어?’ 혹은 ‘나쁜 인간이야!’ 라는 감상뿐만 아니라 글을 읽는 행위의 의미를 곱씹어 보게 한다.

꽁치는 ‘장화 신은 고양이’에 빠지고, 쥐 할아버지는 평생을 ‘쥐둔갑 타령’ 내용을 궁금해했다. 마침내 꽁치가 읽어주자 책 결말이 어떠하든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긴다. 고양이든 쥐든, 그리고 인간이든 자신을 궁금해한다. 자신과 관련된 듯한 이야기라면 호기심을 가진다. 즉, 글을 읽으며 우리는 스스로를 궁금해하고 상상할 수 있고, 나와 관련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나며 자신을 고민해 보기도 한다는 점을 이 책은 은연중에 말하고 있다.

특히, 쥐 할아버지는 쥐 둔갑 타령에서 쥐의 비극적 결말을 만나지만, 책 읽는 고양이가 읽어준 시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즉 글을 읽는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든 우리에게 여러 감정과 상황에 빠져들어 내 존재를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고양이를 대하는 인간에 일침하는 동화적 비판 >
고양이와 인간. 동물과 인간. 이 관계는 사랑이 넘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방법이 틀리기도 하고, 사랑은커녕 잔인하기까지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속 시원했던 점은 ‘밥’에 관한 부분이다. 한국 사람에게 밥은 무척 중요해서 그런지 인간이든 개나 고양이든 밥을 챙겨주고 밥을 먹었는지 늘상 물어본다. 중요한 건 동물을 대할 때 밥을 주면 다 좋아하는 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맛있는 밥 주는 건 동물 인간 너나할 것 없이 좋아한다.

하지만 동물은 밥‘만’ 주면 ‘다’ 좋아하고 해결되는 줄 안다. 조건 없이 주는 밥이 필요하고, 밥 이외에도 따뜻한 잠자리, 따뜻한 목소리, 애정담긴 조심스러운 태도가 필요한데 말이다.

꽁치의 예전 집주인 가족들은 꽁치가 좋아하는 밥인 생선 꽁치를 이용한다. 쥐를 잡아와야 꽁치 하나 툭 던져주는 아줌마, SNS에 유명해진 후로 꽁치 많이 줄 테니 도망가지 말라는 가족들. 촬영은 푼돈이고 광고가 목돈이라는 영미, 재산 잡으면 나눠달라 하는 이웃, 거기에 동네잔치를 열겠다는 아줌마. 이 모든 걸 단지 생선 꽁치를 주는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난 그 아주머니가 아주 마음에 들었어. ‘나비’나 ‘야옹이’라고 아무렇게나 부르지도 않고, 쓰다듬거나 바짝 붙어 서서 지켜보지도 않았거든.”

이건 신선한 지적이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지어주는 건 애정이 담긴 인간의 행동이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묻는다고 고양이가 답해줄 순 없겠다만, 고양이가 자기의 이름이 떡 하니 있는데도 인간이 마음대로 부른다면 퍽 기분 나쁠 수도 있겠다. 한 마리 한 마리에게 특별한 이름이 아니라 고양이라는 종류에 뭉뚱그려 인간이 고양이를 떠올릴 때 상징되는 것들로 부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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