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 -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개인적인 성찰의 결과물이자, 내가 지상에서 가장 덜 종교적인 지역에 살면서 발견하고 경험하고 새로이 배운 것들에 관한 사회학적 분석이다. -15p 라고 저자는 밝힌다. 게다가 '표본의 가장 큰 단점은 편의성 위주로 구성되었으므로 임의로 추출된 표본이 아니라는 점'을 덧붙여 말했듯이 책 속의 내용은 개인이 자신의 나라가 아닌 전혀 다른 문화의 나라에 가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대화하고 조사하면서 느낀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어떤 연구도 모든 사람을 대변하는 결과를 낼 수 없고 일부 사람들을 관찰하고 실험한 결과로써 일반적인 결론을 낸다. 여행가들도 외국을 여행한 뒤 그 감상과 느낌을 저술할 때는 그 나라의 문화와 사람에 대한 체험의 기록을 남기는 동시에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들이 그 나라의 모든 사람을 대변할 수는 없다. 여기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이 개인적인 성찰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스칸디나비아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문화는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도 모르나 제목 그대로의 의미를 담은 책은 아니다. '신 없는 사회'라고 명명했을지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도서에 대한 주목 효과를 위한 것이라 보인다. 신 없는 사회가 아니라 종교적 특색이 그 나라 사람의 합리적이고 문화적 요소와 맞물려 일반적인 종교인의 모습과 다른 사회의 모습에 대한 고찰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대표적으로 예를 들며 그 나라 사람들이 종교와 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화로 나눈 부분을 책의 상당가량 할애해 놓았고 이를 정리하며 저자의 생각을 틈틈히 드러낸다. 세계에서 가장 잘 살고 복지가 잘 갖추어진 나라들이 종교의 힘이 약하다는 것과 미국이 극도적으로 종교적이라는 것을 비교하고 유대인과 덴마크인 스웨덴인을 비교하기도 하며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눈여겨볼 점은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자신이 종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미국에서 자신이 종교인이며 성경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미국에 살던 저자는 미국의 비이성적인 종교에 대한 맹신에 갑갑하고 억눌린 감정이 쌓였던 것 같다. 미국인들처럼 신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살면서 동떨어지지 않으려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하기도 한다. 도움을 받으려고 해도 종교를 믿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 미국에서 무신론자라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은행에서 빚이 많아 대출을 하러 온 사람에게 은행직원이 한다는 말이 빚이 쌓인 서류를 모아 지역 목사님께 찾아가 그것을 주며 기도해달라고 하고 헌금을 바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것을 보고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과 부시 대통령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라크 침공을 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신의 말을 전해듣고 이라크 전쟁을 한 것과 극단적인 이슬람 테러단체들이 신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테러를 감행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는 부분을 역자가 언급했듯이 한국인의 정서에도 미국의 종교에 관한 맹신은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다. 물론 모든 기독교 종교인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기독교 종교인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면이 있다. 어쩌면 그것 때문에 일부 기독교인들에 대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 나도 교회와 성당 모두 가본 경험이 있고 이때에는 반 아이들의 절반이 넘는 수가 교회나 성당에 가본 경험이 있었다. 교회에 가면 학용품도 주고 과자도 주고 출석하면 주는 쿠폰으로 음식이나 문구류를 바꿀 수 있기도 했다. 이런 점 때문에 나는 교회도 한 교회가 아닌 여러 교회에 왔다갔다하곤 했었다.

 

 그러다가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나 성당과 멀어졌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딱히 믿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교회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건널목에서 한 남자가 입에는 엑스자로 표시된 마스크를 끼고서'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라는 빨간 문구가 적힌 커다랗고 네모난 간판을 메고서 사람들에게 소리 치는 것을 보고는 종교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다. 또 어딘가에서 유명한 사람이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에 대해 비난하는 기독교인을 보고 유독 기독교는 특별하게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을 느끼며 불쾌감이 들었다.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 이야기로는 선교사로 교회에서 명망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다. 돈을 벌지 못하는 데도 나이가 들은 노모에게 돈을 받아 옷이나 물건을 사는데 문제는 이미 물건들이 차고 넘치는 데도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마구 사는 낭비벽이 있었다. 때때로 노모에게 폭력을 휘둘리기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기독교에 귀의하라고 설득을 하는 선교사였던 것이다. 이런 일례의 사례로 기독교인을 싸잡아 이야기할 순 없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듣고 보고 주위 사람으로 인해 직접 겪은 경험은 불쾌하기 짝이 없어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이 절로 생겨났다. 내 생각에 선교사란 자신부터 모범적으로 갖추어져야 남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선교사가 아니더라도 기독교인은 다른 사람이 자신과 같은 종교를 가지게 하려는 면이 있었다.

 

 기독교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될 때에는 언제나 나와 직접적이지 않은 먼 매체를 통했을 때가 많았다. 가령, 멋지게 만든 영화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기아 문제를 구호해주는 단체들이 기독교단체와 연결되어 있을 때에는 좋은 이미지로 마음에 남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만나거나 경험하는 기독교 관련 사람들은 별로 호감이 들지 않았다. 기독교 뿐만 아니라 종교마다 좋은 모습과 좋지 않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런 것 때문에 내가 종교가 없는 결과로 이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한국의 문화적 종교는 불교에 가깝지만 요즘은 많이 변화하고 있는 추세이고 종교인이 많긴 하지만 한국도 종교의 힘이 그리 강한 나라는 아니다. 물론 미신적인 면은 많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은행직원이 빚이 있는 사람에게 목사에게 가면 해결된다고 말하거나 대통령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종교의 힘이 약한 나라라도 자의로 도덕적이고 타인을 생각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이나 덴마크이다. 한국은 종교가 약하지만 미래가 불안정하고 복지가 갖추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종교가 약한 나라인데도 모범적인 나라의 선례로 들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그런 면을 보면 스웨덴 사람이나 덴마크 사람이니까 종교의 힘이 약해도 안정적이고 풍족한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닐까란 의문을 꺼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신앙이 선천적인 특징이 아니고 종교가 건강하고 부유하고 속속들이 선한 사회의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점을 스웨덴이나 덴마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종교의 힘이 약한 나라에서는 이런 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그러니까 스웨덴이나 덴마크 사람들의 집단적 특성 때문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른 것이 아닐까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종교의 힘이 강한 나라 또한 건강하고 부유하지 않고 속속들이 선한 사회가 아니라는 점은 현실 사회에서 줄기차게 보는 것이니 종교의 힘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됐든 확인되는 셈이다.  

 

 어떤 사회든 문제점을 안지 않은 나라야 없을테고 스웨덴과 덴마크 또한 부정적인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나라들이 가진 복지정책은 그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상쇄시켜준다. 의료시설이 모두 무료이고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해 걱정할 필요도 없고 공교육과 정신과치료에 대한 시설, 노후 생활에 대한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척 모범적이고 부럽기 그지 없다. 독특한 것이 누진세를 많이 내야 하는데 부자들이 많은 세금을 내면서도 불만이 없다는 것이 놀랍고 평등이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부자들의 세금을 더 많이 거두어야 한다고 하면 미국이나 한국 같은 경우는 그러면 경쟁력이 없어져서 사람들이 무언가를 이루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핑계를 매일 같이 들며 극구 반대하고 있는데 스칸디나비아 같은 나라들을 보면 물질적 보상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성취감을 높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느님을 강하게 믿는 미국은 매일 같이 치안이 불안정하고 누구나 돈만 있으면 총을 구하기가 어렵지 않다. 변호사나 사업가도 오늘 짤리면 내일 당장 굶을 것을 걱정해야 하고 노후에 대한 걱정으로 잠 못 이룬다. 하지만 신을 믿더라도 미국이 믿는 것과 차원이 틀린 스웨덴과 덴마크는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고통 받을 것이라고 말하는 미국의 기독교인의 말에 대한 심한 아이러니인 듯 보인다.

 

  문제는 신을 들먹이며 자신의 이득을 취하고 곧이곧대로 종교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종교를 믿지 않아도 내 가치관이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중요해요."라고 말한 덴마크인처럼 종교에서 말하는 선한 것들을 취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면서도 인간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 공감, 사랑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간다면 굳이 신이 없어도 세상은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런 의미에서 부처를 내 안에서 찾으라는 불교의 가르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타레즈 서클 1
로버트 러들럼 지음, 김양희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미국 합참의장이 살해되고, 동떨어진 지점에선 망명한 과학자 한 명이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누군가의 감시를 받고 있다. 킬러 스코필드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듯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무언가 잘못된 것을 느낀다. 이 남자를 죽여야 한다는 상부의 명령이 내려졌지만 앞뒤의 일을 살펴보고 이 남자의 얼굴 속에 감춰진 감정을 읽어봤을 때 그는 정말로 망명한 자라는 생각이 스코필드의 머리에 자리잡는데.. 상부 명령에 문제가 있음을 감지하고 그를 살려주지만 함께 있던 동료 킬러가 이미 그를 향한 총구를 들이대어 생명을 앗아가버린다.

 

 러시아의 탈레니예코프와 미국의 스코필드에게 각각 내려지는 명령에 왠지 의심을 품는 두 킬러에게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왠지 망원경이 연상되는 이름을 지닌 탈레니예코프와 프리즌 브레이크에서 큰 인기를 얻은 스코필드와 이름이 같은 킬러 스코필드. 킬러들의 세계에서의 살인은 범죄가 아니다. 그들은 정부의 주도하에 전문적인 훈련과 실력 있는 킬러로 길러지고 그들의 정부에 의해 정치적인 일들을 수행한다. 다만 손에 피를 묻히고 개인적인 행복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킬러는 오로지 국가를 위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인정하고 있지만 공공연히 드러내지 않는 그들의 비밀요원이자 불법적인 일을 도맡아 하는 것이 킬러의 일이다.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애국심이나 개인적의 분노 때문에 자신을 놓는 것이 아니라면 쉽게 선택하기 힘든 일이다.

 

 탈레니예코프는 사랑하는 여인이 미국 군인들에게 잔인하게 살해되면서 그들의 국가에 복수하리라 마음먹고 킬러가 되었고, 스코필드는 총망 받는 인재로 출세를 보장받고 있었지만 사랑하는 연인이 킬러의 손에 죽게 됨으로써 그 분노에 의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킬러가 된다. 스코필드의 연인을 죽인 킬러는 다름아닌 탈레니예코프였고 이에 대한 복수로 탈레니예코프의 동생을 죽이고 만다. 둘은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어 서로를 죽이는 날을 기다리며 칼을 간다. 그 날까지 각각 서로에게 맡겨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탈레니예코프는 자신의 옛 스승으로부터 '마타레즈'라는 집단에 대해 듣게 되는데 세계 권력을 장악하여 보이지 않는 뒤에서 정치적인 술수와 음모를 꾸미며 살인, 마약, 납치, 테러 등 갖가지 끔찍한 일을 벌이며 세계의 질서를 흩뜨려 놓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게다가 그들의 목표는 러시아와 미국 두 나라를 한꺼번에 장악하는 것이며, 그것을 시험해보기 위해 무차별적 살인과 테러를 일삼는다. 거기에 더해 마타레즈는 권력의 최상부층에 명령하여 최고의 킬러인 탈레니예코프와 스코필드를 각각 자국의 변절자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탈레니예코프는 스코필드와 힘을 합쳐 마타레즈 집단의 목적과 비밀을 풀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고 마주치자마자 자신을 죽일 것이 확실한 스코필드에게 백색 신호를 보낸다.
 
 사실 이 책은 1권 초중반까지만 해도 인물 소개와 불시의 사건들의 설명으로 약간 지루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절정적 하이라이트인 스코필드와 탈레니예코프의 만남이 오기까지의 힘겨운 과정과 그 뒤로 이어지는 내용은 흥미롭기 짝이 없어 두꺼워 마지 않는 책의 장을 놓을 수가 없다. 보통 책의 두배 정도 되는 두께에 2권이나 되니 그 길이만 해도 엄청나다. 그럼에도 마지막장을 넘길 때까지 숨이 턱 막힐만큼 긴장감을 수시로 느끼느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게 된다. 덕분에 드디어 소설의 끝을 알게 됐을 땐 후련함과 미련이 함께 남는 책이다. 마타레즈의 어두운 세력의 음흉한 계획과 양치기 소년의 정체를 알게 됐음에도 뭔가 해소되지 못한 느낌은 아마도 실제로도 이같은 세력이 곳곳에서 다른 양상이긴 해도 비슷한 형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스페인의 음흉한 사업가 '후안 마르치 오르디나스'를 본땄고 또한 삼각 위원회에서 마타레즈 위원회의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뒤에서 세계의 정세를 움직이며 온갖 부정적이고 악한 행위를 저지르는 세력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경제학자 몇몇도 이미 보이지 않는 세력들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유능한 학자들 또한 세계 정세를 움직이는 부자들이라 호칭하며 권력자들에 대해 비난한 적이 있다. 전쟁이 그저 공격 받은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는 점도 이라크 전쟁을 비롯한 몇몇 전쟁들의 내막을 통해 흔히들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은 의식하기 어려운 찰나에 많은 악명 높은 행위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런 행위 뒤에 일부 집단의 정치적 음모와 이득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문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문제의식화 삼지 않고 대충 넘어가는 그 순간 이런 일들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어떤 곳이든 암세포처럼 자리 잡아 다른 형태로 모양을 바꾸기도 하며 전이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 곳에서 터지는 사건에서 아무리 해결하려 해도 너무 큰 것까지 건드려야 하는 판이라 결국 포기하고 덮는 것이 바로 부정의이다. 작가는 이런 부정의에 대한 불만을 소설에서 킬러를 등장시켜 마구 해소시키고 있다. 일반인이었다면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이 너무 순진하고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최강의 킬러 2명이 합치면 한계란 없어보이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능력이 있다. 게다가 그들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암묵적이고 결단적인 방법을 쓸 수 있다. 마구자비로 미친 광자이자 살인자 한 명을 살려놓아봤자 그보다 몇 십배의 희생자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은 그들의 법으로 폭력자를 세상으로부터 차단한다.

 

 아무리 킬러라지만 한 인간이기에 킬러라는 직업에 비해 감정선 또한 누구든 느낄 수 있는 일반적 감정인 사랑과 우정, 존경심을 가질 수 있는 따뜻한 가슴을 가졌다는 것이 이 두 명의 킬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들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고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 한다는 점은 이들의 인간미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코필드에게 안토니아라는 가여운 여인이 마음에 자리잡으며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이들에게도 평범한 삶을 꿈꾸는 희망이 있다. 그 밖에도 인물에 대해 푹 빠질만한 요소는 계속해서 나타난다. 그들의 직업적 능력 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들에서 한층 빛이 나는 인물 캐릭터들이다. 영화화 됐을 때 아무래도 러시아인인 탈레니예코프는 '탐크루즈'가 맡을 듯 싶고, 스코필드는 '덴젤 워싱턴'이 맡지 싶다. 소설 자체가 탄탄하니 시나리오만 제대로 각색되면 훌륭한 두 배우의 멋진 연기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다.

 

 본 시리즈 팬인 나는 이 책이 그 작품의 모태인데다가 출간된지 꽤 오래됐었다는 것에 놀라울 따름이다. 첨단 기기로 무장한 킬러들의 세계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고전적인 미를 가득 갖춘 소설이자 노련미를 고도로 끌어올려 볼거리가 풍부한 작품이다. 하룻 밤을 포기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걸작이라 할만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퓨어 1 줄리애나 배곳 디스토피아 3부작
줄리애나 배곳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대폭발이 일어나던 날 나노 기술 속에 집약되어 있는 어떤 기능에 의해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성질을 지니거나 혹은 전혀 색다른 무생물의 것과 융합이 되어 함께 살아가는 것에 적응해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했지만 이런 대폭발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안전한 '돔'안에 미리 대피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최대한의 좋은 것이라면 다 끌어맞춘 유전자를 모아 일명 '코딩시술'이라 하여 우성 유전자를 발전시켜 적용시킨다. 신체적으로나 뇌발달적으로나 갑작스레 성장하게 된 이들 중 가장 우수한 사람들을 뽑아 비밀리의 프로젝트에 투입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 외의 사람들은 돔 안에서 역사적 사실을 차단 당한채 그것과 관련 없는 지식들을 배우며 생활을 해나간다.

 

 한편, 의식주를 전혀 보장 받지 못한 채 위태로운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돔 바깥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이한 신체의 모습으로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대폭발 이전에 있었던 그 어떤 것도 추억 이상이 되지 못한다. 눈을 뜨면 매일같이 하루를 버틸 식량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굴려야 하며 그들을 사냥하는 혁명군에게 쫓기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삶이다. 그들의 적은 도처에 널려 있고 하다못해 걸어다니는 길이나 나무도 의심해보아야 할 대상이다. 어쩌다 땅과 융합된 사람들은 겉부분에서 인간을 닮은 약소나마 일부분이라도 가지고 있을지라도 그들의 마음은 상대방을 향한 공격성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이 생각하는 인간이 포함되면 포악성과 잔인성을 생각할 줄 알기에 더 끔찍한 상황으로 치닫는 것일까.

 

 돔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바깥에 있는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오염되고 타락된 사람들을 '천민'이라 일컫고, 천민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불리는 것조차 모르고 돔 사람들을 '퓨어'라고 부른다. 퓨어는 알다시피 순수한 것을 뜻한다. 소설 속에서의 퓨어는 오염되지 않은 사람, 즉 다른 것과 융합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대폭발 이후에도 역시 신분이 구분되며 역사는 흐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대목이다. 어쩐지 이런 상황이 의심스럽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는 '브래드웰'은 새와 융합이 되어 등에 날개를 달고 있는 천민이다. 그는 조심스레 사람들을 모아 자신이 밝히고 있는 사실들을 말하며 그들이 함께 힘을 모아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는 강력한 힘과 맞서기를 바라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말만으로 그칠 뿐이다.

 

 돔 안에서 일부의 자유를 억압 당하긴 하지만 안정과 의식주가 풍부하게 갖추어진 곳에서 살아가던 패트리지는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가진 아버지가 있었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았던 형이 있었으나 어떤 사건인지 알 수 없는 사건으로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패트리지는 어머니와의 함께 했던 행복한 추억을 지니고 있지만 그의 어머니는 오래 전 죽은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그의 어머니는 성녀같은 여인이었고 자신을 희생하여 돔 안에 들어오지 않고 죽음을 택했다고 들으면서 컸기에 그는 모친이 죽은 걸로만 알고 있었다. 패트리지는 예전에 자신의 모친이 자신에게 먹인 알약 때문인지 코딩 시술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유일한 돔 안에 사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모친에 대한 궁금증을 여기게 되면서 돔 바깥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의 어머니가 살아 있을지도 모를 단서를 발견하고 돔을 탈출하려는 계획과 드디어 돔을 탈출하는 석연치 않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10년 가까이 보지 못했던 바깥 세상을 구경한 그는 암울하고 절망적인 풍경에 경악하고 만다. 나오자 마자 목숨을 위협 받는 상황에서 한 소녀의 도움으로 위험을 모면한 패트리지는 소녀에게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한다. 엄마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를 '롬바드 거리'를 찾는 것... 소녀는 퓨어인 패트리지의 모습을 보고 잠깐 깜작 놀라지만 곧 그의 요청을 받아들인다. 이 일을 도와주고 소녀 또한 그에게 도움을 받을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소녀가 '프레시야'였다. 목에 선풍기와 융합된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혁명군으로부터 언제 징집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숨어 살던 소녀.
 

 물물교환을 하기 위해 시장에 나선 소녀에서 시작하여 주변 사람들과 배경이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 차근차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꾸려가는 '퓨어'는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는 소재를 가지고도 아주 진중하고 침착하게, 처참하지만 너무 무거워 고리타분해지지 않게, 매혹적이고 완벽한 구성과 짜임새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놀라웠다. 처음에 펴들때는 가벼운 소설로 여겼다가 읽으면서 표현과 섬세한 에피소드 구성의 퍼즐들이 하나씩 맞추어져 나가면서 나타나는 전체적 맥락이 감탄사가 절로 나게 했다. 요즘 헐리우드 영화계가 뜸했다면 이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다시 부상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영화로도 잘만 만든다면 볼거리도 우수하고 메시지 또한 강력해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리라. 코맥 매카시와 비견된다고 하는데 책을 절반 이상 읽고 나니 그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코맥 매카시의 책이 단문으로 짧고 굵은 여운을 남긴 반면, 영화는 큰 매력을 느낄 수 없었던 것에 비해 '퓨어'는 영화로도 기대감이 큰 소설이다.

 

 종말이라 부를 만한 대사건 뒤에도 사람들은 살아가고 생의 일부에서 어떤 가치있다 할만한 것들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인구 축소 프로젝트라 하여 명단을 추려 명단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온갖 위험 속에 방치해두고도 그 사람들 모두가 끔찍한 형태의 전혀 인간답지 못한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 하루가 고비인 생존경쟁에서 제대로 먹지 못해도 인간다움을 간직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럼에도 프레시야는 우리가 보기에 일반적 인간적 인성에서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고 그녀의 할아버지 또한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아직은 캐릭터가 불분명하긴 하지만 등에 동생과 융합이 된 '앨 캐피턴'조차 그의 마음 일부분은 이해가 간다. 희망은 가지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했던 본문의 내용이 묘하게 마음 속에 자리잡는다.


 비슷한 시기에 일부분이 비슷한 부분이 있는 소설이 나온다는 게 신기하다. '스타터스'에서는 칩을 사람 뇌에 이식시켜 몸을 바꾸고 감시하거나 그것을 관리하는 회사에서 칩을 이식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을 시 폭발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과 비슷한 부분이 '퓨어'에서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바뀌어 버린 세상의 모습 뒤에 일어난 일을 말하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는 일들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있듯이 이 소설들은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예상해본 시나리오가 아닐까. 퓨어는 좀더 스토리가 촘촘하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문장구성력이 좋다는 것이 개인적인 감상이다.

 

 음모와 배반, 조종하는 사람과 그 안에 배치되어 있는 인물들이 엮어가는 이야기가 책을 순식간에 넘기고 다음 책을 열어보게 한다. 뒷 내용을 빨리 확인하고 싶어 책을 빠르게 넘기면서도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홈메이드 떡레시피]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홈메이드 떡레시피 - 전통부터 퓨전까지 내 손으로 만드는 영양만점 떡
허지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서 평소에 떡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건만 '홈메이드 떡레시피' 라는 책이 떡.하고 나왔다. 과연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는 것이 쉬운 일일까..

 

IMGA0413.JPG

 

 레시피를 보면 재료들이 생각보다 간소하다. 오홋.. 놀랍군. 이것만으로도 떡을 만들 수 있다니.

 하지만 몇가지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 제일 아래에 어떤 도구들이 필요한지 대충 나와 있다. 책속에는 상세히 나와있다.

 

IMGA0415.JPG

 

  콩스프라.. 두유랑 비슷할 것 같기도 하고 그 맛에 껄쭉한 맛일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책 속엔 떡 뿐만이 아니라 함께 먹을 영양 듬뿍한 음료 레시피도 준비되어 있다. 

 

 

IMGA0417.JPG

 

 상투과자는 비슷한 무늬를 본 적이 있긴 한데 이름 자체는 생소하다. 이런 빵이 있었던 것 같다.

 

IMGA0418.JPG

 

 간식거리처럼 요긴한 먹거리 레시피도 준비되어 있다. 건강식이다 완전.

 대추칩이라.. 내 입맛엔 별로일 것 같은데 어른들 입맛엔 제격일듯. 부모님들이 좋아할 요깃거리가 될 듯 싶다.

 

IMGA0419.JPG

 

 이 비슷한 과자가 있는데 내 스탈이다. 사진만 보아도 고소하고 바삭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맛을 대충 알 것 같으면서도 홈메이드용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별미의 맛일 것 같다.

 

IMGA0420.JPG

 

 요것도 간식거리~! ^^ 굿.

 

IMGA0421.JPG

 

 꽃절편은 모양이 매우 귀엽고 아담스러운데 만드는 데 손재주가 조금 필요할 듯 보인다.

 

IMGA0422.JPG

 

 색감이 좋은 바람떡. 이런 떡들이 원래 있는 것인지 저자가 직접 만들어내 이름 붙인 것인지 궁금하다. 직접 창조한 것이라면 와우.

 

IMGA0423.JPG

 

 요건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떡인지 케이크인지 자아를 알 수 없는 요 독특한 음식은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다. 만들기가 쉽진 않아 보인다. 다른 레시피보다 좀 더 복잡하고 긴 설명을 지닌 요리.

 도전하긴 부담스럽지만 꼭 맛을 보고 싶기에 언젠가 도전하고프다.

 

IMGA0424.JPG

 

 미리 일러두는 말과 좋은 정보가 될 장식 만들기, 포장 등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제일 앞 부분에 설명되어 있다.

 

IMGA0426.JPG

 

 

 

IMGA0428.JPG

 

IMGA0429.JPG

 

IMGA0432.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팝업카드만들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팝업 카드 만들기 - 펼치면 톡! 하고 튀어나오는 행복한 손놀이
쿠마다 마리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단아하고 깔끔한 디자인. 심플하긴 하지만 다소 심심한 면도 있는 팝업 카드 만들기

 

 

IMGA0434.JPG

 

 우선 모양 샘플들이 몇 장에 걸쳐 소개되어 있다.

 

IMGA0435.JPG

 

 다음번엔 오리고 붙여야 하는 손재주가 필요한 작업. 자칫 하나를 잘못 잘라내다간 비둘기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음을 명시해야 할듯. 흐흐

 

  요건 좀 간단한 작업.

 

IMGA0436.JPG

 

 쉽지 않은 팝업 만들기 설명도 두루 나와 있으니 자신의 역량에 맞게 작품을 선택하길.

  다른 모양이나 합치거나 빼면서 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IMGA0437.JPG

 

IMGA0438.JPG

 

IMGA0439.JPG

 

IMGA0440.JPG

 

IMGA0441.JPG

 

 심플하지만 우스운 것을 원한다거나 독특한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약간 아쉬울듯.

 다양한 버전과 상황에 따른 카드 만들기 방법이 나와 있었으면 더 풍성한 책이 되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IMGA0442.JPG

 

IMGA0443.JPG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