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지님의 소설은 정말 호흡이 길어요.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몰아치는 감정보다는, 정말로 그 감정의 싹에서 시작해 그 싹이 꽃이되어 만발하게 틔울 때까지 그 감정선의 흐름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느리지만 그럼에도 머물지 않고 한발한발 나아가는 모습을 끈기있게 보여주는 그 느린 호흡이 정말 좋아요. 취향에 맞으면 정말 재밌게 읽으실 수 있을 거에요. 감정선 뿐만 아니라 유우지님 표 짝사랑수도 정말 좋았어요. 어른스럽고 덤덤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하고, 상대보다 감정이 더 큰 입장에서도 상대에게 모든 것을 다 맞춰주는 게 아닌 자신만의 단단한 소신은 확실히 갖고있어 쉽게 휩쓸리지 않는, 외유내강형 캐릭터인데 필드오브플라워즈의 우진도 그런 성격입니다. 내면의 일부가 황폐해질 정도로 한번 크게 고통받아 괴로워했던 우진이, 항상 그자리에 그 누구보다 강하고 굳건하게 존재하는 해경이란 인물에게 빠져드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보이기도 해요. 자신처럼 처참히 부식된 배가 생기지 않을, 부러지지 않기에 오히려 위로가 되는 존재. 그리고 그런 해경의 성격때문에 본편 후반부에서는 우진이 또 한번 크게 상처받아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그로인해 해경이 길고 긴 후회를 절절하기도 하구요. 자신의 기분과 감정과 욕심만 채우기 급급했던 해경이 이제는 우진의 손길 하나, 말 하나, 눈 맞춤 하나에 애틋해하고 가슴아파하고 사랑을 담습니다. 우진 역시 조용하면서도 확실하게 해경에게 자신의 애정을 건네주기위해 노력하구요. 순간의 변덕으로만 생각되었던 해경의 감정도 한권한권 넘어갈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하다는게 눈에 너무도 잘 보여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꽃밭'이라는 제목도 소설에서 잘 녹아들어서 좋았어요. 황폐함 속에서 눈아프도록 예쁘게 피어나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는 꽃밭. 마지막까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