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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난중일기 코드 -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
김정진 지음 / 넥스트씨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징비록×난중일기 코드
류성룡과 이순신의 위대한 만남
김정진(지은이) 넥스트씨 2025-10
징비록은 좋은 책입니다. 저자 김정진 선생은 징비록의 가치를 세계 역사에서 ‘수상이 전쟁을 지휘하고 그 과정을 직접 쓴‘ 3권의 책으로 꼽습니다. 카이사르의 갈리아전쟁기, 처칠의 제2차세계대전, 류성룡의 징비록입니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의 아픔과 교훈을 정리한 실패의 기록입니다. 일본에서 이 책을 가져가 출판하여 징비록 붐이 일어났다고 하니 대단한 내공이 있습니다. 서애 류성룡 선생은 자신의 경험, 시대의 실패, 정책적 오류(바보 선조의 무능, 당쟁, 잘못된 판단) 등을 과감없이 정리하여 후대에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랬지만 300년 후에 일제침략으로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류성룡의 공과에는 이순신을 발탁하고 지켜낸 과정이 참으로 큰 부분입니다.
난중일기도 좋은 책입니다. 좋다 못해 엄청난 책입니다. 전쟁의 현장에 있던 이순신 장군이 직접 남긴 일기로 감정, 건략, 백성, 조정, 현장, 그날의 날씨까지 모든 것이 담겨져 있습니다. 읽다 보면 전투 상황, 전략 판단, 병사들의 고통, 조정의 모함, 개인적 슬픔까지 모두 적혀 있어 전쟁 중에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가 감탄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두 종의 책을 합쳐서 읽어내는 비밀코드 해법입니다.
1 징비록 속에 ‘이순신 전기‘를 담았다 (맞습니다. 깜짝 놀랩니다)
2 징비록은 선조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 ‘군주론‘이다.
3 남의 나라에 의존하지 말고 자주국방하라.
1부는 ‘불멸의 명장, 이순신은 누구인가?‘입니다.
고니시와 요시라의 반간계 첩보전이 무섭습니다. 거기에 덥석 넘어가는 선조는 안타깝습니다. (이미 의심의 씨앗이 있었으니 넘어가는거지요)
윤두서와 원균의 중상모략이 서글픕니다.
선조는 이순신을 죽이기 위해 반대할 것같은 류성룡을 지방으로 보내버립니다. 류성룡은 한달 만에 복귀하고 보니 이순신은 감옥에 갇혔고 최후의 수로 사직서를 무려 8차례 제출합니다. 이원익, 정탁, 심희수, 김명원, 이정형, 노직, 최원, 곽영은 이순신 장군 편을 들어줍니다.
살아있을 적에 23전 23승을 기록한 불멸의 이순신입니다. 파직을 한번만 겪은 것이 아닙니다. 젊은 시절에 강등도 당했습니다. 이때도 백의종군을 했습니다.
류성룡의 이순신 인사 작전은 대단합니다. 선전관, 정읍 현감, 고사리첨사, 만포진첨사, 진도군수, 가리포첨사, 드디어 전라좌수사로 임명합니다. (나중에 최고의 인재 추천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2부는 난중일기에 대한 설명입니다. 왜 이렇게 기록을 남겼을까 하는 의문으로 분석합니다.
1 자기성찰과 내면의 다스림 ; 일기를 쓰는 장점이죠.
2 치밀한 전투 준비 ; 준비 상황, 병사 상태, 군함 제작, 수리, 무기 점검, 군량, 군사 정보 등을 기록했습니다.
3 전쟁 기록의 필요성 인식
4 공식 보고서에 담기 어려운 진실을 남기기 위해
5 부하의 잘못과 공적을 기록
6 마지막 유산
이 부분을 읽고 나니 난중일기가 다시 보입니다. 저는 왜 매일 날씨를 기록했을까 하는 것이 궁금했는데 군사 정보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군시절에 매일 날씨를 체크했던 것이 생각나네요) 왜 저리도 힘든 시기에 일기를 썼을까 하는 의문이 풀립니다.
3부는 ‘잊혀진 영웅, 류성룡‘입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영웅입니다. 이순신을 발탁하고 보호하며 조선을 다시 세웠습니다. 조선의 멸망 직전까지 몰렸던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고 국정을 운영합니다. 노년에 징비록을 남긴 것이 큰 업적입니다. 젊은 시절, 양명학, 맹자를 읽고 퇴계 이황에게서 배웠습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서애선생 전기이면서 선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부(內附, 명나라로 도망가겠다)하는 것이 원래 나의 뜻이다. (103p) ; 벽제에서 도망갈 생각
역적의 자식놈이 저런 참람한 말을 하다니! (135p) ; 10살 아이를 고문하면서 하는 말
선조의 명언이로군요. 그는 ‘나라의 개념이 없고 왕권 유지가 전부였다‘는 탁월한 견해가 나옵니다.
이율곡의 십만양병설이 조선조 1584년 김장생이 만들어낸 가짜뉴스였습니다. 이 대목은 참으로 ‘역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4부는 ‘국보 징비록은 어떤 책인가‘ 입니다. 세 가지 비밀이 숨겨져있었습니다. 책 사이마다 들어있는 이순신 전기, 선조의 추악한 민낯, 자주 국방의 기대가 들어있습니다.
나는 제독의 화가 풀릴 때까지 계속 사과했다. 그러면서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을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159p, 징비록
임진왜란이 끝나고 류성룡은 모든 내용을 과감없이 기록합니다. ‘지난 잘못을 징계하고 앞으로 재난을 미리 막는다’는 생각입니다. 백성들의 고통, 조정의 혼란, 관리들의 모습, 전쟁의 원인,과정,결과, 정책의 오류 등이 들어있습니다. 국가가 위기를 맞을 수는 있습니다. 적군이 처들어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러나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수 있습니다.
5부는 ‘징비록×난중일기 속으로‘입니다.
류성룡의 20가지 전쟁 전략 보고서가 올라옵니다.
굶주린 백성은 군사로 활용해 포상할 것
정보원을 풀어 적의 동태를 탐색할 것
간첩을 색출하고 아군 식별법을 마련할 것
요충지 방비와 명군과의 연합을 준비할 것
흩어진 군관을 소환해 전력으로 삼을 것
병사 가족을 위로하고 전사자에 포상할 것
무기 재고를 파악하고 화포장들을 복귀시킬 것
도망간 수령들을 기한 내 복귀시켜 업무를 재개할 것
곡식을 제공하는 자들에게 공명첩으로 포상할 것
공과 실적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히 상벌할 것
212-215p,
대단합니다. 나머지 10개도 궁금한데요.
구성이 좋습니다. 임진왜란의 전개와 위기의 순간을 두 책의 교차하는 시각으로 재구성합니다. 일본의 침공전에 모략모략 들려오는 예상, 무작정 밀리는 전투, 참혹한 전쟁과 희생, 드디어 당포 해전, 당항포 해전, 율포해전으로 시작된 이순신 장군의 승전 소식,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천군 명나라의 원조입니다. (이것들은 도대체 뭘 한건지...)
중간에 명나라에서 선조더러 물러나라고 했는데 류성룡이 사신 척금, 사헌을 만나 무마합니다. 하. 이때라도 물러났어야 했습니다.
부하 정운이 죽고 이순신 장군은 시를 한편 적습니다.
아! 인생이란 반드시 죽음이 있고 嗚呼 人生必有死
죽고 삶에는 반드시 천명이 있나니 死生必有命
사람으로서 한 번 죽는 것은 진실로 아까울 게 없건마는 爲人一死固不足
오직 그대 죽음에 마음 아픈 까닭은... 惜君獨可傷者
죽음을 무릅쓰고 앞장서 나아가서 決死掛席 冒刃先登
왜적들 수백 명이 한꺼번에 피흘렀다... 倭奴數百 一時流血
267p,
애타는 심정이 절절하게 나타납니다. 전문을 찾아보니 더욱 명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