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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미술사 수업 -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관점을 배우다
강은주 지음 / 이봄 / 2022년 10월
평점 :

' 몰랐던 관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 고 수강생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이화여자대학교 교양수업 < 여성과 예술 > 은 지금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었는데 출판사의 오랜 노력 끝에 이렇게 책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수업의 양이 많아 2권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1편이 이번에 내가 읽은 책으로, 페미니즘 미술사 이론과 함께 고대부터 19세기까지의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고, 2편은 현대미술의 역사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미술가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나의 경우에도 남성 예술가만 생각난다. 프리다 칼로 말고는 아는 여성 예술가는 한 명도 없다..이런...
오랜 기간 뿌리내려온 여성차별은 미술사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세계보다 더 완벽한 남성만의 세계가 바로 이 미술의 세계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여성이 주체가 되는 미술작품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면서,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저자는, 누군가의 작품을 평가할 때 앞선 대가의 이름을 빌려 '누구누구의 스타일' 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 해당 미술가만의 고유한 기술이나 특성을 배재한 채, 대가의 이름을 빌려 특정한 사람의 스타일로 한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 공감가는 부분이다.

유명한 남성 화가의 작품인줄 알고 비싼 값에 구입을 했는데, 나중에 여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판명이 난 후 보이는, 세계적으로 내놓라 하는 유명 미술관들의 반응은 정말 어처구니없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여성 미술가의 작품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작품의 가치가 터무니없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탓에, 25년동안 화가의 이름을 수정하지 않았고, 그 이후에는 여성 화가의 이름 대신 ' 무명의 프랑스 화가'라고 기재했다고 한다.
여성들이 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같은 작품을 두고도 남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평가와, 나중에 여성 화가의 작품이라고 판명이 났을 때 평가하는 내용도 극과 극을 이룬다. 어찌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진정한 작품성을 가지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화가의 명성 같은 보여지는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크루이 다비드의 < 호라티우스가의 맹세 > 라는 작품은 수많은 미술 에세이에서 참 많이 다루었었는데, 이번처럼 구석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평가한 예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고야의 < 그리고, 그들은 맹수와 같다 > 라는 작품에서는 고야가 붙인 제목을 거론하면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여성들을 맹수와 같이 미개하고 야만적인 존재로 칭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내용들을 직접 작품을 보면서 수강한다면 훨씬 더 흥미롭고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그래도 책 속의 문체가 딱딱하지 않고 구어체로 되어 있어서 읽기가 참 편하다. 각 내용에서 다루고 있는 작품들은 아마도 페이지의 구성상 크게 싣지를 못한 것 같은데, 그 장의 마지막에서 '미술작품 다시 보기' 라는 제목으로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수록되어 있는 점도 참 좋다.
일전에 이봄 출판사의 < 꽃피는 미술관 > 이라는 미술에세이가 정말 예쁘고 소장가치 100% 일 정도로 내용도 알찼는데, 이번 책도 그에 못지 않다. 솔직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가끔씩 왜곡되어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조금의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느낌이 들 새도 없이 오롯이 저자의 수업내용에 집중하며 작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