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있는 그림 - 고통과 환희를 넘나든 예술가 32인의 이야기
이은화 지음 / 상상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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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고 표지가 참 마음에 드는 미술 에세이 < 사연 있는 그림 > 을 상상출판의 신간도서로 만나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니.그렇게나 많은 미술 에세이를 읽었는데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에 얽힌 사연이나 비하인드 스토리의 대부분이 생소하다니..소개하고 있는 작가나 작품들이 대부분 꽤나 유명한데도 말이다.

그러니, 한 작품을 가지고도 얼마나 많은 관점과 주제를 가지고 해석하고 풀어나갈 수 있는지를 새삼 알 수 있다.

 

반 고흐의 유명한 < 가셰 박사의 초상 > 에 두 가지 버전이 있다는 사실과 그 두 번째 버전을 구입한 일본 회장의 유언 (고흐 그림과 함께 화장해 달라는)에 따른 회장 사후 그림의 행방, 피카소의 < 꿈 > 을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고자 했던 한 카지노 대부의 실수로 그림 일부가 찢겨져 그 꿈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연, 부유한 가정의 자녀로 태어났음에도 생부의 성폭력으로 인해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 붓 대신 총으로 작품을 탄생시킨 니키 드 생팔의 사연, 휘슬러의 < 검정과 금빛의 야상곡 > 에 관련해 자신의 작품을 쓰레기라고 표현한 평론가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사연 등등..

 



 

 

이렇듯 책 내용도 재밌거니와 특히 좋았던 부분은, 다른 책들에 비해 여성화가들의 작품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기껏해야 마리 앙트와네트 초상화가로 유명한 비제 르브룅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니키 드 생팔, 베르트 모리조, 메리 카사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등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역사 속에서 그 존재조차 거론되지 않았던 여성 화가들을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각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23곳의 미술관의 대표작품들과 다양한 사연들을 곁들인 것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보너스같은 느낌이었다.

단독으로 미술관을 설명하는 것보다 이렇게 작품 설명 뒤에 연이어 읽으니 미술관에 대한 관심이 더 증폭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최근 여행에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그 유명한 < 별이 빛나는 밤 > 이 없어서 한참을 찾았었는데, 이 책에서 보니 그 작품은 바로 뉴욕 현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미술 에세이 애호가라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미술과 미술 에세이에 쉽게 접근하고픈 독자들에게도 추천하고픈 미술 에세이이다.

 


 

 

[ 상상출판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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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구조에서 미학까지, 교양으로 읽는 건축물
양용기 지음 / 크레파스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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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미술 에세이 만큼이나 건축관련 에세이를 즐겨 읽게 되었고, 역시나 아는만큼 보인다고 읽으면 읽을수록 눈에 들어오는 세계의 건축물의 수가 많아지면서 이제는 나의 최애 독서쟝르 중 하나가 될 정도이다.

깔끔한 표지가 돋보이는 크레파스북 출판사의 << 건축가가 사랑한 최고의 건축물 >> 에서는, 자연, 도전, 구조, 미학, 클래식 이라는 5가지의 주제를 바탕으로 건축가인 저자가 손으로 꼽는 전세계 구석구석의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48선의 건축물 가운데에는, 책장을 넘기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일반인인 내 눈에는 아무리 봐도 특별할 것이 없어보이는 건축물도 더러 있다. 그런 경우에는 특히나 저자의 설명이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는데, 저자의 주관이 담긴 설명 위주보다는 일반인들이 어떤 식으로 건축물을 감상하면 좋은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어서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이런 부분은, '전문가는 일반인에 비해 더 객관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릴 수 있지만, 일반인들이 그것을 맹신할 위험성 또한 크다' 고 말한 저자의 생각이 바탕이 되었던 것 같다.

 

문득, 예전에 어떤 미술 에세이를 읽는 중에, 일반인들은 미술작품에 대한 주관적 견해 없이(전문성을 떠나서) 그저 전문가들이 훌륭한 작품,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 이라고 지칭하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한 부분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점점 건축가라는 직업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더해지는데, 아직까지 나에게 최고의 건축가는 이라크 출신의 여성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첫번째 사진) 이다. 이 책에서도 몇 선의 건축물이 소개되고 있는데, 봐도 봐도 너무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책 덕분에 김중업이라는 한국의 위대한 건축가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저자의 에필로그 가운데 정말 마음에 콕 박히는 내용이 있었다.

건축물의 탄생에는 스토리가 있게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책 속의 건축물들은 이론에 대한 결과라는 점이다.

우리가 받는 교육은 실무와 이론으로 구분되어지고, 실무자들도 반드시 결과에 대한 이론이 수반되어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론보다 실무 능력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건축물을 보고 토론,비평하는 분위기가 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저자의 바램이다. 어쩌면 우리 교육체계에 여전히 뿌리박혀 있는 주입식 교육도 한 몫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감히 이 몇 권의 건축관련 에세이를 읽었다고 해서 나의 바라보는 견해가 발전되었다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그래도 맨처음 접했을 때보다는 조금, 살짝 더 건축물에 대한 지식이랄까 그런게 업그레이된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일반인들을 위해 쉽고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놓은 미술 에세이가 정말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건축물에 관련된 책도 다양한 주제로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 책키라웃과 크레파스북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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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서점 이야기 - ‘세계 서적상의 왕’ 베스파시아노,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든 책과 작가들
로스 킹 지음, 최파일 옮김 / 책과함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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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책이 두껍고 (640 페이지) 고급스러워서 깜짝 놀랐고, 내용이 또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깊이있고 광범위해서 또 한번 놀랐다.

흔히 피렌체를 생각하면 언제나 대표 이미지로 떠오르곤 하는 주황색 돔, 미켈란젤로, 르네상스 등이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 무엇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쳤던 중세 피렌체의 지식인들의 아주 깊숙한 세계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중심 인물은 '세계 서적상의 왕' 이라 불리우는 베스파시아노이지만, 그의 일생동안 함께 했거나 스쳐 지나온 수많은 유명인들과 대충으로만 알고 있었던 15세기 유럽의 역사 이야기가 광할하게 펼쳐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혔던 부분은 가난한 시골 농가 출신이었던 이 서적왕을 중심으로 활동해 왔던 그 당시 지식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이를테면 희귀 필사본을 찾아 헤매는 인물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 한권을 필사하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읽기 쉬운 서체를 만들어내는데 전념하는 필경사들, 책의 내용에서 빠질 수 없었던 번역가들의 노고, 금박을 붙이거나 장식그림을 그리는 채식사와 세밀화가들의 놀라운 솜씨 등 현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15세기의 책의 완성 과정이 정말로 경이롭기만 하다.

 

그리고 구텐베르크가 개발한 인쇄기로 인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이들의 노력의 결과물들이 어떤 식으로 서서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는지 그 과정들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리얼하게 그려지고 있다.

필사본이 완성되는 그 엄청난 과정을 알고 나니, 구텐베르크의 기계가 주는 의미, 하나의 혁명이 이들에게 미쳤을 영향력에 마음 한 켠이 씁쓸하기까지 하다.

 

이탈리아내에서도 유일하게 피렌체만이 이 신기술을 수용하는데 그렇게 느렸던 이유는 메디치가가 이 인쇄본보다 손으로 완성되는 희귀한 필사본에 더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점, 피렌체내의 대학의 부재,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인쇄본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희귀한 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춘 베스파시아노의 존재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이 서적왕도 결국에는 인쇄본의 신기술에 밀려 평생을 이루어왔던 필사본의 사업을 내려놓게 된다.

 

15세기 유럽역사의 산증인인듯 한평생 수많은 권력자와 지식인들, 세력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역사적 사건을 겪었던 베스파시아노지만 그 어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순수한 지식과 학문을 다루는 힘있는 지식인이었기 때문일까...

 

그가 만든 필사본은 유럽 전역에 퍼져 나갔을 정도로 르네상스 시대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인물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었다는 점과, 그래서일까 피렌체에서도 그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사를 좋아하고 깊이 있는 인문학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 이 책은 굉장히 가슴벅찬 경험을 선사해줄 꺼라 생각한다.

저자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어진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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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러시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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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설산 시리즈 그 두번째 작품이자 소미미디어 서포터즈 '소미랑 2기' 의 첫번째 도서이다.

이 소설은 예전에 이미 < 질풍론도 >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고 아베 히로시 주연의 동일제목으로 영화화도 되었었다고 한다. 일단 아베 히로시 주연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궁금한데 제목은 지금 화이트 러시가 훨씬 기억하기 좋고 쉽게 와 닿는다.

 

간략한 내용은, 한 연구소에서 생물학 무기인 탄저균이 도난당하고 그 탄저균의 행방을 아는 유일한 인물인 범인은 뜻밖의 사고로 죽게 되면서, 그가 남긴 유일한 단서만 가지고 연구소 직원과 주변인물들이 드넓은 스키장에서 이 탄저균을 행방을 찾고자 하는 내용이다.

 

과연,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소개한 내용처럼 이 작품은 미스터리에 반전에 유머까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이하게도 범인은 초반에 일찌감치 이 작품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범인이 누구인가가 아닌 범인이 숨긴 도난품을 찾는다는 설정이 꽤나 흥미로운데, 그 도난품인 탄저균의 추적에 있어서 다양한 인물들이 얼키고 설킨 가운데 마지막까지 맘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 전개에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든다.

 

스키를 탈 줄 몰라 그 과정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설명되는 스키, 보드 등에 대해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스키의 세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에서는 이 스키장의 정경을 느껴보는 재미도 솔솔할 듯 !!!

보통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에 비해 얇아서 앉은 자리에서 주~욱 몰입해서 읽기에 딱 좋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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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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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루마 겐키' 라는 작가는 소미미디어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몇달 전 <<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 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 만나게 된 작품은 치매에 걸린 엄마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라 조금 불편하고 마음 아플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따스함과 그리움도 묻어나는 그런 소설이다.

 

평소 너무도 깔끔하고 음악과 꽃을 사랑하는 엄마가 점점 약속시간도 잊고 냉장고에는 썩은 음식이 즐비하고 뭔가를 자꾸 잊어버리는 행동을 보면서 알게 된 엄마의 병은 알츠하이머 치매이다. 그러나 아들 이즈미는 바쁜 회사일로 엄마곁에서 간호할 수 없게 되고 병세는 점점 심해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시설에 맡기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들..그래도 이즈미만한 아들이 어디 있을까..싶다.

싱글맘으로 오로지 자신만 바라보고 살아온 엄마이지만 중학생인 이즈미를 혼자 남겨두고 1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엄마에 대해 사랑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 후 지금까지 모자 지간에는 이 1년이라는 공백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져 왔다.

 

그러나, 시설에 맡긴 후 엄마의 짐을 정리하면서 발견하게 된 일기장 속에는 이 1년의 기간에 대한 엄마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즈미의 기억 속에서 잊고 지냈던 일들이 조금씩 되살아나게 되는데, 엄마의 기억은 점점 소멸되어 가는 상황이 뭔가 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역자의 말이 굉장히 맘에 와 닿는다.

만약에 엄마가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 비밀을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나 유품을 통해 알게 되었을텐데, 치매에 걸린 엄마를 지켜보면서 그 진실을 알게 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고..자주 역자의 말에 공감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 대한 역자의 이 한 문장은 특히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라는 치매에 대해 환자 본인과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결코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실제로 경험하진 않았음에도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바라보는 가족의 심정은 어떠할지..상상만 해도 맘이 저린다.

나이를 먹으면서는 추억을 회상하는 재미로 산다고 하는데...추억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치매환자의 마음은 어떠할지..그거만큼은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이 세상의 모든 병 중에서 자신의 병이 악화되는 것을 정작 본인만 모르는 병..슬프다.

 

이 작품 영화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는데, 영화의 분위기가 굉장히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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