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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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미술관은 365일 휴관 없이 상시 개장 중 !!

책의 띠지에 적힌 문구가 참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주변을 조금만 관심있게 둘러보면 의외로 크고 작은 공공미술작품들을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건축물, 조각 등 공공미술작품들은 누구나 아는 유명한 것들도 있고, 자주 지나다니면서도 그 존재 조차 몰랐던 것들도 꽤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소개되는 작품들을 인터넷으로 직접 찾아보게 될 정도로 궁금증이 생겼다. 

저자는 단순히 공공미술작품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알려주고자 하지 않는다. 해당작품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이 되었는지, 작가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고, 그 작품의 가치성, 그리고 역사적인 배경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거리예술로 훔쳐본 역사 이야기인데, 우리들이 대부분 다 아는 국립현대미술관, 세종문화회관, 예술의 전당, 세운상가, 국회의사당 의 설립배경과 관련된 정치적, 역사적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다.

첫 설계안이 완성된 이후, 미국을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그곳의 주 의회의사당의 돔형식을 보고, 귀국 후 내린 한마디의 명령으로 머리꼭대기에 돔이 추가된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또 역시나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과의 문화적 경쟁에서 뒤지기 싫어 북한과 똑같은 방식으로 기와와 서까래를 얻으라 명령했지만, 이 건축을 맡은 엄덕문 건축가가 끝까지 설득해 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의 건축물이 완성된 이야기는 놀랍기만 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주 방문하는 예술의 전당 지붕에 갓모양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아마 멀리서 봤어도 그것이 갓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듯 하다. 

 

우리나라에 미술작품의 철거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우후죽순식으로 설치만 하지, 제대로 관리도 안되고 철거 시스템마저 없다는 점, 엄청난 경비를 들인 결과물에 비해 그 가치성이 떨어진다거나,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거장의 작품임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의 설치로 인해 작품의 가치와 감동이 떨어지는 등, 아직도 한참 배우고 성장해나가야 하는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미술에 관련된 책과는 달리 독자로 하여금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깨닫게 한다.

 




 

 

[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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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여우눈 에디션)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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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글은 한창 청춘일 때 주로 소설을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청춘이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만났는데 역시나 좋다.

좋은 작가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보다. 나이를 불문하고,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 읽어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 그리고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필력 !!

 

이번 책은 특히나, 저자가 돌아가신 지 10년째 되는 해를 맞이해서 저자의 660여편의 에세이 가운데 정수 35편을 엄선하여 만들었기에 주옥같은 글들을 만나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그려진 일러는 또 어찌나 따스하고 예쁜지..

오랜 세월 잊었던 동심을 찾은 기분도 들고, 아날로그의 세계로 불쑥 들어간 느낌이다. 

 

특별할 것 없는 것들에 대해 어찌도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글에서 드러내는 저자 자신의 모습들은 때로는 심술궂고, 때로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한 아기 같기도 하다.

이 모든 다양한 모습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저자의 솔직함이 참 좋다. 

 

저자의 인생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 많이 거쳐간다. 세 살 때 제대로 의료치료를 받지 못해 너무도 아깝게 아버지를 여읜 후, 6.25사변으로 하나밖에 없는 오빠를 잃고, 중년의 나이에는 폐암으로 남편을 잃은 후 몇달 후 교통사고로 아들마저 잃고 만다. 그 당시의 심정을 서술한 부분은 참 마음이 아프다. 자살은 무서워 못하고, 자연스레 굶어죽기를 바라지만 어느 순간 먹을 것을 찾는 자신의 본능에 몸서리를 치고, 남편과 아들을 잃은 1년 뒤 만나게 된 손주로 인해 조금씩 치유되는 과정을 보면서, 저자의 인생이야말로 한편의 소설이구나 싶다. 

 

책 속에 담긴 모든 이야기들이 다 좋다. 추상적인 저자의 생각만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몇십 년 인생 가운데 실제로 보고 겪은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마치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다. 

아니 그런데, '나는 누구일까' 편에서 그렇게 지갑도 없고 돈도 땡전 한푼 없고 아는 이 없이 낯선 곳에서 헤매시던 그 당시의 에피소드의 결말은 어떻게 되셨는지..과연 어떤 방법으로 집에 무사히 귀환하실 수 있으셨던건지..너무 궁금했는데 뒷이야기가 없어서 넘 안타깝다.

아직 살아계셨다면 꼭 그 뒷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말이다....

 

정말 오랜만에 저자의 소설들을 다시 찾아 읽어봐야겠다. 

예전에 느꼈던 그 감동이 똑같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내 나이에서 다시 한번 박완서 작가님의 많은 글들을 만나보고 싶어졌다. 

 



 

   

[ 세계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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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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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지, 이전에는 이 단어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 아니 무관심 그 자체였다.  

그냥..뭐랄까..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 아주 특별한 관계에서만 벌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기에 이 책의 내용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가스라이팅이 이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주변 인물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면서 살고 있다니..어쩌면 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나도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적이 있었을 것만 같은 생각도 든다. 아니 더 걱정되는 것은 내가 아무 생각없이 지껄인 행동들, 상대방을 도와준답시고 조언하고 내 의견을 전달하고 했던 사소한 행동들로 인해 상대방에게 가스라이터가 되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너무도 다양한 가스라이팅의 예들은, 결코 특별한 케이스가 아니라 가족, 직장, 친구, 연인, 이웃 등 모든 관계에서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니, 누구든 예상 외로 쉽게 가해자인 가스라이터가 될 수도, 피해자인 가스라이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중 아마도 가장 흔한 대상은, 제일 가까운 관계인 가족이 아닐까 싶다. 가족한테서 가장 큰 상처를 입게 마련이라는 말도 많이 들어왔는데, 그러한 것들이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라는 사실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한달 전쯤 읽었던 책에서 '인간관계 착취' 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단어도 결국에는 가스라이팅의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저자의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 있다. 

- 상대방이 내 말을 듣지 않아 실패했을 경우, 가슴이 사무치게 안타깝지 않다면 조언은 욕심에 불과하다.  

- 악의없는 가스라이팅은 있어도 피해없는 가스라이팅은 없다.' 

 

이러한 가스라이팅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방법은 ? 

항상 들어왔지만 너무도 흔했던 말 !!  자기 개발서에서도 흔히 언급되어지는 말 !! 바로, '자존감을 높이고, 나 자신을 믿고, 내 삶의 주인공은 나, 내가 주도권을 잡고 행동해야 한다'는 이 사실이 지금처럼 강하게 와 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 샘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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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어원 사전 - 2022 세종도서 교양부문
앨버트 잭 지음, 정은지 옮김 / 윌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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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미식가를 위한 가장 맛있는 사전이 왔다' 

'세상의 미식가들이여, 그리고 단어와 어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이여, 이 책을 펼쳐보라..'

이 책에 대한 소개이다.

 

나는 결코 미식가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먹는 것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단어와 어원을 탐구하고자 하는 의욕도 큰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꽤 흥미롭게 읽힌다. 다만, 저자가 서양사람이다보니 인도식, 중국식 포장음식, 그리고 일본의 음식 소개 약간을 제외하고 이 많은 분량은 서양음식에 관한 소개가 주를 이루어서 익숙치 않은 음식이 많다. 이 책이 씌여진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한국음식에 대한 소개가 하나도 없다니...하는 아쉬움도 살짝 든다.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음식 가운데 몇가지를 소개해 보면,

 

평소 무난하게 즐겨먹는 시저 샐러드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요리사가 멕시코에서 탄생시킨 음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주문이 폭주해 결국에는 샐러드 재료가 바닥이 났고, 주방의 남은 모든 재료를 한데 모아 만든 것이 바로 이 시저 샐러드이다. 

 

코울슬로가 네덜란드어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굉장히 의외였다. 미국에 정착한 네덜란드 이민자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고, 두 세기동안 영어화되어 코울슬로(cole slaw = kool 양배추의 네덜란드어,  sla 샐러드의 네덜란드어) 가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cold slaw 로 불리기도 했었다고..

 

우스터 소스는 잉글랜드의 우스터 시에서 탄생했다. 그 지역의 약사가 한 손님을 위해 인도식 소스의 레시피를 의뢰받아 만들었지만 맛이 시원치않아 그대로 지하창고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그 소스를 다시 맛보게 되고 그 숙성된 풍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우스터 소스가 탄생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피자는 사실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과 페르시아들이 창조했다고 한다.

 

커피, 마멀레이드,에그 베네딕트, 프렌치 토스트, 죽, 시리얼 등의 아침식사부터 시작해서, 샌드위치, 파이 등의 점심식사, 마들렌, 타르트, 티 등의 티타임, 햄버거, 케밥, 피시앤칩스, 장어젤리(바로 전 음식관련책에서 처음 본 후 익숙해진 이름), 핫도그, 프렌치프라이 등의 패스트 푸드, 다양한 소스, 크리스마스 만찬, 디저트, 치즈 까지 정말로 다양한 음식의 향연이 펼쳐져 있다. 

 

각각의 음식의 기원은 명확한 것도 있지만, 오랜 역사를 거쳐 온 음식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여러가지 거론되는 기원이나 설이 많다.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당시의 사회를 알 수 있고, 세계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음식의 유래가 꽤나 흥미롭다. 

특히 이 책은 미식가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정말로 매력적인 책일 듯 하다. 

 

 

 

 

[ 윌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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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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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모녀관계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련한 그 무엇이 있다. 아직 청춘일 때는 엄마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투닥거리고, 엄마가 되어서야 비로소 나의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애틋하고 가슴 뭉클한 존재가 되어가는 '엄마 라는 이름. 

이 책은 그런 엄마와 딸의 관계를 회상하는 에세이이다. 그런데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엄마에 대한 저자의 회상은 따스하고, 나를 항상 이해해주는 그런 따스한 엄마의 이미지가 절대 아니다. 그 회상은 지독히도 냉철하고 비판적이고, 그리고 너무도 솔직하다. 

 

뉴욕 브롱크스 유대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자의 유년기 시절,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던 것은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배우지 못하고 살아가는 공허한 여자들의 삶 그 자체이다. 조그마한 '주방'과 뒤뜰의 공간이 여자의 삶 전체의 공간이라 여기며 살아가면서도, 남편의 사랑을 가장 중요시여겼던 엄마는 중년의 나이에 남편을 여윈 후 점점 자신의 삶 속에 갇혀 지내게 된다. 그런 엄마와는 대조적으로 역시 남편을 여위고 혼자 살아가는 옆집 여인 '네티'는 유년기 시절의 저자에게 엄마 이상의 정신적인 지지자 역할을 한다. 

 

홀로 사는 젊은 여자의 외로움으로 인해 문란한 성생활을 가진 네티와, 반대로 금욕주의자라고 여겨질 정도로 '성'에 있어서 보수적인 엄마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으로 다가온다. 다 큰 딸의 성생활까지 간섭할 정도이니..

그러나, 또 그러한 사고 방식과는 달리, 굉장히 비판적이고 냉소적이고 거침없이 쏟아붓는 엄마의 말투, 특히 딸과의 대화에서 여과없이 그대로 내뱉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순간순간 놀랍기만 하다. 흔히들 ''나는 절대 엄마같이 살지 않아. ''라고 말하지만 똑같은 인생의 절차를 밟듯이, 저자도 어느 순간 엄마의 모습과 성격을 자신에게서 보게 된다. 

 

저자와 엄마는 각각 중년과 노년의 나이가 되어 자주 뉴욕 거리를 거닐고, 차를 마시는 그 시간에도 애틋한 모녀의 관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서로를 할퀴고 말로 상처를 주지만, 저자가 엄마한테 말했듯이 저자는 '엄마의 인생저장소' 이다. 징글징글하고 지독한 애증의 관계이지만 결국은 모녀의 그 끈끈한 정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 듯 싶다. 

현대사회에서 자식이 있어도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부모가 많은데,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엄마가 자주 만나 뉴욕거리를 산책하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것을 보면서 서로는 알게 모르게 많이 의지를 하면서 사는구나 싶고, 비록 따스한 관계는 아니지만 그런 함께하는 중년과 노년의 모녀관계가 참 예뻐보이기까지 한다. 

 

유대인, 소수인, 도시 하층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에세이를 왜 시대를 초월한 고전, 회고록 분야의 대표작, 20세기 100대 논픽션으로 선정했는지 직접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이번 책이 국내에 소개되는 '비비언 고닉' 의 첫작품이라고 하는데,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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