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번째 불빛이 붉게 타오르면 - 사르담호 살인 사건
스튜어트 터튼 지음, 한정훈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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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강렬하고 다소 섬뜩한 표지만큼이나 제목 또한 다분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요소들도 꽤나 흥미로운데, 일단 배경과 장소는 1634년 네덜란드령 동인도제도 바타비아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출발하는 사르담호라는 배이다. 흥미를 자아내는 단어들로는 탐정,사형수,문둥병자,악마,전직마녀사냥꾼,예언,욕망..등을 들 수 있다.

장르는 고딕 미스터리, 밀실 미스터리 !!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다시금 이 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이 책은 읽으면서 인물과의 관계가 그다지 복잡하지 않게 느껴지고, 중간중간 인물에 대한 설명이 대화중에 언급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기억하기도 쉽다. 앞부분에 정리된 등장인물 소개가 도움이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실제로 배 안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악마로 표현되는 '올드 톰' 의 분위기가 고조되기까지는 600여 페이지 가운데 한참은 읽어야 만나볼 수 있지만, 그 전까지도 은근히 서서히 독자의 숨통을 조여온다고 해야할까..과연 이 배가 악마의 출현으로 자초될 것인가, 문둥병자의 저주로 이 사르담호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거지..제목에서 표현되는 여덟 번째 불빛의 정체는 뭘까.. 등등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읽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탐정은 배 안의 감옥에 갇히고, 그를 보호하는 일을 맡은 아렌트 헤이즈라는 인물이 사실상 큰 활약을 보인다는 점도 흥미롭고, 그 시대에 존재조차 인정받기 힘든 여성, 그것도 탐정을 감옥에 가둔 총독의 아내가 이 소설의 중심 인물로써, 아렌트를 도와 여러모로 활약하는 점도 재미있다. 

뒤로 갈수록 음모가 밝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도 설명이 친절히 되어 있어, 나같이 추리에 이해도가 낮은 사람한테도 친절한 소설이다. 

 

고딕 미스터리가 선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실컷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저자는 소설의 뒷부분의 내용은 실제의 사건을 모티브로 썼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실화역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덤으로, 이 책은 벽돌책임에도 불구하고, 제본이 꽤나 잘 되어 있어서 책이 반으로 갈라지기 쉬운 벽돌책의 위험에서 다소 안심할 수 있었다. 

 

 

 

 

[ 하빌리스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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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호텔 살인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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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멜리움 출판사에서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를 선보이려나보다.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이번에 읽게 된 '리슐리외 호텔 살인' 이다. 

고전틱한 분위기의 표지가, 이 소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다. 

1937년에 씌여진 이 추리소설은 고전 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저자가 추리소설은 단 2편만을 남긴 채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더 이상은 만나볼 수가 없다. 

 

워낙 등장인물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고, 인물들에게 익숙해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나에게 이 책은 처음에는 많은 인물들에 집중하느라 진도가 잘 안나갔다. 그래도 어찌어찌 겨우 머리 속에 정리가 되고 나니 내용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읽으면서 언뜻 최근에 봤던 영화 '나일강의 죽음' (원작은 안봤기에) 이 떠오르기도 했다.

 

호텔에 장기투숙하면서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 호텔에 머무는 숙박객에 대해 꿰차고 있는 주인공 캐릭터가 재미있다. 

각각의 비밀과 사연을 안고 있는 많은 등장인물들은 호텔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시간대에 모두 알리바이가 없음으로 인해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는데, 연이은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주인공은 이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직접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주인공의 행동은 당연히 어설프기만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쾌하다.

 

마지막에는 반전이라면 반전일 수도 있는 내용도 있긴 한데, 워낙 현대 추리미스터리물에서 다양하고 완벽한 반전을 맛본 독자에게는 다소 밋밋할 수도 있지만 또 이런 담백한 맛이 고전추리의 묘미인 것도 같다. 

고전 추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작가의 작품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 키멜리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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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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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프고 끔찍해서 읽기가 참 힘들었다. 그래도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만 할 이야기들이라 이 책의 출간이 참 고맙기만 하다.

전쟁 자체만으로도 너무 끔찍한데...그 끔찍한 전쟁에서 죄 없은 여성, 여자아이들이 당하는 성폭력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나 자신만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세상의 모든 전쟁과 이 성폭력을 하나로 연결지어서 생각하지는 못했다.

 

22세 때 우연한 기회에 파키스탄에 간 이후 30년동안 분쟁지역의 전문기자로 활약해 온 저자는, 온갖 전쟁의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참상을 파헤치고 폭로함으로써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형인 이 전시 중 성폭력에 대한 끔찍한 현실을 전세계에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터뷰하고 자신들이 겪었던 고통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은 그.래.도 어떻게든지 살아서 다행이라고 얘기한다면 너무한걸까..이 책에서 언급되는 성폭력 피해는 실제 일어나는 사건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될 듯 하고, 너무도 수많은 여성들,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폭력 후 무참히 살해당하거나 성폭력 도중 죽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일본군의 위안부 사건을 비롯해서 르완다 집단 강간,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의 성폭력, 보스니아 전쟁...크고 작은 전쟁, 분쟁이 어디 이 책에서 언급된 것뿐이랴..그럼에도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설립 이후 지난 20여년간 전시강간에 대한 유죄판결을 한 건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왜일까? 그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남성이라 이러한 피해의식에 대한 자각이 없는걸까..

 

어떠한 기록에도, 기념비에도 남아있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실리게 되었지만 나는 책의 힘을 믿고 싶다.

이 책의 고발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의 실태를 직시하고, 더 이상 여성만의 목소리가 아닌 전세계 사람들이 나서서 더 이상 전시 중에 이러한 성폭력 피해가 난무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가장 좋은 것은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 한겨레 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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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계획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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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적어도 1권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만나는 것 같아 신난다. 그것도 따끈따끈한 신간으로 !!!

이번에 읽은 책은 조인계획. 

등단 4년차인 젊은 신인일 때, 그러니까 무려 30여년 전에 쓴 작품인데 신인 때부터 이미 일본추리소설계의 1인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량이 돋보인다. 

 

제목의 조인이 처음에는 Join 으로 생각했었는데, 鳥人 즉, 이 소설의 주인공인 천재 스키점프 선수 니레이를 일컫는 단어이다. 

바로 이 천재선수가 합숙 도중 독살당하는 사건이 터지고, 주변인물들을 중심으로 차례차례 수사망을 좁혀가고자 하지만, 알리바이를 가진 인물들도 있고, 사건발생으로 예측되는 시간대에 어떤 식으로 독살이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하는 것 부터가 큰 난제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것은, 소설의 반이 지나기도 전에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되는데, 그렇다고 재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인 자신은 완전범죄를 계획했기에 자신을 밀고한 자, 그리고 자신에게 편지를 쓴 자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범행을 알게 되었는지를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꽤나 흥미롭다. 마치 형사가 추리하는 것처럼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범인의 살인동기를 추적해나가면서 스포츠 세계의 비도덕적인 수단과 행위를 접하게 되고, 이야기가 끝나는가 싶으면 또 다른 인물이 수면 위에 떠오르게 된다. 피해자는 언제나 안됐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에는 특히나 이 작품 속 피해자인 니레이 선수가 참 안된 마음이 들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느 작품처럼 스피드, 가독성, 몰입성, 재미 이 모두가 충족되었던 재미난 추리소설이었다. 

 





 

 

 [ 현대문학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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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 - 길바닥을 떠나 철학의 숲에 도착하기까지
토머스 채터턴 윌리엄스 지음, 김고명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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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뻔한 자기계발서인줄 알고 패스할 뻔했는데, 패스한 채로 이 책을 못 만났다면 너무 억울할 뻔했다.

표지와 제목만큼이나 띠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책 읽는 기쁨을 모르는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나 세계적 문화비평가가 된 토머스 윌리엄스의 감동실화' !!

사실 세계적인 문화비평가로 유명한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지만, 실화를 엄청 좋아라 하는 내가 놓칠 수 없는 책이었고, 이 한 권의 책으로 '토머스 체터턴 윌리엄스'라는 이름은 내 기억 속에 각인되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자는 혼혈의 입장이 아닌, 자신은 흑인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성장해왔다. 

저자는 힙합, 싸움, 섹스, 무지를 배경으로, 거친 흑인친구들과 어울리지만, 집에서는 아버지의 지도하에 지적이고 수준높은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지금의 저자를 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이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흑인 인종차별이 매우 심했던 시대에 태어났던 아버지는 지식을 건져서 자신의 인생을 발전시키고 싶었지만, 모르는게 너무 많고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지식을 얻기 위해 오로지 책만 파고들었다. 그렇게 해서 힘겹게 모은 책이 1만여 권 !! 그러나, 독서의 즐거움은 모른 채, 오로지 지식을 얻기 위한 책읽기만을 해왔던 아버지였다. 어찌됐든, 저자의 아버지는 정말 훌륭하고 위대하시다. 그 시대에 대놓고 차별을 받았던 흑인의 위치에서 엄청난 지식과 우러러볼만한 인성을 지니다니!! 몸가짐도 바르고, 언성 한번 높이지 않는 이 높은 지성을 가진 아버지가, 흑인친구들과 자꾸만 저속적이고 나쁜 길로만 빠져드는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어땠을까..

 

그래도, 결국 아들은 아버지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좋은 대학교에서 비록 1학년 한동안은 방황하고 고향에서 지냈던 그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점차 책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어릴 때 그토록 자신에게 강조했던 아버지의 말씀들이 하나둘씩 머리 속에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성공해서 그토록 아버지가 바래왔던 지성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을 보면,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의 믿음과 조력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또한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p.s : 저자의 서문에서도 살짝 언급되었고, 또 거친 흑인사회였던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외로 욕설과 문란한 생활의 고백이 꽤 많다. 그만큼 그 시대 흑인들의 문화가 어땠는지를 더 실감나게 느낄 수 있었다. 

 

 

 [ 다산책방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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