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미술관 - 그림에 삶을 묻다
김건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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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세이를 무척 좋아하는 내가 하루종일 푹 빠져 읽을 정도로 너무 좋았던 책 "인생미술관".

파란색 표지가 어찌나 예쁘던지, 책을 받자마자 이미 미술관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미술에세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22명의 화가의 이야기가 이 책에서는 모두 '부고' 로 시작된다.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화가 드가가 1917년 폐충혈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이런 식으로 화가의 소개는 시작된다.

화가의 대표적인 얼굴사진과 오른쪽 페이지 위에는 사망년도와 월일이 기재되어 있고 아래에는 묘지사진이 실려 있다.

이렇듯 우리는 이 책에서 화가들의 마지막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그게 참 기분이 묘하다. 숙연해진다고 해야할까, 인생의 덧없음도 살짝 느껴진다.

살아생전 명성을 떨쳤든, 무명의 세월을 보냈든, 후대에 이렇게 역사적인 화가로 기억되고 있지만,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이 초라하고 쓸쓸하다.

 

책으로 수없이 만나봤던 이들 화가들의 작품과 인생 이야기는 지겨울 법도 한데, 저자의 스타일에 따라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새롭다.

특히, 이 책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저자의 필체가 상당히 매력적이어서, 이들의 일생을 다시금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화가들 수만큼이나 그들의 작품 또한 아낌없이 소개되고 있고 책의 구성과 재질도 아주 고급스러워서, 400여 페이지임에도 훨씬 더 두꺼운 분량으로 여겨질 정도로 묵직함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책에 비해, 자화상이나 초상화가 많이 들어 있다는 점도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미술사나 미술작품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혹은 이런 장르는 따분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꼭 이 책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의외로 쉽고 흥미로운 신세계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 어바웃어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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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서점 믹스테잎 - 종이에 녹음한 스물일곱 곡
초사장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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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눈이 핑핑 돌아가는 디지털 시대에서, 초원서점 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테잎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투박하고 촌스러우면서도 왠지 '느림' 의 이미지가 연상이 된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사용했던 시대의 사람이라면 동시에 어린 시절의 향수와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아! 그런데, 공테이프에 좋아하는 곡을 직접 녹음해서 담아낸 것을 믹스테잎이라고 불렀다는 사실은 지금 처음 알았네!!

 

예전에는, 음악과 관련된 책은 미술과는 달리 바로 감상할 수가 없어 아무래도 책의 느낌을 공감하기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내용에 음악이나 영상 QR코드를 담은 책들도 많아 음악 에세이도 즐겨 읽곤 한다.

이 책 또한 QR코드를 통해 저자가 엄선해서 고른 곡들 뿐만 아니라 그 음악가의 또 다른 음악까지 소개되고 있어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거기에 음악과 뮤지션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이런 비하인드 스토리 너무너무 좋아하는 1인으로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으로 인해, 더 자세한 이야기와 인생스토리를 검색하기에 이른다.

 

맨 처음 소개된 곡부터 매료되어버렸다.

마테오 스톤맨(Mateo Stoneman) !! 이름은 생소한데 수록된 곡들을 들으니 어라!!! 귀에 익숙한 곡들이다.

지금 이 서평을 쓰면서 연속으로 이 마테오 스톤맨 곡을 틀어놓고 있다. 너무 좋은 걸 !!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뮤지션들- 휘트니 휴스턴, 스티비 원더, 지미 핸드릭스, 양희은, 송창식, 김창완 등 에서부터 이름은 낯선데 곡은 익숙한 경우도 있다. 송창식씨는 어릴 때는 말투며 노래 부르는 포즈가 정말 이상한 아저씨.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서 어느 날 TV에서 나이가 지긋히 드신 송창식씨를 보는 순간, 어릴 때의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진정한 뮤지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멋있기까지 하다.

휘트니 휴스턴에 대해서는 음악과 갑작스런 죽음만 알았지, 그녀의 주변환경, 사생활은 몰랐었다. 이 책을 통해 그녀의 고통스러운 삶을 알고 나니, 지금 유튜브에서 다시 보고 있는 호화로운 그녀의 모습이 참 안스럽게만 느껴졌다.

 

이 책의 제목인 초원서점은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음악전문서점인데, 안타깝게도 2년 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음악을 사랑하시는 주인장님께서 이렇게 좋은 음악들을 선곡해서 책으로 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어릴 때의 음악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은 참 행복할 꺼라 생각한다.

 

 

 

 

[ 한스미디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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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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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말 오랜만에 만나보는 앤 타일러의 소설이다.

표지만 봐도 따스함이 묻어나는 소설! 책을 읽기도 전에 너무 예쁜 표지에 마음이 혹 가버렸다.

 

1부 1967 - 1977 - 1997 그리고 2부 2017 로 구성되어져 있는 목차를 보면 대충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소설은 '윌라 드레이크'라는 한 여성의 일생을 담고 있다.

1967년, 초등학생인 윌라는 감정변화가 심한 엄마로 인해 눈치를 보며 생활해야 하지만 동생도 윌라도 아직은 어리기에, 그럼에도 엄마의 사랑을 갈구한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는 수동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성장하게 된 것은 아닐까..

1977년, 대학생이 된 윌라는 약혼자와 함께 부모집을 방문한다. 분명 약혼자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약혼 발표, 청혼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윌라를 느낄 수 있다.

1997년, 두 아들을 둔 40대의 윌라에게 큰 시련이 닥치게 된다. 큰 슬픔조차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윌라 !!

2017년, 윌라는 60대가 되어 있고 윌라의 노년은 이 소설의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고 있다.

두 아들은 이미 성인이 되어 곁을 떠났고, 그들이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지 윌라는 거의 알지를 못한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는 소설 속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피터라는 남자와 재혼해서 살고 있는데 그 삶이 행복한지 불행한지 초반엔 잘 느낄 수가 없었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피터와의 결혼에 큰 문제는 없지만 마음 한편이 허한 결혼생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걸려온 한통의 전화로 윌라에게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그러면서 점차 자신이 필요로 하는 삶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돌봐야 할 사람도 생기고, 노년이 되어 단절되어 버렸던 타인과의 관계도 새롭게 형성이 되고, 무엇보다 60 평생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윌라가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나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사실, 그동안 윌라의 성장과정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있어서 항상 타인에게 이끌려가는 윌라가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었기에..

 

참 좋아하는 분위기의 영미소설. 앤 타일러의 소설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이런 잔잔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내용을 영화로도 만나면 너무 좋을 것 같다.

 

 

 

 

 

[ 미래지향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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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 개정판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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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영화의 원작이 있으면, 가능한 원작을 먼저 읽고 좋으면 영화를 찾아보는 스타일이다. 영화를 먼저 보게 되면, 책으로 만났을 때 나만의 상상력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자꾸만 영화의 이미지가 연결되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질 않기에..

그런데, 가끔 영화를 먼저 보고 원작을 봤을 때 그 감흥이 더 새롭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파이 이야기'처럼 또 다른 예외의 경우도 있다.

 

사실, 파이 이야기는 10여년 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조금 지루하기도 하고 말이 안되는 상황이기도 해서, 겨우 읽기를 마쳤던 것 같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영화로 보게 되었는데, 책을 읽었을 때와는 다르게 너무 흥미롭고 그 좁은 배에서 호랑이와 사투를 벌이는 주인공 소년의 상황에 은근히 가슴 졸이며 보게 되고, 뒤늦게 원작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었는데, 기쁘게도 이번에 작가정신에서 새롭게 출간된 개정판으로 읽을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같은 책인데, 그 때와 지금의 느낌은 너무 다르다. 예전에 이해하기 조금 어려웠던 내용들이 쉽게 다가왔고, 절박한 상황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며 아주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왜 이 책이 출간된 지 18여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 을 잇는 최고의 모험소설로 평가되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원작을 읽으니 확실히 영화로 느껴졌던 부분보다 훨씬 더 감성적이고 디테일하게 다가왔다.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 한 배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주인공 인도 소년 '파이 파텔'의 227일간의 태평양 표류기는, 절망과 희망의 극과 극을 왔다갔다하며 독자로 하여금 '인간의 삶의 의지' 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한 배에서 호랑이와 단 둘이 남은 그 공포감은, 망망대해에서 홀로 남겨지는 외로움, 고독감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호랑이로부터 매순간 살아남아야 한다는 그 목표가 주인공 파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삶의 목표와 의지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이 엄청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기독교,이슬람교,힌두교를 다 믿는 파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하지만 강인한 종교의 믿음이 뒷받침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예전에는 다소 황당하다고 느꼈던 이 파이 이야기가, 이번에는 '정말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다니..

나처럼, 혹시 처음에 이 책에 실패한 사람이 있다면 영화로 만나보고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좋은 책을 어떤 경유로든 놓치지 않고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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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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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소설, 특히 장르소설은 많이 읽어보질 않았는데 작년에 부크크 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인 '부크크 오리지널' 시리즈 1편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나서,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3편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훨씬 재밌는 게 아닌가?

1929년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벌어진 도끼 살인사건과 그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자칭 명탐정 에드가 오의 좌충우돌 추리극으로 진행되는데, 코믹스러움도 섞여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도 매끄럽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쫄깃쫄깃하다.

 

초반 몇 페이지 경성의 모습이 소개되고 모던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순간 '그림자 살인' 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그 영화 속의 주인공 황정민을 이 소설 속 주인공 '에드가 오'에 오버랩시켜, 그를 떠올리며 에드가 오의 행동을 따라가며 소설을 읽으니 훨씬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장면 장면을 훨씬 더 리얼하게 상상할 수 있었다.

 

도끼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추리과정도 흥미롭고, 범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고,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은일당 하숙집의 소녀 선화와, 엉뚱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고 의리파이기도 한 우리의 주인공 에드가 오가 개인적으로는 꽤 맘에 든다.

이 소설 속 캐릭터들은 모두 개성이 넘치고 톡톡 튀는데,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인듯 싶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는 상당한 만족스러움에, 다음 부크크 시리즈도 기다려지고, 이 소설이 모던보이 탐정 시리즈로 나와도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 부크크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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