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되살리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120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데커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이자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만남이다.

이 유명한 시리즈를 알아서 가장 먼저 읽게 된 < 괴물이라 불린 남자 > 이후 가능한 순서대로 읽어줘야지 했는데, 신간이 너무도 빨리 나오는 바람에 유혹에서 지고 말았다. 순서가 뭐가 중요해 !!!!


다행히 2편 읽고 바로 7편으로 건너 뛰어도 스토리 파악에 전혀 무리가 없다.

그리고, 이번 편에서 살해당한 판사의 아들도 마스, 데커처럼 고교 풋볼 선수인 관계로 2편에 나왔던 마스에 대한 이야기가 몇 번 등장해서 마치 3편을 바로 읽는 듯한 착각도 든다.


플로리다의 연방 판사와 그녀의 경호원이 한 집에서 살해당하는 사건을 둘러싸고, 데커와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은 초반에는 판결에 불만을 품은 누군가의 복수극이라고 추정했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지게 된다. 연이은 납치, 실종, 죽음..살인사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건과 조금이라도 연관된 사람들마저 하나씩 제거되는 것일까..





데커 시리즈를 딱 2번 읽고 느낀 생각은, 스토리가 굉장히 복잡하고 등장 인물들간의 연관성도 아주 교묘하게 얽혀있고, 내용도 몇 번이고 판이 뒤집힌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부분이 너무 매력있고, 머리에 쥐가 날 정도이긴 하지만 데커의 번뜩이는 추리력과 과잉 기억 증후군에 의한 완벽한 기억력을 토대로 하나하나 사건을 짚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다.


이번 파트너인 화이트 요원 역시 데커와는 초반에는 삐걱대며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데커의 인간성과 의리에 반하고 좋은 동료로 남게 되서 다행이다. 플로리다의 FBI 요원인 앤드루스의 활약이 중간에서 끊겨서 조금 아쉽긴 하다. 살짝 밉상이긴 하지만 조금씩 좋게 보이려던 찰나에 도중 하차 해버리네..

2편에서 젤 좋았던 보거트 요원은 은퇴해 버렸구....에이 !!!!!


600 페이지의 두께지만, 주말에 방콕하며 하루만에 완전몰입하면서 읽은 책이다.

나머지 시리즈도 더 이상 아끼지 말고 빨리 만나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 시대 - 청계천 판자촌에서 강남 복부인까지
유승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제목도 좋고, 띠지의 문구도 맘에 쏙 들고,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쓩 하고 날아가서 그 시절을 다시금 겪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읽다가 자꾸 순간의 추억에 빠져버려 속수무책 ...


책에는 115장의 흑백,칼라 사진이 가득한데, 국가기록원 등에 보관되었던 비공개 자료까지 수록되었을 정도로 깊이 있고 믿을만한 자료로 채워져 있다.

자칫 딱딱할 수도 있는 내용인데, 저자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쉬운 해설 덕분에 지루할 틈 없이 푹 빠져 읽을 수 있다.


달동네, 몸 안에 한가득이었던 기생충, 체변봉투, 연탄과 연탄 중독 이야기, 이사날, 강남 복부인, 버스 안내양, 입시와 엿 이야기, 결혼상담소와 마담뚜 등등 1960년대~1990년대 서울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고 리얼하게 만나보게 된다.





1960년대 청계천 등의 판자촌 사진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이 정도로 못 살았었나 새삼 깜짝 놀랐고, 불과 50여년만에 지금과 같은 대도시로 발전했다는 사실에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구나..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콩나물 교실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한 반에 80여명의 학생들이 꽉꽉 찬 이런 교실이 해마다 늘어나니, 해결책으로 다부제 수업이 진행되었다고 하는데, 심한 곳은 4부제 수업까지 시행된 곳도 있었다고 한다. 해방 후, 지독히 못살고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이런 높은 교육열이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된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오라이' 라는 외침이 생생한 버스 안내양의 나이가 고작 15~19세의 어린 소녀들이었다니..어릴 때 내 눈에는 정말 씩씩하고 힘도 세 보이던 그 언니들은 한참 어른인줄로만 알았더랬다. 평균 수명 4시간 반, 하루 18시간의 엄청난 육체적 노동과 요금 수납에 따른 책임, 푸쉬맨 역할에 업무 후에는 버스 내부 청소까지..그 이름 모를 언니들은 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이렇게나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괜한 연민이 느껴진다.





이 책은 지금의 40대 후반 ~ 60대라면 많은 공감을 하며 읽을 수 있는데, 못 살았던 시절이지만 읽으면서 그 시절이 참 많이 그리웠다.

젊은 독자라도 지금의 서울이 있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될 책이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소중하고 귀중한 역사책이자 풍속사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수를 믿다
나스타샤 마르탱 지음, 한국화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부터 섬뜩함이 묻어나는게, 표지를 집으면 왠지 곰의 거친 털이 만져질 것만 같은 입체북의 느낌마저 난다.


이 책은 시베리아 캄차카 반도를 탐험하던 중, 동행하던 친구들과 잠시 떨어져 홀로 걷다가 곰의 습격을 받은 프랑스의 한 인류학자의 회고록이다.

광대뼈와 턱의 반이 날아가고 얼굴 전체가 찟기고 한 쪽 다리마저 물린 채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찰나에, 저자는 가지고 있던 얼음도끼로 간신히 곰을 쫓아낼 수 있었다.






영화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회색곰에게 공격당하는 장면이 너무도 리얼하고 끔찍해서 이 영화 이후 곰이 너무도 무서운 동물로 각인되어졌다.

그래서 저자가 공격당하는 짧은 문장을 읽으며, 그 극한의 공포와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만 했던 저자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료 과정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주변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 또한 그녀가 겪어야 할 고난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후의 저자의 행보는 더 놀라울 따름이다. 트라우마도 엄청날 테고, 산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일텐데, 저자는 피해자가 아닌 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상황을 돌아보고 다시 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의 사건은 한 마리의 곰과 한 여성이 만나 세상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말한다.

인간이 확신하고 인간의 기준에서 정한 세계 말고도, 이 세상에는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실 나같이 평범한 한 인간이, 곰의 습격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엄청난 사건으로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녀의 심오한 내면의 가치관과 인류학자로써 바라보는 세계관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가 내뱉는 한 문장 한 문장, 특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서술은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여성이라는 생각을 내내 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홈랜드 엘레지
아야드 악타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빼곡한 글씨와 묵직한 두께에 조금 부담이 됐었는데, 저자의 매끄러운 글솜씨와 유쾌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낸 스토리 덕분에 굉장히 재밌게 읽힌다.

초반부터 트럼프 이야기가 나와, 소설임에도 마치 실제 트럼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해서 시작부터 흥미롭다.


파키스탄에서 의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 온 아버지는 기회의 땅인 미국을 너무도 사랑한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 주치의로 일했던 짧은 기간을 내내 자랑스러워하며 대선 때는 남몰래 트럼프를 지지하기도 한다.

그의 아들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작가 자신이기도 한 아야드는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이민자 1세대인 아버지와는 또 다른 입장이고, 미국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무슬림으로써 겪게 되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마주하며, 정말 그 당시 미국 내 무슬림( 저자처럼 실제로는 무슬림이 아니어도 )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친절한 경찰한테까지 자신의 고향은 (테러보다는 발리우드 영화와 요가를 떠오르는) 인도라고 거짓말을 할까..

그 외에도 아버지와의 갈등, 미국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토로하는 한편, 무슬림의 폭력성,배타성과 미국 사회의 자본주의 문제성과 인종차별을 동시에 비판함으로써 결국에는 양쪽 나라로부터 배척의 대상이 된다.


그토록 미국을 사랑했지만 결코 미국에 속할 수 없었고, 항상 자신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상태를 열망했고 그런 척 연기했다고 고백하는 아버지의 삶을 보면서 애잔하기만 하다.

주인공 아야드 또한 미국에 대해 불평을 토로하지만, 그렇게 싫으면 미국을 떠나면 되지 않냐는 한 미국인의 말에, 미국은 자신의 고향이고, 좋든 싫든 여기 말고 다른 데서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결코 완벽한 미국인으로 살아갈 순 없음을 깨닫는다.






이민자 배척정책을 펼치는 트럼프 시대를 사는 지금, 아야드와 같은 이민자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런지..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지만 읽는 내내 마치 저자의 회고록 같은 느낌이 들고, 생생한 이민자의 삶과 미국의 리얼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 영원의 아이 > 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텐도 아라타'라는 이름은 내가 풀네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 (그 후 읽었던 < 가족 사냥 > 은 뭐 소소였지만..)

그리고 참 오랜만에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도 따끈한 신간으로..(' 애도하는 사람' 은 위시 리스트에서 잠자고 있고 ! )


두 손이 묶인 채 알몸으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황을 겪던 중, 시바라는 한 경찰의, ' 남성의 시체에서는 왜 강간을 의심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에 의거해, 남성의 항문에서 ' 눈에는 눈 ' 이라는 단어가 씌여져 있는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살해된 남자의 아들이 몇년 전 집단강간의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수사는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게 된다. 수사과정에서, 가해자 3명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풀려났고, 피해자는 그 어떤 사과도 듣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살해된 사건과 피해자의 연관성이 언뜻 떠오르게 되는데, 또 이야기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너무 밋밋하지 않은가..역시 결말까지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러한 부조리한 이해불가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그 외의 이야기들, 성폭력 후 경찰취조 과정에서 피해자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수치심도 그렇고, 가정 내 폭력에서의 여성들의 피해사건들은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너무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 영원의 아이 > 이후 오랜 기간 이러한 젠더 폭력, 남녀 불평등 등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고민을 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의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 속에서 종종 이에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당연시 여겨왔던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빌려, 가정 내 남녀간의 불평등을 언급하고 있다.


" Stop Killing Women "


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문구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향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살인 자체도 포함될 수 있겠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혀 인생이 망가지게 만든 간접적 살인 모두..





이 책은 북스피어 출판사의 ' 이판사판 시리즈' 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시리즈 이름도 참 재밌다. 시리즈 이름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기억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절대 까먹지 않을 이름으로 정한 것이 이판사판이라고 하는데 정말 절대 안 잊힐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