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돌아오다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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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가끔 사전 정보 없이 그냥 읽기 시작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바로 그런 케이스다.

표지가 따스하고 약간 환상적인 느낌도 전해져서 추리미스터리물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읽었기에 1장에서는 주인공이 누구인지조차 잘 몰랐다. 2장에서 어딘지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싶었는데 오, 앞서 첫번째에 나왔던 캐릭터가 다시 등장하네 !!! 그렇다면 이 소설은??


목차만 보고 단편소설인줄 알았더니, 주인공도 이렇듯 매회 동일하고 앞의 이야기가 뒤에서도 나오기 때문에, 연작단편집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5편의 이야기에는 모두 곤충이 등장하고, 이 곤충이 알게 모르게 스토리의 중요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곤충의 특징을 이용해 추리를 해내는 주인공은 뒤로 갈수록 은근히 매력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이 순하지만 살짝 차가운 느낌의 캐릭터가 매 스토리마다 조용히, 조곤조곤 추리를 이끌어 가는데, 슬프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하고, 따스하기도 하고, 살짝 감동이 느껴지기도 하고...인간의 다양한 감정 중에서 대체적으로 이러한 정적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소설이다.






소설의 뒷편에는 저자의 문고본, 단행본 후기와 노리즈키 린타로 작가의 해설도 수록이 되어 있는데, 특히 이 해설이 굉장히 유용하고, 덕분에 와이더닛(Why done it) 기법, 왓더닛(What done it) 기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이 중 왓더닛 기법인 '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의 두 가지 패턴이 적절히 섞여 있다고 한다.


전달에 읽었던 초초소형 책에서는 매미 소리가 너무 무섭고 귀에 거슬리게 맴돌았지만, 이 책에서의 매미 소리는 슬프게만 느껴진다. 내 생전 매미가 등장하는 책을 거의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최근 연달아 읽게 되다니..


비슷비슷한 소재와 분위기의 추리소설에 식상해진 독자라면 이 소설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올 듯 하다.

곱씹으며 읽어야 비로소 제대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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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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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고전을 학창시절 때 읽었을 때의 느낌은 그다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히려 성인이 되어서 읽었을 때 한스에 대한 안스러움이 마음에 더 많이 와 닿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스의 외로움, 방황과 압박감에 마음이 짠하다.

성인이 된 후 2번을 읽었는데 두 번 다 리뷰를 남기지 않아 이번에 다시 정독을 하며 읽게 되었는데, 3번째 만남에서도 여전히 마음 아픈 소설이다.


특히나 이번 책에서는 중간에 흑백펜 드로잉 삽화가 수록되어져 있어서, 처음에는 글의 집중에 방해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삽화를 통해 스토리가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주인공인 한스의 삶은 그를 둘러싼 주변 어른들에 의해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한스는 비록 정신적으로 크나큰 부담감을 느끼지만 그러한 자신의 삶에 충실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낚시, 토끼 기르기, 수영 등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 공부에만 매진한 결과 주시험에 2등으로 합격하고 꿈의 신학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처음에 가졌던 희망과는 달리 학교에서는 친구 하나 사귀지 못하고 언제나 혼자 공부만 하는 외톨이 생활로 지쳐가고, 바로 그 즈음 우연한 기회에 하일너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한스와는 반대로 반항아 기질에 학교 수업은 등한시하는 하일너로 인해 한스 또한 학교성적은 끝없이 추락하게 되는데, 한스 자신 또한 학교에 대한, 공부에 대한 생각마저 크게 바뀌게 된다. 한스를 바라보는 학교 선생님들의 시선 또한 부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하일너의 퇴학으로 한스의 정신세계는 이제 갈 곳 없이 황량해져만 가고 학교생활마저 실패로 끝나게 되는데, 최고로 성공한 마을의 자랑거리였던 한스가, 낙오자의 신세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얼마나 무거웠을까..






과연 한스의 삶에 있어서 위로와 도움이 되었던 인물은 누구였을까?

그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과연 있기나 했던걸까?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리고 가장 외로웠던 시기에 하일너가 한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그리고 하일너는 그렇게 한스의 인생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고 그 결과는 최악으로 끝나버렸다.


만약 한스가 하일너라는 친구를 사귀지 않고, 신학대학에서 끝까지 남았다면 한스의 미래는 행복했을까?

한스가 끊임없이 겪은 두통, 그의 심리적 고뇌를 들어줄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한스의 삶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 연약한 시기만 잘 넘길 수 있도록 누군가 잘 잡아주었더라면, 그래서 20대를 잘 맞이할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성장한 한스가 되었을텐데..생각하면 할수록 한스의 삶이 너무 안됐다.





이 소설은, 고향에 돌아가 태어나 처음 겪게 되는 이성에 대한 한스의 감정묘사를 비롯해서, 한스가 매순간 처한 상황에서의 감정변화의 표현이 너무도 섬세하기 그지없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로도 잘 알려진 이 소설은 20세기 독일의 교육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리고 한스한테서 지금의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의 모습과 교육이 오버랩되는 씁쓸함도 맛보게 된다.

그래도, 3번째 재독에서도 여전히 손에 꼽을 수 있는 고전명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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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 짓눌린 영혼에게 길은 남아있는가
헤르만 헤세 지음, 랭브릿지 옮김 / 리프레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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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어도 너무 좋았던 고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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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넘 숲
엘리너 캐턴 지음, 권진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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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게릴라 가드닝 ' 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도심에 버려지거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활동을 일컫는 말인데, 이 소설은 바로 이 활동과 스릴러물이 접목된 매력적인 내용을 선사하고 있다.


얼핏 제목만 봤을 때는 버넘 숲이라는 가상의 숲에서 벌어지는 환경 이야기를 다루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이 < 버넘 숲 > 은 숲의 명칭이 아니라 바로 게릴라 가드닝 단체의 이름이다.


이상적인 꿈을 안고 시작한 이들 단체는 5년이 지난 현재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며 점점 침체되어져만 간다.

리더인 미라는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최근 산사태로 고립된 마을 손다이크를 활용하고자 탐사하던 중, 억만장자이자 드론업체 CEO 인 로버트 르모인을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버넘 숲의 재정적 지원을 약속받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행동 뒤에는 손다이크에서 진행되는 비밀스런 프로젝트의 음모가 숨겨져 있다.

이들의 계약을 유일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버넘 숲의 초창기 멤버였던 토니이다.







이 소설에서는 버넘 숲 단체쪽 인물로 미라, 미라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셸리, 그리고 토니 이렇게 3명이 나오는데, 미라는 단체의 리더 치고는 조금 그 존재감이 약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단체를 위해 르모인의 제안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의 존재감에 살짝 밀렸던 것은 아닌지..미래가 보이지 않는 버넘 숲에서 나오고 싶어하며 내면의 갈등을 겪는 셸리 또한 마찬가지.


반면, 어쩌면 이 버넘 숲의 제 3자의 존재라고도 볼 수 있는 토니의 역할이 점점 두각을 나타낸다.

처음부터 르모인의 제안을 수상쩍게 여기고 버넘 숲의 미래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그의 제안을 덥석 물어버린 미라의 결정을 강력히 반대하는 인물. 버넘 숲에는 이런 인물이 진정 필요하다고 본다.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뭔가 사건이 터지고 그걸 파헤치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의 스릴러와는 결이 다르다.

그러나, 손다이크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르모인의 탐욕과 이를 지키기 위한 잔혹한 행동, 각각의 인물들 간의 갈등과 의혹 등이 잘 표현된 심리 스릴러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손다이크 하늘에 쫙 깔려 있는 감시 시스템 드론, 르모인이 그 지역에 깔아놓은 해킹 시스템 같은 최첨단 IT 기술 이야기도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로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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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지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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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2023년 콩쿠르 수상작 < 그녀를 지키다 > 는 632페이지의 두께에 버금가는 묵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왜소증으로 태어난 천재 조각가인 '미모' 와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인 비올라의 이야기, 사랑을 초월해 진정한 우정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긴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미모(본명은 미켈란젤로 티발리아니) 는 열살 때 조각가인 아버지를 여읜 후, 어머니에 의해 열두 살에 홀로 이탈리아의 한 조각가한테 맡겨지게 되는데, 선천적인 신체 장애로 인해 갖은 구박과 멸시, 고생을 하게 된다.

새로 이주한 고장에서 오르시니 가문의 막내딸 비올라와의 운명과도 같은 만남이 시작되는데, 비올라는 굉장한 기억력의 소유자로 어린 나이 때부터 뛰어난 지적 능력과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의 차별과 핍박을 극복하고 왕립 아카데미의 회원이 될 정도로, 몇 년동안의 작업 주문이 쇄도할 정도로 성공한 미모와는 달리, 비올라는 천재적인 능력의 소유자임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제약되었던 시대적 한계에 끝없이 투쟁하지만,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불행한 삶을 이어간다.


비올라의 두 오빠들의 상반되는 캐릭터 묘사도 흥미롭고, 어릴 때 비올라가 빌려준 책으로 인해 도둑으로 몰려 사람들 앞에서 매까지 맞는 굴욕을 당했던 미모가, 성공한 이후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그에 더해 그들 가문의 일원으로 행동하는 장면들을 마주할 때는 약간의 통쾌함마저 전해진다.


1986년 사쿠라 수도원 안에서 여든 두살의 미모는,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생에 대해 회상하면서 이 장대한 이야기의 서문이 열리게 된다. 책을 읽는 내내 미모와 비올라의 인생에 대해 가장 크게 촛점을 두게 되었는데, 다 읽고 나니 한번 더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이런 묵직한 분위기의 소설 참 오랜만에 만나보는데, 이탈리아 곳곳에 대한 묘사도 섬세하고 캐릭터들도 살아 숨쉬는 듯한,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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