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위로 - 북유럽에서 나를 찾다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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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여행기는 30대인 저자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혼란스러운 미래와 자신의 꿈을 되짚는 성찰의 시간을 담고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전혀 다른 길을 걷다가 문득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평소 오로라와 빙하를 보고 싶어했던 저자는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북유럽 여행길에 오른다.


우리에게 유럽은 그냥 낭만 그 자체로 다가오는 것 같다. 특히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은 부러움도 들고, 조금 신비감이 들기도 하는데, 저자 역시 그런 마음을 한껏 안고 북유럽을 만나본다.

그리고, 도착하고 얼마 안되서 한국의 직장인들과 다를 바 없이 바쁜 걸음으로 앞만 보고 내딛는 그 곳 직장인들을 마주하며, 나와 다를 것 없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분이 좋다. 방문한 여행지가 마냥 좋고 행복하고 그들의 모습이 부러운 게 아니라, 그들 역시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북유럽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조금씩 현실로 끌어들이는 저자의 생각이 좋다.







이번 저자의 여행은 특히, 나를 존중하고 나 자신을 제대로 대접해 주는 여행이다.

먹는 것도 가끔 고급 레스토랑에서 즐기고, 잠도 고급 호텔에서 자보기도 하고..이런 여행 좋다. 먹는 것, 자는 것 가능한 아끼며 다니는 여행도 나름대로 좋지만, 이번처럼 조금은 호사를 누리며 보내는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읽는 사람의 마음마저도 여유롭게 해 준다.






저자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오로라를 보기까지의 여정도 순탄치 않았고, 결국 눈으로 경험한 오로라에 대한 환상이 깨지게 되는데, 나 또한 저자처럼 오로라가 육안으로도 책에서 항상 봐왔던 녹색으로 보이는 줄 알았다. 타임랩스나 영상으로 오로라가 초록빛으로 춤을 추듯 움직이는 모습을 담는 것인데, 우리는 흔히 그런 오로라를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여행기간을 통틀어 가장 좋은 호텔에 머물 생각에 행복했지만 그 곳에서는 명백한 인종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동양인은 이 정도의 호텔, 그 안의 최고급 식당은 당연히 이용을 못할 꺼라는 생각을 전제로 대놓고 무시하는 행동들.

그러나 그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호의적이고, 저자의 칭찬에 배의 친절로 보답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행책에서는 뭐니뭐니해도 멋진 사진이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음식, 풍경, 사람들 등 다양한 모습의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담고 있어서 참 좋다.

뭔가 여유롭고 진정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을 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여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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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 개정판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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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무서운데도 왠지 궁금해지는 장르가 바로 이 호러이다.

호러 신간도서나 신작영화가 나오면 얼만큼 센 놈인지 일단 정보를 확인해 보곤 하는데, 매번 그 단계에서 끝나기 일쑤다.

그런데 예전에 < 우중괴담 >을 읽은 후 미쓰다 신조의 작품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번 < 흉가 > 를 통해 드디어 본격적으로 '미쓰다 월드' 에 입문하게 되었다 .


2016년 북로드에서 출간되었던 작품의 개정판으로, 표지에서부터 엄청난 괴기스러움을 전파하고 있는데 구간보다 신간표지가 훨씬 더 공포스럽다.

일단 이 작품은 밤에 읽으면 그 재미를 배로 느낄 수 있을 듯 하다.

해 쨍쨍 나는 낮에 읽으니 생각보다 무서움은 덜했다. 다행히도..






뱀의 모습을 한 산 중턱에 자리잡은 단독주택으로 이사 온 쇼타 가족은 처음 갖게 되는 넓다란 집에 크게 만족하지만 유일하게 초등학생인 쇼타만큼은 이 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상한 기운을 느끼게 되고, 집에 가까워지면서 그 기운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집 안에서 정체불명의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어린 여동생까지 밤마다 모르는 아이가 찾아온다고 오빠 쇼타한테만 얘기한다. 주변 주택건설은 중단된 상태로 음산한 구조물만 남은 상태이고, 쇼타네 새 집은 3년동안 세입자가 3번이나 바뀐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된다. 게다가 집주인이라는 노파도 수상하고 음산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쇼타만 알고 , 우연한 기회에 친구가 된 코헤이를 통해 더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면서 이 둘은 이 집과 마을의 비밀을 조사하게 되는데 (어린 녀석들이 진짜 겁도 없다.) 그 과정에서 공포스럽고 섬뜩한 일들을 마주하게 되고, 쇼타네가 이사오기 전 그 집에 살았던 한 소녀의 일기장을 통해 그들 가족에게 일어난 해괴한 일을 알게 된다.

좀 더 일찍 부모한테 그 둘이 알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았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밤에 안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우중괴담 때는 기괴한 의성어가 많이 나와 혼줄이 났었는데, 이번 책에서는 몇 장면만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다.

결말도 오싹하고, 결말의 결말까지 오싹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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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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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이 좋은 이유를 물어본다면..모르겠다. 그냥 좋다. 참 이상한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특히나 자극적인 장르소설을 많이 읽다보니 읽을 땐 밤잠을 설쳐가며 읽을 정도로 정말 흥미롭지만 시간이 지나면 내용조차 가물가물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책은 아주 예전에 읽었음에도 전체적인 스토리가 생생히 기억난다. 내 인생에서 3번 읽은 책은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인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읽을 때마다 마음 한 켠에 묵직함이 느껴진다. 스토리랄 것도, 어떤 크라이막스랄 것도 없다. 그저 스토너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너무도 잔잔해서, 내용도 잔잔하고 인물 자체도 조용하고 그의 삶 또한 참으로 단조로워서 자칫 이 책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읽는 내내 그런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문장들은 정말로 섬세하고 아름답다. 65년의 인생을 살다 간 스토너라는 인물에 대해 이 책에서는 맨 첫 페이지를 할애해 소개하고 있는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첫 페이지를 다시 읽으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고 굉장히 먹먹해진다.





사랑과 가족관계에서도 단절된 삶을 살았고, 친구래봤자 2명인데 그나마 1명은 전쟁으로 죽었고, 그토록 오랜 기간 뛰어난 실력을 지닌 교수로 있었지만(결국 조교수로 끝나지만)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 가운데 그를 뚜렷하게 기억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본다면 그의 삶을 ' 초라하고 실패한 삶 ' 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스토너 스스로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된거다. 그러나, 스토너가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외롭긴 했을 것 같다.





분명 소설 속 인물임에도 어느 대학에 스토너라는 교수가 존재했었을 것만 같다. 1965년 발표된 후 50년이 지나서야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데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베스트셀러보다 이런 스테디셀러가 정말 좋다. 이 책을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은 읽어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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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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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는 폴 오스터의 작품.

아! 그래 바로 이것이 폴 오스터의 분위기지!! 잊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상황과 문장을 굉장히 거대한 뭔가로 끌어올리고, 읽는 내내 긴 호흡으로 읽히지만 그 문장마저 매력적이다.

언젠가부터 신간이 나오질 않아 왜 활동을 안하실까 궁금했었는데, 작년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랍고 슬프던지..이제 이 작가의 맛깔스런 글을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깝다.

그리고 새삼 그립다.


'정원사' 라는 뜻을 가진 ' 바움가트너 ' 는 책의 제목인 동시에 작품 속 주인공의 성이다.

70대의 노교수 바움가트너는 10년 전 불우의 사고로 아내를 잃고 외로운 노년의 삶을 살아간다. 나이가 들면 겪게 되는 현상들 - 자꾸만 흐릿해지는 기억력들, 화장실 다녀온 후 바지 지퍼 올리는 걸 점점 자주 잊는 현상 등등 - 에 대해 서글픈 현실을 조금은 유쾌하게 풀어간다. (폴 오스터만의 매력이다.)


여전히 아내의 부재를 그리워하면서 그녀와 처음 만났던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회상하고, 그보다 더 오랜, 자신의 어린 시절, 그리고 더 나아가 부모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도 회상한다.

아내와의 이별을 신체 절단의 후유증, 즉 산지통에 비유하면서, 자신의 절단된 일부가 여전히 아프게 느껴지는 이 증상에 대해, 가끔은 어떤 치료가 이 증상을 완화해 줄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치료법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인연을 만날 기회도 있었는데, 읽으면서 그래 바움가트너씨 ! 더 이상 외롭게 살지 말고 합치세요.. 하고 내심 응원하게도 된다. 그러나 아내를 떠나보내고 외로웠던 바움가트너와는 달리, 경멸했던 남편과 헤어져 홀가분해지고 드디어 자유를 만끽하게 된 주디스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서로를 사랑하긴 하지만 바움가트너와 주디스의 이해관계는 방향이 달랐던 것.







이 작품은 폴 오스터가 생의 마지막에 다가가고 있음을 감지하고 써 내려간 만큼, 작가 자신의 모습과 사고가 어느 정도 반영된 느낌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쓸 당시 그의 가족에게 연이어 닥쳤던 불행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데서 오는 크나큰 슬픔을 가슴깊이 애도하는 마음이 작품 곳곳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굉장히 슬플 수도 있는 내용을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풀어내고 있어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읽힌다.


잊고 있었던 그의 모든 작품들이 다시금 소중하게 떠오른다.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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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정의 (양장본)
나카무라 히라쿠 지음, 이다인 옮김 / 허밍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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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 책은 어떤 분의 리뷰를 읽다가 그만 스포를 당해서 그 당시에는 조금 속상했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주인공의 상황이 너무 겉잡을 수 없이 커져버려 내내 마음이 안 좋았고, 차라리 결말을 안 상태가 다행일 정도였다. 적어도 맘 졸이면서 읽을 필요는 없으니..

그럼에도 굉장히 재밌게 읽혔을 정도로 이 책 아주 맘에 든다.


그 누구보다 법을 존중하고 착실하게 업무에 임하며 승진의 기회를 앞두고 있는 강력계 형사 료이치는 최근 벌어진 성소자 연쇄 살인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수사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딸이 성폭력의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한 남자를 죽이게 되고, 료이치는 자신의 딸과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이 찰나의 선택은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온다.





범죄의 현장과 범행의 수법에 통달하고 있는 베테랑 형사임에도, 전혀 예기지 않은 상황에서 범죄를 은닉하고 시체를 유기해야 하는, 초를 다투는 상황에서는 반드시 뭔가를 실수하고 놓칠 수 밖에 없다.

완벽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후 하나둘씩 료이치를 옥죄는 상황들 속에서, 그가 끊임없이 겪게 되는 심리적 압박감과 두려움은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이다.


겉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가는 상황도 매끈한 스토리 덕분에 뜬금 없다든지, 조금은 억지설정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좋았고, 료이치를 비롯한 이 작품 속 또 다른 인물의 행동 또한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독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왜 사적인 복수를 해서는 안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면서도, 또 막상 내가 당사자라면 어떠할지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 작가라고 하는데 첫 만남이 굉장히 인상깊다. 다른 작품들도 빨리 국내에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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