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 서울 이야기 - 우리가 몰랐던
배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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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조선의 수도 한양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을 만나보았다.

왕과 사대부 이야기, 궁궐 이야기는 종종 접해봤지만 이렇게 서민들의 리얼 라이프를 만나볼 기회는 흔지 않기에,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지 목차부터 궁금하게 만든다.


흔히 조선시대의 평민들은 궁핍한 생활을 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지금 우리들도 맘 편히 먹지 못하는 소고기가 조선시대에는 아주 저렴했기 때문에, 자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요리법도 지금과 비교했을 때 굉장히 다양했다고 하는데, 맛이 굉장히 궁금하다.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요리들을 지금 먹으면 아무래도 우리들 입맛엔 맞지 않겠지?

지금과는 다르게 자연에서 사육했기 때문에 영양면, 품질면에서도 최고였을 것 같다.






한양은 호랑이 소굴이었다고 한다. 민가에 내려와 사람과 가축을 죽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궁안에까지 보금자리를 틀기도 했다는데, 특히 숙종~정조 대에 호환이 급증했고 이는 기상이변에 따른 이변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그 후 포상 강화, 지속적 착호활동과 한국전쟁으로 그렇게나 많았던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의외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도 없었고 부정적으로 인식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권력층에도 장애인이 많았는데 광해군 때 심희수는 앉은뱅이 장애를 핑계로 몇차례 사직을 청했어도 광해군이 받아들이지 않았고, 숙종 때도 윤지완은 한쪽다리가 없어 사직을 권했지만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고, 혜경궁 홍씨의 조부는 농아였다고 한다.


장애인 정책, 중죄에 대한 감형, 장애인 단체 등 국가적 차원에서 행해진 정책도 많았다고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차별과 복지지출에 있어서 장애인 복지 후진국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어떤 계기로 인해 지금의 우리가 조선시대보다 후퇴하게 된걸까..







서민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더 친근감 있고 구수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자료 특히나, 그 당시 실존했던 사람들의 귀한 사진들도 많아서 아득한 시간의 간극이 확 줄어든 느낌이다.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들이 대부분일테니 부모가 읽고 자녀들한테 들려줘도 좋겠고, 역사에 딱히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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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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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스크림 > <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 > ..이런 영화를 슬래셔 영화라고 칭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살인마가 희생자들을 잔혹하게 난도질하는 잔혹한 공포영화로, 내가 가장 기피하는 영화장르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소개에 위의 영화 제목들이 등장했을 때 고민 좀 했는데, 그래도 읽고픈 마음이 강했던 건 순전히 저자의 전작인 < 호러 북클럽이 뱀파이어를 차단하는 방식 > 때문이다.


제목의 '파이널 걸' 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죽고 마지막에 가해자를 죽이거나 피해서 살아남은 유일한 여성을 일컫는다고 한다.

소설 속 파이널 걸 6명은 끔찍한 사건 이후 각자의 삶에서 폐인이 되거나, 부호와 결혼해 풍요로운 삶을 살거나, 가정을 꾸리고 진정한 삶을 살거나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의 내면은 죽을 때까지 결코 그 공포의 순간과 트라우마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이유로 16년간 심리학자와 함께 그들만의 모임을 이어가며 심리적 치료와 함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 왔다.


주인공 리넷은 특히 그 사건 이후 이중삼중으로 집안에 보안장치를 설치하고,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강박감을 가진 채 중년이 될 때까지 그 긴 세월을 두려움으로 살아가는데, 이들의 불행은 오래된 과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이들을 대상으로 다시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서 잊고 싶었던 공포의 순간이 재현되는 불행을 맞게 된다.


그냥 살인사건 피해자도 트라우마가 엄청날 텐데, 하물며 위에 언급한 것처럼 자신의 가족들이 모조리 난도질당하는 것을 눈 앞에서 봐야 했던 리넷 입장에서 그녀를 짓누르는 공포감이 어느 정도일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이런 피해자들이 과연 온전한 정신상태를 유지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나 있기는 한 것인지..








이 소설이 그냥 일반소설 혹은 액션,스릴러 소설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크게 긴장하진 않았었는데, 스토리 중간 중간 소개되는 가상 슬래셔 영화나 그들의 사건에 대한 취재 내용, 특히나 주인공 리넷의 가족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그 어떤 고어 영화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잔혹 그 자체이다. 이 정도면 공포소설로 간주해도 될 정도..

살인자들을 추앙하며 광팬까지 생기는 현상도 있다고 하는데, 굉장히 위험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 작품 역시 기존에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함 그 자체이다. 공포스럽기도 하고, 재현되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과정도 흥미롭다.

두 작품 모두 영상화된다고 하니, 시각적으로 어떻게 표현될지 꽤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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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되살아난다 - 수련의 시바 카즈키의 수술 진료 기록 카드 토마토미디어웍스
고도리 시키 지음, 김진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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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현직 의사가 쓴 타임루프 판타지 소설로, 판타지 소설을 크게 선호하지 않음에도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 또한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올해 초 수련의가 된 주인공 시바는 난치병 환자인 18살 소녀 하루카의 담당 주치의를 맡고 있다.

하루카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제멋대로 구는 환자지만 그녀의 자살 사건 이후, 한창 나이에 병원에 갇혀 지내야 하는 하루카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하루카 또한 그를 매번 돌팔이라고 무시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믿을 수 있는 의사는 시바가 유일하다.

그런 그녀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녀의 수술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서 수술은 실패하고 하루카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순간 시바는 하루 전으로 돌아가고 다시 수술이 재개되지만 다시 실패하고, 이런 상황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수십번, 수백번...상황을 매번 바꾸고 원인을 찾아내도 결국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이 소설은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타임루프 이야기이고 로맨스 비슷한 분위기도 살짝 느껴지는 한편, 하루카 수술의 실패의 원인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장르소설의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현직 의사의 작품답게 의료현장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는 점도 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읽다보면 주인공 시바를 통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는데, 하루카라는 환자를 만나면서 이기적이었던 의사에서,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로 예측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의 의료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담당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달려가야 하는 주치의 제도로 인해 의사들은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와 의료비 고액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비용, 도시에만 편중된 의사 숫자 등으로 인한 의료 붕괴 등의 문제점도 언급된다.

소설 속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90세 노인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40세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 요청을 거절해서 결국 죽게 만든 상황이 펼쳐지면서, 생명의 우열을 결정짓는 행위와 의료 자원의 한계로 인한 우선 순위의 필요성, 이 양쪽 견해에 대한 의견도 팽팽히 대립된다.


이러한 내용들은 대화 가운데서, 주인공의 독백 속에서 드러나는데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있어, 가벼운 듯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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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2 -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뚫고 피어난 불멸의 예술혼 살롱 드 경성 2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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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 살롱 드 경성 > 을 읽고 난 후, 후속편이 꼭 나오기를 고대했었는데 드디어 그 바램이 이루어졌다.

해냄출판사의 신간소식을 듣고 얼마나 반갑던지..

1편 못지않게 정말 좋았는데, 역시나 읽는 내내 마음이 아리고, 죄송스럽고 존경심은 말할 것도 없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미술 관련책이 아니다.

철저한 고증과 자료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암흑기 시대에 활동했던 23명의 화가들을 재조명하고 있는데, 그들의 예술세계는 물론이거니와 그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이 함께 아우러져 한편의 역사서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지금까지는 주로 해외 유명 작가들의 그림 이야기에 심취해서 읽고 또 읽고, 수많은 도슨트의 다양한 주제에 따른 해석에 빠져들었었는데, 1편 때도 경험했었지만 이번 후속편에서도 우리나라의 근대미술이 이렇게나 아름답구나 하고 다시금 놀라게 된다.

저자의 뛰어난 필력을 통해, 그림에 얽힌 화가들의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알고 만나본 작품들이기에 훨씬 더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23명의 화가들을 차례차례 만나는 매순간 그들의 뛰어난 예술혼, 열정이 경이롭기만 하고, 대부분 찢어지게 가난하고 불운한 인생에 뭉클하고 마음이 아파왔다.







저자는 이 한 많은 예술가들의 위대한 작품들이 한데 모인 근대미술관 하나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한 우리나라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 위해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행히도 안목이 높았던 고 이건희 회장님 덕분에 이들이 남긴 유산들 중 다수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보존되고 알려질 수 있게 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100년의 시대 속에서 활동했던 뛰어난 예술가들의 혼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일 듯 하다.





저자는 죽기 전에 이들의 사상적 흐름을 추적한 장대한 서사시와도 같은, 이들의 삶과 예술적 성취를 생생히 담은 책을 쓰고 싶다고 한다. 책의 힘을 믿는 독자의 한명으로써 간절히 바래본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되새기고, 이름조차 생소했던 근대화가들이 이제라도 조금씩 알려지고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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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고베 - 보석처럼 빛나는 항구 도시에서의 홈스테이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8
한예리 지음 / 세나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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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세나북스 출판사의 '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 중에서 저번달에는 오사카편을 만나봤었고, 이번엔 고베 편이다.

사실 ' 고베 ' 하면 대지진밖에 떠오르질 않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고베가 이렇게나 자연경관이 뛰어난 도시라는 사실에 놀랐고, 사실 조금 낙후된 시골을 연상했었는데 상상외의 현대적인 감각의 도시를 마주하며 다시 한번 놀랐다.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이렇게 완벽한 도시로 재탄생하기까지 얼마나 큰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저자는 대학시절 이미 경험했던 홈스테이 생활을 십분 활용해, 이번 한달 살기도 그 때 머물렀던 가정집에 다시 머물기로 한다. 호스트와 이미 친숙한 관계인데다, 일본어 문학을 전공했고 현재 일본어 번역가로 일할 만큼 일본어에 능숙한 덕분에, 저자가 한달 동안 고베에서 경험할 수 있는 범위는 확실히 광범위하다. 해외여행에서는 언어가 가장 큰 자산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서예, 꽃꽂이, 다도 등의 문화체험에서부터 < 겐지 이야기 > 의 저자 등 일본 문학가의 흔적을 따라 가기도 하고, 일본전통예술도 경험한다. 여기에 일반적인 관광객은 경험하기 힘든 일본인 지인집의 초대도 받으면서, 그야말로 진정한 한달살기의 정수를 맛본다.

일본의 먹거리 여행은 특히나 흥미롭기 그지없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먹거리 소개와 함께 사진도 듬뿍 곁들여 주어서 궁금증이 바로바로 해소된다.

책의 두께도 수박 겉핥기 식의 식상한 여행에세이에 비해 두툼해서 좋다.






내가 머무는 도시의 일상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정말 이런 홈스테이가 제격인 것 같다.

이 책 덕분에 일본의 여행지 가운데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었던 고베가 굉장히 궁금해졌다.


다음에는 이 일본 호스트 가정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한국문화를 경험하는 내용을 만나봤음 하는 엉뚱한 기대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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