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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는 되살아난다 - 수련의 시바 카즈키의 수술 진료 기록 카드 ㅣ 토마토미디어웍스
고도리 시키 지음, 김진환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현직 의사가 쓴 타임루프 판타지 소설로, 판타지 소설을 크게 선호하지 않음에도 굉장히 현실적인 내용 또한 만나볼 수 있어 흥미롭게 읽힌다.
올해 초 수련의가 된 주인공 시바는 난치병 환자인 18살 소녀 하루카의 담당 주치의를 맡고 있다.
하루카는 자신의 주치의에게 제멋대로 구는 환자지만 그녀의 자살 사건 이후, 한창 나이에 병원에 갇혀 지내야 하는 하루카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하루카 또한 그를 매번 돌팔이라고 무시하지만 마음 한 켠으로는 믿을 수 있는 의사는 시바가 유일하다.
그런 그녀를 반드시 살려내겠다고 맹세하지만, 그녀의 수술 과정에서 돌발상황이 발생하면서 수술은 실패하고 하루카는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순간 시바는 하루 전으로 돌아가고 다시 수술이 재개되지만 다시 실패하고, 이런 상황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수십번, 수백번...상황을 매번 바꾸고 원인을 찾아내도 결국 운명은 바꿀 수 없는 것일까?

이 소설은 영화나 소설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타임루프 이야기이고 로맨스 비슷한 분위기도 살짝 느껴지는 한편, 하루카 수술의 실패의 원인이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장르소설의 재미도 느껴볼 수 있다.
현직 의사의 작품답게 의료현장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는 점도 이 소설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읽다보면 주인공 시바를 통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많이 엿볼 수 있는데, 하루카라는 환자를 만나면서 이기적이었던 의사에서, 진정한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만나게 된다.
다 읽고 나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로 예측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의 의료 제도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담당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떤 상황에서도 즉시 달려가야 하는 주치의 제도로 인해 의사들은 살인적인 노동 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고령화 사회와 의료비 고액화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의료 비용, 도시에만 편중된 의사 숫자 등으로 인한 의료 붕괴 등의 문제점도 언급된다.
소설 속에서는, 얼마 남지 않은 90세 노인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40세 심근경색 환자의 응급 요청을 거절해서 결국 죽게 만든 상황이 펼쳐지면서, 생명의 우열을 결정짓는 행위와 의료 자원의 한계로 인한 우선 순위의 필요성, 이 양쪽 견해에 대한 의견도 팽팽히 대립된다.
이러한 내용들은 대화 가운데서, 주인공의 독백 속에서 드러나는데 생각보다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고 있어, 가벼운 듯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