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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걸 때 - 아트 스토리텔러와 함께하는 예술 인문학 산책
이수정 지음 / 리스컴 / 2025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미술 에세이를 워낙 좋아해서 정말 다양한 주제의 책을 많이 만났는데, 읽기를 거듭해 가니 겹치는 내용도 조금씩 생기고, 유명한 그림도 자주 만나니 식상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한동안 좀 멀리하다 간만에 읽게 된 책인데,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지 꽤 재밌다.
' 그림을 통해 인간의 내면과 시대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 내려간다 ' 라는 이 책의 소개 문구가 있는데, 정말 이 책은 아트 스토리텔러인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화가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쿠르베의 < 상처 입은 남자 > 속 남자는 쿠르베 자신의 모습인데, 가슴을 칼에 찔린 남자의 표정이 어찌도 이토록 평온한가 대한 의구심은 2007년 미술품연구복원센터에서 시행한 X선 분석을 통해 그 비밀이 풀렸다고 한다.
이 그림 속에는 다른 두 개의 구성이 숨겨져 있는데, 쿠르베의 어깨에 기대어 잠든 여인의 모습이 숨겨져 있다.
쿠르베와 10년간 사실혼 관계에 있었던 이 여인은 어느 날 아들을 데리고 홀연히 그의 곁을 떠났고, 그 후 쿠르베는 그림 속에서 그녀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얼굴에는 거친 수염을 그려넣었다고 한다.
쿠르베는 스위스 망명의 어려운 상황 가운데서도 이 그림만은 끝까지 간직했다고 하는데, 떠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그녀를 담았던 이 그림에 대한 애착을 느낄 수 있다.


라파엘로는 르네상스의 두 거장인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으로부터 그림을 배웠는데, 그 둘의 단점을 보완함과 동시에 그들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지녔다고 한다. 그 당시의 일반적인 예술가와는 달리 라파엘로는 예의 바르고, 친절하고 인간 정신의 갖가지 미덕을 모두 갖춘 착한 성품에다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모든 이에게 사랑받았던 예술가였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인 < 아테네 학당 > 를 살펴보면, 초기 스케치에는 없는 헤라클레이토스(로 분한 미켈란젤로)가 완성작에서는 보이는데, 이는 미켈란젤로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 최후에 추가했을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네덜란드의 메이헤런이라는 화가는 베르메르의 화풍을 완벽히 재현해 새로운 '진품' 을 그려냈는데, 히틀러의 오른팔이었던 괴링은 이 그림을 손에 넣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약탈한 200점의 그림을 맞바꾸었다고 한다. 얼마나 진짜 같았는지, 수많은 전문가, 미술 애호가는 물론 베르메르 연구의 권위자인 미술사학자까지 속았다고 한다. 그 정도의 실력을 갖춘 화가였다면 점차 주목받지 못한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좀 더 끈기있게 자신의 작품을 그렸더라면 어땠을까..
30명의 화가와 50여점의 작품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들이 가득 담겨 있어서, 그림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사람도 책 속의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빠져 읽을 수 있다. 이런 스토리텔러는 직접 들으면 훨씬 더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