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그녀들의 도시 - 독서 여행자 곽아람의 문학 기행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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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전작 < 나의 뉴욕 수업 > 으로 알게 된 작가이다.

그 때도 표지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 책은 구성을 이루는 페이지의 색상들이 특히나 감각적이어서 독자의 시선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 아트북스' 라는 출판사명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예쁜 책 ! 읽는 내내 행복감을 선사해준다.







빨간머리 앤, 주홍글씨, 작은 아씨들, 마지막 잎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위대한 개츠비, 톰 소여의 모험, 노인과 바다 등등 위대한 작품들과 그들의 도시로 떠나는 문학기행책으로, 특히 저자의 유년시절을 함께 했던 추억 속 책들과 주인공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된 공간, 저자의 흔적이 묻어난 공간 등을 밟아나간다.

상상 속 허구가 현실이 되는 이 순간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매력적인 시간일 수 밖에 없는데, 영화 매니아들이 영화 촬영지나 영화 속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는 닯은 듯 다른 느낌이다.


저자에게는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 빨간머리 앤 > 이 특히 기억 속 소중한 작품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나의 경우는 < 작은 아씨들 > 이 이에 해당한다. 딸 셋에 아들 하나 4남매 중 우리 세 자매의 이미지가 작품 속 메그, 조, 베스와 너무도 일치해서 어린 마음에 이 소설은 우리들을 위해 쓴 것 같다며 흥분했던 기억, 그 중 둘째인 나는 특히나 조와 흡사해서 그녀와 나를 동일시하면서 읽고 또 읽었던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른다. 작가의 자매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고 작은 아씨들을 집필했던 창문가의 작은 탁자의 사진은 유독 의미있게 다가온다.








어릴 때 허클베리 핀과 톰 소여의 모험을 읽으며 둘 중 누가 더 개구쟁이인지 비교했던 기억도 나고, 비교적 짧은 내용의 마지막 잎새가 어린 나에게 부여했던 슬프지만 감동적인 이야기도 참으로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도 작가지만 부모님, 특히 어머님의 영향이 지금의 곽아람 작가를 있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유년시절 책과 관계된 그녀와 엄마의 이야기는 한 문장 혹은 몇 문장으로 스쳐지나가지만 책을 너무도 좋아했던 작가의 엄마가 내게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마무리에 < 빙점 > 을 소개하며 엄마와 함께 이 소설의 배경인 아사히카와로 떠났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 곳을 방문하기 전 엄마는 다시 빙점을 읽었다고 한다. 참으로 멋지신 어머님 !!!

덕분에 어린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이 소설이 추억소환되었고 꼭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사실 책은 너무도 사랑하지만, 문학기행이라는 것은 딱히 해본적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문학기행 이렇게나 매력적이라니!! 나는 < 캔디캔디 > 의 장소로 떠나보고 싶다. 일본 오카야마에 캔디박물관이 있다는 반가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분명 나처럼 자신만의 추억 속 작품의 문학기행을 꿈꾸어 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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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 개정판 미쓰다 신조의 집 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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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미쓰다 신조의 집 시리즈 가운데 < 흉가 > 를 먼저 읽었었는데 아주아주 무섭지는 않아서 이번 책도 도전해 볼 마음이 생긴다.

제목만 봐서는 < 흉가 > 처럼 무서움이 직설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는데, 화가가 禍家' 재앙의 집 ' 이라는 뜻을 알고 또 도착한 책의 표지를 본 순간 섬뜩함이 몰려온다. 표지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고, 결론적으로는 흉가보다 무섭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후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년 코타로는, 새로 이사온 마을에서 왠지 언젠가 왔던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첫 날부터 집 안에서 기괴한 소리와 현상을 마주하고, 마을의 숲에서도 '뭔가' 에 의해 오싹하고 불길한 공포를 겪은 후, 마을의 새 친구와 함께 자신의 집에 얽힌 비밀을 파헤쳐나가게 된다.

공포영화 같은데서 배경이 되는 집은 대부분 큰 대저택이던데, 이 소설에서도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집이 2층짜리에 방도 몇 개 씩이나 있는 상황이 상상만으로도 무섭다.

그리고 주인공 소년 대단하다. 기절할 정도로 공포스런 존재와 마주하고 분명 자신의 집에 마을 전체가 숨기고 있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감지하면서도, 그 공포를 혼자 감내하다니..






스토리 자체는 결말 부분에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조금 급박하게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공포소설답게 오싹함, 괴기함만은 한껏 만끽할 수 있다.

흉가에서는 덜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역시 미쓰다 신조 작품 특유의 의성어가 그러한 공포 분위기를 가중시킨다.


척척척....척

작, 작, 작 .......

가각......가가각.....가각가각......

달칵, 달칵, 달칵, 달칵 ........

찰팍, 찰팍, 찌걱, 찰팍, 찌걱......







어쩜 그렇게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의성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포의 현장을 입체적으로 상상하게 되는데, 공포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집 시리즈 이제 마지막 한 권 < 마가 > 만 남았다. 당연 읽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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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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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느낌을 선사해 준 한국 SF 단편 소설 < 멜론은 어쩌다 >.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뱀파이어가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피를 구하지 못해 수혈광고를 내고 은밀한 곳에서 피를 제공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뱀파이어들. 주인공 기영에게 있어 유일한 친구인 미나는 이러한 뱀파이어이고, 또한 레즈비언이다. 성소수자에다 뱀파이어 그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둘의 관계를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동성애에 크게 거부감이 없어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도 잘 접하는 편이라, 이번 이야기에서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뱀파이어라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제목의 멜론이 등장하는 < 노 어덜트 헤븐 > 독특하고 좋다.

멜론이 순수한 과일을 표현하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12살 아이의 이름이다.

어른은 들어갈 수 없는 천국의 세계. 어른이 천국에 들어가려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멜론은 자신의 엄마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변호를 해야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천국에서는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 살아가는데 멜론은 변호 과정에서 한 겹 한 겹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 멜론이 이승에서 그 짧은 일생동안 처했던 상황들이 참으로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인간 모습 그대로의 섹스 로봇, 신체적 조건과 인종 차별로 인해 극한 침체기에 빠진 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점쟁이와의 거래를 통해 받게 된 기묘한 능력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SF 장르를 많이 접하질 않아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느낌 그대로의 SF 분위기를 예상했었는데, 외외로 SF 라는 장르를 떠올리지 않은 채 읽게 된다. 그 점은 오히려 SF에 친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더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되어 준다.

결코 현실적이지도 않은데 또 그렇다고 전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도 느껴지지 않는, 모호한 경계에 선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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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한 그릇 - 맛에 진심이라면,
박찬일 지음 / 북트리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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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목차에서부터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읽는 내내 괴로울 줄이야.

떡볶이, 김밥, 치킨, 피자, 돈가스, 햄버거, 빵, 냉면, 스파게티, 삼겹살, 짜장...너무도 익숙하고 친근한 메뉴들의 단어만 봐도 허기가 지는 마당에, 책에는 삽화, 사진, 저자의 맛깔스러운 이야기까지 더해져 재밌으면서도 허기가 지는 독서시간이었다.


저자의 책은 이번이 처음인데, 한국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를 배우고 나서도 글쓰기와 요리를 꾸준히 이어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 글 쓰는 셰프 ' 라는 불리는 저자의 글은 술술 읽히고, 쉽게 다가오고, 맛있게 느껴진다. 찾아보니 책도 정말 많이 내셨네.

책에서 소개되는 18가지의 소울 푸드 가운데 어느 메뉴를 가장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정말 고르기 힘들지만, 어릴 때의 추억이 담긴 음식 부분에서 특히나 많은 공감과 회상을 불러온다.






두툼한 일본식 돈가스도 맛있지만 역시 옛날 돈가스, 즉 경양식 돈가스가 최고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 조선으로 넘어온 돈가스는 경양식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급음식으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누렸지만, 1980년 대 후반 서민음식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경양식 돈가스는 하나둘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릴 때 특별한 날 부모님이 데리고 간 경양식집에서의 돈가스의 맛은 잊을 수 없다. 맛도 맛이지만 경양식이라는 고급진 분위기에서 먹는다는 사실이 한없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이런 경양식 돈가스를 맛볼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우리는 치킨하면 프라이드와 양념치킨을 떠올리고 특히 이 양념치킨은 너무도 당연한 치킨의 한 종류로 생각해 왔었는데, 외국에 살 때 이 양념치킨이 얼마나 독특하면서도 쉽게 그 맛을 내기 힘들지를 알게 되었다. 맵고달작지근한 그 감칠맛 나는 양념소스는 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한국치킨의 인기를 정말 많이 실감했던 것 같다. 여기에 빠질 수 없는 치킨무와 샐러드 역시 한국치킨만의 매력인 듯 싶다.

양념치킨은 1980년 대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윤종계씨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배달로, 외식으로, 포장으로, 직접 요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먹던 18가지 음식들의 유래와 사연들, 저자의 에피소드는 이들 음식에 대한 애정을 한층 돈독하게 만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우리의 소울푸드들 ! 여기에 저자만의 조금 특별한 레시피 7가지도 공개한다.

배고플 때, 특히 야식이 땡기는 밤에는 읽기를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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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인 계획
야가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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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300여 페이지의 비교적 두껍지 않은 분량이라 금새 읽을 줄 알았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무려 3일에 걸쳐 읽었다.

아 정말이지 이런 장르소설은 가능한 단번에 읽어야 흐름이 끊기지 않는데 재미가 반감되면 어쩌나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 몰입감 끝내주는데다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마무리까지 !! 반감될 뻔한 재미가 죽죽 이어졌다.


총 누적 조회수가 약 4억 뷰에 달하는(이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인기인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대형 공포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의 첫 공포소설이라고 하는데, 일단 출판사의 목차 디자인부터 시선을 끈다. 뭔가 엄청난 사건이 터질 것만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이런 분위기는 에필로그의 맨 마지막 한 장, 한 문구까지 이어진다.






화자가 계속 바뀌어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읽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바뀌는 화자의 이야기에 헷갈리기 일쑤지만, 그 교묘하게 뒤섞이는 이야기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천재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가 어느 날 미지의 인물로부터 자신을 살해할 계획이라는 원고를 받은 이후, 끊임없이 추리하고 주변을 관찰하는데, 그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독자 또한 그의 주변 인물들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은 전혀 예상외의 방향으로 전개되고 오싹하고 소름끼치는 장면도 마주하게 되는데,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구나 !!! 딱 이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문구를 읽고 나서는 와!! 이야기가 이렇게 마무리되는구나..감탄이 절로 난다. 자연스레 프롤로그를 다시 읽게 된다.


최근 가장 사랑하게 된 반타 출판사의 이번 신간 역시 아주 재밌다. 독특한 구성과 스토리 전개를 갈망하는 스릴러 독자라면 이 책 추천한다 !!

'야가미' 라는 다소 독특한 작가 이름도 저장 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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