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의 공간들 -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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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녹여줄 감성 에세이를 읽고 나니, 오랜 시간동안 내 기억에서 잊혀졌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질 못했다.

이 추억이 떠오르면 연관된 다른 추억의 장면장면들이 문득 떠오르고..몇 십년동안 잊었던 사람도 불현듯 생각나고, 순간의 공간의 냄새도 느껴진다.

이 시간들이 꽤나 행복하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는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구나.싶다.


물이 너무 뜨거워서 공중목욕탕 가는 날은 죽기보다 싫었는데 지금 문득 생각해보면 그 당시 공중목욕탕 물은 정말로 뜨거웠던 걸까, 아니면 어린아이가 느꼈던 뜨거움의 정도였던 걸까..항상 같이 다녔던 엄마나 언니한테 물어봐야겠다.

저자가 말한 < 주말의 명화 > 와 영화관에서의 추억은 말해 무엇하리.

부모님 고향이 제주도셨기에 특히 엄마는 제주도를 자주 들락날락하셨었는데, 엄마를 마중하러 공항에 가는 날에는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 고급스런(?) 공항 햄버거가 정말 맛있었기 때문에 !! 엄마가 더 자주 제주도에 가셨음 하고 바랬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빠진 장소가 있다면 아마도 비디오 대여점이 아닐런지..(동네의 책대여점은 좀 더 후에 생겼던 것 같기도 하고..) 에로물이 모여있는 코너에는 왠지 지나가기조차 어색했고, 이런 야릇한 비디오를 대여해가는 남자들을 볼 때마다 너무 이상하게 보였던 기억도 난다......


책이 두껍지 않아서 금새 읽을 줄 알았는데,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버린 덕분에 의외로 더딘 독서가 되었지만, 가끔은 이런 독서가 참 좋다.

이 책은 겨울에 출간되어 더욱 알맞다. 이런 추억 소환은 따스한 커피 한 잔과 함께 해야 제 맛이지.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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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내성인 - 파리민수 정일영의 인생썰
정일영 지음 / 시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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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 인문학, 미술 책을 연달아 읽은 요즘, 머리를 식히면서 생각 많이 하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가 그립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출판사 관계자분의 ' 정말 유쾌하고, 정말 재밌다' 는 홍보 문구가 눈을 사로잡았었는데, 결코 과장이나 포장이 아니었다.


진짜 이 책 너무 웃겨!!

방에서 혼자 읽다가 장면들이 상상이 가면서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었더니, 거실 지나가던 신랑이 뭔 일인가 싶어 방에 들어와서 날 쳐다본다. 조금 민망해서 조용히 읽다가 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신랑은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근데 진짜 저자의 이야기는 혼자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읽다 보면 웃음이 안 나올 수가 없다.

글로도 이 정도이니, 출연하셨던 침착맨 유튜브에서는 얼마나 더 웃겼을지 상상이 간다. ( 이 글 쓰고 난 뒤 유튜브 들어가서 봤는데, 너무 재밌고 유쾌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봤네 ! )


그런데 이 책 마냥 웃기기만 한 건 아니다.

저자가 10여년을 프랑스 유학 생활하면서 겪었던 프랑스인들과의 문화 차이나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 -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의 그들의 처신, 우리나라 일류대학 나왔던 대학생이 그 곳에서 우리나라식으로, 수업내용 그대로의 답안지를 써 냈을 때의 교수의 반응 등 - 를 마주하면서는 느끼는 게 참 많다.




각 장마다 상황에 맞는 간단한 불어도 소개되어 있는데, 덕분에 정말 몇 십년만에 불어를 다시 발음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고, 뜬금없이 불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의 강압(?)으로 유학길에 올랐던 만큼 많이 힘들었을텐데 박사 학위까지 받으시고 지금은 이렇게 유튜브에서 정말 큰 인기를 얻고 재밌는 책까지 내셨으니, 제 2의 멋진 출발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요즘 실컷 웃어보고 싶은 책 뭐 없나 찾으시는 분,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할 듯 !

( 근데 책의 내용도 그렇고, 유튜브를 봐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극내성인으로는 전혀 안 보이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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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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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었던 책에서는 여러 화가 중 한 명인 에곤 실레를 만나왔고, 그래서 그의 작품도 극히 소수의 몇 작품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오늘 드디어 오롯이 에곤 실레와의 단독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은 2명의 외국 작가가 쓴 책이라 그런지, 한국 도슨트 작가분들이 쓰신 대부분의 국내 미술 에세이(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구어체 분위기로 씌여진)와는 글의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좀 더 전문적이라고 해야 할까. 객관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런 느낌도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지 은근 좋다.

실레의 작품을 감상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양의 해설도 맘에 든다.




1장이 에곤 실레의 삶에 촛점을 맞췄다면, 2장은 그의 작품들이 연도별로 소개되어 있고 각 작품에 대한 해설로 되어 있는데, 내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누드 화가의 대명사격인 에곤 실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에로틱하고 관능적인, 다소 괴상하기까지 한 작품들을 빼고서는 에곤 실레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외에도 같은 화가가 그렸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전혀 다른 분위기의 그림들도 많이 담겨 있다. 작가의 해설을 따라 그림을 감상해도 실레의 그림은 일부는 조금 난해하고 내 눈에는 안 들어오는 부분들이 더러 있긴 하다. 그래도 실레의 그림은 좋아 !!!





이 책을 읽고 나니 28살에 스페인 독감에 걸려 요절했다는 사실이 더할 나위 없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리고 10여년이라는 그 짧은 작품활동 기간 동안 무려 334점의 유화와 2,503점의 드로잉을 남겼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

가만, 반 고흐도 37세인가 그 즈음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800여점의 유화와 1,300여점의 드로잉을 남겼다고 하던데, 요절한 천재들은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알고 그토록 짧은 기간에 혼신의 힘을 다해 작품활동을 했던 걸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에곤 실레와 그의 그림들이 더 좋아졌다. !!!!

' 레오폴트 미술관 특별 전시 관람 전과 관람 후에 꼭 읽어봐야 할 책 !' 이라는 띠지 문구에 100% 공감한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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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
에스터 셀스던.지넷 츠빙겐베르거 지음, 이상미 옮김 / 한경arte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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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곤 실레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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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시아드 - 황제의 딸이 남긴 위대하고 매혹적인 중세의 일대기
안나 콤니니 지음, 장인식 외 옮김 / 히스토리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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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너무 예뻐 첫눈에 반해 버렸고, 제목을 보아하니 중세 역사관련 이야기일 것 같아 급관심이 갔던 책이다.


책을 받기 전까지는 그냥 역사서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고, 본격적으로 읽기 전 책의 전체적인 소개를 훑어봤는데 역사의 내용 가운데 내가 가장 취약한 시대, 바로 동로마 제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에 살짝 겁이 난다. 글레디에이터 영화 보고 나오면서 신랑하고도 로마시대 얘기하다가, 동로마 시대는 진짜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바로 그 동로마를 책으로 만나게 되다니..


동로마 제국의 황제 알렉시오스 1세의 장녀인 안나 콤니니에 의해 탄생한 알렉시오스 1세의 기록서인 이 책을 읽는데 엄청난 시간과 집중이 필요했다. 530여 페이지에 달하는데다 글자도 빼곡하고 배경지식이 전무해서 인물도를 그려가며, 배경을 검색해가며 그렇게 읽어내려갔다. 역사에 능통한 신랑도 이 인물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도움받지도 못하고..

그래서 일단, 완독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굉장히 뿌듯하고 책장을 자꾸 들추게 된다. 이걸 다 읽었네 !!! 하면서 ..황녀가 쓴 글이라 여성적인 문체가 그나마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지고 소설적인 느낌도 들곤 한다.




아버지에 대한 안나의 무한한 신뢰와 자부심,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딸의 감정을 넘어서 황제에 대한 큰 존경심이 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자신의 기록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씌여졌음을 자주 언급하고 확인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사실 100% 신뢰하기는(개인적은 생각에서는) 좀 힘들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하다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수많은 역사학자들이 역시 수많은 증거자료를 토대로 사실에 근거한 역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따라서 역사는 끊임없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책은 배경이 되는 동로마 제국의 역사에 대해 이렇듯 동로마 제국의 인물 그것도 황제의 최측근의 인물이 써 내려갔다는 점, 그리고 서구 최초로 여성 역사가가 기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단지 이 책만으로는 그동안 알려져 왔던 동로마 제국의 역사에 대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재평가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정말 의미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출판사에서 출간된 ' 헨리에타 마리아' 를 너무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고, 그 당시에도 그 책 덕분에 역사 속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에 대해 알게 되어서 참 좋았는데, 이번 역시( 나에게는 어렵긴 했지만 )알렉시오스 1세라는 인물을 비롯해서 그 당시의 역사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색깔의 책을 많이 출간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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