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1
카밀라 레크베리.헨리크 펙세우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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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딕 르와르의 걸작이라 불리는 3부작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인 < 박스 > 는, 서스펜스의 거장과 최면술, 트릭에 통달한 심리술사가 공동 집필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살인 도구라던지 살인 방법, 이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 등 내용의 구석구석에서 흔히 만나볼 수 없는 마술과 트릭의 짜릿함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마술 가운데, 박스를 가지고 마술사와 조수가 한 팀이 되서 진행하는 칼 꽂기 마술 등의 몇 종류가 이 책에서 범인이 살인에 사용하는 방법인데 상상만 해도 너무 끔찍하고 잔인하다.

살인 방법이 이렇다 보니 스톡홀름 경찰은 이 쪽 방면에서 권위자로 알려진 마술사이자 멘탈리스트인 빈센트에게 요청해 조사에 참여하게 되지만, 수사의 진행과정은 더디기만 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에서 분명 과거의 인물은 이 범인임에 분명할 텐데, 과거 속 인물이 이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좀처럼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 소설 속 빈센트나 형사들 또한 그 살인의 목적과 피의자의 연관성을 찾는데 꽤나 애를 먹는다.


처음 이 책을 받고 3권이라 조금 버겁게도 느껴졌었는데, 왠걸 !!

일단 책이 일반 책보다 조금은 작고 가벼워서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도 좋고, 술술 읽다보니 어느 새 3권까지 다 독파해버렸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지는데, 이 소설은 스토리 뿐만 아니라 숫자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빈센트나, 자신의 신체를 포함한 모든 사물, 주변상황, 대상에 대해 심한 결벽증을 가지고 있는 형사 미나 등 인물의 특이성 또한 매력적인 읽을 거리이다. 여기에 마술 트릭에 대한 이야기나 상대의 심리를 읽고 조정하는 이야기도 소설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리는 요소가 되어 준다.


이 시리즈 3부작의 나머지 < 컬트 > < 미라지 > 도 상당히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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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신화로 만들어졌다 - 오늘날까지 인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강력한 8가지 테마
리처드 벅스턴 지음, 배다인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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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에게 있어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너무도 허구맹랑하고 비현실적인 내용 일색이라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장르 중 하나였다.


어른이 되서까지도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나의 독서 세계에서 철저히 배재되었던 이 신화에 대해, 3년 전 < 키르케 > 라는 책을 우연히 읽게 된 계기로 신화에 대해 급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내가 왜 신화를 읽어야 하는지, 왜 그토록 사람들이 신화에 대해 열광하고 꼭 읽어야 하는 주제로 손꼽는지 그 기본이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하다.


이 책은 신화 속 인물 중 8명을 선택해 신화 속의 내용뿐만 아니라, 영화, 철학, 문학, 게임, 브랜드 까지 현대의 삶 깊숙이 연관지어져 있는 그 맥락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이 8명의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 메데이아 ' 이다.

언뜻 이름만 놓고 보면 낯선 듯 한데 연관된 명화들을 보니 이전에 만나봤던 작품들이고, 책을 통해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다시 그림을 보니 이해가 훨씬 더 빠르다.

꽤나 충격적으로 봤던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 < 디 아더스 > 가 바로 이 초인간적인 메데이아를 현대의 이야기로 풀어낸 대표적인 작품이라는 작가의 해설을 마주하며, 신화가 영화와 어떻게 연계되는지 조금은 알 듯 하다. 역시 이 메데이아와 관련되었다는 작품 < 빌러비드 > 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




아버지가 만들어 준 날개로 하늘 높이 날다가 왁스가 녹는 바람에 추락해 버린 이카로스와 그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이야기에서는, 이카로스만 알고 있던 내게 인간 다이달로스의 존재가 무척이나 새롭게 다가온다.

비지니스 업계에서는 '이카로스의 역설'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한 회사가 성공을 안겨준 승리 공식에 안주하다가 완전히 실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의 가장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다양성이라는 사실. 진리 판단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해석되고 시대에 따라 신화 속 인물은 존재가 미비해지거나 반대로 새롭게 부각되어진다는 사실 또한 내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점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신화가 어떻게 각색되고 영향력을 끼쳤는지 그 연관성을 마주하는 재미가 아주 솔솔하다.

기존에 단순히 신화 속 신들의 이야기를 마주했던 1차원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었던, 내게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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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 럭 클럽
에이미 탄 지음, 이문영 옮김 / 들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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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영화로 본 지도 벌써 30년이나 됐구나. 어마어마한 세월인걸.

그 당시 정말 굉장히 감동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 살면서 잊고 지내다가 이번에 들녘 출판사에서 이 책이 출간된 덕분에,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민 1세대 중국계 미국인 엄마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 네 모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는데, 대상이 중국인일 뿐이지 이민 1세대 한국인의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여러 첩을 거느린 갑부라던지 대놓고 바람을 피는 남편, 아들 선호사상 풍습이나, 시댁 어른들과 남편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중국 여인들의 삶은 죽어서도 시댁 귀신이 되어야 했던 우리나라 옛날 여성들의 삶과 너무도 비슷하다.


전쟁과 가난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와, 힘들게 살았던 자신들과는 달리 딸들만큼은 누릴 것 다 누리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며 철저하게 미국인으로 키우지만 또 마음 한 켠으로는 중국의 전통을 이어나가길, 중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딸들은 자라면서 이러한 엄마와의 가치관과 문화의 간극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쉽게 좁히질 못한다.


딸들 눈에는, 영어도 못하고 예의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엄마가 부끄럽기만 하다.

먼 타지에서 오로지 자식 잘 되기만 바라는 엄마의 기대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런 딸들이, 그러나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엄마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엄마를,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 되고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은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좀 더 섬세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힘들었던 점은, 4명의 딸과 4명의 엄마 그리고 가끔씩 할머니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각각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어서 너무나 헷갈린다. 앞서 얘기한 내용이 누구의 이야기였는지, 얘는 또 누구의 딸인지..처음엔 그 관계를 완벽히 외우면서 읽어나가다 어느 순간 그냥 현재의 이야기에 몰두해서 읽게 되더라.


그래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다. 영화도 새삼 다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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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이야기 - 우리가 미처 몰랐던 천재 화가와 그의 위대한 작품들
김선현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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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라바조를 처음부터 좋아한 건 아니었다.

아주 예전에 < 카라바조의 비밀 > 이라는 소설을 읽을 때만 해도 그가 엄청난 화가라는 사실 정도만 알았지, 그의 작품이 크게 와 닿거나 하진 않았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 카라바조' 라는 이름이 굉장히 인상적으로 남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그의 그림보다 인생이 나에게는 더 먼저 다가온 셈이다.

그 후 수많은 미술 관련책을 통해 그의 그림을 보면 볼수록 점점 더 끌리게 되었고, 지금은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오늘 만나 본 '카라바조 이야기' 라는 책은, 책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명화 도록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책 자체가 굉장히 고급스럽고 수록된 작품의 크기도 시원시원하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동봉되어졌던 핑크색 편지와 책갈피도 감동이었는데 !!!! 책에 대한 출판사의 애정이 절로 느껴진다. 





예전에 '그림의 힘' 으로 인상깊었던 국내 미술치료의 최고 권위자이신 김선현 교수의 작품 해설과 그의 삶의 이야기가 뒷받침 되어 있는데, 아마도 카라바조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많이 접했던 나로서는, 이 책에서 그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림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훨씬 더 좋다.




바로 전에 읽었던 에곤 실레가 연필의 윤곽선이 드러날 정도로 스케치를 먼저 하고, 그 안에 색을 채워 넣었다면, 카라바조의 스타일은 스케치 없이 캔버스에 바로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보면 볼수록, 나는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그의 작품 속 인물의 표정들이 너무 좋다.


때마침 진행되고 있는 카라바조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작품 10점을 비롯해 총 40점이 수록되어져 있으니, 전시회 관람 이상으로 값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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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 없는 검사의 사투 표정 없는 검사 시리즈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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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검찰 미스터리물에서는 주로 변호사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아서, 상대적으로 검사에 대한 이미지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검사의 사명, 검사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업무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쉽게 간과하기 쉬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검사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 부분 바뀌게 되었고..


이야기는 묻지마 살인으로 인한 무자비한 살인 현장으로 시작되는데 무려 7명의 피해자가 속출한다. 여기에다 비정상적인 사회도태자인 피의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앞서 사건보다 더 심각하다고도 할 수 있는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읽으면서 이 시리즈가 왜 그토록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스토리가 깔끔하고 배배 꼬이지 않아서 머리 굴려가며 읽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 일본의 사회 문제, 그리고 지방검찰청 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이권다툼 같은 부분들도 흥미롭게 읽힌다. 


​이 사건을 맡게 된 후와 슌타로 검사와 그를 그림자같이 따라다니는 미하루 사무관의 콤비도 매우 흥미롭고, 무엇보다 어떠한 경우에도 표정에 흐트러짐이 없는, 아니 아예 표정이라고는 없는 융통성 제로의 원리원칙주의 후와 검사의 캐릭터에 완전 반해버렸다. (검사가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은 생각보다 심도있게 다루지는 않은 것 같지만..)



“자신들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공무원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과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와중에, 영웅 같은 공무원이 활약하는 작품을 쓰는 것이 대중 소설가의 책무라고 생각했다.” 



작가가 이 검사 시리즈를 쓰게 된 계기라고 하는데 작가분도 꽤나 멋진걸 !!!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이런 검사가 존재하겠지?


뒤에 역자후기를 보니, 이 시리즈는 첫편보다 뒤로 갈수록 더 재밌어져서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하는데, 난 이 세번째가 첨인데 어쩌나...그래도 앞서 2권도 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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