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로, 그는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말만을 골라서 쓸 뿐이다. 말은 가난해진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세상은 단순해진다.
뭐, 그리 놀랄 만한 얘기도 아니군요. 세상에는 꿀벌이나 달팽이처럼 천성이 고독하고 그저 자기 껍질 속으로만들어가려는 사람이 적지 않죠. 어쩌면 그건 인류의 선조가아직 사회적인 동물이 되지 못해 각자 자기 굴 속에 틀어박혀 지내던 시대로 되돌아가는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단지 인간의 다양한 특성 중 하나인지도 모르고요.<상자 속의 사나이> - P29
어른들은 자신들믿고 싶어 하듯 그렇게 대단하지 않았다. 거대한 몸을 가진 기형적인 어린이들이었다. 어른들은 쉽게 상처 받았고 죄를 짓기 쉬웠으며 감상적이었고 그 행동들이 예측되었다. 나는 어른들의 동작을 예측할 수 있었다. 열 살에 나는 어른이라는 기계를 다루는 기계공이었다. 그들을 분해했다가 조립할 줄 알았다.
그 세대의 남자들, 세상에서 자기 몫을 꾸려온 남자들만이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 깊은 슬픔과 위로할길 없는 분노가 뒤섞인 표정이 얼굴에 떠올라 있었다. 두 남자가 잠시 서로를 지켜보았다. - P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