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매너리즘에 대해>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아이패드, 엠시스퀘어 모든게 고장이 났다. 만년필의 잉크는 말랐고 잉크병에는 먼지가 수북히 쌓여있다. 책장에는 쓰다만 노트들이 수십권이 꼿혀있다. 아이패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안되지만 그런데로 쓸려면 쓸수있지만 웬지 느리다.

한때 열정적으로 사용했던 물건들과 자주 행했던 취미라고 불리는 것들에 대한 무심함으로 인해 모든게 낯설어졌다.

독서를 하는것도 필사를 하고 여행노트를 쓰고 독서후기를 쓰는것들이 한순간 과거의 행적으로 사라져 버린다는게 조금 허탈하다.

오랜만에 들어간 홈페이지에 아이디와 비번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물론 모든 사이트의 비번과 아이디를 잘 정리해 놓은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예전엔 그렇게 핸드폰 메모장에 정리해두었었다. 그뿐 아니라 에버노트도 월 몇만원을 내면서 어떻게 문서관리를 해보려고 했었다.

이렇게 게으름뱅이가 된것에 대해 그냥 과거 그렇게 했던것들이 식상하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모든게 그냥 심드렁해진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아니면 이제 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로 ‘그 잡다하게 하던일‘을 변경해야 할 시기가 된건지도 알수 없다.

자신이 시간을 보낼수 있는 취미같은 것을 평생 해 낼려면 그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매일매일 꾸준하게 먼지가 쌓이지 않게 해 내가야 하겠지만 그동안 해 왔던 것을 평생 꾸준히 한다는게 내게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이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만한 정신적인 여력이 없다는걸 차츰 느끼고 있다. 이렇게 매년 한살 한살 나이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냥 체념하게 되기도 한다. 시도할 여력은 없으며 청춘시기에 느꼈던 그 단순한 희열을 다시 회생시킬 방법은 없는건가 하고 느끼고만 있을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속에서는 이 매너리즘과 의욕상실을 깨우칠 뭔가가 언젠가는 다시 나올것이라는 희미한 희망은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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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미국에 가지 말 걸 그랬어
해길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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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약간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꼭 봤으면 하는 책이다. 그냥 미국 생각하면 가서 성공할거 같고 과거 아메리카 드림이라는 것도 생각나고 영어도 잘 배울수 있을거 같고 뭔가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보다 더 나은 세상이 펼쳐질거 같다.

저자 해길님은 한국에서 경제적으로 넉넉한(건물도 가지고 있는)부모의 외동딸인데 미국연수를 본인이 먼저 가겠다고 한것도 아니었다. 어느날 갑자기 먼 친척언니가 미국에서 사업을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아버지에게 제안하면서 부수적으로 해길님의 미국에서의 공부까지 연결되어 가족전체가 미국 조지아로 떠나게 된다.

‘행운을 가장한 불행‘ 우리도 살면서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 순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떠난 미국, 알고보니 친척 형부가 사기를 친것이다. 형부는 그 돈으로 보험금을 노리고 거짓 사망신고까지 한것이다. 거기서부터 뭔가 예감이 불길하다. 외국에선 같은 한국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는데 외국에서 한국에 사는 사람한테까지 사기를 치다니.

이 책을 든 순간 다 읽을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 안타까움, 그리고 딸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내하고 낯선 이국에서의 부모님의 힘든생활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님은 딸을 믿고 있는 것이 그녀에게 큰 버팀목이다. 정말 미국에서 이방인으로서의 현실이 이러한 것인지 숨이 막힐것만 같았다.

지금 한국에 살고 있어서 향수병 따윈 느끼지 못하는데 외국인으로 낯선 나라에서 사는 사람의 고국에 대한 향수병을 극히 심할거 같다. 특히 어머니는 극심한 향수병에 시달린다. 영주권 취득이 어려워지자 미국의 하우스까지 포기하고 온가족은 귀국한다.

결국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미국생활 7년 만에 다시 한국에 왔지만 모든것이 미국보다 더 발전해 있는걸 발견한다. 그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았다. 내가 미국에서 몇년간 있다가 한국어 승무원이 있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들어왔을때의 감격
이란 이루 말할수 없을거 같다.

가장 안타까운 7년 이라는 시간. 저자가 한국을 떠날때 취업을 앞두고 불안한 친구들을 뒤로 하고 부러움을 안고 미국을 떠났지만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하고 돌아온 주인공은 각자 사회에서 전문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괴감을 느낀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알거 같다.

하지만 난 그 7년이라는 시간이 결국 헛되지 않았다고 본다. 어쩌면 그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데 든든한 바탕이 될수 있으리라. 저자 또한 결코 헛되이 그 시간을 보내지 않았기에 언젠가 보상 받을것이다. 결국 소중한 건 하나된 가족이고 그 가족이 마음 편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걸 깨닫는다.

이 책을 읽고 단순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저자 부모님 만큼의 경제력도 없는데 퇴직하면 한국을 떠야지 하는 공상 비슷한 걸 하고 있었는데 딱 나의 현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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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슬픈 외국어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사상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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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봐서는 미국 대학에서 강연하며 몇년 살며 외국어로 고충받는 줄 알았었다는.

295- 예를 들어 보스턴에서 매일 생활하면서, 이발소 의자에 앉아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거나, 대학근처에 있는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와 도넛을 사거나 누군가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와인을 마시거나 건널목에서 자동차 핸들위에 양손을 얹은채 멍하니 신호를 기다리거나 할때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불쑥 ‘이윽고 슬픈 외국어‘라는 말이 만화의 말풍선처럼 번쩍 머리 위에 떠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슬픈‘이라고 해도 그것이 외국어로 말해야 하는것이 힘들다거나 아니면 외국어를 잘 말할수 없어 슬프다는건 아니다. 물론 조금은 그럴지 몰라도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은, 무슨 연유인지 내가 자명성을 지니지 않는 언어에 둘러싸여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일종의 슬픔과 비슷한 느낌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느끼는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그 당시 미국에 살면서 미국경제가 그리 좋지 않았는지 쇼핑몰에 가서 그리 살것도 없다고 한다. 일본인들의 엘리트 의식의 실체를 몰랐는데 미국에서 만난 일본인을 통해 그들을 파악하고 쇼크 자체였다는..이런 저런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여 느낀 개인적인 생각과 여러책에서 겹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지 이야기도 나온다. 자 이제 ‘시드니‘를 읽어봐야겠다.

* 삶은 정말 예측하지 못한 일의 연속인가 보다. 5월초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며칠전 계약서가 도착했다. 이 계약을 하고 책이 출간되면 나도 정식 작가가 되는건가.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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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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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엉망이다. 최근 다시 책을 읽고 만년필로 노트에 중요한 문장 필사를 시작했다. 생각같아선 책 전체를 하고 싶지만 그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듯 하다.

나이를 먹어가는 것에 대해 글로 어떻게 표현을 할까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달리 적절한 말이 생각나지 않을때가 많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속에서 바로 발견했다.

˝ 나는 지금 50대 후반이다. 21세기라는 것이 실제로 다가와서 내가 정말로 50대를 맞이하게 될 줄은 젊었을 때는 전혀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언젠가 21세기가 오고(아무런 일이 없다면)그땐 내가 50대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지만, 젊었을 때의 나에게 있어 50대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는 것은 ˝사후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보라˝는 말을 들은 것과 같을 정도로 곤란한 일이었다 ˝

20대의 나는 20대가 주는 어설픔으로 너무도 힘들었다. 하지만 햇살이 반짝이는 봄날을 맞이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고 뭔가 멋진 앞날이 내 앞에 펼쳐질 것만 같은 상상을 하는 날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투름,어설픔으로 얼른 20대의 강을 건너고, 빨리 30대 40대가 와서 퇴직을 하고 싶었다. 그 속에서도 50대는 안중에도 없었다.

아마 하루키처럼 50대의 내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내가 전혀 가보지 않는 세상을 그 어떻게 말할수 없는 것과 비슷했고 50대가 되면 이젠 노령의 문턱을 밟는 다는 것과 비슷해서 너무도 끔찍해서 였을수도 있다. 그런 내가 이제 8년후면 하루키처럼 50대 후반이 된다.

<달리기를 말할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속의 하루키는 5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은 전혀 늙지 않았다. 현재 70이 넘은 나이에도 꾸준히 글을 쓰고 하는 것들이 젊을때부터 달리기를 통해 유지해 온 건강 때문이리라. 그는 젊은 시절부터 작가라는 직업을 계속 하기 위해서 꾸준한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고자하는 바램에서 달리기 특히 마라톤에도 참가하고 했던 것이리라. 그의 꾸준한 전 세계 마라톤 참가를 통해서 그의 삶에 대한 생각을 엿볼수 있고 문장 문장이 삶의 비밀에 대한 힌트가 있어서 좋다. 특히 어떤 이는 재미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의 작품 <버스데이 걸>에서도 어떤 힌트를 보았다.

43페이지 : 나는 나름데로 나이를 먹었고, 시간은 정해진 만큼의 몫을 받아간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그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강이 먼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64페이지 : 나와 아내는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나 자신의 원래 모습으로 복귀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38페이지 :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처음 체험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처음으로 맛보는 감정인것이다. 그 이전에 단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일이라면 좀 더 분명하게 여러가지 일을 따져볼수 있을테지만, 아무래도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 나로서는 구질구레한 판단 같은건 뒤로 미루고 거기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우선 살아갈수 밖에 없다. 마치 하늘이나 구름이나 강을 대하는것처럼. 그리고 거기에는 어떤 종류의 우스갯거리가 예외없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아주 쓸모없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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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9-0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스님 프로필 바꽜어요?? 누구신가 했다는요. 하루키의 이 책을 읽고 저도 하루키 좋아하게 되었어요. 소설은 여전히 저와는 안 맞지만. 쿨럭

Grace 2021-09-02 05:36   좋아요 0 | URL
아 북플 프로필 이걸로한지 오래되었어요^^ 미국에 계시니 잘 아시겠네요~ 프로필에 있는 장소가 조지아주에 있는 스톤마운틴입니다~ 2019년 한달 미국 머물렀을때 단체로 간곳인데 지금은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며 살고있죠~~~~ 저 당분간 못읽어본 하루키 에세이 찾아 읽어보려하고 있어요^^
 

오늘 오전에는 소파에 누워 내 생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해서 나는 시어머니 생일 챙기는데 왜 난 한번도 챙김을 받아보지 못했나. 내년부터 나도 시어머니 생일 안챙길려고한다. 또 생일을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챙겨주지 않았다. 먹고 살기 바쁜 시절이라,,, 그리고 내 생일이 음력 7월21 인데 9월초나 되겠지하고 달력은 귀챦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 곧 엄마 생일이네˝

그런데 알고보니 낼이 내 생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보낸 카톡으로 아이들이 남편에게 말해서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지만 딸이 낼 이라고 한다. 뭐???? 낼이라고??? 마음의 준비도 없이 바로 낼 이라고??? 생일기념으로 접혀지는 핸드폰을 살까하는 유혹도 생겼다.

일단 자면서 이 은밀한 계획을 생각해보자. 낼 오후는 내가 먹고싶은 것으로 정해 가족식사를 하기로 했다. 제트플립인지 뭔지로 바꿔말어? 어제 청바지도 사고 요즘 과다지출했는데 고민이 밀려온다.

그리고 지금 하루키 책 읽는데 역시 글이 내 취향이다. 이걸 다 읽고 자야하나 고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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