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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가게 글월
백승연(스토리플러스)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5월
평점 :
<편지가게 글월>은 연희동의 편지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호영'은 사기를 당한 '효민'(언니)이 남긴 빚으로 인해 영화감독의 꿈을 접습니다. 호영은 꿈을 잃은 상실감을 털어내고 싶은 마음에 서울로 피신하고, 당장 일손이 필요했던 대학 선배 '선호' 와 연이 닿아 일을 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연희동의 따스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글월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편지가게입니다. 편지지와 편지봉투 우표부터 만년필까지 편지와 관련된 모든 제품을 판매하며, 가장 핵심은 펜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글월은 이제는 조금 퇴색되어버린 편지의 가치를 지키고 싶어하는 선호의 마음이 담긴 공간입니다.
글월의 대표 로맨티시스트 ‘금원철’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아내가 남긴 장미를 소중히 키우는 인물입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편지에 적으며 고독함을 달래고 비로소 아내의 평안을 온전히 빌 수 있게 됩니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현실을 택한 회계사 ‘성민재’는 늘 소설을 쓰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고, 꿈은 뒤로한채 회계사로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던 도중 글월을 만나 편지를 쓰며 아직 소설을 써낼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어릴적 상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소설을 내는 것에 도전했고, 신문에 짧은 글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자기만의 취향을 고민하는 연희동 우체국 직원 ‘정주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번아웃이 와버린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펜팔 서비스를 이용하며, 자신도 새로운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연애에도 성공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찾아해낼 수 있는 인물로 되바뀜니다. 웹툰 작가로 화려하게 데뷔하였지만 차기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선호의 친구 ‘차영광'은 다음 웹툰에 대한 걱정에 불면증을 앓고 있었지만, 효민과 효영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드디어 적고 싶고 그리고 싶은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효영 또한 다양한 인물들의 편지에 위로 받으며 잠시 접어두었던 영화에 대한 열정을 꺼내보게 됩니다. 시나리오를 다시 적어보기로 다짐한 것입니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은 전혀 모르는 상대에게 편지를 보내며 위안을 받고 자신감을 얻습니다 .
수신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적어내려가는 편지는 더욱 진솔하고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말을 꾸밈없이 적어내려갈 수 있습니다. 효민을 원망을 하던 효영은 글월에서 근무하며 언니의 편지를 읽을 용기가 생겼고, 술에 취해 편지에 답장을 적습니다. 혼자서 간직하려고 했지만 손님의 편지와 섞여 발송하고 맙니다. 그렇게 둘은 편지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고, 화해를 하며 끈끈한 자매의 연을 보여줍니다. 편지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저도 오늘은 말하고 싶은 상대에게 타자가 아닌 손글씨로 마음을 담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