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작은 생명체는 자연스럽게 우주라고 이름 붙여졌다. 이 순간을 기억해야지, 나는 생각했다. 바람의 방향, 나뭇잎의 색깔, 금세 헝클어질 구름의 모양까지, 그래서 우주에게도 언어가 생기면 이 순간에 대해 긴 이야기를 해 주리라. 이제부터 나는 우주의 모든순간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우주와 세계를 이어 주는매개이자 그 존재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게 될 전령이며, 동시에 우주가 자라나는 과정을 증언해야 하는 증인이니까. 나는 그 역할들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단 한순간도 우주에게 암흑 따위를 상상하게 하지 않을 터였다. 그날 산책로의 나무 아래서 오직 그것만이 내 삶의 확실성이 되었다.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