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연구의 새로운 접근 AKS 번역총서 8
스티븐 케이시 외 지음, 이상호 외 옮김 /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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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0년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영국에서 발행되는 Journal of Strategic Studies 에 실렸던 논문들 중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인 스티븐 케이시가 편집한 6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국 내 출판은 과거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었던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출판부가 담당을 했습니다.

익히 많은 분들이 접해보셨겠지만, 서구에서 정의를 내리고 있는 한국 전쟁은 ‘잊힌 전쟁‘ , ‘냉전을 빠르게 앞당긴 전쟁‘ 등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시카고 대 브루스 커밍스 교수로 필두로 수정주의적 입장이 한때 팽배했지만 근래 러시아의 한국 전쟁 관련 비밀 문서들이 공개된 이후로 내외의 많은 한국 전쟁 관련 연구자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지요. 스탈린과 김일성간의 방대한 서로간의 통신 내용,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한국 전쟁 당시 중국군 개입과 관련된 여러 문서 들이 포함되어 앞서 말한 연구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기긴 했지만 이를 통해 더 현실에 가까운 연구가 이루어지는 단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한국전쟁에 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요즘에 같은 UN군으로 미국과 함께 참전한 영국의 학자들의 한국 전쟁과 관련된 논문을 접해보게 되는 것이 큰 의미였습니다. 특히 한국에 미군정이 시작되면서 다소 많은 미군 병사들과 미군정의 미국인들이 인종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한국인들을 내려봤다는 점과 그것에 기반한 미국의 우월적인 편견에 더욱더 반감을 갖게 되는 한국민들과의 갈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예의가 바른 한국인들은 과거 중국에게 기대했던 것처럼 미국에도 큰형의 역할을 바랬다는 주장도 흥미롭더군요. 일절 내정에 관여하지 않고 조언을 하는 위치에 국한된 과거 역대 중국 왕조와 한반도의 왕국들간의 관계의 실제적인 모습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미국에게 ‘큰형 리더십‘을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외에도 어정쩡한 미국의 관여가 1950년 6월 북한의 침공을 고무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 전쟁에 신속히 개입함으로서 이러한 형님 리더십이 최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고, 이러한 양국간의 피를 나눈 경험이 현재 이르러서는 더욱더 한미 동맹이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는 마오쩌둥과 스탈린의 갈등, 이를테면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려고 하는 마오쩌둥의 의도를 스탈린이 끝까지 의심하고 믿지를 못했다는 점과 스탈린 본인은 소련이 부동항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과의 확전을 매우 우려해 전쟁이 발발하고 나서 휴전까지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내용이 언급되었습니다. 특히 1951년 전반기의 벤 플리트 장군이 입안한 제한적인 통천 상륙작전과 평양과 원산을 잇는 지역을 확보하고 북한군과 중공군을 39도선 이북으로 몰아내는 작전에 대한 언급도 흥미로웠습니다. 이 부분은 결국 리지웨이 사령관으로부터 거부되었지만 만약 이 작전이 입안되어 결정되었다면 매우 성공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고, 당시의 중공군에 강요된 피해와 다시 재정비를 하기까지 걸리는 소요 시간을 감안했을 때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확전을 감수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더불어 영연방이 행한 UN내의 한국 전쟁과 관련된 외교적 압력과 특히 중국쪽에 개입하려고 했던 여러가지 노력들에 관한 내용들과 포로 문제와 사상자 보고와 관련된 논문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전쟁과 관련된 여러 책들을 통해 맥아더와 트루먼 대통령의 갈등, 전쟁 초기 미군의 초기 지휘 문제, 그 이후 미국의 핵무기 사용의 검토 등과 관련된 글은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새롭게 논의되는 글들이 주를 이뤄 이 책을 읽는 분들도 크게 호기심을 갖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 논의가 되어야 하고 이와 관련된 학문적 연구 또한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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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인가 현상유지인가 - 미중 패권경쟁의 논쟁과 실상
김관옥 지음 / 리북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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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학교 정치외교학 교수인 김관옥 선생의 이 책은 작년 7월경에 읽었던 ‘동아시아 불일치 딜레마 외교‘에 이어 두 번째로 접하게 되는 글입니다. 전작은 불일치 딜레마 외교라는 제목처럼 김관옥 선생의 이론적 분석이 뛰어난 글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서로 지향하는 이익이 상반되게 다르므로 양국 간의 그 간극을 좁히기란 매우 요원한 일입니다.

‘전쟁인가 현상유지인가‘라는 다소 논쟁적인 제목으로 최근인 2016년에 출간한 이 책에는 현재 대결하고 있거나, 대결하게 되는 미중 양국간의 첨예한 쟁점에 대한 논의들이 실려 있습니다. 김관옥 선생은 9장인 결론 말미에 결국 협력의 개연성보다는 대결의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을 내리고 있는데 저 역시 매우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광의적인 측면에서 시작해 좁혀질 대로 좁혀진 얄팍한 결론을 내린다면, 동아시아 지역과 에너시 수송로로서 중요한 중동과 말라카 해엽 등지에 기존의 미국의 패권에 대항해 자신들의 ‘핵심적 이익‘을 강도높게 추구할 개연성이 있는 중국은 과거 후진타오 주석과 근래 시진핑 주석이 여러 방식으로 언급한대로 그대로입니다. 즉, 한나라를 대표하는 정치 지도자의 사적인 발언이라기 보다는 앞으로 자신들의 국력에 맞는 핵심 이익을 수호하고자 할 것이라는 것이죠. 여기에 김관옥 선생도 짚어 내셨지만, 중국은 현재 ‘최대 개도국‘이라는 입장과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이 혼재되어 환경이나 경제 분야에서는 개도국의 입장이, 군사와 외교에서는 강대국의 정체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종의 국익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특이성은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무분별한 이익 극대화라고 지칭할 수 있을겁니다.

물론 미국과 중국은 과거 냉전시대의 미소 대결과 같은 완전히 적대적이고 고립된 관계는 아닙니다. 서로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있지요. 이런 점에서 중국의 대두가 지속되고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게 되더라도 양국이 이러한 상황을 직시하여 서로 갈등을 최소화 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중국은 내부에 많은 개선해야 될 문제점을 안고 있고 그 문제점들이 갑자기 비등해질 경우 중국 공산당은 외부로 돌려 당장 모면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됩니다. 양측이 다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전쟁으로 발발할 경우 양국 모두 파괴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전쟁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입장이지만, 미국은 공해전투를 비롯한 선제적이고 제한적인 전쟁을 입안해 놓고 있는 상황이며, 양국의 가장 큰 분쟁거리인 대만 문제가 아직도 현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제압하려고 할 경우에 미국과 일본이 개입하게 될 가능성이 큰데, 이는 큰 양국간의 문제로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에 큰 위험요소 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근 30년간의 미중 관계를 다소 경쟁이 있겠지만 화해 협력으로 귀결되지 않겠냐는 낙관적인 전망에 몰입하기 보다는 어떠한 위험 요소들이 있으며 그것을 미리 파악하고 분석하는데 우리 학계가 전념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점이야 말로 북핵과 더불어 한반도의 국운이 걸려 있는 문제로 많은 연구자들과 외교 정책에 관여하는 공직자들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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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세계 - 21세기 세계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장궈칭 지음, 허유영 옮김 / 이론과실천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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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는 왜 이렇게 고통스러운가?‘ 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의 국제전문가이며, 중국내에선 뛰어난 오피니언으로 평가받는 장궈칭입니다.

미국의 9,11 테러와 일본의 3,11 지진이 현재의 세계 지형을 바꾸었다고 판단을 하고 있지만 완독을 하고 난 지금에도 저 주장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직 이해가 안됩니다. 아마도 저의 짧은 머리를 탓해야겠죠.

전체적인 이 글의 형태는 근 20년 동안 세계의 굵직한 사건들을 일종의 칼럼 형식으로 풀어나가며 주장을 내세우는 식입니다. 사실 제가 간과하고 있던 것은 소위 중국내의 어떤 권위의 전문가라든지, 싱크탱크 연구원, 대학 교수 등의 지식인 계층들은 다소 애국주의와 민족적 배타주의에 다소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여태 읽어본 이러한 범주안에 들어가는 저자들의 저작물들이 그런 경향들이 있었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의견을 내새울 수 있지만 그러면 글이 장황하게 될 듯 싶어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석유 쟁탈이라는 관점으로 보는 프랑스의 리비아 반군 지원과 푸틴으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내정,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개입, 테러와의 전쟁, (거의 내용이 없다고 봐야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대해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흥미로웠던 점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측면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요. 러시아 국내에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독재자와 다름없는 정권에 매우 긍정하는 의견을 보태고 있습니다. 과거 오바마 정권이 대 중국 정책도 실패했으며 마찬가지로 대 러시아 정책도 크게 실패했다고 여기고 있더군요. 이 부분과 관련된 구절중에는 ‘러시아 국민들이 민주주의의 확대보다는 강한 러시아를 원한다‘ 는 표현을 들어 현재의 중국의 일당독재를 운운하는 듯한 모습과 눈앞에 겹쳐졌습니다. 어차피 두 나라는 권위주의 정치체제와 유사하니, 최근에 베이징 컨센서스를 강조하는 중국의 정치권처럼 전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채택할 필요는 없다고 여기는 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했군요.

이와 별개로 글 대부분이 미국에 대한 상세한 정치, 경제적 혹은 외교적 비판으로 되어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 개입을 꼬집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미국이 인도에 대한 무분별한 핵 보유국 인정에 대한 비판도 인도의 핵은 용인하면서도 왜 이란의 핵은 인정하지 않는가라는 중국 내 지식인들의 주장들과 오버랩이 되는데요. 사실 중국측이 이런 말을 할 건덕지가 없죠. 파키스탄의 핵무장에 관여한 국가는 아시다시피 중국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자의 주장에 수긍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만 일본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일본이 2차대전 당시에 심대한 고통을 준 주변 국가들에게 마음으로 부터 우러나오는 사과와 진심어린 화해에 힘쓴다면 북미의 캐나다 처럼 존경과 신뢰, 경제적 번영으로 자리매김하는 지역내의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말에 지극히 수긍되더군요. 끝으로 덧붙여 미국의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비판이라기 보다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비판이라 여겨질 만큼 많은 부분을 그것에 할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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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 중국
수잔 셔크 지음, 강준영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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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제가 이곳을 통해 리뷰했던 ‘중국, 세계로 가다‘의 저자 데이비드 샴보가 자신의 이 책을 통해 지금 리뷰할 수잔 셔크의 ‘판도라의 상자 중국 (원제 : China Fragile Superpower)‘ 을 중국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이 돋보이는 글이라 언급해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잖아도 한 1년 전쯤에 서점에서 문득 지나치며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수잔 셔크는 40여년간 중국 연구만을 해온 미국 내에 대표적인 중국 관련 전문가입니다. 책에서도 잠시 소개되고 있지만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되고 나서 대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 초청을 받은 일화도 있더군요. 그리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는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역임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마오쩌둥 사후부터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시절까지의 중국이 자발적 폐쇄국가를 청산하고 개방에 나서 그로부터 이어지는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등의 변화와 그에 따른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가감없이 분석하고 평가한 것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어느 사회나 급격한 발전과 변화로 인한 모순과 문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특정 사안에만 발생하는 중국 내부의 배타적인 민족주의 발산, 과거 천안문 사태에 대한 소고, 언론과 여론 통제 등과 같은 비민주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으로 인한 폐단으로 인한 현실이라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다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인한 지도층의 부패문제와 극심한 사회의 빈부격차 문제까지 포함시켜야 하겠죠.

사실 실려있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들이 국내외를 망라해서 중국 관련 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과거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이 2005년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이해당사자로 행동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내부적으로는 그 자신들이 현제의 국제 및 경제 환경으로 크게 번영을 누리고 있음에도 미국과 유럽이 만든 시스템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자신들의 첨예한 이익이 걸려 있는 부분에만 공들여 협상에 나서고 그외 다른 부분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불분명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현재 중국의 대외적인 모습입니다.

특히 일본과 대만에 관한 문제에는 다소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대할정도로 그 폭을 겉잡을 수 없을 정도 인데요. 이 부분에도 아주 자세한 분석이 실려있습니다. 저 역시 이 부분은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다만, 일본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범죄에 대해 속죄하라는 주변국들의 끝없는 압박에 지쳐있다는 표현에 거부감이 들었는데 다소 보수적인 미국 내 인사들이 일본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처럼 그러한 뉘앙스인가 싶었지만 책 후반부에 일본이 군사 강국이 되도록 내버려 두지 말자는 주장을 펼친것으로 보아 앞서 말한 것은 소개하는 차원에서 밝힌 부분이라 느껴졌습니다.

데이비드 샴보가 좋은 평가를 내린 것처럼, 이 책의 저자 수잔 셔크도 주장에 대한 많은 사례들을 들어가며 객관화한 입장을 충분한 분석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이 저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책의 많은 부분이 중국의 현재 여러 모순과 문제점을 밝히는데 할애했다면, 말미에는 중국이 나아갈 방향과 이런 중국에 대한 미국의 역할 등 양국의 발전적인 관계에 대해서 진심어린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중국의 세계 패권의 관한 부분은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아무래도 저자는 양국의 평화로운 공존을 바라는 모양이었습니다. 과연 그렇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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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만든 세계
로버트 케이건 지음, 이영기 옮김 / 아산정책연구원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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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저자는 동시에 미 국무부 외교정책위원회 위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의 연구원이 근래 자신의 나라에 관해 글을 썼다면 그 내용이 어느 방향일지는 대충 짐작이 되기 마련입니다. 저는 그 점을 감안하고 주의 깊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1945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질서와 국제적 시장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나라를 비롯해 시장 경제 시스템으로 경제 발전을 이룩하고 그 성과를 누리고 있는 국가들은 대부분 이러한 환경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물며 중국까지도 그렇지요.

그렇지만 이런 미국의 역할이 항상 긍적적이고 옳은 결정만을 해왔던 것은 아닙니다. 자신들 스스로의 이익에 맞는다고 생각하면 타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민주 정권을 전복시키는데 망설이지 않았지요. 1953년의 이란, 1954년의 과테말라, 1973년의 칠레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개입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경우도 있어서 많은 학자들이 이를 비판해왔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점에 대해서 흥미로운 결론을 내리더군요. 민주적인 정부라 할때라도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전략적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이죠. 낯뜨거운 변명을 들이대며 그런 행동을 옹호하는 것보다는 조금 들어줄만은 했습니다. 이것을 인정이라고 해야할지 담담히 받아들인것인지 글로만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뒤이어 걸프 전쟁, 이라크 개입, 아프가니스탄 개입 등 과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것을 보니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더군요.

현재까지 미국이 주도해 서구 유럽이 함께한 이러한 정치 경제적 시스템을 유지하고 끌고갈 책임은 미국, 자신들에게 있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세계 역사상 비견할 수 없는 거대한 군사력과 경제 규모를 갖고 있으면서도 단순한 표현이겠지만 세계 정복에 나서지 않았으며, 적지 않은 실책을 보이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들로부터 암묵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에는 바로 이러한 미국의 개성있는 성향과 정치적 의식 때문일겁니다. 참혹한 2차대전을 퇴출시키고, 바로 이어진 소련과의 냉전에서도 어느때나 일어날 법한 전쟁의 위협 속에서도 세계의 리스크 관리를 해왔고 자유 세계의 리더로서 자본주의가 많은 결함이 있음에도 대체로 잘 작동하여 많은 국가들이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은 미국의 이러한 역할의 기댄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주 저는 미국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런 인정할만한 결과는 수긍을 하는 편입니다.

근래 전세계의 관련 학자들이 미국의 쇠퇴에 논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도 느낀바가 있지만 설사 미국의 쇠퇴가 필연적이라고 해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 및 일부 권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게 불안적 요소를 끼치는 이러한 국가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무조건적인 힘의 쇠퇴는 바라지 않습니다. 특히 중국이 현재의 시스템하에서 놀랄만한 경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하의 권위주의적 정부로서 점차 타협을 지양하고 점차 자신들의 힘을 드러내 보이려고 하는 이같은 상황에는 더욱더 미국의 영향력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중국이 종국에는 민주주의적 정치 행위자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희망섞인 예측을 하는데 이러한 희망은 실현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이 원해서가 아니라 그들 체제의 본성 때문에 자유 경제 질서를 훼손하거나 뒤집어 버릴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너무나 납득하게 됩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받지 않았다면 미국을 신경써야 하는 지금의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중국이 돼 있을거라는 주장에도 저는 몹시 동의하는 편입니다.

끝으로 전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아직도 모순된 정치 사회체제로 유지하며 국민을 고통에 이르게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이 결코 무조건 선이라 말할수는 없겠지만 미국민들이 스스로를 자각하고 있듯이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과 대화와 타협을 국제 외교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힘에 기대어 주변국에게 불안과 우려를 안겨주는 일부 국가들의 전횡을 막기 위해서도 이러한 미국의 쇠퇴는 무조건 반겨야 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 20~30년 동안 미국의 힘이 축소되어 설사 다극체제로 변화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영향력은 그때에도 상당할 것입니다. 미래에 세계 정치가 어떤 모양으로 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주주의의 확대가 인간 본연의 진보의 모습이 아니라 할지라도 무정부적인 국제 정치의 속성대로 규범과 제도로 이러한 불안정과 위험을 관리하려는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 미국의 전통적인 영향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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